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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추상화 같은 머리 속 세상을 구상화 시킨 놀라운 애니 '인사이드 아웃'

by 썬도그 2015.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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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는 졸린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 단어였습니다. 늦잠을 자도 괜찮은 일요일에 평일보다 더 일찍 눈을 뜨게 한 디즈니랜드 애니, 미키 마우스와 도날드덕, 구피는 달콤한 이름이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그 행복했던 기억은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나이들면서 디즈니랜드 만화는 아동용 만화로 인식하고 봉인해버렸습니다. 디즈니는 <인어공주>를 필두로 장편 애니를 거의 매년 꾸준하게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을 홀리는 애니는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했던 <겨울왕국>도 머리 속에 까칠이가 조종간을 장악해서 쓴소리를 내뱉었습니다. 이제는 디즈니 장편 애니에 큰 기대를 걸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입소문이 좋은 디즈니 애니가 개봉한다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픽사 스튜디오가 만든 <인사이드 아웃>입니다. 명작 애니 <업>을 연출한 감독의 작품이라니 까칠이가 잡은 조종간은 기쁨이가 잡고 영화관으로 절 이끌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을 보는 내내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일요일 일찍 일어나서 어린 동생들과 말똥말똥한 눈으로 디즈니랜드 애니를 보던 그 시절이 살며시 떠올랐고 그 기분 좋은 추억은 영화 내내 머리 속에서 둥둥 떠다녔습니다. 그리고 영화에 감사했습니다. 어린 시절 지워진 그 행복했던 기억을 되찾게 해주어서요.

다시 찾았습니다. 어린 시절 행복 한아름 안고 봤던 그 디즈니랜드 애니의 재미를 다시 찾았습니다. 


머리속 세계를 탐험하는 애니 '인사이드 아웃'

애니의 내용은 아주 단순 명료 간단합니다. 감독 '피터 닥터'가 항상 아빠에게 미소만 지어주던 딸이 십대가 되더니 웃지도 않고 까칠해져만 가는 모습에 딸의 머리 속을 들여다 보고 싶었다는 말처럼 <인사이드 아웃>은 사춘기에 막 입문 하기 전인 라일리라는 11살  딸의 머리 속 여행을 그린 애니입니다. 



<인사이드 아웃>은 아주 기발한 상상력을 구체화 시킨 뛰어난 애니입니다. 사람들의 머리 속 추상의 세계를 구상의 세계로 재현한 놀라운 영화입니다. 사람들 머리 속에는 기쁨이, 슬픔이, 까칠이, 소심이, 분노라는 5개의 감정이 살고 있는데 기쁨이가 조종간을 잡으면 주인공이 웃고 슬픔이가 조종간을 잡으면 눈물을 흘립니다. 

이런 아이디어는 뛰어난 창의는 아닙니다. 이런 상상은 누구나 할 수 있죠. 그런데 이 애니 거기서 더 나갑니다. 



이 다섯 성격이 있는 콘트롤 타워 창 밖에는 가족섬, 우정섬, 엉뚱섬 같은 한 인간의 정체성을 이루는 성격섬이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성격섬이라고 말하지만 제가 보기엔 주인공이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의 섬으로 만들어 놓은 듯 하네요. 가족섬은 엄마 아빠와 행복하게 지내면 활발하게 움직이지만 엄마 아빠와 딸의 관계가 느슨해지면 가족섬이 흑백으로 변하다가 더 나빠지면 그 섬이 무너지고 붕괴 합니다.

친구와 다투면 우정섬이 파괴 됩니다. 여기에 라일리가 기뻐하면 밝은 색의 기쁨의 기억이 구술이 되어서 콘트롤 타워로 흘러들어오고 라일리가 까칠한 말을 하면 까칠한 기억이 담긴 녹색의 기억공이 만들어집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억 구슬은 매일 장기기억 보관소로 보내집니다. 



심리학 교재로 사용해도 될 만큼 뛰어난 머리속 세상을 구체화 하다

제가 이 애니에 놀란 것은 우리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기억과 감정의 과정을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게 구체화 해서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장기기억장소에 간 기억들 중에 쓸모 없어진 기억을 매일 제거하는 모습이나 라일이가 좋아하는 이상적인 남자친구나 라일리가 좋아한 과거의 추억의 공간이 하나의 마을처럼 그려지는 등 정밀한 구체화에 크게 놀랄 정도입니다.

