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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국제시장의 정치적인 논란으로 흥행에 도움을 주는 정치꾼들

by 썬도그 2015.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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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물은 항상 18도이지만 여름에 먹으면 시원하고 겨울에 먹으면 따뜻하다."

요즘 영화 국제시장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뜨겁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12월 초에 시사회로 미리 봤습니다. 보는 내내 눈물을 흘리고 봐서 그런지 이 영화 참 좋았습니다. 어색한 노인 분장이나 포레스트검프를 대놓고 따라해서 전체적인 영화 품질은 아주 좋다고 할 수 없지만 우리들의 과거를 코믹과 감동을 잘 섞어서 보여주셔 후한 점수를 줬습니다. 

보는 내내 내 아버지와 외삼촌의 질곡의 세월을 촘촘하게 잘 그린 듯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꼭 보라고 추천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두고 정치적 논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승만도 박정희도 안 나오는데 왜 이 영화가 정치적인 영화가 되었을까?

국제시장 시사회를 보기 전에 이 영화가 산업화 시대를 미화 시키기 때문에 보지 말아야 한다는 좌파들의 주장이 있었습니다. 그런 목소리를 듣고서 영화를 봤는데 영화에서는 이승만도, 전두환도, 박정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한,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애국심에 대한 강요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국기하강식은 그 시대를 조롱하는 블랙코메디였습니다. 물론, 감독이 의도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냥 가볍게 코메디 소재로 쓴 듯 합니다. 왜냐하면 이 국제시장을 만든 윤제균 감독은 어떤 시대를 비판하는 깜냥도 없고 사회 비판적인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 보고 난 후 정치적인 부분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런데 이 생각은 보기 좋게 틀렸습니다.


좌파 성향의 영화 평론가인 허지웅과 듀나는 역사를 다루면서 역사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진중권 교수까지 가세하면서 국제시장은 우익들이 만든 국정 홍보 영화라는 시선이 도드라집니다.

좌파 성향의 평론가나 네티즌들이 국제시장을 우파 영화 또는 정권 찬양 또는 현재의 기득권 층인 50,60대 이상의 노년층을 찬양하는 영화라는 비판과 함께 가장 큰 비판을 하는 부분은 시대 정신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국제시장이 그리고 있는 50,60,70,80년대에 있었던 수 많은 정치 사회적 이슈와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다고 지적을 합니다.

반대로 일베충 같은 극우 꼴통 보수들은 이 국제시장을 그들이 잘 쓰는 추잡한 단어인 '산업화'를 찬양하고 있다고 칭찬 일색입니다. 조중동은 말할 것도 없고 종편에서는 허지웅이 하지도 않은 말을 만들어서 공경 당하고 있다는 경보음을 발동 합니다.참! 부창부수라고 좌파와 우파들이 손을 잡고 이 영화를 정치영화로 변질 시키고 있습니다. 



국제시장은 시대정신을 담을 의도가 전혀 없는 영화다

국제시장은 그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 정신을 담지 않은 영화입니다. 담으면 좀 더 다양한 시선을 담을 수 있어서 좋았겠지만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습니다. 이는 윤제균 감독이 자신의 아버지의 삶을 투영하고 싶다는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 시대 정신을 반영하기 보다는 아버지의 삶을 그대로 녹여 내고 있습니다.

먼저 시대 정신이라는 것이 뭘까요?
한 시대에 지배적인 지적, 정치적 사회적 동향을 나타내는 정신적 경향입니다. 그럼 이 5,6,7,80년대의 시대정신은 뭘까요?
좌파들의 논리는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과 열망을 시대정신으로 부르는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서 4.19, 5,18광주 민주화 항쟁, 6.10 민주화 항쟁 등의 독재정권에 맞서는 행동들을 시대정신이라고 말하고 싶은가 봅니다. 그런 시선으로 보면 국제시장은 시위대가 나오지 않고 화염병이 나오지 않고 그래서 시대정신을 담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나 윤제균 감독의 필모를 보면 이 감독이 어떤 감독인지 알 수 있습니다. 
색즉시공, 낭만자객, 1번가의 기적, 두사부일체, 해운대를 연출한 감독입니다. 필모그래피에서 알 수 있듯 윤제균 감독은 오로지 재미만 추구하는 상업적인 영화만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철저하게 재미를 위한 영화를 만들 것입니다. 봉준호 감독 같이 괴물이나 마더에서 한국 사회와 극단적 모성애를 비판하거나 설국열차를 통해 인류의 계급사회를 비판하는 시선을 가지지도 깜냥도 없는 감독입니다.

좌파들이 말하는 그런 시대정신은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나 변호인 등에서 찾아야지 국제시장에서 찾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았습니다. 이는 마치 터미네이터나 빽투더퓨처라는 상업 영화에서 시대정신을 내놓으라고 하는 억지와 다름이 없습니다. 
전 오히려 국기 하강식 때 덕수 부부가 싸우다가 울면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것을 보고서 시대를 풍자 했다고 생각이 들어서 다른 감독인가? 하고 다시 돌아봤습니다.

