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문화 생활을 증진하기 위해서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을 지정해서 오후 6시부터 8시 사이에 상영하는 영화는 5천원에 4대 고궁은 무료 및 할인 입장 및 도서관과 미술관 등도 오후 9시까지 무료 개방 하는 등 다양한 할인 행사를 하는 특별한 날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문화가 있는 날'이 홍보가 잘 되지 않았는지 아니면 홍보는 되었어도 문화 생활에 쓸 돈이 없거나 할인 해도 여유가 없는 국민들이 많아서인지 큰 호응을 얻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저 같이 문화가 있는 날이 없던 때부터 꾸준하게 문화를 영위하는 분들에게 더 큰 혜택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책도 읽은 사람이 읽지 안 읽는 사람은 책 할인 해줘도 안 읽죠. 제가 느끼기엔 다음 정권에서 이 행사는 사라질 것 같습니다. 효과가 없으면 바로 사라지는 것이 정부 정책이니까요. 



지난 3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과천 현대미술관을 갔습니다. 오후 9시까지 무료 개방을 하기에 저녁 시간에 찾아갔습니다. 오후 7시 대공원역에서 하차해서 현대미술관 가는 셔틀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4번 출구에 나오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가는 셔틀버스 정류장이 있습니다. 


한국 카메라 박물관도 있는데 카메라 매니아들에게는 아주 관람 필수 코스죠. 입장료는 5천원인데 다양한 카메라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주로 라이카 카메라들이 많이 있어요. 클래식 카메라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관람하기 좋은 곳입니다. 상당한 수준의 카메라 박물관입니다. 



미술관은 과천저수지를 지나서 서울랜드와 동물원 사이에 있습니다. 거리가 상당히 멀죠. 그래서 코끼리 버스를 타고 가도 됩니다만 무료 셔틀 버스를 타고 산길을 빙빙 돌아서 가는 코스가 더 좋습니다. 


셔틀버스 시간은 1시간에 3대 정도가 있습니다. 20분 간격으로 운행 되는데 정시에 출발합니다. 기다리면 금방 금방 옵니다. 다만 막차 시간을 놓치면 낭패감을 느낄 수 있으니 막차 시간은 확인해 두세요. 문화가 있는 날과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운행합니다. 평일은 오후 6시까지만 운영합니다. 



다른 나라는 현대미술관이 도심에 있는데 한국은 산 속에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죠. 산 속에 있어서 접근성이 무척 떨어지는데 일부러 찾아가기가 여간 쉽지 않습니다. 주변에 음식점이나 카페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데이트를 해도 여기서 끝나고 사당이나 안양으로 나가야 합니다. 반대로 그런 소비할 것이 없고 산이 주는 편안함 때문에 찾는 분들도 있습니다. 



밤에 찾은 현대미술관은 고즈넉한 맛이 있었습니다. 고즈넉한 맛을 더 심하게 느낄 수 있었던 이유는 관람객이 저를 포함 10명도 안 되었고 그마저도 오후 9시 무렵에는 저 혼자 미술관 쏘다녀서 개인 미술관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현대미술관을 관리하는 움직이는  CCTV가 저만 추적하고 있어서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때 알았죠. 이 문화가 있는 날 별 인기가 없구나를요. 오히려 전 그걸 반대로 이용해서 문화가 있는 날에 영화를 보기 보다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밤에 찾아가 볼까 합니다. 



현대미술관의 상징물인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작품입니다. 브라운관 TV를 이용해서 큰 탑을 만들었는데 몇년 전에 이걸 찍으려고 했더니 미술관 직원이 찍지 말라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막지 않네요. 좋은 변화네요. 플래쉬만 안 터트리면 사진 찍어서 이렇게 세상에 공유하는 것은 미술관에게도 도움이 되니까요. 다만 다다익선 상단의 브라운관은 꺼져 있네요. 

현대미술관은 다양한 전시회를 동시에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이중에서 '젊은모색 2014'을 가장 먼저 관람했습니다. 
젊은모색 2014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청년 미술작가들을 소개하는 전시회입니다. 1981년 덕수궁미술관에서 <청년 작가>전을 시작으로 올해로 제 18회나 되는 역사가 깊은 전시회입니다. 과연 올해는 어떤 작가들이 현대미술관의 선택을 받았을까요?



