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은 지구와 가장 가까운 행성이자 지구와 크기가 비슷하며 지구와 비슷한 자전축과 자전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화성은 철이 많이 함유된 고운 모래 바람이 자주 불어서 망원경으로 보면 행성 전체가 붉어 보여서 '레드 플래닛'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지구와 가깝고 다른 태양계 행성과 달리 인간이 살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는 이유로 화성에 생물이 사는냐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여차하면 지구의 대체 행성으로 삼을 수 도 있는 행성이죠. 이런 친근한 그러나 정복하기에는 너무나도 버거운 화성을 소재로 한 영화나 SF소설들이 참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화성침공'이죠. 그러나 인류가 우주선을 개발해서 70년대부터 직접 화성에 착륙해보니 화성에는 아직까지 생물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최근에 나사가 화성에 물이 있다는 중대 발표를 했습니다. 지금도 화성 탐사선인 '큐리오시티'가 화성을 뽈뽈뽈 다니면서 화성의 정체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화성에 관한 영화 한 편이 개봉했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캐스터어웨이, 인터스텔라? 가장 닮은 영화는 아폴로 13
워크래프트2 개발자 중 한 사람이었던 '앤디 위어'가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한 SF소설이 큰 인기를 끌자 자비로 낸 책이 아마존에서 큰 인기를 끌자 대형 출판사가 정식으로 출판을 했고 그걸 '리들리 스콧'이 영화로 만든 것이 영화 '마션'입니다.
영화 내용은 화성 탐사를 갔던 나사 소속 우주인이 화성 탐사 도중 큰 모래폭풍을 만나서 급하게 귀환을 하다가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가 폭풍 속에 날아갑니다. 생체 신호가 잡히지 않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탐사팀 대장인 멜리사(제시카 차스테인 분)은 고민을 하다가 마크 와트니가 죽은 줄 알고 동료를 살리기 위해 급하게 귀환선을 타고 떠나 버립니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마크 와트니'는 살아 남게 됩니다. '마크 와트니'는 스스로도 압니다. 자신이 살아 남았어도 기지 내에 있는 식량이 바닥 나서 굶어 죽을 것을 압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구하러 구조 우주선이 온다고 해도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는데 2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 전에 식량과 물 부족과 여러가지 위험한 상황이 도래하면 언제 죽을지도 모릅니다. 꺼져가는 촛불 같은 신세가 된 마크. 이 마크를 구하기 위해서 우주의 기운을 받은 구조팀이 이 마크를 구하기 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영화 '마션'입니다.
1명을 구하기 위해서 여러 명의 구조팀이 무모할 수 있는 구조 과정을 그리는 모습은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비슷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라이언 일병 역을 '맷 데이먼'이 했었죠. 이렇게 구조 대상 전문 배우가 되어버린 듯한 맷 데이먼은 이 영화에서는 수동적인 인물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생존을 위해서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해서 긴 생존과의 전쟁을 벌입니다.
외로운 곳에서 수년 동안 견뎌야 하는 모습은 무인도에서의 외로운 삶을 그린 '캐스터 어웨이'와 비슷해 보이지만 이 영화는 외로움이 소재로도 쓰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씩씩하게 잘 견뎌내는 모습에 웃음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이 영화의 대강의 줄거리만 듣고 우주의 고독을 씹고 있는 한 남자의 우주 미아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이 영화 과할 정도의 조증 영화입니다. 시종일관 밝고 명랑합니다. 보통의 우주 영화 하면 고독하고 외롭고 경이롭거나 인간이란 이 우주에서 어떤 존재인가? 같은 범우주적 철학을 담는 영화들이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인터스텔라나 그래비티 같이 우주 자체에 대한 경이로움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주복을 입고 있지만 그냥 황량한 사막에 혼자 집 짓고 혼밥(혼자 밥 먹는)을 하는 미국인의 삶을 보여주는 느낌입니다.
