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진들은 너무 얌전하고 조용해서 가끔은 화가 납니다. 달력 사진이나 너무나 고분고분한 사진들이 가득해서 아름답지만 지루함의 연속입니다. 제가 그런 풍경 사진을 많이 보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으로 통해서 하루에도 10장 이상의 매혹적인 풍경 사진을 보다 보니 실제로 사진전시장에서 보는 거대한 풍경 사진도 크기에 대한 감동은 있지만 사진 자체에 대한 감동은 점점 줄어드네요.


<시각예술가 이완의 '한국 여자' 시리즈 중에서>

그런데 한 장의 사진이 논란에 되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촉망 받는 시각예술가 이완의 '한국 여자'시리즈 중 한 장입니다.
이 사진이 논란이 된 이유는 명품 거리인 서울 청담동 '디올 플래그쉽'에서 전시 중인 '레이디 디올 에즈 신 바이'라는 예술품 전시회에서 걸렸습니다. 

이 사진을 본 사람들이  한국 여자 폄하하는 사진이라면서 이완 작가의 사진을 전시장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습니다.
여성 폄하라는 이유는 명품 가방을 든 여자 뒤에 있는 간판 때문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놀이터 룸 소주방'이 있는데 이걸 보고 '룸싸롱'에서 일하고 번 돈으로 명품 가방을 산 여자를 표현한 것이냐며 여성 비하라고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판은 합리적이지도 정확한 비판이 아닙니다.

먼저 저 '룸 소주방'에 대한 몰이해가 문제입니다. 저도 한 번도 안 가봤지만 '룸 소주방'은 검색해보면 어떤 곳인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룸 싸롱'처럼 된 방에서 친구들과 모여서 맥주와 소주를 마시면서 노래도 하고 춤도 추는 밀폐된 공간입니다. 물론, 이런 유흥 공간을 전 반기지 않지만 한 편으로는 '룸 싸롱'과 달리 친구들과 함께 물 걸어 잠그고 노는 곳이라서 건전한 공간으로 보입니다. 

아시겠지만 한국은 방 문화가 발달해서 물 걸어 잠그고 노래를 부르는 노래방과 멀티방 등 좁은 땅덩어리와 높은 인구 밀도로 인해 항상 다른 사람의 시선에 노출되어 있는 스트레스를 외부의 시선이 차단된 방에서 해소하는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룸 소주방'은 친구들의 생일파티나 회사의 회식 등 방에서 아는 사람들끼리 노래하고 술도 마시는 공간이지 아가씨를 부르는 '룸 싸롱'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걸 마치 '룸 싸롱'이라고 단정지은 사람들이 명품 가방을 든 모델을 '유흥업소 여자'로오해를 합니다. 이렇게 몰이해에서 출발한 비판은 오히려 비난을 받아야 합니다. 

또한, '룸 소주방'이 아닌 '룸 싸롱'이라고 해도 일단은 작가의 표현 의도를 들어봐야 합니다. 
뉴스 인터뷰를 들어보면 이완 작가는 디올 명품 가방은 여성의 성공의 아이콘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뒷 골목은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을 표현 한 것입니다. 뒷골목을 볼 때마다 '소리 없는 아우성'같은 현란하고 화려한 간판을 보면 현기증이 납니다. 그게 한국적인 모습이라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작가는 이런 소리 없는 간판들을 한국적인 이미지라고 상정하고 그 앞에 성공의 아이콘인 명품을 배치했습니다. 이완 작가는 하나의 이미지를 배치할 뿐 여기에 어떠한 해석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보여주고 각자 판단하라고 했네요. 

예술가의 의도가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예술가는 A라고 생각하고 작품을 만들고 표현했는데 관람객이 B라고 생각하면 그게 틀린 감상이 아닙니다. 각자 알아서 느끼는 것입니다. 또한,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살아온 삶이 다르고 경험이 다르고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다른데 예술가의 의도와 동일하게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예술가의 의도는 참고는 해야 합니다. 제가 느끼는 이완 작가의 작품은 명품에 너무 집착하는 모습을 비판하는 사진으로 비추어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명품에 대한 과시욕을 비판한 사진으로 보일 수 있고 이는 많은 분들이 비슷한 시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사진을 프랑스 디올 본사가 자신들을 디스하는 사진을 명품 플래그쉽 전시회장에 전시를 했다는 것입니다.

요즘 마케팅은 아주 고도로 발달해서 좋아요를 눌러도 좋고 디스를 해도 좋아합니다. 중요한 것은 시선을 끌어 모으는 것입니다. 
어떤 마케팅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본듯한 사진을 내걸었습니다. 실제로 이런 마케팅은 요즘 흔하게 합니다. 

그러나 이상한(?)일이 벌어집니다. 위위 사진을 보고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자가 명품 가방을 들고 있다는 몰이해에서 나온 시선이 정답이라고 유포되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오늘의 먹잇감으로 이 사진을 고른 후 SNS의 집단 구타를 가했습니다. 여성 폄하라고 악다구니들이 날아 들었고 결국 디올 한국 지사는 이 사진을 전시장에서 내립니다.

