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가 죽어도 빌 게이츠 영화가 나올까요? 구글의 두 창업자가 죽어도 그에 관련된 영화가 나올까요? 그건 그때 가봐야겠지만 이 사람처럼 다큐와 영화로 많이 제작 될 것같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빌 게이츠와 구글의 두 창업자에게는 드라마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은 드라마가 있습니다. 자기가 만든 제품으로 세상을 변화 시키고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짤리고 다시 복귀하는 등의 드라마가 있습니다. 그리고 불 같은 성질과 너! 해고라는 문장이 떠오를 정도로 독선적이도 독단적이지만 천채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 사람의 이름은 바로 '스티브 잡스'입니다. 이 스티브 잡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2편이 최근에 나왔습니다. 지금 개봉중인 <스티브잡스>는 대니 보일 감독이 연출을 하고 '마이클 패스벤더'가 주연을 한 영화로 잡스의 어두운 면을 담았습니다. 어떻게 주인공을 저렇게 비열하게 그릴 수 있을까? 할 정도로 가혹하고 독불장군 같은 잡스의 모습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잡스를 영웅시 하는 분들에게는 썩 좋은 기분으로 극장문을 나서게 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전 잡스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잡스의 어두운 면만 끄집어 낸 것 같아서 약간 꺼림직하더군요. 집에 와서 넷플릭스를 뒤져보니 2013년 개봉한 영화 <잡스>가 있었습니다. 평이 너무 안 좋아서 보지 않았던 영화인데 이 영화는 잡스를 어떻게 다루었나 궁금해서 봤습니다.
<잡비어천가 같은 영화 잡스>
2013년 개봉한 영화 <잡스>는 애쉬는 커쳐가 주연한 영화입니다. 잡스와의 싱크로율만 보면 커쳐가 더 닮았습니다. 특히 잡스 특유의 구부정한 걸음걸이나 눈매 등은 잠시 잡스라고 착각할 정도로 비슷합니다. 그러나 영화 전체를 비교하면 <스티브잡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밍밍한 면이 큽니다.
영화 전체가 잡스에 대한 복음성가 같은 단순한 전기 영화입니다.
영화가 시작하면 아이폰인지 아이팟인지를 들고 연설을 하는 잡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잡스가 위대하다는 소리를 듣기 시작한 것은 아이팟이 컸죠. 그리고 영화는 대학 시절의 스티브 잡스를 보여줍니다.
캘리그래프 수업을 듣고 인도 여행을 가서 단순하게 살라는 삶의 관조를 배웁니다. 이런 과정은 이미 많은 글을 통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죠.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아타리에 입사한 잡스는 자신은 누구 밑에서 일아는 체질이 아님을 알고 자신의 절친인 워즈니악과 함께 애플 컴퓨터라는 퍼스널 컴퓨터를 세상에 선보입니다. 아버지 차고에서 시작한 애플 컴퓨터는 서서히 성장을 하게 되고 투자가 이루어집니다.
영화는 특별한 갈등도 없이 계속 성장해가는 잡스의 탄탄대로를 보여줍니다. 이런 모습은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부분이지만 잡스의 과거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는 좋은 설명서가 됩니다.
애플1의 단점을 개선한 모니터 키보드와 본체가 하나로 이루어진 일체형 컴퓨터 애플2가 대박을 터트리자 잡스는 거대해진 애플을 이끄는 인기 스타가 됩니다. 이렇게 아무런 갈등 없이 영화는 진행되지만 영화 중반부터 이 영화가 핵심 콘텐츠로 담은 내용이 나옵니다. 그 핵심은 해고입니다.
자신이 고용한 CEO에게 짤린 잡스, 자신을 다시 복귀 시킨 CEO를 짜르다
영화 <스티브잡스>가 인간 잡스에 집중한 반면 영화 <잡스>는 기업가 잡스에 집중을 합니다. 따라서 친자 소송까지 벌인 딸 리사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담지 않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대학생이 된 듯한 리사를 잠시 보여줍니다. 오로지 기업에 대한 이야기만 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비중있게 다룬 내용은 가장 드라마틱한 부분인 해고 부분입니다. 잡스는 자신이 경영 보다는 제품 개발에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잡스는 펩시콜라 CEO인 존 스컬리를 데리고 옵니다. 그러나 잡스가 개발을 주도한 리사와 맥킨토시가 연달아 실패하자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쌓이게 됩니다. 결국 두 사람은 맥킨토시 실패에 대한 책임 때문에 으르렁 거리다가 존 스컬리가 기습적인 임시 이사회를 통해서 잡스를 회사에서 쫒아냅니다.
잡스는 자신이 한 선택 중에 가장 후회스러운 선택이라면서 존 스컬리를 비난하고 새로운 컴퓨터 회사인 넥스트 컴퓨터를 만들어서 복수를 다짐하죠. 영화는 이렇게 잡스가 자신의 회사에서 쫒겨난 부분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이 영화 중 후반에 펼쳐집니다. 이렇게 회사가 어려워지자 워즈니악도 잡스 곁을 떠납니다. 워즈니악과의 갈등은 끝까지 친한 친구 사이로 그려지는 모습은 영화 <스티브잡스>와 크게 다릅니다. 영화 <스티브잡스>에서는 두 사람은 친구로 시작했지만 철천지 원수 같이 싸우죠.
애플은 새롭게 선보인 제품들이 인기가 없자 존 스컬리도 퇴사 시키고 잡스를 다시 불러들입니다. 새로온 CEO가 잡스를 임시 고문 역할을 맡긴 것이죠. 그러나 잡스는 이 회사는 내것이 아닌 적이 없다면서 야욕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잡스를 고문으로 모신 새로운 CEO를 내보냅니다. 여기에 초기 투자가였던 마이크 마쿨라로 내보냅니다.
존 스컬리와 이사회에서 대결하는데 자기편을 안 들어주었다는 복수 같이 보이는 이런 모습은 잡스의 야망과 함께 강함 그리고 냉혹한 모습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잡비어천가입니다.
시종일관 잡스 가라사대를 자주 보여주죠.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잡스의 일대기를 잘 다루고 있습니다. 개인 가정사에 대한 이야기를 자제하고 오로지 기업인 잡스만을 집중합니다. 영화 후반에는 애플의 재도약의 신호탄을 올린 아이맥 G3를 디자인한 '조나단 아이브'도 살짝 나옵니다.
높은 싱크로율과 잡스의 일대기를 잘 담은 영화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잡비어천가 또는 다큐적인 영화라서 영화적인 재미는 별로 없습니다. 그냥 잡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이 더 나아 보이네요. 볼 이유가 하나 더 있다면 <스티브잡스>라는 독주를 마시고 위를 달래기 위해서 먹는 우유의 역할을 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저녁에 <스티브잡스>라는 독한 술을 마시고 허한 위장을 이 우유같은 영화 <잡스>를 보고 달랬네요.
별점 : ★★☆
40자평 : 잡스 가라사대 애플은 내꺼야. 너 해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