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찾아오는 인기 아이돌 미술가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약 30명 정도로 구성된 화가 집단인데 매년 한국에서 장기 공연을 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아이돌 미술가들은 죽은 사람들입니다. 그 아이돌 그룹 이름은 '인상파'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현재 한불수교 130년 기념 르누와르의 여인이라는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전시회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아이돌 스타들이 있을까? 죽어서도 인기 많은 아이돌 스타 같은 인기 화가들

이 지구에 나고 사라진 미술가들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유명한 화가들은 대부분 인상파 화가입니다.
지금 당장 내가 아는 유명 화가 이름을 읇어보세요. 마네, 모네, 고흐, 밀레, 르누아르, 드가, 피카소 등이 자동으로 나올 것입니다. 이 중에서 피카소와 밀레를 빼면 대부분이 인상파 화가들입니다. 

이렇게 인상파 화가들이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가 뭘까요? 다른 나라에서는 인기가 없냐고요? 다른 나라에서도 인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처럼 이렇게 큰 인기를 끌지는 못합니다. 한국처럼 매년 인상파 화가들의 대형 전시회가 꾸준하게 열리는 나라도 없습니다. 딱 한 나라가 있는데 그 나라는 일본입니다. 인상파 화가들이 한국과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요? 그 이유를 제 나름대로 생각해 봤습니다. 


1. 밝고 화사하다

<양산을 든 여인, 1875 // 모네 작품>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 인기 있는 첫번 째 이유는 다른 화가들의 그림과 달리 밝고 화사합니다. 위 모네 그림을 보면 어두운 색이 안 보일 정도로 전체적으로 화사합니다. 이런 화풍은 모네뿐 아니라 르누아르, 고흐에게서도 선명하게 잘 보입니다. 이렇게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 밝은 이유는 야외에서 그림을 그렸기 때문입니다. 

이전의 화가들은 종교화나 돈 많은 상인이나 귀족 또는 왕을 그리던 초상화가나 종교화가가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주로 실내에서만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19세기 후반 사진이 발명되면서 밥줄이 끊기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그림을 잘 그려도 사진의 뛰어난 재현력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이에 인상파 화가들은 캔버스를 들고 야외로 나가서 휘몰아치듯 야외 풍경을 순식간에 잡아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고흐 같은 경우는 하루에 1작품 정도 그렸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그렸습니다. 

아무리 밝은 실내라고 해도 태양빛이 가득한 야외에 비할바가 되지 않습니다.
영화 <르누아르>를 보면 르누아르가 실외에서 그림을 주로 그리고 실내에서도 채광이 좋은 아틀리에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인상파 화가들은 밝은 태양 빛 아래서 그림을 그렸고 그 빛이 화폭 가득하게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인상파 화가들을 '빛의 화가'라고 합니다.


2. 강한 붓터치 

<별이 빛나는 밤에 // 고흐>

우리가 그림을 보고 이 작품의 주제나 소재는 참 어떻고 저떻고 말하나요? 대뜸 이 그림의 붓터치가 좋아! 붓터지 중요합니다. 그게 그 작가의 개성이자 정체성 중 하나니까요. 고흐의 붓터치 보세요. 저건 붓으로 그린 것 보다 물감 튜브를 치약처럼 쭉쭉 짜놓은 느낌입니다. 언뜻보면 점묘법이나 모자이크 그림을 느끼게 할 정도입니다.

인상파 화가들은 그림을 빨리 그려야 했습니다. 낮에 본 풍경을 그대로 잡아서 그려야 하기 때문에 아주 빠르게 그려야했습니다. 빠르게 그리다 보니 세밀한 묘사 보다는 하나의 인상을 포착해서 그렸습니다. 그래서 붓터치가 아주 강합니다. 

고흐의 붓터치가 다르고 르누아르의 붓터치가 다르고 모네의 붓터치가 다릅니다. 붓터치만 봐도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개성이 강한 붓터치가 그들의 인기 요소가 되었습니다. 요즘도 갤러리에서 그림을 보면서 붓터치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는 사진을 보고 사진 질감을 논하는 것과 비슷하네요. 전 이 붓터치에 대한 인기 요소가 참 껄끄럽지만 많은 대중들은 그걸 참 잘 따지고 듭니다.


