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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과도한 경쟁시스템 때문에 불행해지는 우리 아이들

by 썬도그 2016.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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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공부 못해도 돼! 바르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고 말했던 엄마 아빠가 바닥권인 성적을 들고 집에 오는 아이를 보면 깊은 한숨을 쉬면서 잔소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많은 엄마 아빠들이 저렇게 키우지는 말아야지. 내 자식은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키워야지 하고 다짐을 하지만 그게 내 아이의 현실이 되면 바로 이런 말이 나옵니다.

"이게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거야! 당장 내일부터 학원 더 다니자"

참으로 이율배반적인 행동입니다. 그러나 누구나 그렇게 삽니다. 영화나 드라마나 여러 매체에서 과도한 경쟁 속에서 시들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측은해 하면서도 당장 내 아이가 그러면 그걸 보듬어주기 보다는 기존 경쟁 시스템에서 낙오하지 말라고 돈을 더 투입해서 어서! 저 경쟁의 사다리를 기어 올라라고 다그치죠.


행복하지 않는 아이들이 많은 나라 한국

매년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는 초등학교 3학년 5학년 중학교 1학년의 행복지수를 발표하고 분석한 자료를 공개합니다. 올해도 그 자료를 곧 발표할 예정입니다. 


자료 출처 : https://www.sc.or.kr/upload/attach/report/report_1432792274451.pdf

작년 자료를 보면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 비교에 참여한 12개국 중에 한국 아이들의 주관적 행복감에서  초등학교 3학년 에서 8.2점으로 꼴찌를 초등학교 5학년에서도 8.2점으로 꼴찌를 중학교 1학년에서는 7.4점으로 앞도적인 꼴찌를 차지했습니다. 

이런 행복 성적표를 받아든 우리 어른들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요? 뭐 우리 어른들도 행복하지 않는데 니들도 별 수 있냐?라고 할까요? 우리 사회가 문제라서 그런 것이구나? 아니면 기성세대인 우리가 문제가 많구나라고 자기 반성을 할까요?


아이들의 삶의 만족도도 한국이 앞도적으로 꼴찌입니다. 물론, 한국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낮은 것은 여러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조사는 좀 더 세분화 해서 측정을 했습니다. 조사 대상수가 작지만 세부적으로 조사를 해서 그런지 대략적인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가족, 물질, 관계에 대한 만족도는 다른 나라보다 낮긴 하지만 크게 낮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항목이 있네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장소 점수가 평균인 7.63보다 한참 낮은 7.13입니다. 돌이켜보면 저 어렸을 때도 놀 공간이 부족해서 공터나 건물 공사하는 공사장 근처나 조그마한 땅이 생기면 거기서 참 많이 놀았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농구 붐이였는데 농구장이 많이 없어서 한 골대에 여러 개의 공이 들어가는 짜증스러움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놀 공간이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아이들이 밖에서 놀지 않고 집에서 pc게임과 스마트폰 게임을 해서 그나마 놀 공간이 부족함에 대한 불만이 해소 될 것 같았지만 그게 아니죠. 

아이들은 놀 공간이 없으니까 게임을 하는 것이지 게임에 미쳐서 집안에만 있지 않습니다. 편하고 안전하게 놀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어른들은 이 놀 공간을 마련해 주지 않았습니다. 집에서는 층간 소음 때문에 뛰지 말라고 윽박지르지 밖에 나가면 조심할 것 투성이죠. 

예상했지만 학교 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낮습니다. 정말 쓰잘덱 없는 것을 배우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아주 심하죠. 아이들에게 이걸 왜 배워야 하는 지를 충분히 설득력 있게 말을 해야 하지만 학교나 가정에서 그런 설득을 하지 않습니다. 대학가려면 공부해야 하는 것들이라고 말하죠. 그렇다고 대학에서 무슨 대단한 학문을 배우냐? 그것도 아닙니다. 대학은 하나의 거대한 취직 학원일 뿐이고 그나마도 취직이 잘 되지도 않습니다. 


자기 자신이 행복에 차지하는 비중도 꼴찌, 시간 선택의 자유도 한국 아이들은 꼴찌입니다. 즉 자기 시간을 자기가 정하지 못하고 부모나 학교가 정해줍니다. 한 마디로 학원 가기 싫은데 학원을 꾸역꾸역 가야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 학원 많이 다녔습니다. 

주산학원, 태권도 학원 참 많았죠. 그런데 보습 학원처럼 학교 공부를 미리 배우고 복습을 하는 식으로 학교 공부에 대한 보충을 하는 학원은 안 다녔습니다. 다니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 학원 자율화가 되면서 사라졌죠. 지금은 어떤가요? 너도 나도 초등학교 때 부터 학업 스트레스를 줍니다. 스트레스는 가정 생활비의 큰 부분을 사교육비가 차지하게 만들었습니다. 모두가 사교육비에 큰 돈을 쓰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 스트레스를 받고 있죠. 

