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와 사진작가의 차이점은 뭘까요?
저와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사진가와 시진작가의 구분은 이게 아닐까요?
사진가는 기업이나 고객의 의뢰가 오면 그 고객과 기업의 요구에 맞춰서 사진을 촬영한 후 대가를 받는 일명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을 사진가라고 합니다.
반면, 사진작가는 기업이나 고객의 의뢰를 받지 않고 자신만의 주관에 따라서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 즉 예술 사진을 추구하는 사람을 사진작가라고 하죠.
보통, 이렇게 구분해서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구분은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업 사진가가 누구의 의뢰도 받지 않고 사진을 촬영한 후 사진전을 하면 그 사진가는 사진작가가 되는 것일까요?
반대로 사진작가가 기업의 의뢰를 받고 사진을 촬영하면 그 사진작가는 사진가가 되는 것일까요?
제가 이 의문을 품은 이유는 영어 단어에는 사진가라고 하는 photographer는 있어도 사진작가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왜! 우리는 사진가, 사진작가 구분해서 사용하고 왜 서양에서는 photographer라는 1개의 단어로 사용할까요? 이 의문에서 이글은 시작 되었습니다.
사진작가라는 단어는 언제부터 쓰였던 것일까?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서 검색을 해보니 사진작가라는 단어가 최초로 나온 것은 해방 후인 1948년에 처음 나왔습니다.
위 글은 예술사진연구회 회장이 쓴 글인데 무척 빼어난 글로 정독을 권할 정도로 좋습니다. 좀 장황스럽지만 위 글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사진은 프랑스인 다게르가 발명해서 1947년 현재까지 3기가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1기는 기록 사진으로 모든 사진은 기록 사진이었습니다. 2기는 샬롱 사진이라고 하는 미술 그림처럼 보이게 일부러 초점을 흐리게 찍는 시기이고 3기는 1차 대전 후 독일에서 시작된 사진 본연의 정체성인 빼어난 재현 기술을 발전 시킨 즉물 사진의 시기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글 후반에는 사진의 2가지 측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사진의 실용성으로 사진을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과학 사진은 과학을 위한 도구로 건축 사진은 건축을 위한 도구로 천문 사진는 천문 관측을 위한 도구로 활용합니다. 즉 사진을 실용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죠.
또 하나는 예술성입니다. 사진은 예술의 도구로 활용할 경우 그 사진은 예술 사진이 됩니다. 그러나 이 예술성을 오로지 예술을 위한 목적이 아닌 과학 사진에서도 천문 사진에서도 건축 사진도 예술 사진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술 사진이란 진리를 추구하고 고상한 경지에 도달한 사진을 예술 사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비록 상업적인 사진으로 촬영했지만 그 사진이 예술적 가치가 있을 만큼 뛰어나다면 예술 사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네요. 우연히 검색하다가 아주 빼어난 글을 읽었네요. 이 부분은 후반에 따로 다시 거론하겠습니다.
사진가와 사진작가를 구분하는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
일본 위키백과에서 사진작가를 검색해보니 일본도 사진작가라는 단어가 있네요. 제가 일본 위키를 검색한 이유는 사진이라는 문화가 일제 시대에 넘어온 것이 많아서 일본의 조어를 따라한 것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일본도 사진작가라는 단어가 따로 있네요. 제가 주장한 것처럼 사진작가는 사진을 창작 활동을 위한 표현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말하네요.
쉽게 말해서 사진가와 사진작가의 가장 큰 차이는 창작 활동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그 창작이 의뢰를 받고 하느냐에 아니냐가 있지만 창작 활동에 의뢰자가 전혀 터치를 하지 않는다면 그건 사진작가의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의 주체성에 따라서 구분할 수 있겠네요.
