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진전을 다니고 보려고 노력을 합니다. 가끔 아주 가끔이지만 사진작가 분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좀 나눌 때가 있습니다. 작품의 주제에 대한 이러저러한 의견을 나누다 보면 사진작가님이 보는 세상의 시선을 배울 수 있어서 좋습니다. 물론, 그 시선이 모두 공감 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사진작가분의 따스한 시선을 알게 되고 내가 보지 못한 배경 이야기도 알게 될 수 있습니다. 

사진전 입구에 문패처럼 걸려 있는 사진 설명을 넘어 칭찬 일색의 현학적인 언어를 가득 넣은 주례사 같은 서문에 담기지 않는 좀 더 인간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사진전이 사진작가가 사진전에 없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갤러리 관장님이나 갤러리 직원이 지키고 있는 사진갤러리도 많죠. 그런 전시회는 어떤 질문도 하지 않고 나오고 그런 사진전은 길게 기억되지도 않습니다. 


사진전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 "무슨 카메라로 찍은 거예요?"

사진전을 둘러 보면 귀동냥으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님하고 나누는 관람객이 있는 가 하면 촬영 장소에 대한 이야기나 자신의 사진 촬영 경험을 친구와 나누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아무 말 없이 관람합니다. 

관람을 다 마치고 전시장 입구에 있는 사진작가님에게 이러저라한 질문들을 하고 나갑니다. 그 질문 중에 가장 많은 질문이 뭘까요? 앞도적으로 가장 많은 질문은 

"무슨 카메라로 찍으신 거예요?"

특히 다큐 사진이나 풍경 사진이나 인물 사진이나 보드라운 일상 사진을 전시하는 사진전일수록 "무슨 카메라로 촬영하신 거예요?"라고 묻습니다. 추상 사진, 좀 난해한 사진에는 이런 질문이 없고 또렷하고 명징한 사진들, 한 번에 확 끌어 당기는 사진전일수록 이런 질문은 많습니다. 

이 "무슨 카메라로 촬영하신 거예요?"라는 질문은 깊게 생각하면 아주 무례한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사진전에서 사진은 안 보고 카메라만 봤기 때문입니다. 내가 저기에 가서 이 사진전의 사진작가가 쓴 카메라를 사용하면 똑같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거나 최소한 비슷하게 촬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가득하면 "무슨 카메라를 사용하세요?"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무슨 카메라로 촬영한 것인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사진을 보다가 무슨 카메라로 촬영 했기에 이렇게 보드랍게 나오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을 넘어서 궁금합니다. 그래서 저 또한, 가끔 카메라에 대해서 물어보곤 합니다. 문제는 오로지 "무슨 카메라로 촬영하신 거예요?"라는 질문만 하는 사람을 사진작가 분이 좋게 볼 리가 없습니다.

사진의 주제나 소재, 작업 과정이나 앞으로 계획 등 다양한 질문은 하지 않고 인삿말처럼 "무슨 카메라로  촬영 하신 거예요?"라고 묻는 것은 사진작가에게 당신 사진은 잘 모르겠지만 때깔은 참 고운데 무슨 카메라로 촬영했기에 저런 때깔이 나오냐요?라고 질문으로 들립니다. 

이렇게 사진전에 가서 액자 안에 담긴 사진 안의 세상을 보지 못하고 그 사진을 촬영한 도구에 집중하는 것은 전시회의 사진이 을 보러 간 것이 아닌 사진작가들이 쓰는 카메라를 조사하는 설문 조사원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건 마치 미술 전시회에 가서 화가에게 당신이 쓰는 유채물감의 브랜드는 어디 것인가요?라고 묻는 것이나 또는 피아노 연주회에 가서 피아노 브랜드를 적어가는 모습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유난스럽게 사진전에서는 이 사진을 찍는 도구에 대한 질문이 많습니다.

그게 다 사진이 국민 취미이고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겠죠. 
게다가 한국은 과시형 소비가 만연한 나라라서 과시하려고 필요 이상의 카메라를 구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프로페셔널 카메라로 분류된 카메라를 하이앤드 아마츄어 분들이 많이 가지고 다닙니다. 그래서 카메라 제조사들이 편의상 분류해 놓은 등급이 오히려 마케팅이 되어 버리는 현상이 많이 보입니다.  
내가 저 사진작가가 쓰는 카메라를 사용하면 나도 비슷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만용'으로 보입니다. 



카메라 색감 논쟁 

사진전 밖에 사진들, 그러니까 SNS나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있는 온랑린 디지털 사진들 보고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뭘까요? 
이 카메라 색감은 어때요!가 아닐까 합니다. 가끔 카메라 추천해달라는 메일을 받습니다. 나름 시간을 들여서 추천을 하지만 제 제안을 받아들이는 분이 있는지 모를 정도로 구매한 후 조언 감사했다고 메일을 보내온 분 한 분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카메라 구입 문의 메일에서 가장 신기했던 것은 카메라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분들이 대부분 이 브랜드는 색감이 저채도라서 싫고 저 브랜드 카메라는 색감이 너무 강해서 싫고라는 식으로 색감에 대한 지식이 꽤 높습니다.

