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무기대백과 사전을 보면서 F-14 톰캣, F-15 이글, F-16 팰콘, F-18 호넷의 제원을 줄줄줄 외웠습니다. 이런 전쟁 무기에 대한 천착은 한 동안 꽤 오래 되었습니다. 그러나 군대에 가서 전쟁 무기에 대한 관심은 다 사라졌습니다. 책에서 보던 전쟁 무기들과 전투시 사용하는 소총이나 전투기들은 실제로는 사람을 죽이는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았습니다.

지금은 전쟁 무기를 싫어합니다. 최첨단, 최고기술, 가공할만한 어쩌고 하는 전쟁 무기 앞에 붙는 형용사들을 들으면 구역질이 납니다. 매일 들리는 사드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귀를 틀어 막아 버립니다. 


Restructure of Climax Scene#1 Digital C-Print 85X125cm 2011 / 임안나 사진작가

2011년 임안나 사진작가의 사진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습니다. 전쟁 무기를 마치 CF 촬영하는 현장처럼 꾸며 놓아서 전쟁 무기를 촬영을 하네요. 제가 웃은 이유는 자동차 광고 사진처럼 촬영하면서 그 주변에 배치한 조명까지 사진에 담았습니다.

이는 전쟁 무기를 주인공으로 하는 것이 아닌 전쟁 무기를 촬영하는 모습 전체를 담아서 전쟁 무기를 조롱하거나 또는 우리가 화보로 보는 전쟁 무기가 어떻게 이미지화 되는 지를 적나라게 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전쟁에 대한 판타지를 가득 가지고 있던 그 시절에서 전쟁의 실체를 간접 체험하고 난 후 전쟁 무기를 혐오하는 단계로 전환된 저에게는 이 멋진 조롱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전쟁 무기 발사 장면이나 우렁창 기계음이나 굉음과 멋진 자태를 보면서 감탄을 합니다. 또한, 우리 군대가 가진 무기를 보면서 늠름하다 자랑스럽다라고 추켜세우죠. 이는 전쟁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해서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알고 있어도 공격용이 아닌 적의 공격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줄 영웅의 이미지라서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제 비판을 가볍게 넘기셔도 되지만 전쟁 무기가 많은 민간인과 애먼 사람들까지 죽이는 도구라는 것을 안다면 전쟁 무기에 대한 존경에 가까운 시선은 줄어 들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군대라는 곳은 프로파간다의 최전선입니다. 군 입대를 자랑스럽게 여기라고 하지만 정작 사회 지도층 중 많은 사람들이 군면제자들이죠. 

군대라는 이미지를 항상 바르고 정의로운 곳으로 만들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군대는 사진과 같은 이미지를 사용해서 포장을 합니다. 이런 프로파간다를 임안나 작가는 프레임을 넓혀서 연출된 이미지, 가공된 이미지라고 까발립니다. 이런 날카로움이 좋아서 임안나 작가의 사진을 좋아합니다.


전쟁과 평화의 이미지가 공존하는 사진전 임안나 작가의 <차가운 영웅>

임안나 사진작가의 개인적이 2017년 3월 2일부터 3월 21일까지 강남역 1번 출구 앞 건물 꼭대기층에 있는 스페이스22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요즘 사진전을 잘 가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사진전시장 나들이를 했네요.


스페이스22는 참 독특한 갤러리입니다.  강남역 거대한 건물 꼭대기층을 전시공간으로 마련한 곳이죠. 특히나 강남역처럼 소비향락의 거리에 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곳이 있다는 것이 아주 신기합니다. 


특히나 이 스페이스22는 주로 사진전시회를 개최하기에 더더욱 좋습니다.  임안나 사진작가의 <차가운 영웅>사진 시리즈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촬영한 전쟁 무기나 전쟁 이미지를 소재로 한 사진전입니다. 이중에서 흑백 사진 시리즈가 아주 좋네요. 

전국 곳곳에 가면 가끔 뜬금없이 퇴역한 전투기, 미사일, 잠수함, 함정을 만나게 됩니다. 제가 뜬금없다고 했지만 전혀 뜬금 없지는 않습니다. 휴전선이 가까워서 군부대가 가까워서 여러가지 이유로 퇴역한 전쟁 무기가 전시되고 있습니다. 전시라기 보다는 썰렁한 공원 조형물로 사용하는 것이 더 정확한 대답이겠죠. 

봄꽃 핀 풍경에 국방색을 뒤집어 쓴 전쟁무기. 참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건 제 생각이고 어울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나를 지키고 가족을 지키고 우리를 지키고 나라를 지키는 전쟁 무기들이 실제적인 전쟁 영웅들이죠. 그래서 천사 날개를 달아줘도 무방합니다. 다만, 적국의 국민들은 악마로 보겠죠

이 전투기 이름이 세이버입니다. 실제로 한국전쟁 당시 대단한 활약을 했죠.


우리가 전쟁을 소비하는 방식은 여러가지입니다. 전시에는 포탄의 파편이 나에게 직접 날아오지만 평시에는 자랑스럽고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멋진 배경그림이죠. 그래서 에어쇼나 군대 행사에 초대된 민간인들은 헬기나 자주포, 탱크, 전투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저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에어쇼에 자주 참석해서 촬영을 합니다. 


그러나 전쟁 무기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이율배반적인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 무기가 전쟁의 도구로 드러날 때는 역겹지만 하늘에 아름다눈 꽃을 수 놓고 생경스럽고 아름다운 기동을 할 때는 보기 좋습니다. 에어쇼의 전투기들은 전쟁 무기가 아닌 쇼의 도구로써 작동합니다. 같은 전쟁 무기지만 이렇게 활용도가 달라지면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겠죠. 


퇴역한 전쟁 무기가 어울리는 공간도 있긴 합니다.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는 퇴역한 전투기, 정찰기, 수송기, 헬기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여기는 공군사관학교였던 곳으로 80년대 중반 공군사관학교가 청주로 이전하면서 보라매공원이 됩니다. 초창기에는 퇴역 전쟁 무기가 없다고 한 10년 전부터 저 수송기와 전투기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인제 같은 곳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조형물이긴 하겠네요. 인제는 휴전선 근처라서 안보 효과도 있을 것입니다. 


한참을 이 사진을 들여다 봤습니다. 견인포와 공룡 그리고 유럽 건물 모습을 한 모델 같은 건물. 이 3가지 이미지는 다분히 한국적인 이미지입니다. 전국 곳곳에 배치된 전쟁 무기 조형물,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 조형물, 그리고 어른들이 좋아하는 유럽풍 건물. 저런 유럽풍 건물은 예식장 또는 러브 호텔들이 많을 것입니다. 

전쟁 무기를 계속 천착하는 임안나 사진작가의 시선이 여전히 좋네요. 우리를 지켜주는 히어로, 사람을 죽이는 살상 도구, 퇴역 후에는 공원을 채워주는 조형물. 사용자는 인간이고 인간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전쟁 무기는 평화의 최전선, 전쟁의 최전선에 배치되는 도구 같네요. 

임안나 작가는 충돌하는 2가지의 이미지를 배치해서 여러 생각을 끌어 올리는 것을 잘 하는 작가입니다. 그래서 사진이 쉽고 편합니다. 충돌하는 2개의 이미지가 펼쳐 놓은 파편을 보고 우리는 각자의 의미 부여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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