<폭포_생존의 구조 / 권용주 >

권용주 작가는 싸구려 건축자재와 폐기물과 비닐 등을 이용해서 인공폭포를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수시로 콰콰광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물이 쌓였다가 폭포처럼 흘러 내립니다. 


오브제들을 보면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폐품들입니다. 재료비는 전혀 들지 않았겠네요. 이렇게 폐품을 엮어서 새로운 생명을 가진 작품으로 만들었네요. 


저 오줌 싸는 아이는 예전에 봤던 작품입니다. 몇년 전에 미술관에 봤을 때도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걸 확장했네요. 흥미롭습니다. 


현대미술관 계단 한쪽 끝을 막아서는 거대한 작품의 크기에 한 참을 봤습니다. 재미도 있고요. 어처면 우리의 미래도 이런 폐품을 이용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네요. 점점 자원은 줄어드니 기존 자원을 재활용하는 재생 에너지와 재생용품이 늘어갈 것입니다. 





<퍼스트 인플레션스 / 윤향로>

가장 유머러스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인터넷에서 구한 움직이는 동영상 쉽게 말해서 움짤 동영상에 '오만과 편견' 대사를 입혔습니다.  영상과 대사가 서로 다른 소스에서 따왔습니다. 이런 맥락 파괴적인 영상을 만들었는데 이게 아주 재미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영화나 드라마 또는 상관없는 이미지에 적절한 말풍선을 달아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말을 더 적절하게 표현하는 모습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냥 댓글보다 그림이 있는 댓글이 더 재미있고 와닿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그림 댓글을 답니다. 이 그림은 유명 이미지를 잘 활용합니다. 


가장 유명한 짤림 방지 이미지입니다. 흔히 짤방이라고 하고 이 짤방이 움직이면 움짤이라고 합니다. 위 이미지는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어린 엄지가 기찻길 옆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 오혜성을 보고 깜짝 놀라는 장면입니다. 서울로 가는 엄지가 멋지게 스트라익을 잡는 오혜성을 보고 놀라는 장면이지만  원래 대사를지우고 어머! 저건! 사야해~~라는 대사로 지름의 여신이 되어버립니다.

이렇게 쉽게 원복의 맥락을 파괴하는 일들이 요즘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윤향로 작가는 86년 생인데 젊은 작가답게 인터넷에서 재료를 구해서 멋진 작품을 만들었네요. 오만과 편견의 대사와 움짤의 절묘하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다 보면 저절로 웃게 됩니다. 




노상호 작가는 메르헨 마치를 만들어서 일상에서 수집한 이야기를 비순차적인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서 들려줍니다. 그 이야기는 <태어나면 모두 눈을 감아야 하는 마을이 있었다>입니다. 인간의 관심사나 재미는 시대에 따라 달라졌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관심 및 재미와 흥미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같은 정보도 이야기 형식으로 전달해주면 아주 좋아하고 잘 듣는다고하죠. 이야기가 갑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야기 잘하는 사람들을 옆에 두려고 하죠. 




흥미로운 작품은 토굴 같은 또는 다락방 같은 곳에 랜턴을 들고 들어가서 벽에 붙은 그림과 소집품을 관람하는 작품도 아주 흥미롭네요.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탐험가가 된 모습인데 랜턴의 불빛이 비추는 곳의 그림만 또렷하게 보이네요. 

이전 작품은 사진전에도 응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암실 같은 공간에 사진을 전시한 후 관람객들에게 랜턴을 주고 사진에 빛을 비추어서 사진을 캐내는 방식이요. 흥미로운 전시 방식이 될 듯 합니다. 



<증가된 시각 / 김하영 >

구라와 진실이 섞여서 세상에 유통 되듯 가상과 실제가 혼재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특히 포토샵이나 정밀한 CG가 발달하면서 실제과 가상이 구분이 쉽게 되지 않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죠. 작가는 이런 혼재의 세상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여객기 창문 같은 공간을 가상의 피사체가 스며들어 갑니다. 

