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가 시작되던 2000년에 개봉된 <X맨>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습니다. 슈퍼맨 같은 슈퍼히어로들이 1명이 아닌 집단체로 나오는 영화에 눈과 귀가 황홀했습니다. 정확하게는 슈퍼히어로가 아닌 돌연변이들의 싸움을 담은 <X맨>은 다양한 초능력을 갖춘 주인공들의 활약이 대단했죠.

스톰, 로그, 사이클롭, 진 그레이, 미스틱, 찰스 사비에 교수, 매그니토 등이 등장하지만 이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고 리더 역할을 하는 돌연변이는 누가 뭐라고 해도 '울버린'입니다. '울버린'은 손에서 3개의 발톱이 나와서 모든 것을 베어버리는 강력한 힘과 함께 총을 맞아도 바로 치유가 되는 뛰어난 '힐링 팩터' 능력으로 강력한 액션을 선보였습니다.


이 리더 역할을 하던 울버린이 17년 만에 스크린에서 떠납니다. 아니 새로운 울버린을 위해서 자신의 자리를 내려 놓는다는 것이 맞겠네요. '울버린'은 '휴 잭맨'이자 '휴 잭맨'이 '울버린'입니다. 이 휴 잭맨이 X맨 시리즈에서 떠납니다. 떠난다는 말에 그를 붙잡을 수도 놓아줄 수도 없습니다. 배우 자체가 울버린이 되어버려서 그런지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것을 관객도 다 알기에 그의 떠남을 막을 수 없지만 동시에 떠나는 아쉬움이 너무나도 켜서 떠나는 그의 손을 힘 없이 붙잡고 있습니다. 


죽어가는 울버린 속에서 커가는 로건

시대의 배경은 2029년으로 근 미래입니다. 12년 후의 미래라서 현재와 거의 비슷한 풍경이지만 무인 트럭이 다니는 모습이나 유전자 조작 작물이 대규모로 재배되는 모습, 로건이 타고 다니는 리뮤진이 이 세상에 없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근 미래의 모습을 살짝 담고 있습니다. 

2029년은 돌연변이들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돌연변이가 자연 치유가 되면서 점점 자신들의 능력을 잃고 사라지고 있습니다. 울버린도 마찬가지입니다. 울버린은 쫄쫄이 복을 더 이상 입지 않고 로건이라는 본래 이름으로 살고 있습니다. 리무진 택시를 운영하면서 여러 손님을 태우는 택시 기사 일을 하면서 근근히 먹고 살고 있습니다. 로건은 알치하이머 병에 걸린 쇠약해진 찰스 교수를 모시고 있습니다. 


매일 술 기운에 기대면서 삶을 겨우 지탱하면서 사는 로건은 힐링 팩터 기능이 약화 되면서 총에 맞아도 바로 회복되지 못합니다. 발톱도 1개가 잘 나오지 않아서 억지로 꺼내야 하는 등 현저하게 확 늙어버린 모습으로 스크린에 담깁니다. 또한, 영화 내내 무릎이 아픈지 다리를 쩔뚝거리면서 다닙니다. 

이는 '휴 잭맨'의 현재 모습과도 비슷합니다. 17년 동안 한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배우 자체가 많이 늙어 버렸는데 그 느낌을 강제로 젊게 만드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울버린'의 모습은 생경스러운 모습입니다. 더이상 쫄쫄이 복을 입고 지축을 흔들면서 강력한 파워를 보여주던 울버린이 쫄쫄이 복을 벋고 평범한 인간처럼 초췌한 모습, 늙어버린 모습으로 사는 모습은 그 자체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게다가 알치하이머 병에 걸린 찰스 교수는 약을 먹지 않으면 발작이 일어나고 '로건'도 알아 보지 못합니다. 이런 마음 짠한 장면들이 전 이상하게 이전 <X맨> 시리즈나 <울버린>시리즈에서 볼 수 없는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로건은 울버린으로 활약하던 시절 무척 까칠한 캐릭터였습니다. 시니컬이 일상이던 로건이 찰스 교수를 모십니다. 짜증을 내면서도 알뜰살뜰 모시는 모습을 보면 우리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처럼 보여집니다.


