김만섭(송강호)는 사우디에서 건설현장에서 5년 동안 번 돈으로 택시를 사서 택시운전을 합니다. 만섭은 11살 된 딸과 단칸셋방에서 삽니다. 김만섭은 전형적인 소시민으로 적당한 속물 근성과 자식을 너무나도 소중히 여기는 평범한 아버지입니다. 

시위를 하는 대학생들에게 세상 물정 모른다면서 한국이 얼마나 살기 좋은 지도 모른다면서 사우디 같은 곳에서 고생을 해봐야 한다고 쓴소리를 합니다. 만섭은 3개월치 월세가 밀려서 집주인에게 구박을 받습니다. 기사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단성사에서 전라도 광주까지 왕복하는데 10만원(현재 100만원)을 주겠다는 외국인 손님이 있다는 대화를 귀동냥으로 듣고 손님 가로채기를 합니다.

 

1980년 5월 일본에 있던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 분)은 선교사로 위장하고 광주로 진입을 시도합니다. 광주는 전두환 군사정권이 외부로 나가는 전화선과 도로를 모두 막았습니다. 외부와 연락과 통행이 금지된 광주에서는 매일 군인들의 폭력과 쏜 총에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언론 통제가 심했던지라 서울에 살고 있던 만섭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릅니다. 오로지 10만 원 벌 생각으로 간단한 영어만 구사해서 광주로 손님을 모십니다. 그런데 광주에 도착하니 군인들이 총으로 모든 도로를 막고 있습니다. 먼가 심상찮은 기운이 감돌자 소심한 소시민인 김만섭은 택시를 돌려 서울로 올라가려고 합니다. 이에 기자 피터는 광주에 가야 택시비를 주겠다면서 어떻게든 광주로 가자고 합니다. 그렇게 만섭은 정체모를 외국인을 태우고 우여곡절 끝에 광주에 입성합니다. 


광주에 도착하자마사 거리에는 붉은 글씨로 군사 정권을 비판하는 플랜카드와 전단지가 가득합니다. 시민군이 탄 트럭이 택시 앞에 서자 피터는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서 시민군을 촬영하고 인터뷰합니다. 피터가 기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만섭은 5만원도 받았겠다 그냥 서울로 도망칩니다. 

그러다 할 할머니가 택시를 잡으려다 쓰려진 모습을 보고 다시 돌아와서 할머니를 태워서 병원까지 태워다 줍니다. 만섭은 소심하고 기회주의적이고 속물 근성이 강한 흔한 우리의 이웃이지만 흔한 우리의 이웃답게 측은지심이 있는 만섭은 그 할머니를 태우고 병원으로 향합니다. 병원에서 만섭은 광주의 현실을 조금씩 알게 됩니다. 군인들에게 맞아서 피를 흘리고 있는 환자와 총을 맞은 환자까지 만섭은 광주에서 뭔가 큰 일이 났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 


병원에서 기자 피터를 다시 만나게 되고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택시운전사라는 손가락질 사이에서 작은 다툼이 일어나지만 광주 택시운전사인 황태술(유해진 분)의 중재로 피터와 통역을 맡은 대학생 구재식(류준열 분)과 함께 황태술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됩니다.  그렇게 함께 식사를 하면서 광주의 푸근한 인심 속에서 피터와 만섭 사이에 흐르던 차가운 기운은 사라집니다. 이때 광주 MBC 쪽에서 총소리가 났고 만섭, 태술, 피터, 재준은 총소리가 난 쪽으로 향합니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광주민주화 항쟁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

광주민주화항쟁을 담은 영화들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영화가 이정현 주연의 1996년 작품 <꽃잎>과 2007년 작 <화려한 휴가>가 있습니다. 꽃잎은 군인들이 쏜 총에 맞아서 죽은 엄마 옆에서 미쳐버린 소녀의 모습을 담았고 <화려한 휴가>는 전남도청의 전투를 적나라하게 담은 영화입니다. 두 영화 모두 군사정권의 피해자의 시선으로 담은 영화입니다.

<택시운전사>는 다릅니다. 먼저 <택시운전사>의 만섭은 광주 사람도 피해자도 아닙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사는 흔한 서울시민입니다. 이 속물 근성이 얇게 베이고 국가와 언론을 믿고 따르는 애국 시민입니다. TV와 라디오로 세상을 배우고 말하는 전형적인 '택시기사'입니다. 

이 택시기사가 광주의 참혹한 현장과 비극을 목격한 후 서서히 서서히 변해갑니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닌 제 3자 또는 관찰자 또는 목격자의 시선에서 광주의 비극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그 시절을 살지 못한 또는 같은 시절을 살았지만 다른 지역에 있었던 평범한 우리들의 시선과 동일합니다. 

동시대를 살고 있으나 전혀 다른 세상이 사는 듯한 서울에서 온 만섭과 외국에서 날아온 외국인의 시선 모두 외부인의 시선입니다. 이 두 외부인은 광주의 참상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습니다. 더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이런 잔인 무도한 일이 벌건 대낮에 일어나고 있음에도 당시 언론들은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땡전뉴스'에서 군사 독재 정권에 저항하는 시민들을 폭도로 매도하는 왜곡된 뉴스만 보여줍니다. 

