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장인인 '크리스포터 놀란'감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저도 무척 좋아하는 감독입니다. 전작인 다크나이트 3부작이나 인셉션 그리고 인터스텔라는 영화의 그 묵직함과 재미가 잘 배치된 웰 메이드 영화였습니다. 이렇게 만드는 영화마다 대박을 터트리는 이 감독의 신작을 안 볼 수가 없죠

 

살육이 아닌 생존을 담은 전쟁 영화 '덩케르크'

영화 '덩케르크'는 2차 대전의 대규모 철수 작전인 다이나모 철수작전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2차 대전이 발발하자 전격전을 앞세운 독일군은 마지노선을 우회해서 프랑스를 침공하고 영국 프랑스 연합군은 연전연패를 하게 됩니다. 영국과 프랑스군은 궁지에 몰리게 되고 결국 프랑스에서 철수를 명령 받습니다.

프랑스 북서부 해안가 마을인 덩케르크에는 영국과 프랑스군 40만 명이 철수를 대기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구축함과 병원선이 이 대규모 철수 인원을 태우기 위해서 도버 해협에 도착하지만 독일군 전투기와 폭격기의 계속되는 집중 폭격으로 원활한 철수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진퇴양난이 계속되자 자살하는 병사가 나오는 등의 절망이 가득한 해안가에 별처럼 총총한 희망의 빛이 비추어집니다. 

'덩케르크'는 여느 전쟁 영화와 크게 다르고 기존의 영화들과도 크게 다릅니다. 먼저 이 영화는 스토리가 없다고 할 정도로 주인공의 구구절절한 사연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끈끈한 연대와 전우애를 담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전쟁 영화에서 흔히 보고 기대하는 그런 스토리가 전혀 없습니다. 이 전투가 얼마나 중요하고 죽음으로 이 고지를 사수해야 하는 뻔하게 느껴지는 지루한 희생도 거의 없습니다. 스토리가 약하다보니 영화 '덩케르크'에 대한 호불호는 강합니다. 

순박하지만 멋진 전쟁 영웅이 나오는 전쟁 영화나 대규모 전투 장면을 기대했던 분들이라면 이 영화가 지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을 제대로 체험을 하면서 전율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는 적극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 '덩케르크'가 정조준한 것은 살육의 전투가 아닌 살아서 고향인 영국으로 돌아가려는 병사들의 생존기입니다. 따라서 액션 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 또는 전쟁 체험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육지에서 1주일, 바다에서 1일, 하늘에서 1시간

영화 덩케르크는 스토리가 없다고 할 정도로 스토리는 밋밋합니다. 덩케르크가 담는 것은 오로지 병사들이 살아서 고향으로 가고 싶다는 해안가에 있는 40만 명의 욕망과 그들을 구해야 한다는 바다와 하늘의 구원자들의 욕망만 가득합니다.

스토리가 약한 것은 이 영화의 단점이자 지루함을 유발하지만 놀란 감독은 스토리 대신에 '덩케르크' 해안이라는 공간을 육,해,공이라는 3가지 시선으로 입체적으로 조망해서 보여줍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육지에서 1주일, 바다에서 1일, 하늘에서 1시간이라는 멘트가 나오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습니다. 놀랍게도 이 영화는 3개의 공간을 다른 시간대로 재현합니다.

병사들이 1주일 동안 덩케르크 해안에서 철수하는 모습을 담으면서 병사들을 구출하는 민간인 선박의 하루 동안의 활약 그리고 이 구출 작전을 공중에서 엄호하는 영국 공군 파일럿의 1시간이라는 다른 시간의 길이를 정교한 스위스 시계처럼 맛 물리게 했습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앳된 소년 같은 영국군 병사인 토미(핀 화이트헤드 분)과 선장 도슨(마크 라이런스 분)과 파일럿인 파리어(톰 하디 분)이 각각 다른 공간과 시간에 놓여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 3명의 주인공이 영화 후반이 갈수록 하나의 공간 하나의 시간에 모이게 되고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하게 됩니다. 이런 연출은 처음 봅니다. 다른 시간의 흐름과 다른 공간에서 출발해서 하나의 공간과 시간으로 이어지는 연출을 보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역시 놀란 감독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빼어나고 놀라운 연출을 보여줍니다. 연출에 대한 칭찬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전쟁 체험 영화 '덩케르크'

영화의 핵심 재미인 스토리를 포기하는 대신 현장감을 극도로 끌어 올렸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압권은 공중 전투 장면입니다. 내가 본 전쟁 영화 중에 최고의 공중전을 담은 영화가 '덩케르크'입니다. 영국군의 스핏파이터와 독일 전투기 메사슈미트 BF 109의 도그 파이터 장면은 투박한 전투 장면이지만 내가 파일럿이 되어서 실제 전투를 하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이 영화를 아이맥스에서 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 내가 전투기를 타거나 해안가에 놓여진 느낌을 제대로 느끼려면 큰 스크린에서 봐야 합니다. 영상의 거대함도 좋지만 이 영화는 사운드가 어마무시합니다. 시종일관 관현악기 현을 뜯는 듯한 얇은 불쾌감과 심박수를 서서히 끌어올리는 배경음과 함께 전투기 엔진의 피스톤 움직임이 느껴지게 하는 사운드와 실제 전투기 안에서 나는 각종 소리를 채집해서 영화에 그대로 담았습니다. 