이 애니를 만들면서 심리학자들과 뇌와 기억에 관한 과학자에게 많은 조언을 받았는지 허튼 구석이 없습니다. 
기억의 만들고 저장하는 과정과 함께 유년 시절의 상상의 친구인 빙봉이나 두려운 기억을 봉인한 창고가 있다는 설정을 넘어서 꿈을 매일 영화 제작하듯 제작하는 깜찍한 상상은 시종 일관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특히 추상적 개념의 공간을 지나가면서 실체가 점점 단순한 형태로 변해가는 모습은 기가 막히다라는 기쁨의 기억 구슬이 내 머리에서 만들어 질 정도로 쾌재를 부르게 되네요. 어쩜!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나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머리 속 세상을 알려 달라고 하면 부모님들은 참 난감하죠? 그 때 이 <인사이드 아웃>을 보여주시면 됩니다. 




슬픔이 필요한 이유를 매끈하게 풀어주는 뛰어난 스토리텔링

 스토리는 2개로 진행됩니다. 11살 라일리가 눈이 많이 내려서 겨울에는 아이스하키를 하는 미네소타에서 복잡한 도시인 샌프란시스코에 와서 겪는 방황과 그 방황 때문에 사고로 장기기억장소로 빨려 들어간 기쁨이와 슬픔이가 다시 콘트롤 타워로 찾아가는 긴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5개의 감정 중에 가장 메인이 되는 감정은 기쁨입니다. 항상 밝고 쾌할한 소녀인 라일리의 메인 성격은 기쁨이죠. 기쁨이가 주인공 역할을 하니 상대적으로 가장 반대쪽에 있는 성격인 슬픔이는 항상 외톨이이고 왕따 같이 지냅니다. 슬픔이는 항상 사고만 내고 기쁜 기억도 슬픈 기억으로 만들어버리니 기쁨이가 대놓고 구박은 안 하지만 격리 시키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둘이 장기기억장소에 함께 떨어지고 콘트럴 타워로 돌아가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슬픔이는 모든 것에 부정적이었고 우울함 그 자체입니다. 이러니 아무 쓸모 없어 보이고 유일한 악역 또는 민폐 캐릭터로 비추어집니다. 그러나 <인사이드 아웃>은 슬픔도 그 존재 이유가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다만, 그 존재 이유를 나이든 어른이면 다 아는 내용이라서 신선하거나 놀랍지는 않지만 그 슬픔이 존재하는 이유과 그 가치를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담아냅니다. 스토리를 쓰는데 3년이 걸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네요. 가장 힘든 스토리가 단순하지만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스토리라고 하잖아요. 


영화관을 눈물바다로 만든 빙봉

기쁨이와 슬픔이의 여행 중에 만난 빙봉이는 라일리가 3살 때 만든 상상의 친구입니다. 코끼리 코와 돌고래 등 3살의 라일리가 좋아하는 동물을 섞어서 만든 하이브리드한 상상의 친구입니다. 나이든 라일리는 빙봉이를 거의 잊었습니다. 그러나 빙봉이는 장기기억장소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라일리를 잊지 못했습니다. 

이 빙봉이는 기쁨이와 슬픔이의 길라잡이를 해주면서 라일리가 다시 행복해지길 기원합니다.
이 빙봉이는 유년 시절의 추억 그 자체입니다. 우리가 옛 기억, 특히 유년 시절을 떠올리면 다 기억나지 않지만 희미하게 미소를 짓게 됩니다. 그리고 가끔  걱정과 고민이 없고 기쁨이가 조종간을 주로 잡던 그 시절을 그리워합니다. 어른 되어감의 두려움이 없던 그 선한 기억만 가득하던 시절, 현실의 즐거움과 상상의 즐거움이 공존하던 그 유년 시절을 그리워하죠. 

빙봉이는 그런 존재입니다. 이 빙봉이 때문에 영화관은 눈물 바다로 만듭니다. 관객 개개인의 마음 속에 살고 있는 그러나 잊혀진 각자의 빙봉이들이 장기기억장소에서 떠올랐기 때문에 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리네요. 빙봉이는 캐릭터 상품으로 나올 듯 한데 검색을 해보니 이미 인형으로 만들어졌네요




티 하나 없이 맑고 밝은 가족 영화 '인사이드 아웃'

디즈니랜드 영화는 행복을 상품화 해서 파는 기업이라고 비난을 받습니다. 그게 무슨 큰 문제냐고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세상은 항상 디즈니랜드 애니처럼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그래서 '마당을 나온 암탉'같은 세드앤딩을 디즈니랜드 애니에서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런 비판에서 이 '인사이드 아웃'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또한, 머리 속 세상을 놀라운 상상력으로 구체화 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좀 더 감정의 진폭을 크게할 수 있음에도 작은 일탈로 마무리하는 것은 좀 아쉽습니다.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인사이드 아웃>은 올해 본 영화 중 3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재미있고 유쾌하며 유익한 가족 애니입니다. 아이들은 웃고 어른들은 웃다가 울게 만드는 애니입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별점 : ★

40자 평 :  우리 머리 속 세상을 뛰어난 상상력으로 구체화 시킨 놀라운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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