작가의 말이 재미있습니다. 사물은 인간을 닮아가고 인간은 점점 사물화 되어가고 있다. 
크게 보면 점점 인간이 그냥 물체화 되어가는 느낌이 많이 드는 요즘인데 그런 모습을 김하영 작가가 작품으로 표현했네요
그러니 점점 인간을 인간으로 안 보고 수단으로 보는 인간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콘크리트 시계 . 2011 김도희>

근 몇년 동안 본 전시 작품에서 가장 충격적인 작품이 이 작품입니다. 입구에는 안에 역한 냄새가 있으니 각오하라는 당부의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순간 뒤로 물러섰습니다. 무슨 역한 냄새일까? 내가 가장 싫어하는 피 비린내일까? 살짝 커텐을 열고 맡아보니 오줌 냄새네요. 유기체가 살기 위해 배설하는 그 배설의 냄새. 이 정도의 냄새면 참을만 합니다.

그렇게 커텐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안에는 오줌이 배어 있는 거대한 천 같은 것이 걸려 있었고 온통 오줌 지린내가 진동을 합니다. 순간 나갈까 했으나 


이 사진들이 보입니다. 뭐지 이 작품은 뭘 표현한 걸까? 아무런 텍스트 설명도 없기에 처음에는 그냥 내키는대로 상상했습니다. 노숙자들을 표현한 작품인가? 거주할 공간이 없어서 빈집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  그때 작품을 안내하는 팜플렛을 봤습니다. 

내용을 보니 작가가 빈집에 약 2주일 간 기거하는 퍼포먼스를 했다는군요. 관람객들이 집을 돌아 다니면서 작품을 관람하고 거기서 기거하는 작가와 대화도 하는 등을 했다고 일기에 빼곡히 적어 놓았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휴관일도 있었는데 이 빈집에는 냉장고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작품과 여자의 악다구니 소리가 나는 작품 때문에 하루 종일 시끄럽습니다.  그런데 휴관인을 그 작품의 작동을 멈췄는데 작가는 이미 익숙해져서 인지 소리가 없으니 조용하지 않느냐는 다른 사람의 말에 그때서야 그걸 인지합니다. 

저도 팜플렛을 읽다보니 오줌 냄새가 난다는 것도 잠시 잊었네요. 오줌의 지린내가 익숙해지다보니 더 오래 있어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익숙함. 이게 우리의 생존 본능 아닐까요? 여기서 어떻게 살어?라고 하지만 익숙해지면 다 살게 되고 생활까지 합니다.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저런 허름한 집에서 어떻게 살어?라는 시선은 폭력일 수 있습니다. 그냥 다 살게 되어 있습니다. 그게 인간이니까요. 그러니 함부로 측은한 시선으로 다른 사람을 낮춰보면 안될 것입니다. 

다 각자 자신의 형편에 맞게 살아갑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무시하고 넌 가난하니까 우리가 무조건 도와줄께라는 시선은 폭력적입니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선별적 복지가 그런 것입니다. 가난과 가난하지 않은 것을 구분 시켜 놓고 도움이 필요한 인간들이라는 주홍 글씨를 쓰게 하죠. 

동등함 보다는 선별이 아닌 차별적인 복지가 정답이라고 아는 인간들이 많습니다. 그러는 인간들 대부분이 자기가 혜택 받고 있는 보편적 복지는 당연하다고 합니다. 

깊이가 깊지 않은 작품도 있고 너무 가벼운 작품도 있긴 했지만 그 가벼움이 경쾌한 활력이 됩니다. 이 작가들이 현재의 20대 또는 30대의 삶을 대변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과 너무 동떨어져서 살지 않았으면 하네요. 자신만의 세계에 갖혀서 사는 자폐적인 예술 활동 보다는 세상에 영향을 주고 또는 받는 그런 작가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썬도그
하단 박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5.03.31 09: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문화의 날이 아니더라도 할인 혜택을 받는데도
    가기가 참 쉽지 않네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