이 영화와 가장 닮은 영화는 '아폴로 13'입니다. 영화 '마션'의 주요 줄거리나 초점은 생존입니다. 구조대가 오기까지 최대한 화성에서 버티고 살아야 합니다. 그 긴 삶과의 투쟁을 위해서 마크는 인분을 이용해서 씨감자를 심어서 감자를 재배합니다. 물이 없는 화성에서 식물을 재배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뛰어난 식물학자이자 공학도인 마크는 탈출선에 남아 있는 수소 연료와 산소를 화학반응 시켜서 물을 만들어 냅니다.
여기에 근처에 착륙했다가 배터리가 다 떨어져서 작동을 하지 않는 패스파인더를 찾아서 지구와의 교신도 성공합니다.
이런 뛰어난 생존 기술을 보는 재미가 영화의 가장 큰 재미입니다. 정글의 법칙이요? 이 영화에 비하면 조족지혈입니다.이 영화는 우주의 법칙이라고 할 정도로 뛰어난 생존 기술들과 적정 기술의 향연을 보여줍니다. 마치 맥가이버가 주변의 도구를 이용해서 생존을 하듯 마크는 자신의 지식을 활용해서 장기 생존전을 진행합니다.
이런 모습은 아폴로 13호와 비슷합니다. 달로 향하던 아폴로 13호는 우주선 내부에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런 위기를 휴스턴 관제센터와 우주인들이 머리를 맛대고 큰 위기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보여줬습니다. 마찬가지로 영화 마션은 나사 관제센터와 마크가 서로 교신을 하면서 생존 방법을 서로 모색하는 과정이 주된 줄거리입니다.
미국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 '마션'
좀 놀랬습니다. 화성에 홀로 남겨져서 언제 구조대가 올지 기약도 없는 상태면 보통 한 3일은 울고 유서를 쓰거나 남은 음식 다 먹고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죠. 그런데 마크는 다릅니다. 마크는 단호하게 난 여기서 죽을 수 없다고 다짐을 하고 다음 화성 탐사선이 도착할 4년 후까지 살아갈 궁리를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살아갈 궁리를 그럴싸하게 합니다. 보통 이론과 실제가 다르지만 마크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한 계단 한 계단 생존을 향해 기어오릅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마크의 이런 긍정 에너지가 가득 담깁니다.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기지에 남겨진 디지털 음악 파일이 디스코 음악만 있자. 대장은 디스코 음악만 좋아한다면서 4년 동안 이 디스코 음악을 듣는 것이 더 곤혹스럽다고 너스레를 떱니다.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농담을 하는 주인공 마크를 보면서 미국이 왜 강대국인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겁 많은 개가 짓듯 무서운 것이 많은 사람들이 사소한 것에 큰 화를 잘 내고 분노합니다. 영화 다이하드가 재미있었던 이유는 다른 액션 영화와 달리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서도 농담을 툭툭 던지는 여유가 있는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미국은 상대를 공격하거나 비꼬는 농담을 면전에서 잘 합니다. 그러나 그걸 껄껄 웃어 넘깁니다. 웃어 넘기면 문제가 안 되는 것들을 한국은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감정 싸움으로 가죠. 한국이 스트레스가 많고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유가 다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미국은 항상 여유로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국민성이 원래 그런지 모르겠지만 긍정적인 사람도 많죠.
영화 '마션'에서 주인공은 영화 제목처럼 화성인이 되어가는 마크를 보여줍니다. 여유와 긍정 그리고 뛰어난 합리적인 태도라는 3기통 엔진으로 화성 기지에서 견디는 것을 넘어서 하나의 정착지로 바꾸어갑니다. 이런 모습은 서부 개척 시대의 미국인들의 뉴프론티어 정식과 비슷해 보입니다.
고통에 좌절하기 보다는 비록 죽을 확률이 높더라도 도전하는 그 개척자 정신으로 고단하고 죽음으로 가는 삶을 스스로 빛을 내면서 한 발씩 나아갑니다. 그 나아가는 과정에는 유머가 함께 있습니다. 이런 긍정과 여유 그리고 개척자 정신으로 무장한 마크를 보면서 하나의 미국의 건국 신화를 보는 느낌까지 들더군요.