뭐 국제시장의 국기하강식 장면을 보고 애국심을 키워야 한다는 현 대통령의 어처구니 없는 말도 있었는데 놀라운 것은 영화를 보지 않고 그런 소리를 했다는 것이 영화가 의도하지 않은 블랙 코메디입니다. 



오히려 먹고사니즘의 시대정신을 제대로 담은 국제시장

전 오히려 국제시장이 변호인과 박하사탕 보다 시대정신을 더 잘담고 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근대부터 지금까지 한국인들의 유일한 철학인 먹고사니즘을 제대로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돈을 벌어서 처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서 물불 가리지 않고 돈을 벌었습니다.

이 먹고사니즘은 모든 것을 마비시킵니다.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뇌물을 받고 편의를 봐주는 배임과 부정축제 등등 모든 행동을 자연스럽게 합니다. 그래서 베트남전에서  다른 민족의 고통을 모른척하고 무조건 미군의 돈을 벌기 위해서 덕수의 행동은 지탄을 받아야 할 행동이지만 우리네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 세대들의 부정한 행동도 서슴치 않게 하는 그 행동을 잘 담은 듯 해서 오히려 시대상을 잘 반영했다고 보여집니다. 



7,80년대에 화염병을 든 사람은 일부일 뿐 대부분은 덕수 같은 삶을 살았다

386이라고 합니다. 30대에 80학번 60년대 생을 합쳐서 386이라고 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에 386세대라는 말이 유행 했습니다. 이 386세대는 현재의 4,50대를 지칭하는 것 같지만 전체를 지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386세대는 대졸자만 지칭하기 때문입니다.

당시 4년제 대학 진학률은 30%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고졸자 10명 중 3명만 대학교에 가고 7명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직장에 다녔습니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도 있고 회사원이 된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도 사회적인 불만은 크게 없었습니다. 현재처럼 대졸자 고졸자 입금 차이가 있고 진급에서 큰 피해를 받지만 모두가 열심히 살면 먹고 살 수는 있었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은 대학을 나오지 않은 아니 동생 뒷바라지 하느라 나오지 못한 70%를 다루고 있습니다. 변호인이 다루고 있는 엘리트층의 시대상이 있다면 덕수 같이 대학도 나오지 못하고 동생 뒷바라지 하느라 시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큰 관심이 없고 오로지 돈 벌 궁리만 하는 나머지 70%의 삶을 담고 있습니다.  다수결로 치면 시위를 한 대학생들이 소수이고 대다수가 덕수 같은 근로자들입니다. 

물론, 그 30%의 대학생들의 희생정신은 높히 사야 합니다.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80년대 그 뜨거운 시위도 좀 멀리서 보면 30%의 대학생들의 시위였지. 국민들은 큰 지지를 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은 나라 걱정을 하면서 그만 좀 하지! 하는 생각일 뿐이였죠. 독재라는 것을 알지만  당시 매년 9% 대의 고도 성장을 하고 치안도 좋아서 오히려 살기 좋았다고 하는 말들이 나올 정도이고 지금도 50,60대들은 이 80년대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두환을 싫어 하는 것은 모두 같지만 그 시대만 놓고 보면 그때가 살기 좋았다고 넋두리를 하는 것입니다. 
전두환이 싫었던 것도 독재자라서 싫었다기 보다는 지들끼리 대통령 나눠먹기를 하는 대통령 선거를 직선제가 아닌 간선제로 뽑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이한열군, 박종철군의 사건과 광주민주화 항쟁이 없었다면 87년 6.10 민주화 항쟁은 일어나기 힘들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좋았던 것은 그것입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우리 아버지 또는 형님 또는 삼촌이나 할아버지 세대의 민초를 담은 영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영화속의 이야기는 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큰 삼촌과 작은 삼촌은 형편이 어려워서 중학교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해서 군대를 갔다온 후  
셋째, 네째 삼촌의 대학등록금을 벌기 위해 
택시를 모셨습니다. 셋째, 네째 삼촌은 매일 같이 시위를 하고 집에 안 들온 적도 많지만 큰 삼촌과 작은 삼촌은 택시를 몰면서 삼촌들을 뒷바라지 했습니다. 지금까지 엘리트층의 시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영화는 몇개가 나왔지만 그 엘리트층을 지원한 아버지들과 형님들의 고생담을 제대로 담은 영화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 고도성장기의 70%를 차지한 민초들의 삶이 제대로 된 시대상 아닐까요? 물론, 민주화 운동을 하던 삶도 담았으면 좋으련만 덕수라는 인물이 시위를 할 캐릭터인가요? 


