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효용성은 무엇일까요? 전 감히 말하자면 예술은 우리의 삶을 투영하는 도구입니다. 슬프고 힘들 때는 큰 위로가 되어주고 기쁘고 즐거울 때는 함께 웃어주는 친구입니다. 영화도 비슷한 효용성을 주지만 예술은 그 깊이와 넓이와 다양성이 더 풍부합니다. 

가끔 과천 현대미술관을 갑니다. 이상하게 집에서 서울관과 과천관이 비슷한 거리지만 서울관을 더 많이 가게 되네요. 아무래도 과천관은 여행의 느낌이고 서울관은 주변에 갈 곳이 많아서 그런지 겸사겸사 지나가다가 들리는 경우가 많네요. 

서울관을 더 많이 가지만 과천관을 가면 항상 기분이 좋아요. 작은 여행의 느낌도 나기 때문이죠. 더구나 봄에는 과천관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서울 인근에서 가장 아름다운 벚꽃 길을 가진 곳이 과천 현대미술관(서울대공원 길)가는 길입니다. 서울의 벚꽃 개화 시기가 4월 6일이라고 하는데요 여기 과천 벚꽃길은 약 1주일 뒤에 절정입니다. 따라서 4월 10일 전후로 절정이 될 듯 하네요. 

아직 꽃이 피지 않아서 셔틀 버스를 타고 과천 현대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4호선 대공원역 4번 출구로 나가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셔틀버스 승차장이 있습니다. 운행시간은 20분에 1대씩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편하게 셔틀버스를 타고 갈 수 있습니다. 참고로 벚꽃 필때는 셔틀버스를 타면 벚꽃길을 빙빙돌아갑니다. 현대미술관 관람하고 나올 때는 걸어서 대공원역까지 갈 것을 권합니다. 


과천 현대미술관은 접근성이 좋지 않지만 대신 멋진 풍광을 자랑합니다. 마치 소풍 나온 느낌입니다. 그래서 항상 여행의 느낌을 줍니다.


현재 과천 현대미술관은 다양한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 현대미술작가 시리즈인 <송번수 50년의 무언극>과 교육을 소재로 한 <레슨 제로>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 현대미술작가 시리즈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데 작년 1월에 육명심 사진작가의 전시회에서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현대미술관은 국내의 유명 미술가와 사진가를 재조명하는 시리즈를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송번수 50년의 무언극> 전시회는 무료는 아니고 2,000원의 관람료가 있습니다. 요즘 고가 예술 전시회도 많은데 2,000원이면 저렴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현대미술작가 시리즈의 2017년 첫 전시로 송번수 미술가를 모셨습니다. 3월 10일부터 6월 18일까지 과천관에서 전시를 합니다. 꽤 긴 시간 전시를 하기에 벚꽃 피는 시기에 들려보세요. 전시는 1층에서 전시를 합니다. 꽤 큰 공간에서 송번수 미술가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송번수 미술가(1943 ~ )를 모르시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간단하게 소개를 하자면 송번수 미술가는 공예 전시가로 유명합니다. 특히 섬유 공예 분야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분입니다. 가시와 그림자라는 주제로 수십 년간을 천착해서 가시 작가로도 유명하죠. 

2001년 헝가리 개국 1000년 기념 타피스티리 전시에서 최고상을 수상할 정도로 국제적인 명성도 높은 분입니다.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서 홍대 미술대학 공예학과를 졸업한 후 작품 활동은 60년대부터 시작합니다.


1층 중앙홀 1960 ~ 1990년대의 판화작품

1층 중앙홀은 중정 개념이 투영되어서 태양 빛이 온화하게 내립니다. 명당 자리죠. 이 중앙홀에서는 196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판화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전시 구성이 연대기 순으로 되어 있어서 송번수 작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판토마임 -2353 1,2,3. 1971년> 

송번수 작가는 초기시절에는 판화 작품과 실크스크린 작업을 진행합니다. 판토마임 시리즈는  실크스크린 기법(세리그라프)으로 만든 판화작품입니다. 1970년대 초 작가는 진공관, 열쇠, 컵 등의 일상 제품을 소재로 한 세리그라프 작업을 합니다. 판화라서 그런지 콘트라스트가 아주 강해서 명징해서 좋네요



<공습경보 시리즈. 1974년>

송번수 작가는 "작가는 시대의 기록자이자 감시자, 비판자여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말에 크게 공감합니다. 많은 예술가들이 시대를 작품에 투영하지 않고 개인 안으로만 천착합니다. 그걸 크게 지적할 수 없지만 이 하수상한 시절 예술가 중에 얼마나 시대의 변화와 울분을 예술로 승화하나요? 어찌보면 콜렉터를 위한 작품만 만드는 것이 큰 흐름이 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그런면에서 송번수 작가의 시대 의식과 시대에 대한 고민은 보고 배울 것이 많습니다. 이 공습경보 시리즈는 서슬퍼런 유신정권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작품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사람들에게 공포를 이용해서 정치를 하던 시절이었죠. 이에 송번수 작가는 공습경보의 5단계를 표현한 시리즈로 시대에 저항합니다. 


입구에 놓여진 작품도 흥미롭습니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을 담은 동아일보 호외입니다. 서로 으르렁거리다가 어느날 갑자기 북한과 함께 통일의 기반을 구축한다는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됩니다.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 공동성명입니다. 

