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편리함을 매일 매일 느끼지만 도시가 싫습니다. 아니 도시가 싫기 보다는 도시 생활이 싫습니다. 도시는 삶은 각박함 그 자체입니다. 딱 필요한 만큼만 관계를 맺고 그런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도시 생활 사용법입니다. 그리고 그 도시에는 회사 생활이라는 지옥이 지상에 실현된 듯한 삶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기 빨린다고 합니다. 정말 한국에서 회사 생활하면 기가 다 빨리고 삶은 피폐해집니다. 아침 일찍 출근해 막차를 타고 들어오는 도시인들의 삶은 일과 삶이 한 몸처럼 결합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도시인들은 학교에서 회사에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 죽어가는 것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술과 담배 그리고 힐링한다면서 주말에 번화가나 유명한 장소에 가지만 거기도 다들 삶에 지친 사람들이 뭔가를 갈구하는 삶입니다. 

도시에서 받은 독은 도시에서 치유할 수 없습니다. 도시가 아닌 곳으로 떠나야 합니다. 그렇다고 주말에 1박 2일로 떠나는 여행은 1달 짜리 마취제이지 삶 자체를 해독시켜주지 못합니다. 

작년에 1달 동안 차를 타고 전국을 다녀봤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그리고 느꼈습니다. 경치 좋은 시골에서 살아야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경치가 좋아서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닙니다. 해가 지니 마을도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 잠을 들었습니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지면 자는 자연의 시계와 동기화 된 삶을 보면서 잊고 살았던 그 삶이 떠올랐습니다. 


 사진 에세이 '서울염소'

자신을 염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프로그래머로 살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쌍둥이 딸과 큰 아들과 사진작가 아내를 둔 그는 서울 생활에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 큰집으로 심부름을 가곤 했어'
작은 목장을 하던 큰집에 우유 얻으러 가고, 형들도 보러가고 
산 모퉁이를 돌면 묵은 밭 같은 평지가 나오는데 
거기 염소 한 마리가 묶어 있는 거야. .

그냥 쇠꼬챙이에
염소는 동그라미 안에 있어.
쇠말뚝과 똥그라미 중간쯤에 앉아 입을 우물거리면서..

그 모습이 어린 눈에도 무척 인상적이었어. 
'바깥에 풀을 먹고 싶어도 못먹는구나, 저 염소 참 불쌍하다'
그런데 커서 보니까 내가 딱 그염소야.
목줄 길이가 내가 회사 가는 거리인 거지.

밖은 녹색, 안은 회색.
까만 염소 한 마리가 앉아있는 거야.
자기가 끈에 메인 줄도 모르고

오인숙 사진작가님과 알게 된 것은 작년이었습니다. 10년 동안 남편을 카메라로 기록한 '서울염소' 사진전을 소개한 후 작가님이 전시회를 가보지 못한 저에게 사진집을 선물 하셨습니다. 그 사진집을 보면서 내 이야기를 들여다 보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제 이야기를 넘어 현재의 30~50대 직장을 다니는 가장들의 이야기 같았습니다. 하루하루 도시의 삶에 점점 죽어가는 우리네 가장들의 쓸쓸하고 씁쓸하고 앞으로 기울어진 어깨를 보는 듯 했습니다. 한 번도 도시 직장인들의 속내를 제대로 담은 사진전을 보지 못했습니다. 사라지는 것, 인간의 내면을 담았다는 추상적인 사진, 허름한 뒷골목, 도시 빈민가나 화려한 것만 추종하는 양극단의 사진전은 참 많이 봤지만 정작 우리들의 모습을 제대로 담은 사진전은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서울염소'는 달랐습니다. 우리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우리 스스로는 찍지 못합니다. 찍을 엄두도 내지 않죠. 누가 피곤한 내 삶을 촬영하겠어요. 그런데 아내인 오인숙 사진작가는 그런 남편을 관찰자 시점으로 촬영했습니다. 옆에서 지켜 본 남편의 10년을 모아서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전을 확장해서 '서울염소'라는 사진 에세이를 출간 했습니다. 



'서울염소'라는 사진전은 남편만 초점을 맞췄습니다. 대기업 프로그래머로 살면서 세 아이를 키우면서 회사 생활이라는 독을 매일 들이키면서 서서히 삶에 지쳐가는 모습과 함께 실직 후 지방에 허름한 집을 새로 고쳐서 밭을 일구는 농부의 삶을 보여줬습니다. 그렇다고 농부가 된 것은 아니고 도시의 삶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기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과정을 보여줬습니다. 

