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가 생명인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A.I의 충격에 사람들이 미래에 사라질 직업으로 단순 노동을 하는 직업들이 사라진다고 말하고 있고 실제로 은행은 명예퇴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근 미래에는 회계사도 변호사도 증권사 직원도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하죠. 이런 엄혹한 시대에 A.I를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뚜렷한 방법이 딱 한 가지 있습니다. A.I 보다 똑똑하긴 어렵지만 A.I보다 창의적인 일을 하면 됩니다. 창의 창조라는 소리를 귀에 딱정이가 생길 정도로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창의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창의력 좋은 분들에게 창의에 대해서 들어보는 것이 가장 빠르겠죠?
더난출판사가 올 2월에 선보인 <세상에 없던 생각>은 10명의 크리에이터들에 들어보는 창의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책은 인터뷰 형식이라서 아주 쉽게 읽힙니다. 인터뷰집의 좋은 점은 구어체라서 귀로 듣는 말처럼 쉽게 잘 소화가 된다는 점이 있지만 나쁜 점은 알맹이가 부실한 점이 있습니다.
이 책도 그런 인터뷰집의 문제점을 그대로 간직한 책입니다. 초반에 초치는 일이지만 창의에 관한 엄청난 비밀이나 대단한 비법을 담은 책은 아니고 그냥 남들보다 잘 나가는 창작자들에게 가볍게 들어보는 창작 비법을 담은 책입니다. 따라서 진중하고 진지하게 읽기보다는 가볍게 읽어 볼만한 책입니다.
제가 이 책을 유심히 본 이유는 인터뷰에 참여한 창작다들이 제가 잘 알고 있는 분이 꽤 있었습니다. 그 친근함에 부분 부분 읽다가 거의 다 읽어 버렸네요.
인터뷰에 참여한 창작자는 미생으로 유명한 만화가 '윤태호', 1박 2일의 PD였던 '나영석', 인기 BJ인 '대도서관', 영화 <끝까지 간다>, <터널>의 감독인 '김성훈', 에피톤 프로젝트의 '차세정', <자니 익스프레스>라는 단편 애니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애니 감독 '우경민', 인기 광고 카피라이터인 '박웅현',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편하고 사랑스럽고 그래'라는 일러스트 시리즈를 그리는 '퍼엉', 뮤지컬 연출을 하는 '장유정', 건축가 '김창중'의 인터뷰가 담겨 있습니다. 이 중에서 8명의 내용을 읽어봤고 이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창작자는 미생의 '윤태호'만화가입니다.
그가 만화를 만드는 과정은 집요함입니다. 회사 생활을 한 번도 안 한 그가 회사 생활을 극강의 디테일로 잡아낼 수 있었던 것은 배경지식을 우공이산처럼 층층이 쌓아 올리는 과정이 있었더군요. 자신이 모르는 분야도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서 내 것으로 만든 후에 작품을 만듭니다. 이런 방식이 가장 보편적인 창작 활동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창작도 다 아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더 질 좋은 창작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죠. 더 흥미로운 대답은 그렇게 배경지식을 쌓아 올렸는데 정작 연재가 시작되면 마감시간에 맞춰서 작업을 합니다.
윤태호 작가는 뭔가 쫓기고 압박이 있어야 스토리가 나온다고 하네요. 주요 변곡점만 잡아 놓고 디테일 한 것은 연재가 시작하면 그려 넣습니다. 그래서 문하생들이 그린 배경 위에 캐릭터와 대사만 넣을 수 있게 해 놓는다고 합니다. 저도 이런 부류입니다. 마감이 닥치면 뇌가 풀가동이 되는지 창의력이 콸콸 나옵니다. 반면 <책은 도끼다>라는 책으로도 유명한 카피라이터 '박웅현'은 쉼에서 창의력을 얻습니다. 쉬는 시간일 많이 가지면서 그 여유에서 삶을 관조하고 삶에서 나오는 속 깊은 문장을 끄집어 냅니다. 여유와 현재에 집중하고 현재만 바라보는 삶의 방식에서 창의가 나옵니다. 흥미로운 것은 공적인 삶이 아닌 사생활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하네요. 반면, 나영석 PD는 관찰에서 창의가 나옵니다. 오랫동안 관찰하다 보면 차이를 발견하고 그 차이를 과장해서 방송 프로그램에 담습니다. 그래서 1박 2일의 정말 단순하지만 여전히 인기가 많은 복불복 게임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배경 지식이 힘이라고 주장하는 창작자는 또 있습니다. <끝까지 간다>와 <터널>으로 연타석 홈런을 친 김성훈 감독도 자신이 아는 이야기만 하는 것이 창작 비결이라고 합니다. 또한, 데뷰작이 망한 이유가 나만 재미있는 이야기라서 망한 것을 잘 알기에 동료들의 조언을 잘 듣는 습관을 가지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해서 창작의 공통 분모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각자 창작 스타일이 다 다르니까요. 이는 사람의 체질이나 성격 또는 기질과도 연관이 있죠. 따라서 이 책을 신줏단지 모시듯 읽을 필요는 없고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관심 있게 읽은 창작자는 대도서관입니다. 이분은 아주 유명한 BJ이고 아내도 윰댕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유명 BJ입니다. 철저하게 혼자 작업을 하는 그의 스타일과 창작 과정이 꽤 흥미롭네요. 가볍게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창작자들도 말하지만 창작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 각자 방식이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공통점을 찾자면 창작에 들이는 시간과 배경지식이 큰 원동력이 되는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뭐든 잘 알고 많이 알면 그 분야에서 큰 인기를 끄는데 큰 도움이 되겠죠. 여기에 운도 필요합니다. 저도 여기에 글을 쓸 때 배경지식이 없는 분야는 글이 잘 써지지도 않고 써도 매끄럽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진, IT, 문화에 대한 글은 자료 조사도 안 하고 술술 잘 써집니다. 다 배경지식이라는 든든한 언덕 덕분이겠죠. 창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창작자 누구나 성공하지 않습니다. 성공의 열쇠는 따로 없고 성공하고 나니 열쇠가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스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