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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긴 오후의 미행 (윤보선길 북촌한옥마을 삼청동 숲속도서관)

by 썬도그 2016.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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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에서 사진전을 관람하고 발길 가는 대로 몸을 맡겼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자주 찾는 산책길 같은 윤보선길길에 도착했네요. 인사동을 지나서 풍문여고 길이 아닌 그 오른쪽 길이 윤보선길입니다. 이 윤보선길은 길이 참 예쁩니다. 윤보선 저택이 있는데 영화 촬영장소로도 많이 활용되죠. 

윤보선 저택 맞은편에는 예쁜 안동 교회가 있습니다. 안동 교회도 역사가 아주 오래 되었습니다. 1909년 북촌에 거주하는 양반 출신의 기독교인들이 세운 장로 교회가 안동 교회입니다.

안동 교회 옆에는 5층짜리 명문당 건물이 있습니다. 이 명문당 건물은 아주 허름한 건물인데 윤보선 저택을 감시하는 감시탑으로 활용 되었던 곳입니다. 지금은 출판사 건물이 되었지만 하수상한 시대의 흉물이죠. 


 

요즘 종로 경복궁 주변이나 창덕궁 주변에는 한복을 입고 다니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게 하나의 유행이 되었습니다. 저런 예쁜 한복을 집에서부터 입고 오나 했는데 인사동이나 삼청동 주변이나 윤보선길에 한복 대여점이 있습니다. 약 1만원 ~ 2만원을 내고 하루 대여를 하고 고궁을 들어가면 무료입장입니다. 고궁 입장료가 무료라서 한복입고 고궁에 입장하면 외국인들이 자석처럼 달라 붙습니다. 

원더플을 연신 외치면서 한복입은 여자분들과 사진 찍기를 하죠. 이게 하나의 놀이 문화가 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다닙니다. 최근에는 남자분들도 도포와 갓을 쓰거나 도령 복장을 입고 다니더라고요. 이런 걸 보면 국가나 지자체에서 아무리 어떤 문화를 만들려고 해도 자생적으로 생기는 문화가 더 싸고 아름답고 강합니다. 



윤보선길을 지나서 북촌한옥마을에 진입했습니다. 돈미약국을 끼고 올라가면 한옥마을의 메인 코스인 가회동 31번지 길이 나옵니다.



나이가 들면 꽃에 관심이 많아집니다. 내가 꽃이 아니니 꽃에게 관심이 많이 가지죠. 그렇게 꽃이름을 하나씩 외워갑니다. 작년부터 유심히 보는 꽃이 능소화입니다. 주황색 빛이 강렬한 이 능소화는 초여름에 피어서 한여름을 지나 늦여름까지 피네요. 피는 기간도 길고 여름에 피는 꽃이 많지 않아서 더 유심히 보게 됩니다. 

왜? 살면서 능소화를 자세히 안 봤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요즘은 길거리에서 능소화가 핀 모습을 유심히 오래 보게 됩니다. 참 예쁜 꽃이자 여름 향기를 품고 있는 꽃입니다.  그런데 부처님이 쳐다 보네요. 


북촌한옥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북촌 4경입니다. 여기는 사람들이 잘 몰라요. 저도 여기 찾느라고 몇 번을 뒤적거려다 겨우 발견했어요. 


돈미약국에서 쭉 올라가다가 거대한 회화나무가 보이면 왼쪽 언덕길로 약 30미터 올라가세요. 그럼 작은 골목이 있는데 거길 쑥 들어가면 쇠창살이 박힌 벽이 나옵니다. 거기가 북촌 4경이자 북촌 한옥마을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쭉 돌고 나오면 한옥 게스트 건물을 보게 됩니다. 



그럼 북촌한옥마을의 메인 코스인 가회동 31번지 길입니다. 최근에는 줄서서 사진 찍어야 할 정도로 핫플레이스가 되었습니다. 나란히 서 있는 집들이 조선조선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죠. 그러나 이 한옥은 일제시대에 지어진 한옥들입니다. 전통 한옥은 이런 시멘트나 벽돌을 사용한 한옥이 아닙니다. 

쉽게 말하면 개량한옥이죠. 따라서 한국 전통이라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죠. 그럼에도 이런 옛 풍경을 간직한 곳이 서울에서는 여기가 거의 유일합니다. 낙안읍성 같은 곳이 서울에 있으면 좋으련만 민속촌 말고는 없습니다. 또한, 이 집들이 최근에는 외지인들이 집을 사서 박물관 등으로 활용하면서 주거지가 아닌 박물관 거리로 변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젠트라피케이션이죠. 그럼에도 규제도 심하고 여러가지 제약 때문에 풍경이 확확 변하지는 않네요. 


분명이 2007년 한옥마을 풍경과 2016년 한옥마을 풍경은 다릅니다. 처음 이곳을 왔을 때는 동네 산책하는 기분이었는데 요즘은 한옥쇼핑몰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살가운 풍경들을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고양이 줄에 묶어서 산책하기 쉬운 게 아닌데 고양이 산책을 하는 분도 만날 수 있습니다. 


빨간 바퀴 자전거도 사진 먹잇감이죠. 그런데 이 자전거 매번 갈 때마다 있더라고요. 아웃테리어 소품 같네요. 


능소화는 덩굴 식물인지 벽과 지붕을 잘 타고 넘습니다. 


북촌 한옥 마을에 가면 꼭 봐야 할 풍경이죠. 



고개를 돌려서 삼청동 방향으로 이동했습니다. 늦은 오후의 향이 가득 묻어나는 하늘입니다. 


삼청동에도 한옥이 참 많죠. 


하지만 최근에는 예쁜 가게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골목이 참 많아서 좋은 삼청동. 이 삼청동 골목마다 예쁜 가게들이 들어서고 있네요.


예전부터 있었던 닭에 관한 조형물만 전시 판매하는 곳도 있고요. 



삼청동은 편의점, 아파트, 프랜차이즈가 없어서 깨끗한 곳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었는데 편의점과 프랜차이즈는 이미 들어왔습니다. 아파트야 국무총리 공관과 청와대 인근이라서 보안상 짓지 못할거에요. 그래서 삼청동이 예전만은 못합니다. 그냥 강북의 가로수길이죠.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키지 못하고 보편적인 이미지로 변한 것은 참 안타깝네요.



그래도 좋은 변화도 있습니다. 삼청 기차박물관 같은 이색박물관도 새로 생겼습니다. 입장료는 상당히 비싸지만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은 곳이네요. 모형기차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해외에서 더 유명한 국내 회사가 만든 박물관입니다. 



삼청공원은 벚꽃이 참 예쁘게 피는 공원입니다. 이 공원에 숲속도서관이 생겼습니다. 음료를 파는 지역도서관으로 지역주민들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동네마다 이런 공간이 하나 씩 있었으면 좋겠어요. 수익은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고 동네 소통창구로 활용해도 좋고요. 

밤 늦게까지 운영하지 않는 것이 아쉽지만 아이들과 함께 찾아가 볼만한 곳입니다. 


삼청동은 그렇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변해가든 자신의 매력을 간직하면서 변해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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