빼어난 영화 음악과 사운드와 음악이 하나가 된 듯한 음향은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스토리를 시종일관 긴장감 가득한 장면으로 만들어 놓습니다. 


내가 2시간 동안 덩케르크 해안가의 병사 또는 전투기 안의 파일럿, 병사들을 구출하러 가는 민간인 선장이 되는 체험을 하게 하는 체험 영화가 '덩케르크'입니다. 


오로지 생존에 집중한 영화 덩케르크

영화 덩케르크는 스토리가 복잡하지 않고 스토리로 승부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액션도 아주 많다고 할 수 없습니다만 다양한 함선이 침몰하는 경악스러운 살풍경이 펼쳐집니다. 독일군 폭격기에 폭격을 당해서 함선에서 뛰어내리고 바다에 불이 붙는 등의 해난 재난 영화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이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생존입니다. 주인공이 육,해,공 각각 1명입니다. 이중에서 우리가 가장 마음을 쓰는 주인공은 앳된 청년인 토미입니다. 토미는 전쟁의 공포에 질려서 고향만 생각합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토미는 부대원이 모두 죽고 혼자 살아 남아서 덩케르크 해안가에 도착합니다. 해안가에서 누군가의 시체를 묻고 있는 무언의 친구를 만납니다. 


해안가에는 배를 기다리는 부대원을 바라보다가 부상병을 발견하고 무언의 친구와 함께 들것을 들고 병원선으로 부상병을 호송합니다. 
사람들은 부상병 후송을 위해서 비켜주고 둘은 부상병과 함께 배에 탑니다. 어떻게 보면 거룩한 행동일 수 있지만 토미는 그렇게 해야 병원선에 함께 탈 수 있기에 이기적인 행동을 합니다. 이 이기적인 행동을 비난할 수 없습니다. 

이런 행동은 계속 나옵니다. 병원선의 침몰 후에 해안가에 놓여진 낡은 어선에 다른 부대원과 함께 탔다가 배가 침몰 위기에 놓이자 영국군들은 토미와 그 친구를 배 밖으로 나가라고 합니다.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만 죽음의 공포 앞에서 나약해지고 사악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덤덤하게 담고 있습니다.

이런 이기적인 행동을 통해서 인간이 죽음의 공포 앞에서 자기 안위부터 살피는 현실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영국군과 프랑스군을 함께 철수 하는 명령을 받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영국군 먼저 탈출을 시키는 모습을 통해서 영국 만만세!라는 국뽕을 제거합니다. 그럼에도 영화 후반에 감동스러운 장면이 연출되면서 사람들 사이에 가득했던 얼음 같은 마음도 풀어지면서 거룩한 모습들이 펼쳐집니다. 

이 거룩한 모습들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무언의 표정 속에서 전쟁의 아픔을 공감하고 공유를 합니다. 특히 민간인 선장과 그의 아들의 행동은 마음을 흔들어 놓는 뭉클함이 있습니다.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장황하게 설명하지도 않습니다. 내가 영웅이다! 나를 따르라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하려는 인간 군상 속에서 희망을 느끼게 합니다. 


이런 뭉클함은 영화 후반에 잔잔하고 묵직하게 전달됩니다. 도버해협을 건넌 육군 병사들이 공군 니들은 뭐했냐고 힐난을 해도 아는 사람은 안다는 식으로 넘깁니다. 실제로 이 철수 작전에서 영국 공군은 쉬지도 않고 출격을 해서 독일 공군을 막아냅니다. 또한 영국 공군의 피해가 더 많았습니다. 영국 공군이 하늘에서 독일 폭격기와 전투기를 막아냄으로써 완벽에 가까운 철수 작전을 펼칩니다.

혹자는 독일군 1명 나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 영화는 아군, 적군이라는 이분법으로 그리는 흔한 전쟁 영화와 괘를 달리합니다. 로지 생존이라는 키워드로 돌격합니다. 더구나 히틀러라는 말도 나오지 않습니다.


표정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장면도 참 많습니다. 독일 급강하 폭격기의 싸이렌 소리는 연합군을 미치게 합니다. 이 공포를 병사와 장교의 표정을 통해서 보여줍니다. 2시간짜리 전쟁 체험, 철수 작전 체험 영화입니다. 

전쟁 영화 자체를 싫어하는 분들이나 전쟁 영웅담이나 거대한 액션, 화려한 액션과 복수극을 꿈꾸는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만 전쟁이 얼마나 사람을 잔혹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그런 환경에서도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희생정신이 가득히 베어나오는 수작입니다. 역시 놀란 감독의 작품입니다. 

볼만한 영화입니다만 다만 호불호가 강하기 때문에 모든 분들에게 추천은 어렵습니다. 전 2시간 내내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군인들의 공포를 넘어 인간들의 공포에 대한 치떨리는 현실감이 가득합니다. 사운드와 영상의 승리입니다. 아이맥스로 보라는 이유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봐도 좋은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평 : 영상과 사운드의 박진감이 가득한 2시간 짜리 전쟁 체험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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