문제는 이 여론이 올바른 여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성 폄하라고 느끼는 분들도 있고  그것도 하나의 시선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저 '룸 소주방'은 '룸 싸롱'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얼핏 보고 잘못 이해한 상태에서 내놓은 감상은 잘못된 감상입니다. 그럼 디올 한국지사가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던가 작가의 이야기를 세상 사람들에게 들려줘서 오해를 풀어줬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비난을 한다면 그건 할 수 없죠. 

그런데 이런 과정이 없었습니다. 작가와 대화도 없이 그냥 전시장에서 '한국 여자' 사진을 내려 버립니다. 이는 작가에 대한 모독입니다. 자신의 작품을 어떤 상의도 없이 내리는 것은 예술에 대한 디올의 천박한 시선입니다. 논란이 일어나서 죄송하다는 말도 작가 본인이 해야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 사진은 논란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물론, 명품 가방을 든 여자를 한국 여자의 표본으로 삼은 시선이 불쾌하고 느끼는 것에 대한 분노라면 뜯어 말리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분노한 것은 저 '룸 소주방'에 대한 몰이해에서 출발한 시선입니다. 

이 해프닝을 보면서 한국에서는 여러모로 예술하기 어려운 나라구나라고 느껴지네요. 
이런 사진은 내리게 하면서 정작 내려야 할 금강송을 벌채한 사진가의 사진전은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분노해야 할 곳은 이 사진이 아닌 금강송 사진전 아닐까요? 

몰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럼 디올 한국지사가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고 작가와의 대화를 시도를 하고 작가의 이야기를 언론 매체에 뿌리거나 SNS에 올리면 됩니다. 그런데 천박스럽게 대응을 했네요. 여러모로 씁쓸한 풍경이네요

썬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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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ow 2016.04.16 12: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작품을 본 몇몇의 남성들은 또 성으로 연관지어 상스러운 욕설이나 내뱉을 텐데.. 그 작품과 댓글을 보는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받게 되겠군요.

    • Favicon of http://photohistory.tistory.com BlogIcon 썬도그 2016.04.16 13: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종자들은 그게 낙이에요. 스트레스 받으실 필요 없어요. 남자나 여자나 성대결 하는 종자들은 유아기적인 인간들일뿐

  2. BlogIcon 사람 2016.06.13 11: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사진이 더 놀란이 되는게 저 검은색 드레스도 문제이고 왜 하필 뒷골목의 모습을 유흥가에서 찾아냈다는것도 말이안되구요 이건 작가의 의도보다 상징적으로 너무 보편화된것들로 이루어지다보니 여성혐오해석으로 밖에 보여지지않구요 저급하게 생각되네요

  3. Favicon of http://blog.naver.com/hanyimyeon BlogIcon 다르게 생각합니다 2016.10.12 14: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난번 디올전에 출품한 이완 작가의 작품을 보고, 또 그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가지 논란을 접하면서 저도 조금은 혼란스웠습니다. 예술작품이 단지 한 가지만의 해석을 갖는다면 예술계에서는 그것처럼 슬프고 안타까운 일도 없을 뿐더러, 또 그 작품이 그렇게만 보인다는 것은 우리 사회 자체적으로도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저 또한 예술이라는 것은 모름지기 다양한 해석이 공존할 수 있는 분야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쓴이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디올 한국지사의 대처라든지 작가의 의도를 관철시키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도 부족했다는 점도 십분 동의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예술작품이 전시된 '공간'과 관람 '대상' 및 전시를 기획한 '주최측'이라는 일련의 외부적인 상황들--즉 작품이 갖게 되는 의미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들을 미루어 보아 그같은 논란을 그저 대중들의 몰이해로만 치부할 순 없습니다.

    먼저, 글쓴이께서는 이같은 논란이 '룸 소주방'에 대한 몰이해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그것은 몰이해가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본래 회화나 예술작품으로서의 사진은 그것이 담고 있는 그대로의 사전적인 의미를 전달하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상징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지요. 그 자체로 하나의 은유라는 말입니다. 이런 사실을 전제하고 있을때 '룸 소주방'이 관람객들에게 주는 인상은 앞에 들어간 '룸' 뒤의 '방' 때문인지 홍등가 혹은 사창가의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그러니까 그걸 그렇게 받아들인 관람객들이 잘못 이해한거지!'라고 생각하신다면, 흠 아시다시피 미술에 있어 관람객의 90%는 한 작품을 보는데 10-15초를 넘기지 않지요. 책처럼 글로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다 시각적인 자극이 주를 이루기에 매우 '직관적'인 감상만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작업을 해온 작가였다면 분명히 이러한 사실을 알았을테지요.

