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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전시회

사진 좋아하는 분들이 꼭 봐야 할 사진전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by 썬도그 2016.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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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진이 예술 매체로 인정받은 것은 1980년대부터입니다. 정확하게는 독일에서 유학을 하고 온 구본창이 기획한 1988년의 <사진, 새시좌> 전과 1991년에 진행된 <한국사진의 수평 전> 이후입니다. 한국 사진계의 대혁명과도 같은 2개의 사진전 덕분에 사진에 대한 시선이 기록매체에서 예술의 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시선의 변화가 생깁니다

 

이전의 한국 사진은 다큐 사진만 있었다면 이 2개의 사진전을 통해 흔히 말하는 메이킹 포토 즉 연출 사진이라는 새로운 사진을 선보였습니다. 풍경의 재현이 아닌 창작자의 마음을 재현하는 도구로 시선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후, 종로 일대의 갤러리에서는 사진전이 전시되면서 점점 사진전시회가 늘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잘 아시겠지만 미술전보다 사진전이 더 인기가 많고 질릴 정도로 사진전이 넘치고 넘칩니다. 

 

2007년경부터 좋은 사진전을 많이 찾아가서 챙겨봤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규모 사진전들은 대부분이 1950년대를 전후로 1970년대까지의 기록 사진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사진의 기록성만 보여주는 근대 역사 사진, 1950~80년대까지 담은 기록 사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1980년대부터 태동한 메이킹 포토 흔히 말하는 예술 사진을 모아서 소개하는 사진전이 없었습니다. 대형 미술관 또는 국공립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사진전들은 가장 최근, 가장 핫한 사진가들의 사진만 소개했습니다. 1980년대 예술사진, 90년대, 2000년대 초 예술사진을 볼 기회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다행스럽게도 현대미술관이 이 일을 해냈습니다.

 

1980년대 이후 예술 사진 모듬 전시회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2016년 5월 4일부터 7월 24일까지 장기 전시를 하는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사진전은 현대미술관 서울관 최초의 대규모 사진전입니다. 이 사진전의 특징은 한국 사진이 예술계에서 사진도 예술의 하나의 도구라고 인식하던 1980년대 이후 한국의 예술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진전을 보기 전에 서울시립미술관의 한불수교 130주년 사진전 <보이지 않는 가족>에 비해서 맥락 없는 전시회라는 비판이 강한 글을 읽었습니다. 사람이라는 것이 확고한 지식과 주관이 없는 상태에서는 어떤 글을 읽으면 그 글에 동조하게 됩니다. 물론, 저도 이 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를 보기 전에는 그 글의 까칠한 시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상태로 관람해 봤습니다. 

챕터 1. 실험의 시작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실험의 시작에는 모노크롬 사진을 회화적으로 묘사한 주명덕의 <잃어버린 풍경>과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중 한 명인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과 오름 사진이 있습니다. 마치 화투 같이 보이지만 제주도 오름의 부드러운 곡선을 담은 사진입니다. 챕터 1에서는 기존 기록 사진과 다른 시도를 하는 사진작가들의 사진을 보여줍니다.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이 전시회는 1관 2관 3관까지 하는 대규모 사진전입니다. 1관이 가장 큰 전시공간인데 이 공간을 사진으로 꽉 채우네요. 공간이 넓어서 사진들을 듬성듬성 그것도 큰 사진을 걸어서 전시를 합니다. 

 

챕터2. 개념적 미술과 개념 사진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사진은 미술의 서자였습니다. 지금이야 사진을 미술의 아류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80년대 이전에는 무슨 사진이 예술이야?라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서양에서는 60년대에도 사진을 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하는 모습이 있었지만 한국은 워낙 텃세가 심해서 갤러리 관장들도 사진에 대한 시선이 좋지 못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천대했죠. 그러나 1988년 구본창 사진작가가 <사진, 새시좌>전을 개최하면서 시선이 확 바뀝니다. 풍경의 재현인 달력 사진만 보던 사람들이 연출 사진의 세계를 보고 헉 소리를 냈죠. 사진도 미술처럼 개념 예술이 될 수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구본창 사진작가는 한국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진작가입니다. 강의도 들어봤는데 말씀도 참 잘하시고 고운 얼굴에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최근에는 연출 사진이 아닌 정물 사진을 많이 찍으시던데 다시 예전의 그날 선 모습이 보고 싶네요.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재미있게도 미술은 19세기에 사진이 나온 후에 사진 저 시끼 때문에 밥그릇 빼았겼다면서 노발대발합니다. 사진이 나오기 전까지 미술은 초상화나 정물 등을 그리면서 세상을 그대로 얼마나 똑같이 재현하느냐의 대결의 장이였습니다. 카메라 옵스큐라 같은 치트키를 써가면서 보이는 그대로 유화로 재현했죠. 그런데 사진이라는 녀석이 19세기말에 나오면서 사진이 더 똑같이 재현하는 모습에 기겁을 합니다

