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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자기 주장을 배척하는 한국의 이상한 문화가 만들어낸 같아요 화법

by 썬도그 2015.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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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올에 소개된 한국 학생들의 글은 요점이 불분명합니다라는 주장을 하는 안야 세르핀스키 독일인 교수의 인터뷰 글을 몇번을 곱씹어 읽었습니다. 

이 인터뷰 글은 한국과 중국 같은 아시아 학생들의 글에는 글의 요점이 불분명하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중국 학생들은 질문이라도 많이 하는데 한국 학생들은 질문도 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왜? 한국 학생들은 글의 요점이 불분명할까요?



~~~ 말 끝마다 같아요를 붙이는 주관도 확신도 없는 이상한 화법을 쓰는 한국 사람들

뉴스 인터뷰를 보면 특이한 점들이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 대부분이 인터뷰를 할 때 ~~ 인 것 같아요. ~~ 한 것 같아요. 같아요 같아요. 마치 라임 같이 같아요를 너무 흔하게 사용합니다. 왜 같아요라는 화법을 구사할까요? 이는 젊은 분들일수록 같아요 화법을 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건 연예인들도 마찬가지고요. 왜 같아요라는 화법을 쓸까요?

이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발생하는 듯 합니다. 



1. 토론 문화가 없는 한국 교육

항상 하는 말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한국은 기본적으로 상명하복의 군대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제대로 된 토론 문화가 없습니다. 그나마 같은 나이의 같은 반 학생끼리 하는 토론은 그나마 좀 하지만 회사나 동아리 같은 계급이 존재하는 집단에서는 제대로 된 토론을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이 어린 또는 계급이 낮은 사람에게는 발언권도 없을 뿐더러 있어도 그 의견을 쉽게 무시하는 모습 또는 무시하지 않더라도 귀담아 듣는 경청 문화가 없습니다. 이러 문화를 자라면서 익히다 보니 자신이 계급이 낮거나 나이가 어리면 질문도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도 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토론을 무슨 사생결단을 내야 하고 결론을 꼭 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의견을 수렴하기 보다는 합의점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토론이 꼭 정답을 결정하고 의견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닌 의견 청취의 기회로 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죠. 



2. 자기 주장하는 방법도 잘 모른다

여기에 발언 기회가 주어져도 자기 주장을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자기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의견이 있는 지를 잘 모릅니다. 대부분의 사건 사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깊은 사유가 없습니다. 대부분은 다른 사람이 생각한 생각을 그대로 내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취향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이라고 여기는 그것들은 대부분 세상의 취향이고 다른 사람의 취향입니다. 단지 내가 그걸 선택해서 내 취향이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이러다보니 어떤 것이 내 생각이고 내 생각이 아닌지 어떤 것이 내 의견이고 내 의견이 아닌 지를 잘 모릅니다. 
이는 깊은 생각을 하는 습관들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자기 주장이 느슨하게 되면 자꾸 말을 할 때 ~~ 같아요라는 화법으로 말을 하게 됩니다. 이는 난 잘 모릅니다만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는 데 그게 내 의견인 것 같다는 두루뭉술한 말을 하게 되는 것이죠. 

미국 같은 경우는 어려서부터 자기의 이야기를 남들 앞에서 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이때 자기 이야기를 조리 있게 말하는 훈련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이런 두려움은 자주 남들 앞에서 서 말을 하는 기회를 주면서 해결하고 극복해야 하는데 그럴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3. 자기 주장이 강하면 몹쓸 사람으로 생각하는 집단주의가 만연한 한국

한국 중국 일본은 개인보다 집단이 우선이 되는 나라이고 이는 동양문화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개인은 국가의 구성원으로 국가나 내가 소속된 집단이나 회사의 부속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국가나 회사나 단체나 집단에 해가 가는 행동을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따라서 개인주의자들을 아주 싫어 합니다.

며칠 전에 본 1993년에 일본에서 제작된 TV 애니 <바다가 들린다>에서는 흥미로운 장면이 있습니다. 대학 진학률이 떨어졌다면서 애먼 중3 학생들의 수학여행을 취소 시킵니다. 이에 중3 학생들은 큰 불만을 가지게 되었죠. 대학 진학률 떨어진 것과 수학여행과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수학여행 가면 고3 선배들이 대학 못간다는 것일까요?

이 말도 안되는 논리는 쉽게 먹힙니다. 왜냐하면 상명하복 문화가 일본에도 강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죠. 학교에서는 불만이 있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합니다. 그리고 주인공과 친구 딱 2명만 손을 들어서 불만을 표시합니다. 그럼 다른 학생들은 불만이 없을까요?  있죠. 왜 없겠어요. 하지만 불만 표시해봐야 학교의 결정이 바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불만이 많은 학생이라고 불순분자로 낙인이 찍힐 게 뻔한데 누가 손을 들겠어요. 이렇게 자기 주장이 강하거나 집단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바로 몰매를 맞습니다. 

제 블로그에 가끔 이런 댓글들이 달립니다.

