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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사진 진상님들 사진 찍지 마시고 차라리 그림을 그리세요.

by 썬도그 2016.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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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다 보면 이런 소리가 마음 속에서 자주 나옵니다
"아이! 저 나무가지만 없었으면. 에이! 저 전봇대만 없었으면, 아휴, 저 전기줄만 없었으면"

없었으면 하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사진은 뺄셈이라고 하잖아요. 


이 사진을 찍으면서 새를 가린 벚꽃이 아쉬웠습니다. 아쉬워도 할 수 없죠. 다른 기회를 잡거나 앵글을 바꾸면 되니까요. 그래도 안 되면 할 수 없습니다.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구나 하고 카메라를 끄고 자리를 뜨면 됩니다.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러나 옳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무가지가 풍경을 가리면 나무가지를 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대부도 부엉이 가족을 촬영하기 위해서 주변의 나무가지를 다 잘라 버려서 부엉이 둥지가 노출이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부엉이는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 나무들 사이에 둥지를 트는데 둥지를 노출 시켜서 부엉이 가족이 위험해졌습니다.

나무가지를 잘라 버린 이유는 분명합니다. 사진 찍기 위해서죠. 자신의 사진을 위해서 자신이 담는 피사체에 해를 끼치는 사람들을 보통 사진 진상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주변에는 실제로 많은 사진 진상이 있습니다. 그 분들 마음 이해 못하는 것 아닙니다. 저도 가끔 사진 욕심에 속으로 화를 내고 짜증도 냈지만 그럴 때마다 그렇게 해서 좋은 사진이 나오겠냐? 라는 마음 속 소리에 마음을 다스리고 차분히 기다립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해결 될 것을 괜히 화를 내고 급한 마음이 일을 다 망칠 수도 있다면서 기다립니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기회를 주어지지 않으면 조용히 철수합니다. 

그러나 사진 진상들은 사진 욕심에 취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자신이 행하는 행동이 어떤 행동인지 그 행동이 자신이 담는 피사체를 얼마나 괴롭히고 위해를 가함을 넘어서 생명까지 위협하는지를 잘 모릅니다. 아니 안다고 해도 결과만 좋으면 된 것 아니냐고 따지죠. 이런 사람들이 사진 찍는 사람들을 욕보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대부도부엉이 가족이 사진 진상들에게 피해를 받는 것을 고발한 MBC 뉴스 카메라 기자도 부엉이 새끼들의 경악하는 표정을 적나라하게 담으면서 위협을 가했습니다. 그런 행동을 비판하는 기자가 오히려 똑같은 행동을 하는 모습에 쓴 웃음이 나오더군요. 똥 묻은 얼굴을 지적하면서 자신의 얼굴에 똥을 칠하는 모습이라고 할까요.

이 뉴스를 보면서 모두가 미쳐 돌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까지 드네요.



이런 사진 진상은 스펙트럼이 아주 넓습니다. 생활사진가만 그러는 게 아닙니다. 프로 사진작가도 사진 진상 짓을 합니다. 
몇년 전에 정말 기가막히는 새 사진을 찍은 사진을 보고 감탄을 했습니다. 나무가지에 어린 아기 새들이 나란히 앉아 있고 어미새가 먹이를 주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진을 본 생태 전문가가 어린 새가 나무가지에 나란히 앉아 있을 수 없다고 지적을 하더군요

보통 어린 새나 아기 새는 둥지 안에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나와 있는 것은 아마도 사진가가 어린 새 다리에 본드를 칠해서 나무가지에 붙여 놓은 것이라고 지적하더군요. 경악을 했습니다. 한국의 유명사진협회 소속인 분이 저런 몰상식하고 몰염치한 행동을 하는 자체가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제가 더 놀란 것은 그런 언론과 뉴스의 비판에도 결국 그분은 인사동에서 사진전을 하고 사진 페어에 그 사진을 가지고 나와서 판매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엄연한 범죄에 가까운 행위입니다. 다큐나 풍경 사진은 기본적으로 현장을 조작하면 안됩니다. 현장을 조작하면 그건 다큐나 풍경 사진이 아닌 연출이 들어간 메이킹 포토가 됩니다. 

연출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연출 사진이라고 명명백백 밝히면 됩니다. 그러나 밝히지 않으면 기만적인 행동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를 촬영한 줄 아니까요. 

프로라는 사람들도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사진을 조작하고 피사체를 학대합니다. 그런 추한 마음을 가진 사진가가 찍는 사진이 아름다울까요? 절대 아름답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추잡한 행동의 증거품이 될 뿐입니다.



사진 진상짓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할미꽃을 찍겠다면서 주변의 풀을 다 제거하고 물뿌리개로 물을 뿌려서 아침의 영롱한 느낌을 내다가 많은 비판을 받은 사진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분보다 더한 분이 있습니다.

2년 전에 경북 울진 산림보호구역내 220년된 금강송을 무려 11그루 활엽수 14그루를 무단으로 벌채한 사진가가 있었습니다. 이 사진가가 나무를 자른 이유는 자신이 찍고 싶은 금강송을 촬영하기 위해 주변에 거추장스럽게 있는 나무를 무단 벌채를 했습니다. 

결국 과태료를 내고 사진가가 사과를 하면서 일단락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금강송 사진가는 다시는 재기하기 힘든 오명을 남겼고 그렇게 사진계를 떠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분 내일 12일부터 26일까지 예술의 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소나무 사진전을 엽니다. 

한 미술 잡지사가 주선을 해서 이루어진 사진전입니다. 할 말을 잃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사진가의 작품을 다른 곳도 아닌 예술의 전당에서 열릴 수 있나요? 예술의 전당측은 이런 사실을 나중에 알고 전시회를 취소 하려고 했지만 법원이 '전시회 방해금지 가처분'을 내려서 전시회가 진행이 됩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 나무가지를 자르고 금강송을 자르고 본드칠을 해서 어린 새를 나무가지에 붙이는 행동들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사진계가 자정 능력이 전혀 없구나라고 생각되어지네요. 뭐 사진계라는 단어 자체도 성립하기 힘들긴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 유명한 한 사진 단체는 돈 받고 사진전 대상을 뽑아준 전력이 있어서 협회가 소속 회원을 관리 감독하는 것이 능력이 없는 단체입니다.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입니다. 기다리고 기다려야 셔터 찬스가 옵니다. 그걸 기다리기 싫다고 연출을 하거나 작위적으로 사진을 만드는 것은 사진이 아닌 그림입니다. 20세기 초에 서양에서는 샬롱 사진이 유행했습니다. 한국에서는 1930~40년대에 샬롱 사진이 유행했습니다. 

샬롱 사진이란 최대한 그림 같이 보이게 하는 사진을 샬롱 사진이라고 합니다. 그림처럼 완벽한 구도와 함께 그림처럼 보이기 위해서 초점을 살짝 나가게 하는 사진이 유행했습니다. 그 샬롱 사진의 여파가 21세기에도 한국 사진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로지 쨍하고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달력 사진들만 많이 찍죠. 이러다 보니 남보다 더 뛰어난 달력 사진을 찍기 위해서 욕심을 내고 그 욕심이 나무가지를 나무를 자르고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감히 말하겠습니다. 사진 찍기 위해 피사체에게 피해를 주거나 자연을 파괴하고 훼손하지 마시고 그 열정으로 그림을 그렸으면 합니다. 그림은 덧셈이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것을 그려 넣으면 됩니다. 있는 것 지우려고 노력하지 마시고  없는 것을 그려 넣는 화가가 되셨으면 합니다. 

사진이 왜 사진인지 생각을 하면서 사진 찍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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