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너털 클래시라는 모바일 게임이 일베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횡스크롤 디펜스 게임인 이 이터널 클래시는 독특한 게임 설정 때문에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이 게임에 일베 논란이 일어납니다.
그 이유는 챕터 4-19 제목이 반란 진압이고 5-18이 폭동이었습니다. 여기에 5-23 챕터 제목은 '산 잔와 죽은 자'였습니다. 이게 무슨 문제냐고 하지만 이 4-19는 4.19 혁명이고 5.18은 광주 민주화항쟁 그리고 5,23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입니다.
즉, 일부러 현대사 중에서 민주주의 항거를 비꼬는 일베식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에 많은 게임 이용자가 일베 게임이라고 항의를 하자 개발사와 퍼블리셔 4:33은 긴급하게 사과를 했습니다. 이터널 클래시를 만든 벌키트리 김세권 대표는 IT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관련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서 전 회사에 일베를 하는 직원이 있고 그 1명의 직원의 의도적이건 실수건 한 사람의 일탈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게임을 1번이라도 실행하면 알 수 있는 게임 로딩 화면에 '낡은 교과서를 교정하는 중'이라는 역사 교과서를 국정 교과서로 교체한 현 정권을 비호하는 듯한 문구를 대표가 안 봤을리가 없어서 무척 실망했습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번 일베 사건은 회사 안의 한 직원의 일탈이 아니라는 소리도 많이 들리네요.
뭐 자세한 내막은 모르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관심도 없습니다. 다만, 이런 사태가 나오는 배경이 참 궁금했습니다.
어떻게 저런 것을 중간에 막지 못하고 세상에 나오게 될까?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는 유머까지 일일이 단죄를 내릴 수 없지만 그게 세상을 나와 사회의 공기와 만나면 어떤 화학반응이 일어날 지를 전혀 모르는 모습은 상식이 마비된 회사 같네요.
이런 비슷한 모습이 또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IT회사입니다.
얼마 전에 카카오톡은 선물 코너에 '한국인의 생일상'이라는 생일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생일상 구성품에는 생일상박스와 미역국밥, 미트볼, 생수, 종이컵, 김, 장조림, 김치, 수저 등이 들어 있었습니다. 저는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누가 생일날 편의점에서 파는 1회 용품으로 조립된 생일상을 받고 싶어할까요? 카카오에서는 혼자 사는 20,30대 청춘들을 위해서 생일이라도 든든하게 먹으라고 기획한 상품 같은데 저렇게 성의 없는 생일상을 선물로 줬다가는 생일 선물 준 사람이 평생 원망스러울 것입니다. 혼자 사는 것도 서러운데 거기에 고추가루 뿌린는 모습 같아 보이네요.
더구나 이 생일상이 더 욕먹은 이유는 저 패키지가 무려 1만 9천원이나 한다는 것입니다.
배송료 포함해도 너무 남겨 먹는 장사였습니다. 성의도 없고 가격만 비싼 생일상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카카오는 좀 더 신경을 쓰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이터널 클래시 제작회사인 벌키트리와 카카오의 생일상 선물 논란의 공통점은 뭘까요? 전 이 두 회사의 이런 행동의 공통점을 또래 집단 문화에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횡으로만 소통하는 한국의 또래 집단 문화
2011년 연고전에서 연대 앞 거리에 걸린 현수막입니다. '오오미 슨상님 시방 고대라 하셨소?'라는 문구에 많은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저 단어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전라도를 비하하기 위한 단어였습니다. 많은 비난이 쏟아지자 현수막을 건 학생들은 우리는 이게 전라도 비하인지 몰랐다고 변명을 하고 철거를 했습니다.
몰랐다고 합니다. 몰랐다고요. 이게 중요합니다. 실제로 모르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남들이 쓰니까 나도 막 따라 썼습니다. 그 유행어가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뜻이 있음을 모르고 남들이 쓰니까 나도 그냥 냅다 주워다 썼습니다. 그러다 예비역 선배 앞에서 그 비하성 짙은 말을 하다가 엄청나게 혼났습니다.