    그리고 작품이 전시된 장소 및 주최측이 '디올'이라는 점, 그것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예상 관람객층은 그 '디올'이라는 명품의 소비자층이라는 점에서 작품이 그렇게만 해석될 수밖에 없는 여지가 충분히 존재했습니다. 글쓴이께서는 이미 잘 아실 것 같아서 짧게 언급만 하고 넘어가겠지만 작품이 하나의 지배적인 의미를 형성하는데 있어 여러가지 외부적인 요소가 개입되지요-- 우리는 그것이 좋든 싫든 그런 현상이 일어날 개연성을 결코 무시할 순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디올'은 품질과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 뿐 아니라 그것이 가져다주는 암묵적인 기의('나는 이 빽을 들고 다닐만큼 돈(능력)있는 여자야')를 파는 명품브랜드입니다. 그 제품을 사는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 그 자체를 사는 것이 아니라 그와 더불어 얻을 수 있는 자신감 및 과시욕과 허영심을 충족할 수 있는 기회까지 사는 셈이지요. 그러한 예상고객층을 대상으로 여는, 또 그것을 팔아 이윤을 남기려는 기업이 주최한 전시회에서 이완 작가의 그같은 작품이 전시된다면 당연히 논란의 타겟이 될 수밖에 없으며, 또 그러한 지배적인 의미가 형성되는 것에 대해서 '그건 당신네들의 몰이해야!'라고만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해당작품이 디올이 주최한 전시회에 걸린 이상 그것의 의미가 그런 쪽으로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저도 작가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아, 물론 21세기 포스트모던시대에서는 누구말마따라 '작가는 죽었다'라지만, 그래도 작가 역시 하나의 의미를 형성하는 주체로서(그리고 작품을 탄생시킨 창조자로서) 어떤 의도와 계획을 한건지 정말 알고 싶습니다. 사실 작가도 이런 논란을 의도한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렇다면 조금은 괘씸해지기도, 조금은 안타까워지기도 하네요. 만일 작가도 한국여성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면 은연중에--무의식에서라도-- 명품백을 든 여성을 그렇게 폄하하는 한국사회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길테니까요. 그렇다면 그도 뭐 여성을 그런 존재로만 보는 일종의 지배이데올로기의 희생자중 한 명이겠죠.

  4. 오해? 2016.12.30 00: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룸소주방에 대해서만 얘기를 하고 계시는데,
    저 거리는 "전라도 광주"의 충장로로,
    눈에 띄는 저런 간판들은 모두 "합성"입니다.
    글쓴님의 말대로라면, 왜 저런 간판을 굳이 합성한것일까요?그리고 왜 수 많은 다른 화려한 거리가 아닌, "전라도 광주"의 충장로일까요?
    평소에 여자들이 입는 옷이 아닌, 사실 룸녀?들이 자주 입는 저런 옷을 입히고,뒤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간판을 합성하고,명품백을 들고,제목은 "한국여자"!
    이완작가가 전부터 ㅇㅂㅊ논란이 있었던것이 다시금 떠오르네요...
    잘못된 해석?아뇨, 빼도 박도 못합니다,이건.
    여기서 아니라고 한다면, ㄹ혜도 국정농단을 한게 아니며,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해도 음주운전을 한 것은 아닌것이죠~뻔하지않나요?ㅋㅋㅋ

    예술하기 쉽지않죠.. 이렇게 개나소나 예술을 하니까 쉽지않죠ㅠㅠ

    • Favicon of http://photohistory.tistory.com BlogIcon 썬도그 2016.12.30 12: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람은 세상을 자신이 보고 싶은대로 본다고 하죠. 룸방만 보이나보죠? 전 그냥 전체적으로 흔한 우리네 번화가 뒷골목 같은데요

  5. 지나가다 2017.01.31 01: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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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지나가던행인 2017.04.22 22: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의 의도대로라면 특정여성의 상징성이 배제되어 표현되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저 길거리는 특정 간판을 합성하기전까진 지극히 평범한 우리네 동네였을겁니다.
    하지만 간판을 작위적으로 합성하여 다른간판들보다 채도가 높은것은 그 간판들을 강조하고있다는것입니다.
    룸소주방. 룸비무료는 아마도 평범한 술집이겠지만, 일반 쇼핑몰도, 카페도, 식당들을 배제된체
    술집만을 강조한것은 관객에게 '술'집이라는 것과 여성을 강하게 관계설정을 해두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술집과 룸사롱에서 입을법한 홀복을 입은 여성이 명품가방을 들고 그냥 서있습니다.
    보이는 그대로 읽어달라는 것이겠죠.
    평범한 술집들에 평범한 여성이 아닌.. 적어도 커리어우먼처럼은 절대 안보이는 홀복 입은 여성이라..
    (차라리 티셔츠에 청바지라도 입혔다면 조금은 설득력이 있었겟죠)
    이게 무슨 한국의 치열한 경쟁사회속에서 승리한 여성상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돼네여?
    승리한 여성이라면 좀더 나은 표현방법이 있을텐데도 말이죠. 매우 모호하게 표현하여
    다른의도로 작품해석을 유도한것은 작가가 바보가 아닌이상 그렇게 보길 바란것이지요.
    그래놓고 관객이 잘못해석한것이라 비판한다면 한국문화를 잘 모르거나 순박한 사람일것같네요.
    이작품에서는 술+여자+명품. 그게 다입니다. 여기서 대체 어떤해석이 옳은것인지?

  7. 롱롱 2017.09.16 15: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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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행인 2018.01.14 04: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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