 

미술가들은 노발대발했지만 시대의 변화를 눈치 깐 일련의 미술가들이 캔버스를 들고 야외로 나갑니다. 그리고 풍경의 변화를 빠르게 담은 인상파들이 등장하죠. 이후 인상파는 사진의 재현성과 다른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이 사진과의 거리 두기는 추상화에서 절정을 이릅니다. 이후 미래파 입체파 등을 지나서 추상화가 탄생합니다. 

 

사진! 니들은 열심히 재현해. 우린 사진이 표현 못하는 사람 마음 속을 그릴께! 라면서 사진과의 거리 두기를 합니다.
이에 사진계도 우리도 마음 속을 담을 수 있어라고 반기를 들면서 메이킹 포토를 만듭니다. 1960~70년대 개념 예술이 서양에서 인기를 끌자 사진도 개념 미술의 영향을 받아서 개념 사진들이 등장합니다. 개념 사진은 재현 사진으로도 가능하지만 연출 사진으로 보다 쉽게 구현할 수 있었고 연출 사진(메이킹 포토)은 80년대부터 한국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1관을 지나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2관 복도에 있는 사진을 보고 속으로 비명을 질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정연두 작가의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정연두는 미술가로 사진을 즐겨 사용하는 예술가입니다. 이 사진은 아이들이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을 그대로 사진으로 재현한 사진입니다. 아이디어가 아주 독특하죠.

 

챕터 3. 현대미술과 퍼포먼스, 그리고 사진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챕터 3은 비교적 최근에 본 사진들이 많이 보입니다. 김인숙 작가의 대형 사진과 함께 제가 사진을 즐겨찾기 하던 2007년 이후에 나온 사진들이 많이 보이네요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전위미술 1세대인 성능경 작가의 <S씨의 후손들 - 망친 사진이 더 아름답다>는 디스플레이의 승리네요. 저 사진들 모두 B컷이라고 하는 망친 사진입니다. 이걸 사탕비닐과 껌종이와 함께 붙여 놓았습니다.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평상을 촬영한 유형학적인 사진도 인상 깊었습니다. 양혜규 작가가 2001년에 <평상의 사회적 조건>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네요. 제가 사진작가가 된다면 이 평상을 소재로 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이미 누가 찍었네요.

한국 사진들은 소재가 참 빈약합니다. 남들이 찍는 인기 피사체만 엄청나게 찍고 이런 평상에 관심 주는 사람들이 없어요.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있지만 그걸 흔하지 않게 담는 사진가도 많지 않고요.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또 하나의 흥미로운 작가는 오인환 작가입니다. 90%는 제가 아는 사진작가인데 이분은 여기서 알게 되었습니다.
전시는 사진과 디스플레이 모두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우정의 물건>입니다.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작가는 친구네 집에 갔다가 우리 집에 있는 공산품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 집에도 있고 니네 집에도 있는 똑같이 생긴 공산품을 똑같이 펼쳐 놓아서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정말 정말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정말 정말 현대의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몰개성의 시대를 잘 재현했습니다. 전 이렇게 쉬우면서도 뙇 와닿는 사진들이 좋아요. 내면 탐험?? 별로 안 땡깁니다.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여기 소개한 작가들 중에 따로 소개할 작가들이 많네요. 아니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사진작가들 한 명씩 시간 되면 블로그에 따로따로 소개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작가에 대한 설명이 있긴 한데 자세하지 않습니다. 

이 미천한 블로그를 사진학도들도 많이 본다고 하더라고요. 그분들을 위해서 좀 더 깊이 있는 글로 사진작가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대형 미술관이 좋긴 좋군요. 디스플레이 방식도 사진의 감동 재현에 큰 역할을 하는데 공간이 크니 이렇게 전시하기도 하네요.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조습 작가도 참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군대 반합에 흰쌀밥을 올리고 하얀 이를 드러내고 좋아합니다. 조습 작가는 이런 유머코드를 잘 활용하는 작가입니다. 그러나 그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아프고 슬픕니다. 최근에는 떠난 영혼들과 귀천을 떠도는 영혼들을 씻김굿 하는 듯한 사진들을 많이 선보이네요.