이후로 절대로 그 말을 안 씁니다. 그 예비역 선배가 밉냐고요? 아니죠. 그렇게 알려주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쓰기 전에 제동을걸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또래 문화가 그렇습니다. 비슷한 나이대 또는 같은 나이대의 동기들끼리 모이면 몰상식이 쉽게 상식이 되기도 합니다. 모든 것을 유머의 소재로 쓰는 나이대가 20대 30대 초반이기도 합니다.
벌키트리의 일베를 하는 직원을 옹호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내용을 알고 사용했던 모르고 사용했는지 저도 모릅니다. 다만, 그걸 남을 비하하는 것이 아닌 그냥 단순 유머로 판단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아니 핵심 인물은 악의를 가지고 일부러 썼다고 해도 그걸 발견하지 못한 것은 분명 벌키트리가 비슷한 나이대의 직원들만 있기 때문에 가능 한 것 아닐까요?
또래들이니까 그냥 쉽게 넘어 가지 않았을까요? 회사에 4.19를 겪거나 4.19나 5.18을 제대로 경험하고 배운 직원이 있었다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도 정말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젊은 층 사이에서는 4.19혁명이나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웃음의 소재로 사용되는 모습이 개탄스럽습니다만 그게 또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 만큼 젊은 사람들이 역사에 대한 개념들이 정말 없습니다. 어떻게 민주주의를 만든 계기가 된 사건을 희화시킬 수 있습니까?
정말 이런 모습을 보면 유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모습입니다.
카카오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사 문제는 아니지만 카카오도 저런 상품을 기획하면 나이든 사람이나 좀 더 다양한 연령층이 있고 다양한 시선으로 봤다면 저런 상품 기획단계에서 캔슬 당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세상에 나온 걸 보면 카카오도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저런 상품이 나온 것 같아 보이네요.
한국은 계급 사회는 아니지만 계급 의식이 아주 강한 나라입니다. 위 아래 질서가 아주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친구처럼 지낼 수 없습니다. 명령을 하고 명령을 이행하는 상하의 개념이죠. 그래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 못하고 시쳇말로 까라면 까는 시스템입니다. 의견 따위 필요 없습니다. 빨리 시행하는 속도만 필요합니다.
이런 소통 단절은 횡적인 상태인 동기나 동년배의 직원들끼리는 할 말 못할 말 다 합니다. 그렇게 동년배끼리 있는 회사는 화목하고 화기애애하죠. 문제는 그렇게 횡으로만 엮이게 되면 시선이 무척 편협스럽게 됩니다. 다양한 시선을 담지 못하고 세상을 단 방향으로만 보게 됩니다.
그래서 고문이 필요합니다. 좀 더 나이가 든 경험 많은 시니어들이 자신의 경험을 녹여서 조언을 해주어야 합니다. 경험은 젊은 세대가 가지지 못한 강력한 무기입니다. 영화 인턴의 로버트 드리로 같은 시니어는 아니더라도 중장년이 청년 세대와 잘 섞여야 합니다. 그러나 IT업체 대부분은 40대만 되어도 퇴직의 압박을 받습니다. 40대면 한창 일할 나이지만 IT쪽은 퇴직 걱정을 해야 할 나이입니다.
이렇게 젊은 나이의 직원들끼리 일하게 되면 위와 같은 사태들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세상의 평균 상식과 회사 젊은 세대들의 평균 상식이 크게 차이가 있는 것을 회사 안 또래 집단에서는 알 수 없습니다. 여기에 거론을 하지 않았지만 요즘 IT업체들 직원들 중에 일베를 시시덕 거리면서 하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터널 클래시 같은 일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없습니다.
일이 터져도 자신들이 뭔 잘못을 했는지도 인지도 못하죠. 세상의 상식과 다른 상식의 우물에서 사니 알리가 없습니다.
IT업체의 또래 집단 문화는 횡으로 소통이 잘 되어서 좋지만 동시에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시선을 가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걸 잘 잡아줘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할 사람이 없는 회사는 이터널 클래시 사태나 카카오 같은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