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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버드맨>인기라는 무대에서 내려온 날개 잃은 노년의 쓸쓸함

by 썬도그 2015.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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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 토토가는 잊혀져 가던 90년대 후반의 인기 가수들에게 다시 인기를 재투입해서 예전 인기를 다시 회복시켜주었습니다. 이 인기는 90년대 후반 인기 가수뿐 아니라 그 시절 10대 20대였던 현재의 30대 40대 시청자들에게 잠시나마 20대의 화창함을 즐길 수 있게 했습니다. 추억 때문에 되돌아온 인기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나 봅니다. 그러나 이런 인기는 반짝인기로 시간이 흐르면 다시 세월이라는 물에 밀려서 가던 길을 갈 것입니다. 다시 인기를 돌이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끔 인기 있던 호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스타를 떠나서 모든 사람의 욕망이자 인지상정입니다.  
날개 잃은 버드맨, 깔끔한 마침표를 위해 연극에 도전하다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 분)은 젊은 시절 할리우드의 슈퍼히어로물인 버드맨의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러나 평생 그 버드맨 이미지로 살면서 인기 배우라는 꼬리표 때문에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인기 배우라는 이미지를 벗고 연기도 잘하는 배우로 대중에게 기억되기 위해서 자신이 직접 제작하고 주연까지 하는 브로드웨이 연극에 남은 인생을 겁니다.

 그러나 리건이 원하는 그런 마침표가 되기엔 여러가지 난관이 있습니다. 먼저, 같이 연극을 할 남자 배우가 너무 연기를 못합니다. 화가난 리건은 남자 배우에게 폭력을 쓰게 되고 그 자리에 베테랑 연기자인 마이크(에드워드 노튼 분)이 투입이 됩니다. 차원이 다른 연기를 보여주는 마이크는 연기는 잘하지만 싸가지가 없는 행동으로 리건을 난처하게 합니다. 여기에 리건의 연극 도전기를 탐탁지 않게  여기지 않는 타임스의 연극 비평가는 리건이라는 할리우드 영화 배우가 자신의 마지막 경력을 위해서 고귀한 연극 무대를 더럽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리건의 연극을 보지도 않고 악평을 쓸 거라고 벼르고 있습니다. 

재활원에 다녀왔지만, 또 다시 대마초를 피는 딸 또한 아빠인 리건에게 따스한 말 보다는 현실적인 그러나 비수가 되는 말들을 쏟아냅니다. 리건은 이런 수많은 문제 속에서 허우적거립니다. 영화 <버드맨>은 할리우드 스타였던 리건의 연극 도전기를 2박 3일 동안 밀착 취재한 영화입니다. 


인기가 사라진 왕년의 스타를 통해 본 우리들의 인생

제87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등 4개 부분을 석권한 <버드맨>은 대중성 높은 아카데미상답게 어렵지 않은 주제를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 <버드맨>이 2시간 동안 담고 있는 주제는 인기라는 인정 욕망입니다. 왕년에 하늘을 나는 슈퍼히어로인 버드맨을 연기하면서 잘 나가던 할리우드 스타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점점 추락해가는 연예인 또는 배우의 삶을 적절한 비유와 중의적인 캐스팅을 통해서 인기의 덫 없음과 인기로 먹고사는 스타가 인기라는 무대에서 내려온 이후의 삶을 리건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버드맨>에서 주인공 리건이 가장 많이 하는 대사는 "사랑해 달라."라는 연극 대사입니다. 하나 밖에 없는 딸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아빠와 가끔 자신을 알아본 팬들이 인증샷을 찍어 달라고 하는 왕년에 잘나갔지만 지금은 퇴물 취급을 당하는 늙은 배우의 한숨이 영화 전체에 깔려 있습니다. 이런 퇴물 취급을 타파하기 위해서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챙겨서 연기 잘하는 연극배우로 다시 인정을 받아서 옛 인기를 회복하고 싶어하는 리건의 모습은 마치 우리들의 인생을 보는 듯합니다. 잘나가던 젊은 시절 주변의 시선을 즐기고 여기저기서 만나자고 하는 사람이 많았던 호시절이 지난 후 자신의 이름 대신 누구의 아빠, 누구의 엄마가 이름이 된 부모라는 자식들의 조연이 되어버린 삶을 부둥켜 안고 왕년에~~라는 말로 시작하는 과거를 안주 삼아서 내가 말이지~~~라는 넋두리를 하는 우리들의 무대에서 내려온 우리의 삶이 중첩되어서 보입니다. 