이런 거대한 스트레스 공화국의 원인은 간단합니다. 세상에는 정답이 있다는 획일적이고 편협한 생각이 뭉친 사회 시스탬입니다. 그 시스템을 보통 "경쟁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과도한 경쟁 시스템에 신음하면서도 그게 정답이라는 이상한 나라

한국 아이들 행복감 꼴찌..중학생 되면 확 낮아져(경향신문 기사)
를 보면 중학교 1학년이 되면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확 떨어지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중학생들이 우리 사회의 치열한 경쟁과 탈락의 결과를 내재화하고 있으며, 행복을 위해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인식을 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기사 내용 중 발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안 봅니다. 특히, 음악 경쟁 프로그램은 더더욱 안 봅니다. 왜냐하면 마치 가수에 무슨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풍토 때문입니다. 시원스럽게 고음 잘 올라가고 바이브레이션 잘 떨어줘야 진정한 가수라고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가수는 그 곡을 자기 방식으로 잘 소화해주는 가수가 좋은 가수입니다. 예를 들어 고음이 안 올라가는 벚꽃 엔딩을 부른 '장범준' 같은 가수는 고음이 안 올라가지만 음색도 좋고 곡 해석력도 좋아서 참 좋아합니다. 그나마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음색이 좋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가수들을 인정해 주는데  다른 음악 경쟁 프로그램들은 고음 쫙쫙 올라가야 위대한 가수로 인정해 줍니다. 

한국이 그렇습니다. 꿈에 정답이 있는 나라입니다. 또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도 정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국영수 잘해서 좋은 대학가서 좋은 일자리 구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꿈을 이루는 길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 길은 경쟁이라는 길입니다. 그리고 그 길 끝에는 성공이라는 탑이 우뚝 서 있습니다. 이 정답을 위해서 왜 기어 올라야 하는 지도 모르고 아이와 어른들은 높은 탑을 기어오르고 있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탑을 기어 오르고 있습니다. 같은 탑을 기어 오르니  경쟁은 필수입니다. 다른 사람의 머리를 밟고 기어 올라야 합니다. 옆에서 친구가 쓰러지고 도와 달라고 해도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모른척 해야 효율적입니다. 

왜? 라는 의문 대신 빨리! 노력! 열정!이라는 단어만 외칩니다. 이렇게 왜 경쟁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경쟁만이 해답이자 유일한 출구라고 생각합니다. 경쟁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아예 배운적도 해본적도 없습니다. 오로지 남들보다 빨리 더 오래 일하고 낮은 월급을 받아야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경쟁이라는 것이 아주 살벌하고 피곤합니다. 조금 쉬고 있으면 다른 경쟁자가 자기 앞을 지나치기에 제대로 쉬지도 못합니다. 이러니 세계 최고의 노동 시간을 가진 나라가 되었죠. 여기에 희망전도사와 힐링꾼들이 가득합니다.

왜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는지 왜 우리가 피곤한지에 대한 논의보다는 힘들지? 조금만 참으면 탑 꼭대기에 올라갈 수 있어. 괜찮아! 조금 천천히 가도 돼! 하지만 완주는 해야 한단다라는 식으로 경쟁 시스템을 깨기 보다는 경쟁에서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면서 다시 경쟁이라는 거대한 개미지옥과 같은 경기장에 밀어 넣습니다. 


중학교 1학년이 되면 이 거대한 개미지옥 같은 경쟁 시스템을 인지하게 됩니다. 엄마 아빠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도 알게 되죠. 그리고 자신이 꿈꾸던 세상은 점점 희미해지고 사회라고 말하는 거대한 경쟁만이 해답인 시스템을 알게 됩니다. 
학교에서는 이 거대한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참고 견디고 노력하라를 주입합니다.  

새로운 생각 보다는 주는 지식 꾸역꾸역 먹고 오래 참고 견디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문패에는 창조라고 쓰죠.  한국 아이들이 행복지수가 나이들수록 떨어지는 이유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경쟁 시스템입니다. 한국같이 경쟁이 심한 나라도 없죠. 

항상 내 위치를 확인하고 남들보다 못살면 상대적 박탈감에 더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삶에 등수가 있다고 생각하는 나라에서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발아가 됩니다. 이런 거대한 경쟁은 점점 커질 것입니다. 누구하나 이 경쟁 시스템의 폐해를 말하지 않고 짜증나고 힘들지만 어쩌겠어! 따라야지~~라는 순응만 하면 한국에서 행복한 아이들을 보기는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경쟁만이 최선이고 정답이라는 나라에서는 모두가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경쟁에서 승리한 소수만이 행복할 수 있습니다. 경쟁이 무조건 나쁘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경쟁이라는 도구를 활용해서 좀 더 효율을 끌어 올릴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 사회는 경쟁이라는 도구에 잡아먹힌 것이 문제입니다. 

아이들 행복에 대한 경쟁이나 많이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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