세상을 정치적으로 보려는 정치꾼들이 오히려 정치혐오를 일의켜 정치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린다

국제시장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좌파들에 대한 실망이 너무나도 큽니다. 
왜 좌파들이 한국에서 인기가 없는 지를 제대로 봤습니다. 극좌와 극우는 서로 닮았다고 하죠. 일부 좌파들의 삐딱한 시선을 보니 극우 꼴통들과 크게 다른 게 없어 보입니다. 

저는 틈나는 대로 사람들에게 정치에 좀 관심 좀 가지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국제시장의 논란을 보면서 이래서 사람들이 정치꾼들을 혐오하는구나를 제대로 느꼈습니다. 물론 내 시선이 정답일 수도 없지만 국제시장은 전혀 정치적인 색을 띄지 않고 우리네 아버지 또는 삼촌들의 삶을 그대로 박제한 듯한데 이게 산업화 찬양이라고 질타하는 좌파들의 시선을 보면서 혐오감까지 느껴집니다. 

오히려 정치인인 문재인은 국제시장을 보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면서 정치적 해석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반대쪽(그게 왜 반대인지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시선을 담지 않았다고 비판을 합니다. 영화는 그냥 아버지 세대들의 고생담만 담았지 현재의 청춘들의 고통을 담지 않았고 한국 청춘들의 가해자인 아버지 세대들의 반성이 없다고 비판을 합니다. 

이런 식이면 변호인도 독재정권 당사자들에게 발언권을 할애해야 합니다. 또한, 이 영화는 철저히 상업 영화이고 소시민인 덕수의 삶만 조명하는데 모든 시선을 담긴 힘들죠. 정말 궁금한 것은 좌파들이 이 영화에 대한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는 목적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보지 말라고 하는 목적이라면 보기 좋게 실패한 듯 합니다. 

오늘 현재 관객동원 650만 명을 돌파해서 손익분기점을 넘었습니다. 제 예상대로 1,000만 또는 1,200만 정도까지 갈 듯 합니다. 
그 이유는 정치적인 논란 때문에 연일 국제시장에 대한 이야기가 뉴스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디워 논란에서처럼 무슨 영화이기에 이렇게 논란이 있나 하고 관심도 없던 사람이 보는 일이 늘어날 듯 하네요

반대로 우파들이 이 영화를 통해 애국심을 고취하라는 말도 헛소리에 가깝다. 이 영화는 애국하라는 메시지가 전혀 없다. 못난 위정자들 때문에 일어난 전쟁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얻어 터지고 코피 흘리면서도 자식과 가족을 먹어 살리기 위한 처절한 생활만 있을 뿐입니다.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는 영화 '국제시장'

어른이 아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어른이 경험이 많기 때문에 청년들을 이해하고 다독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청년들의 실수는 맥아리 없고 노력 부족이라고 질타하는 어른들과 아버지들이 대부분이죠. 그래서 아버지를 싫어하는 아들들이 이 세상에 참 많습니다. 

세상을 자기 기준으로 보는 아버지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간은 자신의 경험이라는 법전으로 세상을 판단합니다. 
아버지 세대들 즉 현재의 50,60대 이상 분들이 살았던 시대는 고생도 많이 하고 살기도 좋았던 시절이기도 합니다. 한국 같이 근 50년 만에 놀라운 경제성장을 한 나라도 없습니다. 그들이 박정희와 전두환 시절을 그리워 하는 모습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들에게 독재자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먹고 살게 해주면 그게 임금님이죠. 

무도 토토가에서 현재의 30,40대들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렇게 과거지향적인 삶을 사는 것은 아버지 세대들의 삶입니다. 그런 분들을 바뀌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자존심이라고 쓰고 고집이라고 읽는 엔진으로 얼마 남지 않는 나머지 삶을 삽니다. 이런 아버지 세대를 아들 세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평생 아버지 세대와 아들 세대의 반목은 계속 됩니다.

그런데 그 아버지 세대를 전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영화가 국제시장이라고 봅니다. 다시 말하지만 아버지 세대의 삶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수많은 부정부패를 눈감고, 불의를 잘 참고 살아온 삶입니다. 하지만 그게 다 나 때문이었다는 시선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전 박정희가 아주 싫습니다. 그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비판한 것은 비판하고 칭찬할 것은 칭찬했으면 합니다. 박정희라는 삶 자체는 배울 것이 전혀 없는 삶입니다. 그러나 놀라운 경제발전은 직접 계획을 짜지 않았다고 해도 거부할 수 없는 실재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극우나 극좌나 디지털 같이 0과 1, 모두까기와 모두옹호 밖에 없습니다

정치꾼들의 시선으로 인해 논란만 증폭 되고 있는 국제시장
한국의 현실 같아서 씁쓸하네요. 정치꾼들의 시선 때문에 영화는 의도하지 않게 스크린 밖에서 2014년의 시대상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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