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시에 사람을 죽이면 살인자지만 전시에 사람을 그것도 많이 죽일수록 영웅이 됩니다. 이게 엄혹한 현실 세계의 논리입니다. 그런데 전시에 그것도 군인이 살인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영창이죠. 집총 거부는 영창입니다. 그래야 군대가 질서가 유지되고 운영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룰을 깬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데스몬드 도스'입니다.


동생을 죽일 뻔한 도스, 생명을 구하는 희열을 느끼다

'데스몬드 도스(앤드류 가필드 분)'은 어린 시절 동생과 싸움을 하다가 동생을 죽일 뻔 합니다. 그 충격에 생명의 소중함을 크게 깨닫게 됩니다. 게다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서 생명을 앗아가면 지옥에 간다는 공포가 그를 폭력성에서 멀어지게 합니다. 

그렇게 건실한 청년으로 자란 도스는 자동차 사고로 동맥이 끊어진 사람을 구한 후, 의사로 부터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셨네요"라는 말에 희열을 느낍니다. 어린 시절 동생을 죽일 뻔 했는데 사람을 살렸다는 소리에 큰 기쁨을 느낍니다. 게다가 그 병원에는 천사 같은  간호사인 '도로시 셔트(테레사 팔머 분)'도 만납니다. 

도스는 도로시와의 데이트를 즐기면서 하루 하루 행복한 나날을 보냅니다. 그러나 2차 대전이 발발하고 많은 친구들이 전장으로 떠납니다. 도스는 병역 대체 요원으로 고향에서 근무해도 되지만 친구들만 전장터에 보내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도로시와의 결혼을 약속한 상태에서 군대에 자원입대를 합니다. 


집총을 거부하는 신념과 군대의 갈등

도스는 군대에 입대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총을 쏘지 않겠다면서 집총을 거부합니다. 군인이 애인보다 소중한 소총을 집지 않는 것은 거대한 항명입니다. 도스는 집총을 하지 않아도 군입대가 가능하다는 소리에 입대했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사병이 보는 가운데 총을 집지 않는 것은 군대에 대한 저항이라서 가만히 둘 수 없습니다.

여기에 동료 사병들도 도스의 이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무리 종교적인 신념이라고 하지만 군대는 필연적으로 살인을 해야 내가 사는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곳인데 이걸 거부합니다. 이에 군에서는 도스를 설득하기 위해 집단 따돌림이나 사역 은밀한 구타 등등을 동원해서 도스를 회유하려고 하지만 도스의 신념을 누구도 꺾지 못합니다. 영화 <핵소 고지>는 영화 전반부를 군대에서 신념 때문에 괴롭힘과 괴로움을 당하는 도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총없이 전장에 도착한 도스. 동료들을 구하다

우여곡절 끝에 총 없이 오키나와에 도착한 도스는 올라가면 전멸을 반복하는 '핵소 고지' 앞에 섭니다. 이 '핵소 고지'는 아주 독특한 지형으로 그물망을 타고 올라가야 일본군 진지를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그물을 타고 올라가서 일본군을 물리쳐도 갑자기 일본군들이 동굴에서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쉽게 점령을 하지 못합니다. 

'핵소 고지'를 점령해야 오키나와를 점령하는 것이고 오키나와를 점령해야 일본을 점령하는 것이라서 전멸을 거듭해도 미군은 새로운 병력이 도착하면 바로 바로 '핵소 고지'에 올려 보냅니다. 이 피비린내 가득한 전장에서 도스는 총없이 동료들을 하나 둘 씩 구하기 시작합니다. 대대원들이 일본군의 기습 공격에 그물망을 타고 다 철수를 했지만 도스만은 남아서 포탄과 총에 맞고 신음을 하고 있는 동료를 구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구한 동료가 무려 75명입니다. 총 없이 75명을 구한 전쟁 실화를 영화로 만든 <핵소 고지>는 삶을 파괴하는 것이 주업무인 듯한 전쟁에서도 생명을 구하는 손길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강하고 잔혹한 장면들이 많지만 핵소 고지 전투 자체에 대한 묘사는 약하다