"사랑해 달라"는 연극 대사는 관객을 넘어서 대중을 향한 리건의 속마음이기도 합니다. 인기 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버드맨으로 환생 된 자의식이 리건을 때로는 채찍질하고 때로는 자존감을 북돋우면서 인기라는 물이 빠져서 말라붙은 호수 바닥에 있는 배 위에서 노를 젖는 리건을 맴돕니다. 영화는 이렇게 초현실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리건 안에서 일어나는 자의식의 충돌과 리건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리건을 향한 외부의 시선을 절묘하고 영민하게 잘 결합한 짜임새 있는 구성이 꽤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


한 컷으로 찍은 듯한 놀라운 영상 연출은 경이로움과 동시에 독이 되다

영화 <버드맨>이 화제가 된 이유는 꽤 많습니다. 한국에서 논란 중이 김치 냄새 논란이 있지만, 영화 속 막장 캐릭터를 위한 하나의 장치이기 때문에 영화를 직접 보면 오해가 자연스럽게 풀릴 것입니다. 제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영화가 하나의 컷으로 이루어진 영화라는 사실에 크게 놀랐습니다. 롱테이크를 넘어서 영화가 하나의 컷으로 이루어질 수 있나?직접 본 <버드맨>은 이런 의심을 간단하게 날려버렸습니다. 실제로 영화는 CG의 힘과 초 단위로 콘티를 작성해서 완벽하게 하나의 컷으로 촬영한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시종일관 카메라는 주인공 리건 옆에서 리건을 훔쳐보거나 리건 바로 옆에서서 리건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끊김 없이 리건을 담습니다.

 마치 내가 리건 옆에 서서 리건을 보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합니다. 이런 놀라운 촬영 때문에 아카데미는 이 영화에 촬영상을 줬고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영상 전체가 액션 캠코더인 고프로 영상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1인칭 시점으로 주인공을 계속 지켜보는 듯한 영화 속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주는 경이로운 체험은 신선하긴 한데 이 신선함이 익숙하지 않은 울렁거림을 유발합니다.이 독특한 끊김 없는 1인칭 시점에 적응하기까지 전 약 30분 정도의 적응 시간이 필요로 했습니다. 또한, 배우의 등과 뒤통수가 화면에 크게 나오는 등의 익숙하지 않은 화면에 잠시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영화는 관객에게 여유를 주고 싶은 생각이 없는지 영상은 계속 흔들거리고 움직입니다. 마치 2008년에 개봉한 비디오테이프 영상을 영화로 만든 <클로버필드>를 볼 때와 비슷했습니다.

여기에 즉흥 교향곡 같은 드럼의 즉흥 연주도 꽤 흥미롭습니다. 영화 <버드맨>은 파격적인 영상과 파격적인 음악으로 형식미학이 아주 높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다만, 꼭 이걸 한 컷으로 찍어야 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독특한 영상 때문에 영화의 스토리에 집중하기 보다는 영상에 집중하게 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차라리 스토리 자체도 꽤 좋은 영화이기에 영화 스토리에 힘을 실어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많이 듭니다. 


인기 잃은 스타가 부르는 대중을 위한 슬픈 연가 같았던 <버드맨>

스타에게 인기란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삶을 살아가게 하는 연료입니다. 이 인기라는 연료가 떨어지면 스타는 별이 되지 못하고 추락을 하게 됩니다. 그 추락의 속도를 늦춰서 연착륙하는 스타가 있는가 하면 수직으로 떨어져서 자기를 파괴하는 스타도 있습니다. 리건은 연착륙을 하기 위해서 연극 배우로 변신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착륙이 아닌 추락이 될까 봐 노심초사하던 리건은 폭발을 하지만 인기라는 모르핀을 긴급투여하자 다시 온순해집니다.  리건이 인기가 사라진 불편하고 불쾌한 현실을 이겨나가는 지혜란 과거를 호출하는 것입니다. 딸은 팬티 바람으로 뉴욕 거리를 활보한 아빠의 모습을 담은 트위터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런 것도 인기라고 설득하지만 리건이 원하는 인기 방정식은 아닙니다. 새로운 인기 방식도 받아 들이지 않고 인기없고 볼품없는 자신의 현재 모습까지 인정하지 않는 리건은 영화 마지막에 '예기치 않은 무지의 미덕'이라는 한방을 세상에 날립니다. 90년대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물인 

<배트맨>

 주연이었던 마이클 키튼의 개인사를 보고 시나리오를 쓴 듯한 <버드맨>은 마이클 키튼에드워드 노튼의 스크린 밖의 실제 모습과 영화 속 모습의 절묘한 동기화와 출연하는 주조연 배우들의 열연이 가득한 영화입니다. 다만, 형식미에 취해서 주제에 집중하지 못한 정신 산만함은 좀 아쉽긴 하네요. 

인생이라는 연극 무대에서 내려와서 자식으로부터 주변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과거에 닻을 내리고 과거만 바라보고 사는 노년의 쓸쓸하고 축축한 삶을 잘 묘사한 영화 버드맨입니다. 

40자평 : 아침마당에 출연해서 호시절을 씁쓸한 표정으로 말하는 왕년에 잘나가던 스타의 공허한 넋두리
별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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