화성에 대한 묘사는 글쎄~~~
공학도들이 보면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아스키코드로 통신을 하는 모습이나 여러가지 공학적인 이야기가 나와서 여자 분들이 살짝 멍하게 볼 수 있지만 생각보다는 그렇게 심오한 공학용어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수소와 산소가 만나서 물을 만든다는 정도만 이해할 수 있으면 이해 안 가는 장면은 없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화성에 대한 묘사는 그렇게 좋지 못하네요. 먼저 화성 탐사선이 긴급 탈출할 때 거대한 모래폭풍 때문에 급하게 탈출을 하는데 화성에는 모래폭풍이 일어나면 화성 전체를 모래폭풍이 집어 삼키지만 모래들이 10~20마이크로 미터이고 중력이 약하고 대기 밀도가 높지 않아서 모래폭풍에 우주선이 쓰러질 리가 없습니다. 단지 시야가 가려질 뿐 그냥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다만 모래폭풍이 몇 개월 씩 불 수도 있는 게 문제죠. 이렇게 모래폭풍이 약하니까 패스파인더나 큐리오시티가 화성에서 탐사활동을 수년 간 할 수 있죠. 지구의 태풍 같은 강풍이었다면 큐리오시티 폭풍에 날아 갔을 것입니다.
또한, 사막 풍경의 화성을 보여주는데 CG를 사용하지 않는 점은 고맙게 생각하지만 딱 봐도 지구의 한 사막 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큐리오시티가 보내오는 화성은 자갈들이 꽤 많은데 그런 풍경도 아닙니다. 화성에 대한 묘사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화성의 경외심을 느끼게 하는 영상도 없습니다. 오로지 마크의 생존에만 초점이 맞춰졌네요
하지만 구출 작전을 그리는 과정의 묘사력은 탁월
화성에 대한 묘사력은 떨어지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그럴싸하게 잘 묘사를 했습니다. 과장이 거의 없어서 마치 나사의 화성 탐사 다큐를 보는 착각까지 느껴질 정도로 가능한 이야기를 잘 엮었습니다. 마지막 부분은 좀 억지라고 느끼지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 전까지 생존을 하는 과정 묘사는 꽤 꼼꼼합니다.
화성에 남겨진 대원이 살아 있다는 것을 지구로 귀환 중인 동료들에게 알려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나 마크를 구하기 위해서 식료품을 싣은 구호 우주선을 보내는 등등 실제와는 다르지만 그럴듯한 스토리 진행은 영화를 몰입하게 보게 합니다. 특히 생존 기술에 대한 묘사는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웃겼던 장면은 지구나 우주에서나 가장 유용한 도구는 덕트 테이프입니다. 덕트 테이프는 신이 내려준 선물이네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면 볼만한 영화
10월 초에 개봉하는 영화 중에 볼만한 영화가 많지 않습니다. 이번 주에는 마션만이 눈에 띄네요. 그래서 예매 순위 1위인 마션이 50% 이상의 예매율을 보이고 있네요. 아마도 맷 데이먼과 리들리 스콧이라는 이름 값이 큰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 생각보다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화려한 액션이 있는 것도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긴 하지만 뭔가 찡함도 없고 그냥 그렇습니다. 시종일관 주인공이 조증에 걸릴 것처럼 유쾌하게 지내니 관객들은 눈치를 보면서 낄낄 거립니다. 웃어도 되나? 할 정도로 명랑한 주인공에 적응하는데 좀 시간이 걸립니다.
지루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인터스텔라처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가슴 벅찬 감동도 없고 화려한 볼거리도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지루하지 않지만 강력 추천하기 힘든 영화입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면 그냥 저냥 볼만한 영화입니다. 졸작도 걸작도 아닌 시간 때우기 좋은 영화입니다.
40자평 : 미국의 긍정과 여유와 개척정신을 느낄 수 있는 화성판 서부 영화
별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