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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알 수 없는 세상에 대한 괴로움을 담은 영화 '환상의 빛'

by 썬도그 2016.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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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코와 이쿠오는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란 친구이자 부부입니다. 유미코는 어린 시절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집 밖으로 나가자 따라 나서서 가지 말라고 붙잡지만 할머니는 막무가내로 길을 나섭니다. 어린 유미코는 떠나는 할머니를 바라봅니다. 

저녁에 아버지는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있었으니 또 돌아오실 것이라고 했지만 할머니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 일은 유니코에게 죄책감을 심어줍니다. 그 때 내가 할머니를 더 적극적으로 잡았다면... 이라는 후회를 항상 달고 삽니다. 그때 할머니는 왜 떠났을까? 라는 말에 남편인 이쿠온느 내가 할머니가 아닌데 어떻게 하냐고 대답합니다. 

#갑자기 떠난 남편

유미코와 이쿠오 부부는 가난한 부부입니다. 살림살이도 변변치 않지만 알콩달콩 잘 삽니다. 출퇴근 수단인 자전거를 누군가가 훔쳐가자 먼 동네에 가서 남의 자전거를 훔쳐옵니다. 훔쳐온 자전거를 페인트를 사서 같이 칠합니다.. 모든 것이 손발이 잘 맞는 부부입니다. 부도덕한 일이지만 부부는 크게 게의치 않습니다. 오히려 아내인 유미코는 경찰이다!라고 농담까지 주고 받습니다.

유미코는 남편 이쿠오가 너무 좋습니다. 매칠 아침 공장으로 출근하는 남편을 길까지 따라 나서고 심지어 남편이 일하는 공장까지 찾아갑니다. 사랑이 넘치는 부부는 아기까지 낳습니다. 완벽한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고 생각 했을 때 비보가 들려옵니다. 경찰이 전철에 누군가가 치어서 죽었다면서 얼굴 확인을 부탁합니다. 

이쿠오의 갑작스런 죽음에 유미코는 정신이 나갑니다. 아기가 울어도 아기를 돌볼 생각을 못합니다. 근처에 사는 어머니와 동네 사람들이 도와주지만 유미코는 말수가 확 줄었습니다. 궁금했습니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자기 죽어버린 남편 이쿠오. 그것도 사고가 아닌 철길을 따라 걷다가 죽은 자살에 가까운 죽음으로 유미코는 깊은 상처를 받습니다. 

몇년 후 유미코는 아들과 함께 어촌에서 사는 남자와 재혼을 합니다. 남편이 성실하고 성격도 좋고 남편의 딸과 아들이 잘 지내는 행복한 가정에서 평안을 느낍니다. 다시 찾아온 행복. 그렇게 어촌 생활에 적응할 쯤 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고향에 돌아옵니다. 고향에 돌아오자 잊고 지냈던 전 남편의 흔적을 찾아보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다시 어촌으로 돌아왔지만 한 번 분 마음 속 바람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습니다. 바람은 점점 거세져서 유미코를 삼키고 정처 없이 방황을 하게 됩니다. 이런 유미코를 남편은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지만 유미코는 말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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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세상 때문에 상처 받은 유미코


자의든 타의든 떠난 사람은 말이 없습니다. 특히 자살한 사람이 유서도 쓰지 않고 떠나면 남겨진 가족이나 지인들은 평생을 고통 받습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 결혼한 후 이쿠오. 유미코는 이 두 사람의 갑작스러운 떠남에 항상 울고 있습니다. 어느날 게를 잡아오겠다는 이웃 할머니가 비바람이 불어도 돌아오지 않자 마음을 조립니다. 또 또 다시 자신 때문에 떠나는 사람이 발생할까봐 걱정입니다. 

돌아오지 못해도 유미코 때문이 아님에도 유미코는 모든 것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이에 재혼한 남편은 안절부절합니다. 며칠이 지난 후에 아들 혼자 남겨두고 사라진 유미코를 찾아서 동네 여기저기를 다니지만 유미코는 보이지 않습니다. 유미코는 한 장례 행렬을 따라갑니다. 그렇게 바닷가에 이르러서 남편은 유미코를 찾습니다. 

말없이 남편을 따르는 유미코. 유미코는 묻습니다. "왜 전 남편이 떠났는지 궁금해요" 이에 남편은 아버지 이야기를 해줍니다. "바다에 나가면 환상의 빛이 보일때가 있다고 해. 그 빛을 따라가면 죽어. 전 남편은 그 빛을 본 것이 아닐까?"
세상을 다 알 것 같지만 살수록 더 모르는 것이 인생입니다. 불확실한 것들 투성이이고 이해 못할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납니다.  특히나 왜 죽었는지 왜 떠났는지 말 없이 떠나면 남겨진 사람은 평생 그 궁금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마음이 약해지면 그 굴레에 갖힌 것이 떠난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닌 내가 만든 것이고 내가 잘못해서 내 곁을 떠난 것이라고 자학을 합니다. 제가 요즘 그렇습니다. 나이들수록 경험이 많아지면 정신이 강해질 것 같은데 오히려 더 약해지네요. 경험과 자학은 큰 연관이 없나 봅니다. 점점 불안은 엄습해오고 이 불안을 버릴 수 없을 때가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 불안을 잠재우는 것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죠. 그러고 보면 망망대해를 항해할 때 나를 옳은 길로 안내하는 것이 가족과 친구와 지인이라는 등불 아닐까요?

#너무나 지루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데뷰영화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깊이가 아주 깊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 너무나 지루합니다. 명감독이 되어서 연출하는 영화마다 대박이 터지고 있는 일본의 대표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대뷰작인 <환상의 빛>은 1995년에 연출된 작품입니다. 약 20년이 지난 영화네요. 

히로카츠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봤는데 이 영화 추천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히 지루합니다. 줄거리나 서사로 풀기 보다는 이미지로 풀려는지 필요 이상의 롱테이트가 수시로 눈꺼풀을 감기게 합니다. 이 당시 영화들이 쓰잘덱 없이 롱테이크로 촬영하는 것들이 많긴 했죠. 히로카츠의 다른 영화에 비해서도 재미도 감동도 크지 않습니다.  지금 영화 연출 스타일과도 많이 다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작은 위로가 되는 영화입니다. 특히, 내탓이요 내탓이요라고 자학과 불안 속에서 사는 분들에게 깊은 포옹을 하는 영화입니다. 남들 앞에서 웃는 얼굴로 사는 우리들. 그러나 뒤돌아서 눈물을 글썽이는 분들이 봐도 좋은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평 :  말없이 떠나간 사람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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