3. 환상과 현실의 혼합체

<사마리 부인의 초상 // 르누아르>

인스타그램 사진들을 보면 필터를 사용해서 올리는 사진들이 많습니다. 사실 그대로가 아닌 필터를 통해서 현실을 왜곡해서 올립니다. 그런 왜곡된 사진을 우리는 참 좋아합니다. 왜 그럴까요? 왜 사실이 아님에도 우리는 좋아할까요? 우리가 세상을 사실 그대로 재현해서 보여준다고 좋아할까요? 우리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현실을 기반으로 한 환상 때문 아닐까요?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을 재현성이 뛰어나지 않습니다. 재현성이 뛰어난 그림들은 신고전주의나 낭만주의 화가들의 그림이 더 정밀하고 뛰어납니다. 그러나 인상파 화가들은 사진이라는 재현성의 괴물이 등장하자 재현성을 포기하는 대신 현실을 각자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환상을 집어 넣습니다. 이는 빠르게 그림을 그리는 것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빠르게 그리다 보니 뛰어난 재현성을 포기하고 대신 화려한 색감과 화사함으로 무장을 합니다. 

이렇게 사실에 대한 포커스를 느슨하게 한 몽화적 그림이 인상파 화가들의 특징입니다. 우리가 아웃포커싱된 사진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흐릿하게 보이는 배경에 대한 내 상상력이 추가 되었기 때문 아닐까요?


4. 풍경과 인물이라는 인기 있는 소재

<알폰스 포네즈의 초상화, 1879 // 르노와르>

대중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진 소재는 풍경과 인물입니다. 풍경과 인물 말고도 세상에는 참 다양한 피사체가 존재하지만 풍경 사진과 인물사진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인상파 화가들의 그린 그림들은 대부분이 풍경과 인물입니다. 그것도 유명한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는 대중들의 사진찍기와 닮았습니다.

소재도 달달하고 화풍도 달달하니 눈이 호강하는 게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입니다.


5. 일본의 영향

한국 서양 미술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일제시대에 한국 서양 미술이 정착되었고 많은 한국의 유명 서양 화가들이 일제시대에 일본 유학을 했습니다. 당시 일본은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무척 사랑했습니다. 그림 자체도 달달하고 좋았지만 인상파 화가들이 일본의 목판화인 '우키요에'에 영향을 많이 받았고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일본인들은 인상파 화가들을 좋아했습니다. 

마치, 해외에서 한류를 좋아하니 우리도 괜히 어깨에 힘주고 한류를 외치는 모습과 비슷하죠.
이렇게 인상파 화가들에 대한 칭송이 높았는데 그 영향이 그대로 한국에 넘어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배운 미술책에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 많은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하네요. 여기에 동양화 또는 한국화도 붓터치를 중요시하는 화풍이 있는 등의 공통점도 있습니다.


넘치는 인상파 화가전. 미술 아이돌이 따로 없다

미술에 관심을 가진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정말 많은 미술전 사진전을 봤습니다. 10년 동안 돌아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매년 인상파 화가들의 미술전은 매년 열린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그 만큼 인상파 화가들이 한국에서 인기가 높다는 방증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미술에 대한 편식이 이렇게 심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프랑스의 기차역인 오르세역을 개조해서 만든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많은 오르세 미술관의 전시품을 한국에서 전시하는 오르세미술관전은 2014년에도 있고 2016년 올해도 있습니다. 이 정도면 정기 공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인상파 화가들의 전시회가 있겠죠. 

어디 인상파만 그렇겠습니까? 인기 있는 유명 클래식 사진가들의 전시회도 꾸준하게 있을 것입니다.
2~3년 마다 하는 '앙리 카르디에 브레송 사진전', '로버트 카파' 사진전도 마찬가지죠.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다고 하기엔 매년 보는 듯한 그림만 장기 전시회를 하는 모습은 결코 좋아보이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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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6.12.17 08: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얼마전 이인성이라는 화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