사진작가, 사진가가 혼재 되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
보도 사진작가, 광고 사진작가, 패션 사진작가라는 말을 흔하게 씁니다. 사진작가라는 말을 꽤 많이 흔하게 사용합니다. 벚꽃 피는 시기에는 많은 분들이 저 보고 사진작가님이라고 말하면서 사진 찍어 달라고 할 정도로 사진작가는 흔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비싼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모두 사진작가가라고 하는 말도 있을 정도로 사진작가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사진작가 사진가를 일반인들은 크게 구분해서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구분하는 분들은 사진가와 사진작가 본인들이죠. 최근에는 상업 사진가 분들이 포토그래퍼라는 단어를 쓰더군요.
여기서 궁금한 것은 동영상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분들은 뭐라고 부를까요? 영상 촬영 카메라도 카메라고 사진 촬영 카메라라고 하는데 영상만 전문으로 촬영하는 분들을 뭐라고 하나요? 영어에서는 사진 촬영하는 사람은 포토그래퍼, 영상 촬영가는 카메라맨이라고 합니다. 카메라 우먼도 있어서 요즘은 비디오그래퍼라고 많이 부릅니다. 아시겠지만 한국은 새로운 분야의 사람들을 부르는 호칭을 안 만들거나 느리게 만들더라고요.
사진가는 사진작가의 하위 개념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사진가는 사진작가의 하위 개념이다. 좀 쉽게 설명하자면 사진가는 기능공이고 사진작가는 기사라고 생각하죠. 사진가가 상업 사진을 찍는다고 덜 순수하고 돈을 바라지 않고 자신만의 작품 활동을 하는 사진작가를 순수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꽤 있죠.
그래서 우리는 사진작가를 사진가의 상위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유독 돈을 버는 것에 대해 천박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광고를 무척 천박하게 여기고 더럽고 추하다고 생각하죠. 정작 본인도 회사에 다니면서 광고를 하면서요. 이런 이중적인 태도는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상업의 반대말이 예술이 아님에도 우리는 이상하게 상업의 반대말을 예술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진가는 상업가이고 사진작가는 예술가라고 구분하게 되고 그래서 사진가를 하위 개념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면 안됩니다. 각자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다고 그걸 상위 하위 구분할 필요가 있나요? 각자 목적이 다를 뿐인데요.
또한, 위에서 거론한 1947년에 쓴 신문 기사처럼 상업 사진도 뛰어난 사진은 예술 사진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유명한 예술 사진이 광고에 쓰이면 그걸 상업 사진으로 볼 수도 있고요. 이렇게 우리는 너무나도 상업과 예술을 이분법으로 보고 살고 있습니다. 예술도 상업이 될 수 있고 상업도 예술이 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조선희 같은 사진가는 사진전을 해서 사진작가가 되기도 하고 김중만 사진작가는 반대로 한 스마트폰 제조사의 의뢰를 받아서 스마트폰 사진전을 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사진가와 사진작가의 구분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사진작가라는 이름을 가지고 유명 카메라 회사의 후원을 받고 촬영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개인적인 생각은 그냥 모두 사진가라고 했으면합니다.
다만, 건축 사진을 주로 찍으면 건축 사진가, 예술성을 추구하면 예술 사진가라고 하면 되겠죠. 그래서 예술이라고 구분하지 말고 차라리 파인 아트라는 순수 예술 사진가라고 불러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네요.
그럼에도 사진가와 사진작가를 구분하는 이유는!
모든 예술은 실용성이 없어야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하죠. 미술이나 조형물이 실용성을 가지게 되면 그건 미술이 아닌 디자인이 되게 됩니다. 최근에는 실용적 미술품이 늘어서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가 느슨해지고 이런 흐름은 다른 예술 장르에서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순수 예술은 긴 역사를 가진 것이 아닙니다. 돈 많은 사람들이 그림 잘 그리는 기술을 가진 화가를 고용해서 초상화를 그리고 음악가를 고용해서 음악을 창작하게 하고 연주하게 했습니다. 그러다 산업 혁명 후 자본이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의뢰를 받지 않고 자신만의 창작 활동을 한 작품을 비싼 가격게 팔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순수 예술 개념도 최근에 생긴 개념일 뿐입니다.
