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의 한 사진 갤러리에서 사진을 관람하고 있었는데 한 여성 관람객이 관장님하고 이런저런 사진 이야기를 합니다. 귀동냥으로 그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힘든 일이 많았었는데 사진을 취미로 하고 나서 많이 치유가 되었다고 하네요.
나중에는 눈물을 흘리면서 대화를 하시던데 그 모습을 한 참 물끄러미 봤습니다. 중년의 아주머니였는데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진이 정신 치료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더군요. 사진을 좋아해서 사진을 이 블로그에 소개하지만 돌이켜보면 저 또한 사진 때문에 큰 도움을 받고 살고 있습니다.
마음이 복잡하고 어두울 때면 카메라를 메고 시내에 나가서 사진전을 봅니다. 그 사진전 보러 가는 길에 찍는 사진들과 사진전에서 본 사진들을 보면서 출렁이던 마음은 평온해집니다. 사진전에서 사진들을 보는 그 시간 만큼은 사진작가의 마음을 들여다 보면서 이 사진작가는 세상을 이렇게 보는구나라며 한 사람과 대화를 하는 느낌이 듭니다.
또한, 여러 사진 출사 지역을 다니면서 많은 풍광과 경험을 하게 됩니다. 당시에는 힘들고 땀도 나고 힘든 고통도 있지만 한줄기 바람 속에서 멋진 풍경을 바라보면 그 자체로 아픈 마음 대신에 평온하고 차분한 마음이 드리우게 됩니다.
광합성이라고 하죠. 빛을 많이 쬐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이유도 있겠죠. 사진은 빛 없으면 찍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좋은 빛을 쫒다보면 어느새 내 마음 속의 어둠도 많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추천하는 취미는 단연코 사진입니다. 이동할 때는 책을 읽으면 1석 2조죠
그런데 이 사진으로 힐링을 받는 사람은 생활사진가만은 아닙니다. 미국 오마하에 사는 사진작가 Geoff Johnson은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사진으로 재현하면서 마음 속 어두운 기억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Geoff와 여동생은 어린 시절 쓰레기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쌓아 놓기만 하는 부모님들 때문에 위 사진처럼 집안은 온통 쓰레기였습니다.
집에 곰팡이가 피고 쓰레기가 가득했지만 이런 방치된 듯한 집에서 두 남매는 살았습니다.
이런 더러운 환경에서 사는 모습을 보니 작년에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 육남매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한 초등학생 아이가 머리에서 바퀴벌레가 나오는 등 행색이 너무 꾀죄죄하고 다녀서 학교 선생님과 이웃주민들이 이상하게 여기다가 방치 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자 관련 기관에 신고를 했습니다.
홀로 육남매를 키우던 어머니는 아이들을 돌보고 있지만 자포자기한 삶을 살고 있었는데 그 자포자기가 그대로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었습니다. 카메라와 함께 들어간 방은 온통 쓰레기 천지였고 바퀴벌레가 가득했습니다. 막내는 병에 걸려 있었고요. 경제 상황도 열악해지고 자포자기한 삶은 집 전체에 쓰레기가 쌓아지면서 악취가 나는 삶이 됩니다.
이를 지역 주민들과 사회적 지원망이 동원되면서 해결이 됩니다. 지역사회외 사회 지원망의 훌륭한 협동 플레이로 한 위기의 가정은 맑게 태어납니다. 비단, 그런 일이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네요
사진작가 Geoff Johnson은 자신의 어두운 유년 시절의 기억을 재현했습니다. 1995년에 떠난 집을 다시 찾아서 당시 상황을 재현하고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만인들이 알 수 있게 "Behind the Door"사진으로 소개했습니다.
손님이 오면 항상 숨어 있어야 했던 어두운 과거들을 다시 직시하면서 스스로 치유의 기회가 되었다고 하네요
고통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나누면 나눌수록 줄어듭니다. 비록 참혹스러운 기억 또는 과거 밝히고 싶지 않은 과거라고 할 지라도 그걸 나누면 다른 사람들이 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공감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용서하고 어두운 과거가 어두운 상태가 아닌 밝은 기억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 사진전이 부모님의 잘못을 거론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부모님들도 일종의 정신병이나 무슨 이유가 있었겠지요. 그럼에도 우리 부모님들은 자신의 욕심이 아이들에게 악영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신경 쓰면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