영화 <핵소 고지>는 전쟁 드라마입니다.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 봐도 이 영화가 지향하는 주제는 뻔한  용기와 희생입니다. 이런 스토리를 올드한 아카데미 회원들이 참 좋아하죠. 어떻게 보면 아카데미 회원들이 좋아할만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비교할 만큼 재미가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먼저 초반의 신념을 강조하는 부분이 별다른 액션이 없어서인지 살짝 지루합니다. 신념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 없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장황하게 펼쳐지네요. 그렇게 1시간을 달리면 드디어 오키나와에 도착해서 전투가 벌어집니다. 전투 장면은 생각보다 꽤 화려합니다. 슬로우 모션과 탄피가 총구에서 나가는 장면 FPS 장면과 비슷한 1인칭 시점 등등 다양한 테크닉을 보여줍니다. 특히나 과하다고 느낄 정도로 포탄이 터지고 군인들이 나뒹구는 장면 등등은 꽤 박진감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가장 큰 패착은 핵소 고지에 대한 전체적인 부감 장면이 없습니다. 어떤 고지인지 어디가 적의 위치고 어디를 뚫어야 승리할 수 있는 지 등의 전체적인 전장터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네 압니다! 주인공이 위생병이라서 전쟁 승리보다는 전쟁터에서 신음하는 부상병을 구하는 것이 핵심이기에 그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의 전장터에 대한 정보를 전해 줘야 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그 높은 이해도 속에 주인공의 활약이 더 도드라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없습니다.

또한, 오키나와라고 하지만 오키나와 느낌은 없고 거대한 세트장에서 촬영한 듯한 액션 등은 좀 아쉽습니다.
게다가 생각보다 잔혹한 장면들이 꽤 많이 등장합니다. 사지 절단과 그보다 더한 참혹한 장면이 자주 나와서 전 이 영화가 최소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은 줄 알았는데 15세 이상 관람가네요. 어떻게 이런 영화가 15세 이상 관람가가 되었는지 좀 이해가 안 가네요. 필요 이상으로 참혹한 장면 때문에 온 가족이 함께 볼 만한 영화는 아닙니다.


올드한 연출이지만 안정된 연출력을 보여준 '멜 깁슨'

이제는 배우 보다는 감독으로 활동을 더 많이 하는 듯한 '멜 깁슨'의 연출력은 1995년 '브레이브 하트'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006년 '아포칼립토' 이후에 10년 동안 영화 연출을 하지 않았습니다. '멜 깁슨'은 이 영화 <핵소 고지>를 아주 올드한 연출 기법으로 연출을 합니다. 딱 전형적인 전쟁 드라마의 연출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게 촌스럽다기 보다는 2차 대전 분위기를 적절하게 풍겨주는 연출 같아서 연출은 무난한 편입니다. 여기에 '앤드류 가필드'와 '샘 워싱턴', '휴고 위빙' 등등의 연기도 꽤 조화롭습니다. 그냥 잘 만든 전쟁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뭔가 가슴을 터지게 하는 힘은 약합니다.

비폭력주의자인 도스가 75명을 구하는 과정이 감동스럽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박진감도 약하고 주제의 메시지가가 마음까지 전달되지 못합니다. 여기에 종교에 대한 신념이 가미되면서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분들에게는 더더욱 그 의미가 전달되지 못합니다.  그냥 저냥 볼만한 영화네요


전시에 사람을 살리는 영웅도 있다고 말하는 <핵소 고지>

전쟁 영웅은 적을 얼마나 많이 죽였느냐에 따라서 명성이 달라집니다. 살인 행위지만 전시에는 생명에 대한 가치가 낙엽 취급을 받습니다. 그러나 이 전시에도 총 없이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린 전쟁 영웅이 있습니다. 영화 <핵소 고지>는 75명을 구한 전쟁 영웅 도스의 무용담(?)을 담고 있습니다. 실화가 주는 힘이 묵직합니다만 그 묵직함을 넘은 감동을 영화가 잘 전달하지는 못합니다.  그냥 그런 영화네요.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전쟁 논리를 개인의 신념이 이겨낸다는 강인한 의지입니다. 집단을 개인의 신념이 이겨내는 메시지가 크게 각인되네요. 


별점 : ★★★

40자평 : 삶은 파괴하는 전쟁터에서 생명을 조립하는 도스의 감동 스토리, 그러나 묵직한 느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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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7.02.23 13: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실화영화엿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