예술과 기술은 한끝 차이입니다. 기술이 첨단을 달리면 그게 예술이 될 수 있습니다. 예술이 뭐 특별한 게 아닙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유독 예술은 고귀하고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 사진가로 통일해서 불렀으면 합니다.
그럼에도 사진가와 사진작가로 구분하는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사진은 다른 예술 장르와 다르게 기능성이 무척 뛰어납니다. 사진이 탄생한 초기에는 사진은 미술의 보조 도구였을 뿐 예술로 취급 받지 못했습니다. 워낙 뛰어난 재현성 때문에 현미경처럼 하나의 광학도구의 결과물로만 취급 받았죠. 따라서 사진는 종이나 볼펜과 같은 것이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이 나도 예술의 도구로 활용 될 수 있다고 대들기 시작하고 지금은 미술전보다 사진전이 더 많이 열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사진을 예술로 인정한 것은 90년대 중 후반 이후입니다. 그전에는 사진전이 잘 있지도 않았습니다.
사진은 이렇게 기능성이 무척 뛰어나서 하나의 실용적인 도구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예술성도 갖추게 되면서 흑백 사진처럼 2개의 시선인 실용성과 예술성이 공존하게 됩니다.
우리가 미술품을 보고 실용적이라고 생각할까요? 인테리어 용도로 활용할 수는 있어도 미술품 자체로 어떤 용도로 활용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진으로 인증샷 같은 증거물로 기록의 수단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즉 볼펜을 가지고 필기를 하기도 하지만 빼어난 필기 또는 그 볼펜으로 그림을 그려서 예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은 이렇게 2개의 면을 동시에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능적인 면이 큰 사진을 주로 찍는 사람을 사진가, 예술적인 면을 추구하면 사진작가라고 구분합니다.
그럼에도 사진가, 사진작가 구분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우리가 존경하는 유명 사진작가인 '로버트 카파',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로베르 두아노'가 정말 사진작가일까요? 우리의 기준으로는 기업이나 잡지나 고객의 의뢰를 받지 않고 오로지 사진으로 예술을 하겠다고 생각하고 사진을 찍었을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라이프지와 같은 사진잡지나 여러 잡지와 신문사 등의 의뢰를 받고 사진을 촬영한 후 그 사진을 잡지사 등에 송고했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았습니다. 전형적인 상업 사진가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왜 그들을 사진작가라고 하나요? 이는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모두 사진가라고 해야죠. 그런데 유명하면 사진작가가 되나요? 작년에 한국에서 매그넘 사진작가들이 모여서 한국을 촬영했고 그 전시회를 광화문에서 했습니다. 그 매그넘 작가들이 순수하게 돈 한 푼 안 받고 한국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찾아왔을까요? 아닙니다. 큰 돈을 받고 한국을 촬영했습니다. 이게 순수한 행동일까요? 전형적인 상업사진가의 행태이죠.
따라서 사진작가와 사진가의 구분은 무의미합니다. 오히려 사진작가의 이름으로 기업의 후원으로 받고 작품 활동을 하는 유명한 한국 사진작가도 많습니다. 대가 여부를 놓고 구분하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따라서 사진작가라는 단어는 사진이 예술 취급을 받지 못하자 카메라 제조사들이 만든 마케팅 용어일 뿐입니다.
사진가라고 낮춰보지 말고 사진작가라고 해서 우러러 볼 필요 없습니다. 그냥 그들은 사진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사람들일 뿐입니다. 사진을 예술 사진이라고 정해 놓고 보지말고 아무런 편견 없이 봤으면 합니다. 예술 사진이라고 별 느낌도 없는데 우러러 볼 필요 없고 돈 받고 찍는 광고 사진이라고 낮춰 볼 필요도 없습니다. 예술은 무슨 우리 삶에서 고귀한 영역을 차지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예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예술을 우러러 보는데 예술은 그냥 우리 곁에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책을 우러러 봅니까? 책은 읽는 것이고 예술은 경험하는 간접 경험재 일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