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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기시감과 반전을 적당히 섞어서 만든 기성품 같은 영화 <악의 연대기>

by 썬도그 2015.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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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없는 후배 경찰의 생일을 챙겨줄 만큼 다정다감한 최 반장(손현주 분)는 큰 상을 받고 좋은 승진기회를 잡았습니다.  
그렇다고 이 최 반장이 '정의의 사도'는 아닙니다. 적당히 부패한 

흔한 경찰입니다. 그날도 서울 본청으로 갈 날만 생각하고 팀원들과 함께 회식한 후 택시를 탑니다. 그런데 이 택시가 목적지인 목동이 아닌 우면산으로 갑니다. 외진 곳에서 선 택시에서 내린 택시기사는 최 반장이 뇌물을 받고 풀어준 범죄자들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최 반장이 죽어야 한다면서 칼을 휘두르고 격투 끝에 최 반장 살인 의뢰를 받은 택시기사가 칼에 찔려서 죽습니다. 

최 반장은 112에 전화를 걸어서 신고하려고 했지만, 자신의 부정한 것도 함께 들통나서 승진에서 탈락 될 것이 두려워서 지문을 지우고 살인 현장에서 빠져 나옵니다. 그리고 다음 날 그 시체는 강남 경찰서 옆 공사장 크레인에 걸려 있게 됩니다. 이 경악한 사건은 뉴스에 크게 보도 되면서 경찰은 체면을 구기게 됩니다. 

 

<끝까지 간다>와 비슷한 스토리가 진부하게 느껴진 초반

경찰이 살인을 하고 그걸 숨기려고 하는 초반의 내용은 영화 <끝까지 간다>의 부조리와 비슷합니다. 영화 제작사가 <끝까지 간다>의 제작사이고 이걸 홍보에 적극 활용했습니다. 영화 초반에는 <끝까지 간다>의 느낌이 아주 강합니다. 
적당히 부패한 경찰이 살인을 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살인을 숨기는 모습이나 
아무도 모를 것 같았던 살인사건을 목격한 사람이 주인공을 협박하는 모습은 판박이 같은 느낌입니다. 

이런 기시감은 영화 초반의 긴박함에 맥을 빠지게 합니다. <끝까지 간다>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이런 부조리함이 신선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끝까지 간다>를 본 분들은 초반의 모든 짜임새가 <끝까지 간다>의 연장전 같은 느낌을 받게 합니다. 

 

용의자 스스로 최반장과 독대를 하는 신선한 중반

최 반장은 자신의 행한 살인사건을 자신이 수사를 맡게 됩니다. 팀원들과 상관들은 이런 사실도 모르고 CCTV와 피해자의 손톱 밑에서 나온 최반장의 DNA를 검사합니다. 최 반장 본인이 일으킨 사건을 본인이 수사하는 그 자체의 긴장감은 흥미롭습니다. 손현주의 바싹 타들어 간 입술과 충혈된 눈빛을 담은 뛰어난 연기가 기시감 높은 스토리의 얼개를 단독 돌파를 합니다. 여기에 최 반장의 행동을 수상히 여기는 막내 형사 차동재(박서준 분)의 의심이 더해지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줍니다.  

이런 긴장감은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사건을 대충 마무리하려는 순간 크게 터집니다. 국과수 조사결과 경찰이 지목한 범인이 진범이 아닌 것으로 나왔고 경찰 수뇌부는 당혹해 하지만 이 사건을 그냥 덮어 버립니다. 이때, 크레인에 시체를 자신이 직접 지시했다는 용의자 김진규(최다니엘 분)이 스스로 경찰에 찾아오면서 영화 <악의 연대기>는 <끝까지 간다>의 기시감을 벗어던지고 질주를 합니다.  최반장과 김진규는 취조실에서 독대하면서 거래를 합니다. 그리고 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게 됩니다. 

 

 

<부당거래>의 기시감이 강한 영화 후반의 설득력이 약한 마무리

자신의 색을 찾고 질주하던 영화 <악의 연대기>는 후반에 큰 반전을 보여줍니다. 이 반전이 상당히 매끄럽고 반전을 다루는 짜임새는 그런대로 꽤 괜찮습니다. 다만, 이 영화가 반전이 있는 영화를 정보를 주입하고 반전에 몰입하고 본다면 영화를 가장 재미없게 볼 것입니다. 그 이유는 반전 강박증 때문에 영화 초반부터 일거수일투족을 의심하면서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반전의 내용을 미리 눈치챈다면 <악의 연대기>는 중간부터 후반까지 지루하고 지루할 것입니다. 

특별한 액션 없이 오로지 스토리로만 승부하는 영화에서 스토리가 중간에 틀통나면 그것만큼 지루한 것도 없죠. 
반전을 이끄는 힘은 그런대로 좋긴 합니다만 설득력은 그렇게 좋지 못합니다. 반전 이후에 보여주는  분노 어린 설명은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꼭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라는 의구심이 듭니다. 이는 분노는 있지만, 그 분노의 에너지가 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스토리가 후반으로 갈수록 몇 번을 꼬기 때문에 복잡한 듯 보이지만 반전을 위한 인위적인 반전 같은 작위적인 느낌도 강합니다

영화 <악의 연대기>의 후반은 영화 <부당거래>의 느낌도 강하게 느껴집니다. 경찰의 편의주의적인 행동과 보신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주제로 담고 있는데 밀도는 <부당거래>보다 높지도 흥미롭지 않습니다. 

 

이것저것 짜집기 한 듯한 한국형 기획영화 같았던 영화 <악의 연대기>

요즘 한국 영화들이 재미없다는 소리가 큽니다. 특히 영화를 많이 보는 영화 매니아들은 여러 가지 영화를 섞어 놓은 듯한 기획해서 제작하는 한국 상업 영화들에 대한 질타가 많습니다. 창의성과 활력이 사라지고 크게 성공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실패도 하지 않는 안전빵(?) 영화들을 제작 상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로 영화를 제작하기 때문입니다. 창의적인 영화는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창의성은 줄이고 대신 대중들이 좋아하는 요소들을 기존의 여러 영화를 참고해서 조립한 듯한 짜릿하지 않은 달콤한 영화들만 제작하고 있습니다.
<튜브(2003)>라는 꽤 잘 만든 액션 영화를 만든 백운학 감독이 액션이 거의 없는 영화를 만드는 것도 아쉽기만 하네요. 

영화 <악의 연대기>는 기획된 스릴러 영화 같았습니다. 여러 영화를 짜깁기한 듯한 기시감이 영화 전반과 후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영화 중반의 쪼는 맛이 좀 있습니다. 흔한 기획 스릴러물이라는 느낌이 아주 강하네요. . 창의성 있는 비밀 제조법은 없고 MSG를 뿌려서 인공의 맛이 가득합니다. 중요한 것은 맛이 있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2시간 즐길 만 합니다. 

별점 : ★

★☆
40자평 : 흔한 맛, 뻔한 맛 그러나 맛있게 먹는 프랜차이즈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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