저기 출연한 모델들은 작가의 친구들이라고 하네요.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요즘 잘 나가는 김인숙 작가의 새로운 사진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적 통찰이 가득한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따로 포스팅하겠습니다. 

 

챕터 3은 미술로 자리 잡고 미술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현대 미술의 한 장르로 인정받은 사진의 위상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사진가 최초로 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노순택 작가 작품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다큐 사진이 아닌 것이 아쉽기는 합니다. 다큐 사진이 예술 사진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지만 아무래도 다큐 같이 단순 재현 사진은 개념 미술이 강한 예술계로 들어오기는 아직까지는 힘들어 보입니다. 

 

챕터4. 이미지 너머의 풍경 : 상징, 반미학, 비평적 지평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디지털 시대에 들어선 사진은 미술과의 경계를 흐리고 있습니다. 미술가가 사진을 표현 도구로 자유롭게 활용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사진은 사진만의 카테고리가 아닌 시각예술로 통합되어가고 있는 요즘입니다.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오형근 작가의 <소녀들의 화장법>이라는 작품도 볼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전시회는 처음에 거론한 기사처럼 맥락이 정말 없긴 없네요. 이 사진은 챕터 2, 3에 넣어도 됩니다. 이 작품뿐이 아닙니다. 어느 챕터에 집어넣어도 설명이 가능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분류가 정말 매끄럽지 못하네요. 차라리 시간 연대순으로 보여주는 것은 어땠을까요? 그게 차라리 사진의 흐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텐데 맥락이 매끄럽지도 않고 사진들의 분류법도 별로네요.

 

참! 이 작품은 한국 사진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입니다. <소녀들의 화장법>은 소녀들이 어색한 화장을 소개하면서 오히려 소녀들의 정체성을 잘 담은 사진입니다. 한국인의 얼굴을 잘 담는 사진작가가 오형근입니다.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강홍구 작가의 사진도 있네요. 강홍구 작가님은 강연도 맛깔스럽게 잘하십니다. 교사 출신의 미술가로 미술보다는 사진가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초기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패션을 넘어서>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마지막 전시장에는 패션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좀 생뚱맞긴 합니다. 예술사진전에서 패션사진을 전시하는 것이 합당한가?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

 

상업사진의 대표적인 카테고리인 패션 사진은 사진가들의 이름 표시도 없이 그냥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현대미술관은 사진 전체를 아우루는 전시회를 하고 싶었나 봅니다. 뭐 나쁘지는 않습니다. 나쁘지 않은데 이런 식으로 다른 카테고리 작품을 같이 소개할 거면 다큐 사진도 전시해야 하지 않을까요?

보면 1980년대 이후 2016년까지의 흔히 말하는 예술사진 즉 개념미가 가득한 사진들을 잔뜩 소개하는 전시회라서 패션, 다큐멘터리 사진을 배척한 것이 미안하다면 같이 소개를 어땠을까 합니다.

 

전시회 디스플레이는 너무 좋았고 많은 사진들을 한 번에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한국 현대 사진들을 한 장소에서 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입니다. 그러나 맥락이 너무나도 엉성하네요. 사진전 제목인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수많은 현대 사진가들 중 공적인 즉 대중적 합의가 가능한 유명하고 유의미한 사진작가를 셀렉팅한 분들의 사적인 감정으로 선정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아주 공적으로 보이고 싶은 사진작가 셀렉팅을 아주 사적으로 했다는 느낌이 드는 사진전이었습니다. 
워낙 많은 사진가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저기에 참가하지 못한 사진작가들이 섭섭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럼 비판에도 꼭 추천하는 사진전입니다. 이런 많은 사진 그것도 유명한 사진작가들의 사진을 한꺼번에 볼 기회가 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접근성이 편리한 서울 중심에서 합니다.

 

입장료는 4,000원이지만 수요일 / 토요일 오후 6시 30분 이후는 무료 관람이 가능하며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라서 무료입장이 가능합니다. 꼭 관람해 보세요. 현대미술관 서울관위치는 경복궁 돌담 오른쪽에 있어서 찾기 쉽습니다. 

참여작가 
강용석  강홍구  고명근  고승욱  구본창  구성수  김대수  김상길  김수강  김수자  김아타  김옥선  김용익  김인숙  김장섭  노순택  니키  리  민병헌  박불똥  박영숙  박찬경  박형근  방병상  변순철  배병우  배준성  배찬효  백승우  성능경  성완경  송영숙  신학철  양혜규  염중호  오인환  오형근  이갑철  이규철  이명호  이승택  이윤진  이정진  원성원  정동석  정연두  정희승  조습  주명덕  천경우  최재은  플라잉시티  한성필  황규태  K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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