이 사진전을 확장한 것이 '서울염소' 사진 에세이입니다. 
이 책에는 남편을 10년 동안 기록하기 전의 이야기와 다른 가족의 이야기가 더 들어가 있고 기존의 글도 추가하거나 좀 더 다듬어서 사진 에세이에 담았습니다. 


먼저 사진전의 프레임 바깥에 있었던 다른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초반에 나옵니다. 다른 부모들이 그렇듯 오인숙 작가는 두 쌍둥이 딸과 큰 아들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췄습니다. 힘든 과정을 겪고 태어난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의식이 생기고 카메라를 멀리하려고 하자 자연스럽게 그 카메라를 옆에 있는 남편으로 향합니다. 

사진전에 없었던 아이들 이야기와 육아에 대한 고민 그리고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오인숙 작가와 다른 가족들과의 충돌과 반목의 소음을 천천히 읽어보니 사진이 더 선명하게 보여지네요. 보통, 이런 것들을 밖으로 보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우리가 가족 사진을 찍을 때는 야유회나 같이 여행을 갔을 때만 찍죠. 그러나 오인숙 작가는 현실적인 육아와 지속해야 하는 삶에 대한 고민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게 참 공감이 갑니다. 누구나 하는 그 흔한 고민은 가정을 꾸미는 분들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그리고 그 반목들을 서서히 치유해 가는 과정이 후반에 펼쳐집니다. 
'돈'이라는 미끼를 한번 문 이상 입이 찢어지는 고통을 겪지 않고서는 바늘을 빼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라는 생각은 도시에 사는 우리들을 돌아보게 합니다. 


 

남편과 아내의 실직 후에 해외여행을 떠나서 하나의 깨달음을 얻고오는 그 과정이 사진 에세이에 잘 묻어 나오네요. 
다만, 도시의 삶에서 상처 받았다고 시골이라는 공간이 치유를 해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도시인들이 흔히들 
다 때리치고 "농사나 짓고 살지 뭐"라고 쉽게 말하지만 농사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귀농에 실패를 하죠. 

'서울염소'에는 귀농의 삶이 아닌 시골에서의 삶에 대한 고민만하고 끝이 납니다. 어떻게 결론 날지는 모르겠지만 전 그 귀농의 삶을 응원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생각보다 낭만적인 삶은 아닐지라도 시골은 자연이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서 도시 보다는 정작하기 때문입니다. 노동한 만큼 자라는 그 정직함이요. 

전체적으로 오인숙 작가의 현실적인 고민과 고통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녹여져 있습니다. 주제 넘게 조언을 하자면 바라는 것이 많으면 고통이 커집니다. 바라면 원하게 되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그게 다 스트레스가 됩니다. 도시는 견물생심이라고 매일 같이 비교하고 갖고 싶은 것 투성이고 바라는 것 투성입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많죠. 

바라는 것을 줄이면 도시에서 받는 상처는 크게 줄어들고 꼭 시골에 살지 않더라도 지금보다 더 많이 웃는 시간이 늘어날 것입니다. 그 바라는 것은 자식들을 향한 바람이 가장 클 것입니다. 



사진전에 없었던 아이들과 함꼐 시골집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든듬함을 느끼게 해주네요



어떤 것을 느끼게 하는 사진을 원한다면 '서울염소' 사진 에세이는 글이 일으킨 공감의 물결을 사진이 증폭시킵니다. 
글들이 무척 좋은데 전에 보내주신 '서울염소'사진집보다 더 좋아졌습니다. 남편분의 바람 같은 시원한 미소가 눈길을 머물게 하네요. 



누구를 찍는 다는 것은 그를 관찰한다는 것입니다. 그를 관찰한다는 것은 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나라는 존재는 여러 관계 특히 가족과의 관계가 내 자아의 기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고 관찰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은 관찰을 당하는 사람의 시간이 아닌 내 시간이고 그 시간은 나를 형성합니다. 

가족을 통해 작가의 자아가 가득 묻어 나는 사진에세이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떠나고 싶어하는 분들이 가볍게 읽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이 글은 출판사가 무상 제공한 책으로 쓴 리뷰입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썬도그
하단 박스 
카카오스토리 구독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메일

댓글을 달아 주세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