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를 찾아줘'는 올해 본 영화 중 열 손가락에 들어갈 정도로 빼어난 재미가 있습니다. 영화 전체가 하나의 미스테리물로 시작하는 듯 하다가 갑자기 엽기물로 변했다가 나중에는 미디어 비판 시선을 담는 3단 구성으로 된 꽤 짜임새 있는 영화이자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다 본 후 영화 리뷰를 읽은 푸른숲 출판사에서 '나를 찾아줘'라는 책을 보내줬습니다.
마침, 원작 소설이 참 궁금했습니다. 2012년 미국 아마존 종합베스트 1위 작품이었고 2013년에는 교보문고 공포,추리 베스트 1위였던 책입니다. 베스트셀러를 각색해서 영화화 한 것인데 영화와 소설이 얼마나 다를까 참 궁금하더구요
책은 상당히 두꺼웠습니다. 보통 이런 두께의 책은 교과서나 전공서적과 같은 책이 대부분인데 추리소설이 꽤 두껍더군요. 페이지가 600페이지가 넘습니다. 두껍긴 하지만 읽는 속도는 무척 빠릅니다. 그 이유는 이 책의 번역이 현실적인 구어체로 잘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이런 외국 소설들을 번역할 때 외국의 쌍스러운 욕설을 나름 다듬는다면서 평소에 잘 쓰지도 않는 욕으로 번역하는 소설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번역하면 원작자가 하고 싶은 그 느낌을 잘 전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 '나를 찾아줘'는 아주 찰지고 쫀득한 우리가 자주 쓰는 쌍스러운 욕설을 그대로 담습니다. 이렇게 현실 세계의 언어로 번역을 해 놓아서 읽기 상당히 부드럽습니다. 영화에서는 큰 욕설을 하지 않지만 이 책에는 꽤 과감한 욕설과 성적 묘사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추리물이기도 하지만 성인 소설이구나 할 정도로 상당히 강한 욕설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고등학생이 읽으면 안 될 정도는 아니고 보통의 점잔 떠는 소설과 달리 가식없이 직접적으로 욕설을 담아냅니다.
이런 현실적인 구어체로 담다보니 두 주인공의 심리에 대한 묘사나 감정 상태를 바로 바로 알아 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원작 소설가의 글 쓰기 스타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묘사가 현미경 묘사를 합니다. 꾸밈과 수식이 많은 문장이 이 책을 두껍게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상당히 다양한 지식과 표현법을 잘 주워 먹었습니다.
소설 '나를 찾아줘'를 읽으면서 3번 놀랬는데 한 번은 두꺼운 책 두께와 영화를 재미있게 봤지만 영화를 보고도 영화에 담기지 못한 또 다른 재미가 소설에 가득 했다는 것과 함께 '나를 찾아줘'작가의 뛰어난 미모입니다.
아니! 저 미모로 소설을 써? 마치 에이미가 아닐까 할 정도로 아주 잘생긴 미모의 작가 길리언 플린의 프로필 사진에 놀랬습니다. 이런 것 보면 세상은 불공평합니다. 미모와 글쓰는 재능을 한 사람에게 다 줬네요.
소설과 영화는 놀랍도록 비슷합니다. 보통, 소설을 영화화하면 여러가지 제약과 감독의 재해석으로 각색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나를 찾아줘는 영화와 소설이 거의 다르지 않습니다. 몇몇 부분을 좀 압축하고 뺀 것은 있지만 전체적은 얼개는 거의 비슷합니다. 저는 영화와 소설이 얼마나 다를까? 하는 궁금증으로 읽었는데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설에는 영화에 제대로 담기지 못한 부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 부분은 영화와 다 담지 못한 에이미라는 인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영화의 결말을 지나서 좀 더 진행을 합니다. 영화도 리뷰 쓰기가 참 힘들었던 것이 이 나를 찾아줘는 자칫 잘못하면 스포를 누설할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스포 없이 서평을 쓸까 하다가 과감하게 스포를 포함해서 소개하겠습니다.
영화 나를 찾아줘를 보지 않았거나 봤어도 소설을 읽을 분들은 여기까지만 읽으시고 뒤로 버튼을 눌러서 나가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밑의 글은 스포를 자세히 넣지는 않겠지만 스포가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소설 나를 찾아줘에서 자세히 다룬 에이미의 행동의 당위성(스포 있음)
영화를 안 본 분들에게 이 소설의 간략한 이야기를 적자면 어느 날 갑자기 닉던의 아내가 실종 됩니다. 이 실종 사건은 한 촌동네를 뒤집어 놓고 전국 방송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전역에서 큰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점점 미디어와 여론과 여러가지 증거 등으로 닉 던이라는 남편이 아내 살해범으로 지목을 당합니다. 그리고 그 아내 살해범인 닉 던이 그 험난한 여정을 헤쳐 나간다는 내용이 주요 내용입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소설은 에이미의 실종 사건부터 소개를 합니다. 에이미가 실종 된 날로부터 닉 던이라는 현재 시점의 남편의 이야기와 함께 실종 된 에이미가 쓴 일기가 교차로 보여줍니다. 영화에서처럼 책 중간까지 닉 던을 아내 살해범으로 몰아가는 시선을 담고 있고 중반부터 에이미가 짠~~하고 등장을 하면서 에미이의 현재의 시점으로 시작합니다.
영화와 소설의 구성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민함이라면 소설을 좀 더 꽈서 흥미를 더 유발 했을텐데 소설 구성 그대로 따르는 것을 보면 이 소설이 얼마나 탄탄한 지를 비추어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사라지고 그 똑똑한 아내를 죽인 살인범으로 지목 당하는 닉 던, 이런 닉 던을 끝까지 지지하고 버팀목이 되는 사람은 바로 닉 던의 쌍둥이 동생인 고입니다. 고와 함께 이 험난한 길을 헤쳐 나가는 재미가 중반까지 이어집니다.