나와 상관 없는 일이라고 치부하던 만섭은 거악의 세상을 지배하는 세상에서 갈등을 하게 됩니다. 사람이 죽어가는데도 모른척 하고 딸이 있는 평온한 삶을 선택할 것이냐 아니면 피해를 넘어 죽을지도 모르지만 사람을 살리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양심에 따를 것이냐에서 갈등을 합니다. 전 이 갈등이 너무 현실성 있어서 좋았습니다. 


밤거리를 걷고 있는데 앞에서 누군가가 강도를 당해서 살려달라는 소리를 들으면 처음에는 다가가지만 강도가 칼을 들고 있으면 쉽게 그 강도를 제압할 생각을 못합니다. 도망을 친다고 해도 도와주다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다 알기에 아쉬울뿐  크게 손가락질을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도움 요청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다른 사람을 돕습니다. 만섭은 자기 안위만 생각하던 사람에서 서서히 남의 고통을 느끼는 사람으로 변해갑니다. 이런 시선의 변화는 관객의 시선과 맞닿아 있습니다. 과거의 이야기 광주 사람만의 이야기, 또는 정치색으로 오염된 '광주민주화항쟁'이라는 비극을 담 너머로만 보던 관객들을 감독은 직접 비극의 현장으로 관객을 인도합니다.

관객의 거부 반응을 위해서 영화는 초반과 중반까지 경쾌한 톤을 유지합니다. 조용필의 단발머리와 왈츠 풍의 가벼운 음악, 송강호의 넉살과 가벼운 농담을 통해서 긴장감을 낮춘 후에 서서히 서서히 비극의 현장으로 자연스럽게 안내합니다. 그렇다고 비극의 현장을 잔혹하게만 담지 않습니다. 최대한 잔혹함을 지우고 당시 군인들이 자행한 행동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이 아닌 역사의 현장을 담담하게 담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단순 이분법으로 담지 않습니다. 군인 중에서도 선한 군인이 있다는 것과 모든 언론이 스스로 군사 정권에 엎드렸지만 기자 정신을 가진 바른 기자를 배치해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시선을 피합니다. 

그러면서도 폭력의 현장, 부상 당한 사람을 돕는 사람까지 조준 사격하는 무자비함과 잔혹한 폭력성도 외면하지 않습니다.
이런 밸런스가 참 좋은 영화가 <택시운전사>입니다. 그럼에도 감독이 중점적으로 담고자 하는 시선이 있었는데 그 시선은 바로 언론입니다. 

진실을 말하지 않는 언론에 대한 비판을 영화 속 플랜카드와 지방 기자를 통해서 보여줍니다. 전 이 장면을 보면서 저 80년대는 총검 앞에 기자와 언론이 바싹 엎드렸다면 현재 우리의 언론은 돈 앞에서 굴종하는 모습이 오버랩되었습니다. 바른 언론이 있는 나라가 바른 나라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네요. 


송강호의 하드캐리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은 송강호입니다. 다른 영화와 달리 이 영화는 오로지 송강호만 보입니다. 이는 감독의 의도이기에 큰 비판을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송강호의 빼어난 연기로 모든 장면을 송강호가 가져갑니다.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서 연기칭찬이 무의미 할 정도지만 이 영화에서 송강호는 자신의 넓은 연기의 스펙트럼을 다 쏟아냅니다. 

세상 물정 잘 모르던 택시기사가 세상을 목도하고 변해가는 모습을 200% 이상으로 잘 그렸습니다. 송강호만 보이다 보니 다른 캐릭터들이 크게 부각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주연을 위해 희생하는 조연 배우들이 더 눈에 크게 들어옵니다. 흥미롭게도 송강호와 유해진이 한 영화에 출영한 첫 영화라고 하죠? 앞으로 두 배우가 같이 나오는 영화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약간의 아쉬움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영화 후반의 불필요한 액션 장면은 뜬금 없고 과장됩니다. 이는 졸음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임을 잘 알지만 좀 뜬금 없어 보입니다. 또한, 전체적인 짜임새가 좋지는 않습니다. 정교한 플롯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단점을 송강호의 연기로 덮어 버립니다.


아이들에게 꼭 보여 주고 싶은 영화 '택시운전사'

보수 정권 10년 아래 광주의 희생은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폄하의 시선이 늘어났습니다. 이는 잘못된 역사관을 가진 몰지각한 인간들이 세상의 주도권을 잡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특히 자라나는 10,20대들은 37년 전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이는 기성세대가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성세대들이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현대사를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오히려 정치의 색을 입혀서 흙탕물로 만들었습니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광주의 비극을 다시 보게 하는 마중물 같은 영화입니다. 그래서 부모님들이 아이들 손잡고 꼭 보라고 권하는 영화입니다.

광화문 광장을 비추는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주의와 미래를 살며시 담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그냥 성장하는 것이 아닌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가꿔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민주주의 후진국에서 다시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향하는 길에 이 영화는 그 민중의 힘을 다시 일깨우게 해주는 영화가 될 것입니다. 


잔혹한 장면은 없습니다. 다만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장면이 많습니다. 영화는 광주민주화항쟁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 지는 담지 않습니다. 그 빈 부분은 부모님들을 위해서 비워 놓은 것 같습니다. 그 빈 부분은 부모님들이 채워주었으면 합니다.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요즘 재미있는 한국 영화가 없었는데 오랜 만에 추천하는 한국 영화가 나왔습니다. 웃음과 감동, 슬픔이 모두 있는 영화 <택시운전사>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광주민주화항쟁의 슬픔을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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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7.08.05 10: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시대의 아픔을 모르는 현재의 젊은이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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