송번수 작가는 이 호외를 여러 장으로 프린팅해서 전시했습니다. 호외와 판화의 공통점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입니다. 사진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판화와 사진은 형제 같아요. 이 작품을 입구에 전시한 이유는 1972년 7월 4일 때보다 2017년이 더 못한 남북관계에 대한 항의로 전시한 것도 있다고 하네요. 정말 요즘 남북 관계는 분단 이후 최악이 아닐까 합니다. 



타피스트리 작품이 가득한 제 1전시실

뮤지션들도 장르 변신을 합니다. 발라드 가수가 트로트 가수가 되는 경우도 있고 록커가 발라드 가수가 되기도 합니다.
송번수 작가도 변신을 합니다. 송번수 작가는 1977년 석판화를 배우기 위해서 파리로 유학을 갑니다. 이후 큰 변화가 생깁니다. 판화 대신에 타피스트리로 작업을 합니다. 타피스트리가 뭔가 했습니다. 


타피스트리는 섬유 예술로 작품 하나 하나 씨줄과 날줄로 만든 작품입니다. 판화는 대량 생산이 가능한 찍어내기 작품인데 이 타피스트리는 대량 생산의 반대 개념일 정도로 한땀한땀 만들어야 합니다. 따라서 작품 제작이 쉽지도 않지만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라크에서 온 편지. 2006년>

한땀한땀 짠 작품 중에는 대형 작품도 많습니다. 이 타피스트리에 가시라는 소재를 사용합니다. 이후 송번수 미술가는 가시 작가라는 정체성이 성립이 됩니다. 이 가시 이미지는 사회 부조리에 대한 고발과 개인적 독백과 종교적 메시지까지 다양한 함의를 담고 있습니다. 제가 놀란 것은 실로 만든 이 작품인데도 사진처럼 정교한 음영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그림이나 사진 같이 느껴집니다. 마치 가시가 뒤에서 뚫고 나오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위 작품은 이라크의 자살 폭탄 테러를 보고 세상을 고발하기 위해서 만든 작품입니다. 사회 고발성은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송번수 작가는 2000년대부터 가시가 뒤에서 튀어 나오는 작품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절망과 가능성을 담고 위함입니다. 


<2011. 3. 11.  2011년작>

위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을 타피스트리로 만든 작품입니다. 제가 경험한 많은 재난 중에서 가장 공포스럽고 두려웠던 재난이 동일본 대지진입니다. 당시 해일에 떠 다니는 부유물을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1전시실에는 판화 작품도 있습니다. 위 이미지에서 장미는 민주주의를 상징합니다. 병든 민주주의를 가진 나라 한국을 간접 비판했네요. 


다른 방에도 타피스트리 작품들이 가득합니다. 


<서기 2000년>

이 작품은 서기 2000년 작품으로 작가가 사용하는 다양한 연장을 담았습니다. 도끼, 망치, 정 등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네요.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분노의 자아 1996년 작>


가시라는 소재로 한 작품은 계속 이어집니다. 그런데 바로 위 작품은 타피스트리 작품은 아니고 파란 가시를 한지를 여러 겹을 깔고 압착해서 만든 작품입니다. 하나의 표현법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실험 정신도 뛰어나네요. 이러니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미술가 중 한 분으로 모셨죠.


같은 주제지만 표현이 다른 작품도 있습니다. 이 작품은 중앙홀에 실크스크린으로 만든 작품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타피스트리로 다시 표현했네요. 상대성 원리라는 작품인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와는 무관합니다.


종교적 색체의 작품도 있습니다. 이 작품은 가시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저는 이걸 보고 X라고 보였지만 기독교인에게는 십자가로 보일 겁니다. 이 작품은 구원을 뜻하는 뜻흔 아니고 세상의 끝났다는 X를 담았습니다.



<미완의 면류관 2002~2003년>

지 작품은 경기도 광주에 있는 능평성당의 의뢰로 2년 동안 제작한 작품입니다. 지 작품은 송번수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제단 벽에 걸려 있는 종교화입니다. 작가는 직선이 아닌 곡선의 가시를 담기 위해서 성경을 찾아보다가 원형으로 된 소재인 면류관을 찾아냅니다. 


미완의 면류관 반패편에는 불타는 가시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가시 시리즈의 종말을 담은 작품입니다. 정말 거장 답게 마무리도 깔끔하게 하시네요.


송번수 작가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1전시회장 출구에는 송번수 작가의 자화상이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자신의 이미지가 점점 사라지는 시리즈로 자신을 담고 있네요. 참 유쾌한 미술가 같습니다. 이런 경쾌함과 사회부조리에 대한 끊임없는 고발과 비판 정신이 아름답습니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미술가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미술계에서 송번수 작가의 위상은 높습니다. 현대미술관은 덜 알려진 미술가도 적극 발굴해서 소개하고 있네요. 가시 시리즈는 잊혀지지 않을 듯 합니다. 가시를 보면서 그 가시의 아픔과 시대의 아픔과 제 개인적인 울분이 함께 천을 뚫고 나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벚꽃 피는 이 봄 현대미술관에서 미술관 데이트 해보면 어떨까요? 이 전시회 말고 다른 좋은 전시회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전시명 : 한국현대미술작가 시리즈 <송번수_50년의 무언극>
전시기간 : 2017년 3월 10일(금) ~ 2017년 6월 18일(일)
전시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1전시실 및 중앙올
출품작품 : 판화, 종이부조, 타피스트리 작품 약 100점
참여작가 : 송번수
관람료 : 2,000원 / 유료전시 2개 이상 관람시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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