로건 앞에 나타난 여자 울버린 로라

그렇게 리무진 택시 기사로 근근히 먹고 살던 로건에게 멕시코 여인이 찾아와서는 자신의 딸인 로라를 캐나다 국경까지 택시로 태워달라고 말합니다. 이상한 일에 엮이기 싫은 로건이었지만 2만 달러라는 선입금 금액에 혹해서 로라를 태웁니다. 


그런데 이 로라를 쫓는 군사 집단이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대규모 병력도 쉽게 물리치는 '로건'이지만 늙어버린 '로건'은 쉽게 제압 당합니다. 그렇게 순순히 로라가 군사 집단에 잡혀 갈 줄 알았는데 로라가 손에서 발톱을 꺼내면서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뛰어난 전투 능력과 치유능력과 발톱까지 영락없이 울버린의 소녀 버전 같습니다.

크게 놀란 로건은 로라를 태우고 국경으로 달립니다. 로라를 연기한 '다프네 킨'은 11살 소녀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액션을 근사하게 잘 보여줍니다. 또한, 울버린처럼 날카로운 표정과 부드러운 표정까지 양가적인 울버린 캐릭터의 느낌을 아주 빼어나게 잘 담습니다.  귀여운 소녀의 이미지와 날이 잔뜩 선 사춘기 소녀의 모습을 모두 보여줍니다. 이런 연기를 한 '다프네 킨'을 선택한 것은 신의 한수입니다. 


골이 깊어야 산이 높아 보이듯 강력한 악당도 크게 중요하죠. 악당은 군사 집단입니다. 로라를 쫓는 군사 집단체의 리더로 나오는 피어스는 강력한 물리 액션을 보여주지 않지만 잔혹함을 잘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영화 <로건>은 강력한 적에 맞서 싸우는 내용이 주가 아닌 '울버린'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가족이라는 뭉클함에 큰 초점을 맞춘 영화입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가족애와 부성애를 느끼는 로건

영화 <로건>의 주제는 인간미입니다. 그래서 영화 제목도 울버린이라는 야수의 이름이 아닌 아닌 본래 이름이자 인간의 이름인 '로건'으로 정합니다. 17년 간 울버린을 지켜본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울버린은 자신이 지켜주고 보호해주고 싶은 주변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자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다 다치거나 죽는 모습에 마음에 큰 상처를 안고 삽니다. 

이런 고통을 줄이거나 피하는 방법은 홀로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X맨 캐릭터보다 고독하고 외롭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성격도 발톱처럼 날이 잔뜩 서 있습니다. 로라를 보자마자 딸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과 연관이 있다고 안 로건은 시니컬을 유지하면서도 로라의 못된 행동을 아버지처럼 막고 훈계합니다. 

찰스 교수와 로건 그리고 정체모를 소녀 로라와 함께 국경으로 탈출하는 여정은 영락없는 가족 여행입니다. 특히, 호텔에서 세 사람이 하룻밤을 묶는데 여기서 찰스 교수도 로건도 그리고 로라도 가족의 따스함을 처음으로 느낍니다. 영화 <로건>은 액션 보다는 이 부성애와 가족애를 잔뜩 끌어 담은 드라마가 더 강한 슈퍼히어로물입니다. 따라서 거대한 액션을 기대한 분들에게는 실망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과도한 액션이 지나쳐서 영화인지 애니인지 구분도 가지 않고 거대한 액션으로 빈약한 스토리를 채우려다가 설탕의 단맛과 함께 끈적거림도 잔뜩 남기는 영화들에 지쳐 있던 관객들에게 인생의 쓴맛과 달콤함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영화로 다가갈 것입니다.