"이런 주관적인 글은 일기장에 쓰고요. 객관적인 글을 썼으면 합니다"
황당스럽습니다. 먼저 이 블로그는 제 주관을 적은 제 일기장입니다. 명령이나 지시를 빼면 대부분은 개인의 주관으로 시작하고 그 주관을 바탕으로 행동을 합니다. 객관은 주관에 다른 사람의 주관이 합쳐지고 합쳐져서 거대해지면 그걸 객관이라고 불립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나도 객관에 대한 강박이 있습니다. 객관이 정답이고 주관은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주관은 내 주장입니다. 때문에 내 주장이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이끌어낼지 아닐지는 저도 모릅니다. 
다만 공감을 많이 받으면 내 주관과 비슷한 사람이 많고 내 생각이 일반적인 생각이구나를 느끼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어떤 글을 쓸 때 내 주관을 쓰면 삿대질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한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을 배척하는 문화도 있습니다. 물론 근거 없는 자기 주장은 공감을 받기 힘듭니다. 그런 근거 없는 자기 주장은 공감하지 않거나 근거가 부족하네요 식으로 치부하면 되는데 자기 주장 자체를 하지 말라는 문화가 있죠. 

이러다 보니 자기 주장을 강하게 하기 보다는 내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남의 눈치를 보는 듯한 맥아리 없는 화법인 ~~ 같아요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이는 자신의 주장에 문제가 있으면 빠져 나갈 장치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너무 주관적이시네요라는 말이 비판의 용도로 활용 되는 문화가 있는 한 같아요 화법은 널리 멀리 사용 될 것입니다. 




4. 질문에 익숙하지 않는 한국 문화

수많은 전시회를 찾아가면 항상 질문을 많이 합니다. 왜냐하면 질문을 해야 전시회장에 드러내지 않는 정보를 얻어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직원들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참 많이합니다. 대부분의 직원 분들은 대답을 잘 해주십니다. 그런데 질문을 5개 이상 넘게 하면 화를 내는 분들도 있습니다. 

왜 자꾸 물어보느냐 이거죠. 혹시 경쟁 회사 직원인가 하는 경계심도 있고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하면 난감함을 넘어서 반감을 드러냅니다. 저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런 질문까지 예상하지 못하고 전시회장에 나오는 것 자체가 자기 스스로 질문을 하지 않고 자신의 제품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과 생각이 없다는 증거라고 생각하고 질문을 그만둡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질문을 하면 귀찮아 하는 문화가 꽤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강연이나 수업이 끝나면 질문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질문할 것이 있어도 참거나 조용히 수업 끝나고 선생님을 따라가면서 물어보기도 합니다. 질문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도 합니다. 

"쟨 저것도 몰라서 질문을 하냐?"
질문 자체를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질문을 안 하는 것도 꽤 있죠.
이게 다 주입식 교육의 결과물입니다. 토론식 수업 대신 강연이나 수업을 하는 선생님이 가장 편한 방식으로 강의나 수업을 하니 이런 질문은 몹쓸 행동이라는 이상한 문화가 또아리를 틀고 있네요.



5. 같아요가 겸손의 화법이라고 생각하는 문화


그렇다고 같아요라는 말을 아예 쓰지 말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필요할 때는 써야요. 예를 들어 누군가가 길을 물어 봤는데 잘 모르는데 확신에 차서 이쪽으로 쭉 가면 됩니다라고 하면 안 됩니다. 이쪽 같은데요~~ 식으로 확신이 없는 말을 한 후에 잘 모르겠다고 보충해야 합니다. 또한, 확실하지 않는 사실을 맞다고 확신을 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확실하지 않을 때 같아요는 써야 합니다.
그런데 같아요를 쓸 필요가 없는 것까지 같아요를 씁니다. 위 뉴스 검색은 수많은 연예인들의 인터뷰 기사입니다. 
"무대 공포증을 이겨낸 것 같아요" 대신에 "무대 공포증을 이겨냈습니다"
"벚꽃 같은 작품 복 받은 것 같아요" 대신에 "벚꽃 같은 작품 복 받았어요"
충분히 같아요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것같이 과도하게 같아요를 사용합니다. 

이는 같아요가 겸손의 화법이라서 그런 것도 있습니다. 확신에 차서 말하는 대신 겸손의 화법으로 같아요를 써서 상대방에게 반감을 가지지 않게 하는 문화도 한 몫 했습니다. 


손님 커피 나오셨습니다! 라는 이상한 높임말이 있듯 한국은 이상한 화법이 많습니다. 커피숍 종업원이 손님 ! 커피 나오셨습니다라는 말이 이상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알면서도 그렇게 쓰는 이유는 그렇게 사용하지 않으면 화를 내는 손님이 있어서 그런다고 하네요

이게 다 상명하복 계급이 또렷한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자 부작용이 아닐까 하네요. 자신을 낮추는 것이 왜 상대를 높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우리는 자신을 참 잘 낮춥니다. 그러니 생판 처음 보는 사람에게 선생님.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쉽게 부르죠. 자신을 낮출 필요가 없습니다. 당당하게 말하는 분이 더 보기 좋습니다. 

그러나 갑과 을로 가득한 한국 사회에는 힘들어 보이네요. 하지만 적어도 자신을 존중하고 자존감을 갖고 자신의 생각에 자신감을 가진다면 같아요 화법은 좀 더 줄어들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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