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들은 참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어렸을 때 뛰어 놀던 고향이라는 개념도 없지만 어렸을 때 살던 곳을 다시 찾아가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마중물이 거의 없습니다. 살던 동네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서 자신이 살던 집이 사라지고 번화가도 새로운 건물이 우뚝 우뚝 솟아서 내가 뛰어 놀던 동네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제가 그렇습니다. 제가 살던 동네는 2000년대 초에 재개발을 통해서 사라졌습니다. 동네가 사라져서 아쉬운 것은 없습니다. 허름한 주택들이 많은 곳이니 편의를 위해서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을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사진으로 담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쉽습니다. 당시는 스마트폰도 없고 디지털 카메라도 보편화 되던 시기가 아니라서 사진으로 담지 못했네요. 

그렇게 추억을 떠올릴 사진 한 장 없네요. 저 같은 서울 시민이 한 둘일까요? 아마 많은 분들이 살던 동네가 재개발이 되어서 대나무 같은 형편없이 못생긴 아파트가 촘촘히 꽂혀 있을 것입니다. 


#박김형준 개인전 옥바라지 사진전

<박김형준 사진>

서대문구는 역사적인 공간이 상당히 많습니다. 독립문도 있고 홍난파 가옥이나 딜쿠샤라는 오래된 서양식 건물도 있습니다.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은 일제 시대의 아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서대문 형무소에서 사라져간 항일 운동가들이 많습니다. 영화 '밀정'에서 나온 곳도 서대문 형무소죠. 

이 서대문 형무소는 항일 운동가와 함께 많은 정치 사범이 갖혀 있던 곳이였습니다. 이 형무소 근처에는 옥바라지를 하는 분들이 기거하면서 가족을 보살핀 가족들이 살던 곳이 바로 옥바라지 골목입니다. 이 동네는 소설가 박완서가 쓴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옥바라지 골목이 최근 롯데 건설이 아파트를 세우고 있습니다. 


<박김형준 사진>

어떻게 보면 흔한 서울의 재개발입니다. 그러나 이 서울의 재개발 방식은 참 여러가지로 문제가 있습니다. 헌집을 헐고 새집을 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유럽 같이 수백 년을 견딜 수 있는 건물도 아니고 습식 건물이라서 건물 내구 연한이 길어야 60년 보통 30년 내외입니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들도 30년이 지나면 배관이나 외관이나 모든 것이 허름해집니다. 그래서 60년대 지어진 초창기 아파트 들이 건물 안전 진단 위험을 받고 강제로 재개발을 합니다.

문제는 재개발을 하게 되면 원주민이 헌집을 팔고 새집에 사는 것이 아닌 원주민이 다른 지역으로 쫒겨나고 돈 많은 외지인이 들어옵니다. 이러다 보니 원주민 재정착률은 10% 정도입니다. 특히,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밀어부친 뉴타운 같이 대규모 재개발은 8~15% 내외입니다. 즉 10명 중 1명 정도만 동네를 밀고 올린 아파트에 살고 9명은 서울 변두리나 경기도로 이사를 갑니다. 이런 식의 개발 방식은 폭력적입니다. 

<박김형준 사진>

일본은 다릅니다. 롯본기 같은 번화가 주변을 개발하는데 무려 10년 이상이 걸렸다고 합니다.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개발을 하지 않고 끊임없이 설득하고 조율한 후에 천천히 개발합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그냥 싹 밀고 새 건물을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그나마 현재의 서울시장인 박원순은 뉴타운 같은 대규모 지역 개발 방식을 줄이고 부분 부분 개발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참 잘못 생각하는 것이 아파트가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2~3층 짜리 건물이 빼곡하게 있는 주택이 단위 면적당 인구 수용률이 더 높습니다. 그걸 알아도 우리는 아파트를 좋아하죠. 아파트가 주차하기도 편하고 살기도 편하니까요. 

그러나 아파트는 마을이 되지 못하고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만 잘 뭉칩니다. 


<박김형준 사진>

옥바라지 골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래된 역사적인 건물이 있음에도 서울시는 역사적 보존가치가 없다면서 개발을 허락했습니다. 서울시장 박원순이 잠시 들려서 이런 식의 개발은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것을 봤는데 결과를 받아보니 그냥 개발이 되는군요. 

아마도 서울시가 사유 재산을 이렇게 저렇게 하지 못하는 것 때문이겠죠. 또한, 서울시도 특별히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나 봅니다. 그럼에도 아쉽고 아쉽죠. 그런데 딜쿠샤 같은 곳은 세금 투입해서 보존하고 옥바라지 골목 건물은 왜 허무는 것일까요? 그 차이가 뭘까요? 역사적 의미가 없어서? 의미는 만들면 생기는 것 아닐까요? 사진작가 박김형준은 이 옥바라지 개발을 반대하는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분하고 원통한 마음을 담은 사진과 기록 사진의 의미가 큰 사진도 있습니다. 


옥바라지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험난한 과정을 담은 사진도 있습니다.  옥바라지 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카메라에 담은 박김형준의 9번 째 개인전 <옥바라지 사진전>이 12월 1일부터 1달간 대학로 책방이음 & 갤러리에서 전시합니다. 박김형준 사진작가는 최근 개발한다고 발표한 강남구 강남구 구룡마을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도시의 그림자를 찾아 다니면서 사진을 담는 사진가입니다. 빛이 들지 않는 곳에 사는 사람들을 카메라라는 빛으로 담는 사진작가. 그래서 전 박김형준 사진작가를 응원합니다. 

이번 전시회는 '옥바라지 책자'도 함께 출간됩니다.

옥바라지 2016 박김형준 다큐멘터리 사진집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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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torirun.blog.me BlogIcon 박김형준 2016.12.01 16: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보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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