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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인문학 강의, 책 따로 읽지 마라. 인문은 삶의 태도이지 지식이 아니다

by 썬도그 2016.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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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은 책과 강연들이 인문학이라는 머릿말을 달고 출판되고 강연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공중파와 케이블TV에서도 인문학 강의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런 인문학 열풍이 한 때는 반가웠습니다. 인문학 열풍이 있기 전부터 인문 관련 서적인 철학, 사회, 문학, 예술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던 터라 인문학 열풍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인문학이 무슨 유행어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어쩌다 인문학 열풍이 불기 시작했나?

인문학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어떤 사회적 현상으로 자연스럽게 발화 된 것이 아닙니다. 살아 있는 슈퍼히어로이자 거대 IT기업의 대표인 '스티브 잡스'의 말 한 마디 때문입니다.

그는 "애플의 창의적인 제품은, 애플이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서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라는 말을 했고 이 말은 국내에 유입되더니 갑자기 잡스옹 가라사대 인문학을 배워라!라는 선각자의 계시처럼 떠 받들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 자체가 참으로 천박스럽고 한국이 얼마나 인문이 얇은 나라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인문이 강한 사람이나 나라는 자신의 주관이 또렷해서 남이 뭐라고 하던 말던 자신의 주관대로 밀고 나가는 줏대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외국의 IT기업 대표가 한 말 한마디에 인문학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넘어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한국이 인문학이 발달하지도 배우려고도 인기도 없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돈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돈 잘 버는 애플사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하니 너도 나도 인문학을 배우려고 합니다. 만약 세계적인 석학인 '노암 촘스키'가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외쳤으면 어땠을까요? 귓등으로도 안 들었을 것입니다. 

돈이 안되는 학문이 인문학이고 그래서 우리는 인문학은 등한시하거나 백안시해왔습니다. 그런데 돈 잘버는 세계적인 갑부 한 마디에 인문학 열풍이 분다? 좀처럼 이해가 안 가는 풍경이지만 한국의 유일한 철학이 되어버린 '먹고사니즘'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인문학 열심히 배워야 돈 벌기 더 쉽다!라는 생각으로 인문학 열풍이 불기 시작합니다. 쉽게 말하면 인문학을 하나의 장식품 취급 또는 돈 버는 팁 정도로 여기는 풍토에서 발화된 '인문학 열풍'입니다. 


인문학 강의, 책 따로 읽지 마라!

2011년 경부터 불어온 인문학 열풍은 인문학 관련 서적과 강의로 이어졌고 지금까지도 인문학 열풍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열풍이 아닌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버렸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인문학 열풍이 무척 반가웠지만 요즘은 인문학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배우는 경향이 많이 보여서 그렇게 달갑게 보이지 만은 않습니다. 

인문학을 배우려는 이유는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위에서 거론한 것처럼 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배우는 분들도 있고 인문학 책과 강의를 통해서 인문학에 대한 지식을 쌓으려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모두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배우고 있습니다. 

각자의 목적 또는 수단으로 인문학을 배우는 것을 크게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인문학을 자신을 치장하는 공작새 깃털 같은 현학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목적이나 지적 호기심이 아닌 단순 지식을 쌓기 위한 도구로 배운다면 그 배움은 오래가지도 않지만 배운 후에도 그 지식이 금방 다 휘발 될 것입니다. 인문학은 꾸준함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열풍에 휩쓸려서 배웠다가 그만 둔다면 시간 낭비일 수 있습니다. 

인문학은 인간과 인간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하는 학문입니다. 물질 문명이 아닌 우리 자신에게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하는 우리에 대한 탐구입니다. 지구에서 태어나고 사라진 수 많은 조상들이 남긴 인간에 대한 연구가 바로 인문학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인문을 배우는 가장 바람직한 목적은 우리 그리고 나를 더 잘 알려고 배우는 것입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각자의 대답을 만들기 위해서 배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그런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꼭 강연을 듣고 책을 읽어야만 할 수 있는 질문일까요? 인문학은 책에서 강연을 통해서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책과 강연을 통해서 깔끔한 지식으로 배우는 것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서 책을 읽고 강연을 듣기 보다는 우리의 삶에서 배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주변과 내 삶을 성찰하는 태도가 인문이다. 

인문은 내 삶을 돌아보는 것도 인문입니다. 또한, 주변의 삶을 통해서 내 삶을 통찰하거나 도움이 되는 그것도 인문입니다. SNS 세상에서 길거리에서 회사에서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에게서 배우는 것이 인문입니다. 좋은 사람에게서 좋은 것을 배우고 나쁜 사람의 삶을 보고 반면교사로 삼으면서 좀 더 바르고 나은 삶을 추구하는 그 자세가 인문입니다. 

따라서 인문은 지식이 아닌 태도입니다. 책과 강연을 통해서 인문의 지식만 배운다면 그건 인문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아닙니다. 그건 얇은 지식 쌓기일 뿐입니다. 인문은 삶 그 자체입니다. 돈 버는 팁도, 경제의 액세서리도 아닙니다. 우리가 왜 사는 지에 대한 진중한 질문 그 자체입니다. 돈 벌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 없듯이 왜 돈을 벌어야 하는 지에대한 질문을 하는 거대한 질문 덩어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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