액션 규모나 파괴력은 크지 않지만 잔혹한 액션이 꽤 있어서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는 스토리 자체도 청소년들 보다는 어른들 특히 자녀를 둔 30,40대 부모님 세대들이 보면 눈시울을 붉힐 내용이라서 관람가는 적절하게 보여지네요. 


뜨거운 부성애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더 진해집니다. 수컷 냄새가 진동하던 울버린이 아빠 냄새가 가득한 '로건'으로 진화를 합니다. 마지막 액션 장면은 눈시울이 저절로 붉어집니다. 배우 '휴 잭맨'을 X맨 시리즈에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회한과 함께 아버지가 되어가는 '로건'의 눈물어린 늙은 애비의 액션을 보는 자체가 슬픕니다. 실제로 시사회가 있던 영화관은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는 소리들이 많이 들렸습니다. 

아마도 여러가지 감정이 섞여 있겠죠. 청년 시절에 울버린을 보고 자란 30,40대 분들이 늙어버린 '울버린'을 보면서 느끼는 상심과 '로건'이라는 이름에서 찾은 따뜻한 부성애가 크로스되자 눈물샘을 터트립니다. 저 또한, 살짝 눈물이 그렁거리게 되네요. 영화 내내 얼굴에 피곤함이 가득 담긴 모습 자체가 무척 안 쓰러웠는데 마지막까지 자신의 불꽃을 미래 세대를 위해 태우는 모습에서 큰 감동도 느낍니다. 청년에서 어른이 된 울버린의 마지막 여정이 눈물겹습니다. 


아름다운 마무리가 인상 깊었던 영화 <로건>

리더와 형제들만 가득했던 <X맨>시리즈와 솔로잉하는 외로운 늑대 같은 <울버린>시리즈는 상이하게 달랐습니다. 게임으로 이야기 하자면 파티 플레이를 하다가 솔로잉을 하는 모습이었죠. 두 영화에서 느낄 수 없던 것은 가족애입니다. 

이는 스파이더맨을 빼고 여타 슈퍼히어로물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부문이기도 하죠. 영화 <로건>은 이 가족애를 꺼내듭니다. 아버지 같은 찰스 교수와 딸 같은 로라를 지키는 강했던 그러나 늙어버린 아버지의 뜨거운 부성애를 영화 전체에 뿌립니다. 그렇다고 심각한 내용이나 감동 코드만 담긴 것은 아닙니다. 간간히 유머 코드도 섞으면서 딸 같은 로라와의 감성라인도 잘 조율합니다. 


초반이지만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96%입니다. 대중 영화가 이렇게 높은 지지율을 받는 경우가 흔하지 않는데 꽤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평론가들이 오히려 더 좋아하는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렇게 높은 지지율을 받은 이유는 아마도 영화적 완성도도 완성도이지만 기존 슈퍼히어로물에서 볼 수 없는 에스프레소 같은 진한 드라마가 강하게 들어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네요. 또한, 기존 울버린 팬들에 대한 향수와 연민의 정을 자연스럽게 끌어낸 연출도 큰 몫을 했죠. 

다만, 울버린에 대한 추억이 깊지 않은 분들이나 울버린이나 X맨 시리즈를 거의 안 본 분들에게는 영화를 오롯하게 다 느끼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액션이 많고 큰 것도 아니니까요. 그러나 울버린 그리고 '휴 잭맨'팬이라면 울버린 시리즈 중에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고 큰 의미로 다가오는 영화입니다. <로건>에는  속사 권총의 달인인 고전 서부 영화 <쉐인>이 나옵니다. 어린 시절 쉐인이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뭉클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 기억이 다시 살아나게 하는 영화입니다. 

잘가요! 로건, 잘가요! 휴 잭맨. 그동안 고생했어요


별점 : 청년 울버린이 아버지 로건이 되다. 
별점 : ★★★★

<로건>은 2월 28일 개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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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7.02.25 12: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볼 영화들이 속속 나오는구만요 ㅎ

  2. 심광남 2017.02.25 17: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른 보고싶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