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입니다. 재벌도 대통령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도 모두 공평하게 1표의 주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태어나는 자체가 공평하지 않는 출발선에서 출발합니다. 따라서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옳은 말입니다. 이렇게 공평하게 출발하지 못하는 것을 인정하고 공평한 기회를 주자고 하는 것이 민주주의이자 복지입니다.
민주주의는 주권이라는 엔진으로 달리는 기관차 같습니다. 그 주권은 국민들의 표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현재의 민주주의 선거 제도는 참 문제가 많습니다. 이런 민주주의 선거 제도에 대한 대안을 담은 글을 소개합니다.
Voting in Organizations, Clubs, Meetings, and Families
승자독식의 투표 제도의 문제점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 제도는 합리적인 수단이긴 하지만 결함도 참 많습니다. 민주주의의 투표 방식은 여러 형태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다수결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인물이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고 시장이 되고 도지사가 됩니다.
이 다수결 방식은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의 대의를 표현할 수 있기에 대부분의 국가들이 다수결 방식의 투표를 통해서 정치인들을 뽑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다수결 방식은 많은 결함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결함이 바로 승자 독식 구조라는 것입니다.
1. 승자독식의 구조51%로 승리한 쪽이 나머지 49%의 몫까지 싹 가져가기 때문에 49%는 적은 숫자가 아님에도 모든 것에서 소외를 받습니다.
이런 승자 독식을 해결하려면 승리한 쪽이 49%를 배려하는 정책을 펼쳐야 하지만 독재자 같은 대통령이 당선 되면 철저하게 51%를 위한 정책만 펼칩니다.
2. 유권자의 미묘한 의사 반영을 하지 못한다. 이런 다수결 방식의 문제는 또 있습니다. 다수결 투표이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약소 후보를 지지하지만 약소 후보에게 투표를 하면 자신의 표가 죽은 표가 되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있으면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비슷한 후보에게 투표를 합니다. 이건 정확한 의사 표현이 아닙니다. 투표란 무릇 민의를 반영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전략적으로 투표를 하면 민의를 반영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이런 다수결 방식의 문제를 선거 후보자들도 잘 알기 때문에 초반에는 각각의 정당을 대표해서 나왔지만 선거가 가까워지면 2,3위 후보가 연합을 하거나 2위 후보를 지지하면서 3위 후보가 자진 사태를 합니다.
다수결 방식의 대안적인 선거 방식들
다수결 방식이 주류의 투표 방식이지만 투표 방식에는 여러가지 방식들이 있습니다. 그 대안적인 방식입니다.
1. 승인투표제(Approval_voting)
승인투표는 1976년 정치학자 스티븐 브람스와 수학자 피터 피쉬번에 의해 만들어진 투표 방식입니다. 두 사람은 다수결의 방식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승인투표 제도를 선보였습니다.이 승인투표는 자신이 원하는 모든 후보에게 표를 찍을 수 있습니다. 선거에 5명의 후보가 나왔는데 5명 모두 좋으면 5명 모두에게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1명만 투표 하고 싶으면 1명에게만 투표할 수 있습니다.
<승인투표 샘플>
위와 같이 A.B.C.D.E.F 라는 후보가 나왔고 유권자는 총 8명입니다. 각자 좋아하는 후보자에게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투표는 1명에서 최대 6명까지 추천을 할 수 있습니다. 투표는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D후보가 6표로 1등을 했고 F후보가 4표로 2위 A라는 후보가 3표로 3위를 합니다.
이런 단점이 있긴 하지만 죽은 표를 최소화 할 수 있는 투표 방법입니다.
2.복수투표제
다수결 방식은 투표지에 여러 후보 중에 오로지 1명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복수투표는 투표 지에 자신이 뽑고 싶은 후보자를 2명까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복수 투표의 장점은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2명의 후보 때문에 표가 분산 되어서 다른 성향의 후보가 어부지리로 승리를 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드리죠.
과일을 대표하는 선거에서 호박과 블루베리가 후보에 올랐습니다. 블루 베리는 양자 대결에서는 호박에게 이길 수 있는 50%가 넘는 65%의 지지를 얻고 있었고 호박은 35%의 지지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블루베리와 비슷한 복숭아라는 후보가 후보 등록을 합니다. 그러자 블루베리를 지지하던 유권자들 반 정도가 복숭아 쪽으로 가버렸습니다.