분명, 카메라 브랜드마다 추구하는 사진이 목표가 다르기에 색감이 조금씩 다 다릅니다. 
그런데 그 색감이라는 것은 jpeg로 촬영할 때나 좀 차이가 나지 RAW파일로 촬영한 후 후보정을 하면 색감은 클릭 몇번으로 확 바꿀 수 있습니다. 라이트룸에서 좋아하는 색감을 담은 프리셋을 이용하면 색감은 바로 바뀝니다.

그럼에도 색감에 굉장히 민감해 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생활 사진가들이 jpeg로 촬영하고 후보정을 거의 하지 않고 사진 사이즈만 줄여서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카메라 브랜드 색감에 굉장히 민감하죠. 그렇게 색감에 민감하면 차라리 포토샵이나 라이트룸을 구매해서 색감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방법을 배우시는 거 더 낫지 않나요? 그래서 니콘 색감, 캐논 색감, 올림푸스 색감 등으로 바꾸는 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드네요. 

뭐 초보 분들에게는 그런 것 자체가 귀찮고 어렵긴 할 것입니다. 그래서 색감에 집착하는 것 같고요. 
공감은 안되시겠지만 전 사진을 볼 때 색감을 크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색감, 물론 중요합니다만 최우선 순위는 아닙니다. 제가 사진을 볼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이 사람이 다음 피사체는 뭔가? 그 피사체를 통해서 뭘 하고 싶은 것일까? 라는 메시지를 찾습니다. 

아무런 메시지가 없는 것도 있지만 보통 사람들은 사진을 찍을 때 어떤 의미 부여를 하고 싶기에 사진을 촬영합니다. 노을이 아름다워서, 강아지가 귀여워서, 사랑하는 사람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날이 너무 푹푹 찌고 짜증나서 등등 강약은 다르지만 의미가 있어서 사진을 찍습니다.

그 의미를 찾는 재미가 사진을 보는 재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의미를 두고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고 블로그에 댓글을 달고 카톡으로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데 색감이 어떻니 저떻니 하는 것은 사진은 안 보이고 카메라가 보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사진을 보고 색감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로지 기승전색감만 말한다면 사진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 카메라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여집니다. 



사진전 한 번이라도 해본 분들이 자주하는 질문 "뭘로 프린팅 하셨어요?"

<비비안 마이더 사진 중에서>


아마츄어들만 도구에 대한 질문을 할까요? 아닙니다. 프로들이나 사진전을 자주하는 분들도 도구에 대한 질문을 참 많이 합니다. 프로들이 자주 하는 질문은 "이거 뭘로 프린팅 하셨어요?"입니다. 그래서 농담으로 사진전에서 "이거 뭘로 찍었나요?"물어보면 생활 사진가고 "뭘로 프린팅 하셨어요?"라고 물으면 프로나 사진계에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문화가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유난스럽게 한국은 아마츄어인 생활 사진가나 프로들이나 사진에 대한 질의 응답 보다는 도구에 대한 질문을 참 많이 하는 듯 합니다. 우리가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미술전을 보면서 감독에게 무슨 카메라로 촬영했나요? 무슨 피아노로 연주하나요? 무슨 브랜드 유채물감을 쓰냐고 묻지 않습니다. 

그런데 유독 사진작가에게는 무슨 카메라를 쓰냐면서 도구에 대한 질문을 할까요?
분명, 카메라는 사진에 큰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카메라는 단지 표현력의 도구일 뿐 사진 그 자체는 아닙니다. 16색깔 크레파스보다 32색깔 크레파스를 가지고 그림을 그리면 좀 더 다양한 색을 표현할 수 있죠. 카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싼 카메라는 표현력을 풍부하게 해주는 도구일 뿐 사진을 풍부하게 해주는 도구는 아닙니다

사진은 사람이 찍는 것이지 카메라가 찍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이지 좋은 카메라가 찍는 것이 아닙니다. 사진전에서 카메라만 보지 마시고 그 카메라 뒤에 있는 사진작가의 시선을 바라보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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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흠냥 2015.09.03 09: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은 맞고 반은 틀린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린팅기기와 용지를 따지는건 말씀하신대로 프로밖에 없습니다
    아마추어도 아닌 일반인들은 잘 모르고 사진만 보기때문에
    자신도 그 사진을 찍어보고 싶어하기에 카메라를 물어보는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르니까 비전문가지요 그걸 알았다면 말씀하신대로 프로이겠죠
    그래서 그걸 설명해주시려고 글을 쓰신것같은데 잘 모는사람이 있다면 잘 알려주면되죠
    잘 모르는 비전문가를 '만용'이라는말까지 써가며 깍아내릴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 Favicon of http://photohistory.tistory.com BlogIcon 썬도그 2015.09.03 09: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을 제대로 이해 못하셨네요 물어 볼 수 있어요. 그것만 물어보니까 문제입니다. 그리고 사진전에 가서 카메라만 물어보면 사진작가 기분 좋을리가 없습니다

  2. Favicon of http://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5.09.03 1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합니다
    사진은 카메라가 아니라 사람이 찍는거니까요^^

  3. Favicon of http://www,tgrayiris.com BlogIcon 티그 2015.09.04 1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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