닉과 고는 에이미가 실종 된 것이 아닌 에이미가 촘촘하게 설계한 실종 사건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둘은 그 촘촘한 에이미가 만들어 놓은 미로를 벗어나려고 안간 힘을 쓰면서 에이미라는 괴물을 알게 됩니다. 영화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에이미라는 괴물에 혀를 내두릅니다.
아니! 저런 미틴~~~~
영화는 그냥 똘기가 충만한 미친 x의 엽기스러운 행동과 여론이 어떻게 사건에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한 미디어와 사건에 역학관계를 담고 끝나지만 영화에 자세히 다루지 않은 에이미에 대한 이야기와 영화 결말 이후의 내용도 자세히 담깁니다.
삶이라는 가면을 쓴 과시적인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 대한 조롱이 가득한 소설 '나를 찾아줘'
영화에서는 에이미가 좀 또라이처럼만 그려지지만 그녀가 왜 그처럼 엽기스러운 행각을 했는 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소설은 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 에이미라는 인물을 잘 알아야 합니다.
에이미는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인기 소설 시리즈의 실제 모델입니다. 에이미의 엄마 아빠는 에이미를 모델로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서 큰 돈을 법니다. 그러나 그 소설의 실제 모델인 에이미는 소설 속 에이미와 실제 에이미라는 자신과의 간극을 어려서부터 잘 알고 있습니다.
항상 사람들은 에이미를 보면서 소설속 에이미와 비교합니다. 소설 속 에이미를 보면서 에이미는 이러지 않는데~~라는 식으로 말을 하니 에이미라는 실제 삶은 파괴되고 소설이라는 가상의 에이미의 삶에 자신을 맞추고 삽니다. 그게 살기 더 편하니까요. 그렇지만 그 간극의 마찰음 때문에 에이미는 엄마 아빠를 아주 싫어 합니다.
그러면서 에이미는 점점 히스테리가 심해지고 다중 인격 장애를 가지게 됩니다.
에이미는 소설가처럼 주변의 모든 것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주변의 모든 사람을 자기 뜻대로 움직여야 그 삶을 만족합니다. 그런데 닉 던이라는 남편이 바람을 핍니다.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난 닉 던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뛰어난 머리로 닉 던 인생 망치기 프로그램을 가동하죠.
여기에 평생 가상의 삶인 소설 속 에이미와 비교 당하면서 사는 삶을 역 이용해서 여러 인격체로 쉽게 변신을 합니다. 조숙하고 고분고분한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에게는 청순하고 고분고분한 여자가 되고 화끈한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에게는 그에 맞게 인격을 바꿔버립니다.
이런 에이미의 다중 인격적인 모습은 미디어라는 경박스러운 도구에 휘둘리는 현대인을 빗대어서 보여줍니다.
연예인이라는 삶이 그렇습니다. 실제 연예인의 삶을 본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는 연예인의 삶을 뉴스 기사나 미디어를 통해서 얼핏 얼핏 듣습니다. 그런 이미지들을 보고 그 연예인의 실제 성격과 이미지를 단순화 시켜서 받아들이죠.
그래서 실제 성격과 다르게 언론 앞에서는 이웃돕기를 하면서 사진을 찍고 항상 친절한 얼굴로 대중을 대하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합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이 연예인들의 실제 모습일까요? 실제 연예인의 삶 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연예인의 이미지를 연예인들이 따라서 사는 것이 아닐까요?
마치 소설 속 바르고 능력 좋고 착하고 상냥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한 에이미가 우리가 보는 연예인들의 이미지 아닐까요?
어디 연예인만 그럽니까? SNS나 블로그에는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삶만 보여줍니다. 그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주기 때문에 그 삶은 그 사람의 정확한 삶이라기 보다는 가공되고 편집된 이미지입니다. 점점 과시적인 삶이 많아지고 있는 이 시대를 스릴러라는 요소로 비판하는 그 비판 능력이 아주 찰지네요
에이미는 그런 소설 속 에이미처럼 살아야 하는 자신의 삶을 저주합니다. 그리고 그 울분을 켜켜히 쌓았다가 주변 사람에게 뿜어냅니다. 그러나 그 모습이 세상에 노출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며 에이미는 언론과 미디어의 속성을 잘 알기 때문이죠. 이런 에이미의 이중적인 삶을 닉 던은 점점 알게 되면서 흥분하게 됩니다. 그런 여자와 평생 산다는 것 자체가 공포죠.
영화에 담기지 않았던 소설 속 흥미로운 이야기들
영화를 봤지만 소설을 꽤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일단 쉽게 읽힌 다는 것이 좋았고 에이미라는 괴물을 알아가는 재미도 흥미로웠습니다. 뛰어난 머리로 남편을 꼭두각시처럼 조정하는 그 영민함이 꽤 재미있네요.
영화에서는 잘 담기지 않은 미주리라는 지역의 황폐함과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로 닉던과 에이미 모두 실업자가 된 그 실업에 대한 공포도 잘 담겨 있습니다. 어쩌면 사건의 방아쇠는 세계금융위기가 당겨 버립니다.
영화에서는 쇼 윈도우 부부로 살아가는 닉과 에이미의 모습으로 끝이 나지만 소설은 왜 둘이 같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지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책이 좀 두껍다는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오랜만에 스릴러적인 재미와 사회 비판적인 재미가 함께한 꽤 잘 짜여진 소설입니다. 긴 겨울밤을 달래줄 책이 소설 나를 찾아줘입니다.
시간이 없으신 분들은 영화를 추천하고 책 읽을 시간이 있는 분들은 소설을 추천합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 받아서 제 주관대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