이 상대로 선거를 하면 호박이 35%로 승리를 합니다. 한국의 대선과 총선 방식이 이런 식입니다. 그래서 선거가 가까워지면 비슷한 성향의 후보끼리 연합을 해서 상대 후보가 어부지리로 승리하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 될 때도 자민련이라는 보수 정당과 연합을 해서 승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한나라당이나 신한국당은 비슷한 보수 성향의 대선 후보에게 표가 분산 되어서 대선에서 졌습니다.
복수 투표는이런 비슷한 성향의 후보가 등장해서 표를 분산 시켜서 어부지리로 승리를 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투표는 1명이 아닌 좋아하는 후보 2명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비슷한 성향의 유권자들이 블루베리와 복숭아 모두에게 투표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블루베리가 1위를 하는 것입니다. 반면 호박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싫더라도 복숭아나 블루베리에 투표를 해야 하기에 호박의 표는 늘지 않지만 다른 후보들의 표가 늘게 됩니다. 그러나 이 복수 투표의 문제점은 위와 같이 여러 후보들이 난립하는 경우에는 효과가 있지만 강력한 후보 1,2명만 있는 경우는 큰 효과가 없습니다.
3. 보르다 투표
보르다 투표는 수학자 보르다의 의해서 만들어진 투표입니다. 이 보르다 투표는 유권자의 선호도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서 후보에게 순위를 매겨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악어, 곰, 고양이라는 후보가 있고 이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순서대로 표기를 하게 합니다.
이렇게 하면 유권자들은 1순위, 2순위, 3순위에 놓게 되면 1순위는 3점, 2순위는 2점, 3순위는 1점을 받고 그 포인트를 합산해서 가장 많은 포인트를 받은 후보가 당선이 됩니다.
이 보르다 투표는 이름은 잘 모를 뿐 흔히 하는 투표이기도 하죠. 미국 메이저리그 MVP 선정할 때도 이 보르다 투표 방식을 따릅니다. 이 보르다 투표는 포인트로 하기 때문에 1등이 많이 나오지 않아도 높은 순위에만 머물러 있으면 당선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보르도 투표도 호오가 강하지 않은 후보가 도움이 되는 선거제도입니다. 왜냐하면 싫어하는 후보를 일부러 가장 낮은 순위로 확 내려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 보르다 투표는 크게 보면 선호 투표제입니다. 선호 투표제는 IRV(Instant-runoff) 투표 방식도 있습니다. IRV는 여러 라운딩의 투표를 하면서 최하위를 탈락시키는 방식입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유치 경쟁을 할 때 이 방식으로 최하위 후보를 계속 탈락 시킬 때 유용합니다.
4. 승자 진출전 투표
콩도르세 투표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투표로 원하는 후보를 뽑을 수 없다고 수학적으로 증명한 것입니다.
유권자 1 : A>B>C
유권자 2 : B>C>A
유권자 3 : C>A>B
3명의 유권자가 A,B,C 후보에 대한 선호도를 표시했습니다. 보르도 투표와 비슷하죠. 이 3명의 유권자의 선호도를 보고 A,B,C 후보 중 어떤 후보가 가장 선호도가 높을까요? 먼저 A후보와 C후보를 놓고 보면 유권자 1은 1순위에 놓았지만 유권자 2,3을 보면 C후보가 A후보보다 선호도가 앞섭니다.
같은 식으로 C후보와 B후보를 비교하면 C는 B후보 보다 선호도가 낮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B후보와 A후보 선호도를 비교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C>A>B>C>A>B>C>A>B>C>A>B>C>A>B>C>A>B>C>A>B>C>A>B>C>A>B>C>A>B>C>A>B>C>A>B>C>A>B>C>A>B>C>A>B>C>A>B>C>A>B>C>A>B.... 이런 식으로 끊도 없이 나오게 됩니다. 무한 루프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승자 진출전 투표입니다.
Sequential Pairwise 방식 투표
Sequential Pairwise Voting(SPV) 투표 방식은 이상형 월드컵을 통해서 많이 봤던 투표 방식입니다.
먼저 다수결 방식의 투표를 통하면 선거인이 14명이면 B가 1위, 10명이면 C가 1위, 9명이면 A가 1위입니다. .
SPV는 1대1 승자 진출전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결은 A,B,C,D를 모두 비교하는 것이 아닌 2명의 후보를 붙이는 1 대 1 토너먼트 방식입니다. D와 A가 대결을 하면 D가 A보다 선호도가 높아서 D가 올라갑니다. D와 C가 대결해서 C가 올랐고 B와 C가 대결해서 B가 이깁니다.
보시면 C와 B를 놓고 보면 B는 14명의 유권자, 9명의 유권자가 있을때 선호도가 C보다 높아서 23표를 얻었고 C는 10명의 유권자, 6명,4명의 유권자에서 B보다 선호도가 높아서 이겼습니다. 그러나 합산을 해보면 23명으로 B가 더 높습니다.
* 솔직히 이 해석이 맞는지는 확실하지 않는데 틀린 부분이 있으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다수결 방식에서 막강한 후보였던 B와 A가 1라운드에 붙으면 B가 올라갑니다. 그런데 2라운드에서 D와 만나게 되면 D가 23표로 B의 20표를 이깁니다.
그리고 최종 전에서는 C가 30표로 D의 13표를 이깁니다. 이는 다수결 방식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SPV 방식은 1대 1 토너먼트 대결에서 어떤 상대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진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대전 순서를 조작하면 당선자를 바꿀 수 있습니다
5. 결선투표제(IRV)
IRV(instant-runoff voting) 상위 50%(과반수)의 후보자가 나오지 않으면 가장 낮은 순위의 후보를 계속 탈락 시켜서 후보를 추리는 결선 투표제가 있습니다. 이 IRV는 쉽게 말해서 결선 투표제라고 할 수 있는데 프랑스의 대선이 이 투표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 결선투표제가 좋은 점은 죽은 표를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선거 당선권에 들지 못하는 후보들을 탈락 시킨 후 당선 가능성이 있는 두 후보만 모아서 결선 투표를 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 결선투표제도 문제가 있습니다.
지난 2002년 프랑스 선거에서는 이 결선투표제의 맹점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당시 우파 후보로는 인기가 없었던 시라크가 올라왔고 좌파는 결선에 오르면 무조건 이긴다는 조스팽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야당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조스팽이 결선에 오르지 못합니다. 대신 극우파인 르펜이 결선에 오르는 촌극이 벌어집니다. 우파와 극우파의 대선은 결국 우파인 시라크에게 표가 몰렸고 시라크가 선거에서 이깁니다.
이 결선투표제도 SPV방식의 맹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둘 다 죽은 표를 방지하는 효과가 크지만 토너먼트 과정에서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확 달라지는 맹점이 있습니다.
6.슐츠 방식
슐츠 방식도 승자 진출 방식 중 하나입니다. 이 방식은 이 승자 진출전 방식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고 결과도 엉뚱하게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여러 후보에 순위를 매길 수 있도 있지만 순위를 매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꼭 뽑고자 하는 후보는 순위를 매기고 다른 후보들은 순위를 매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슐츠 방식은 확실히 후보자간의 우열 관계를 가릴 수 있어서 투표의 역설을 벗어날 수 있고 1등을 확실히 가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계산이 복잡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또한, 이 과정을 유권자가 이해하기 힘든 것도 문제죠. 유권자가 이해하기 힘든 투표 제도라면 문제가 클 듯하네요.
위 투표 대안에는 없지만 한국의 동서로 갈라진 투표 행태를 보면 국회의원 선거 때 중선거제를 도입해서 1등과 2등 모두 당선 시키는 제도를 다시 도입했으면 합니다. 80년대에 1등과 2등 모두 국회의원이 되는 중선거제를 했는데 당시는 지금 같은 지역 갈등이 심하지 않았습니다.
이 중선거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한국은 희망이 없습니다. 평생 지금처럼 전라도당, 경상도당이 한국호를 좌지우지 하지 않을까요? 서로 견제하기 보다는 아적 관계로 앞에서는 싸우는 척 하면서 뒤로는 악수를 하는 끈끈한 담합 관계가 지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