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있으면 평범한 일상도 진주처럼 보여"
음악 프로듀서인 댄은 뉴욕 거리에서 그레타와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음악을  평범하지만 음악의 매력을 
이렇게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요? 

음악은 일상의 BGM이자 일상을 뮤직 비디오로 만들어줍니다. 좋은 노래를 듣고 거리를 걸으면 거리가 무대가 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뮤직 비디오 또는 3분 짜리 단편 영화의 배우들이 됩니다. 또한, 흘러간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을 자주 듣던 시절로 타임 워프 시켜주는 3분짜리 단기 타임머신이기도 합니다. 

음악이 마중물이 되어서 추억에 충분히 젖게 되고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죠. 영화는 감동을 주기 위해서 2시간이 걸리지만 음악은 단 4분 안에 우리에게 일탈의 즐거움과 함께 감동을 전해줍니다. 이런 음악을 요즘 듣지 않았습니다. 아니 듣고 있지만 아이돌 가수의  직설적인 가사와 비쥬얼에 더 신경 쓴 듯한 노래는 볼 지언정 듣게 되지는 않습니다. 

이 음악의 매력을 스크린에 담은 영화가 바로 '비긴 어게인'입니다


세련된 스토리텔링이 매력적인 '비긴 어게인'

영화가 시작 되면 음악 클럽에서 그레타가 친구의 소개로 인해 무대에서 노래를 하게 됩니다. 클럽 안은 시끄럽고 그레타의 노래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중하지 않습니다. 실망한 표정이 역력한 그레타 앞에 댄만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영화는 댄의 시점으로 음악 클럽에 오기 전까지의 하루를 보여줍니다. 

 혼자 사는 음악 프로듀서 댄(마크 러팔러 분)는 딸 앞에서 자신이 세운 음반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하는 수모를 겪습니다. 여기에 술 값이 없어서 딸과 함께 도망을 치는 추태까지 보여주면서 아버지의 위상도 땅바닥으로 추락합니다. 공원에서 술을 마시면서 절벽 위를 걷는 위태로운 하루를 보내다가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음악 클럽에서 그레타의 노래를 듣고 환한 미소를 보여줍니다. 

영화는 다시 그레타의 과거를 보여줍니다. 인기 스타인 남자 친구 데이브(애덤 라바인 분)와 함께 부푼 미국 생활을 시작하지만 데이브가 다른 여자와 눈이 맞은 것에 격분해서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그러다 친구의 손에 이끌려 무대에 서고 그 무대를 벼랑 끝에 서 있던 왕년의 잘 나가던 음반 프로듀서인 댄의 눈에 들어오게 되고 둘은 음반을 만들게 되는 과정을 감동스럽게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필연적으로 '원스'라는 음악 영화와 많이 비교하게 됩니다. 대스타인 '키이라 나이틀리'와 '마크 러팔로'의 영화가 아닌 원스의 감독이었던 존 카니의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많은 분들이 원스와 비교하는 평들을 이 영화의 평으로 남기더군요.  저도 영화를 보는 내내 원스와 비교하면서 보게 되더군요

간략하게 비교를 해보자면 '원스'는 보컬의 파워풀하고 순수한 힘이 매력적인 영화이고 '비긴 어겐인'은 원스 보다는 세련된 연출 기법과 스토리텔링이 상당히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또한, 다양한 음악적 재미와 음반이 나오기까지의 흥미로운 뒷 이야기나 음악을 하는 가수와 음반을 프로듀싱하는 제작자 사이의 관계와 음반 회사와의 관계까지, 음악이 음반이 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아주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담고 있는 수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원스도 좋지만 '비긴 어게인'의 다양한 볼꺼리와 유려한 연출 테크닉 그리고 무엇보다 두 주인공이 음악을 통해서 상처가 치유 되는 과정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잘 그려져 있어서 감히, 그리고 미리 말하자면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영화였습니다. 특히, 댄의 시점으로 그레타의 노래를 듣는 장면에서 그레타의 음악을 프로듀싱하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술에 취한 댄이 그레타의 음악에 피아노와 첼로 드럼을 넣으면서 음악을 완성해 가는 모습은 원석을 발견하고 그걸 가공해서 보석으로 만드는 음반 프로듀서의 역할을 아주 잘 담고 있는 명장면입니다. 


할리우드 자본과 배우로  원스 이상을 만들어 낸 존 카니 감독

보통 총기 있는 감독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하면 자국에서 보여준 총명한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할리우드 시스템과의 충돌과 자본가와의 타협에서 일어나는 불협화음이나 자신의 색을 담지 못하고 대중 취향적인 영화를 만들어 이도저도 아닌 맹물 같은 영화들을 만들게 됩니다. 

존 카니 감독도 이런 할리우드의 룰을 따릅니다. 따라서 원스라는 원석 자체가 주는 빛 보다는 대중이 좋아할 만한 요소, 예를 들어 음악을 통해서 두 주인공이 치유가 되고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갈등이 해결 된다는 달달함을 넣어서 원스보다 못하는 평이 있긴 합니다만 저는 존 카니 감독이 그런 룰을 따르면서도 자신만의 색을 크게 버리지 않았다고 생각 되어지네요. 

오히려 전 존 카니 감독이 원스를 만들 때 제작비의 제한 때문에 다 펼쳐 보이지 못했던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리우드라는 자본의 물 위에서 자신의 재능을 한 껏 잘 풀어 놓은 듯 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영화는 뻔한 스토리로 이어지고 있지만 그 뻔함이 뻔하지 않게 적절하게 자신의 색을 잘 녹여 냄과 동시에 음악이 주는 즐거움을 영화 곳곳에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뉴욕 거리의 소음을 그대로 음반에 넣는 야외 공연 녹음 장면은 참신하다 못해 기발합니다. 
음악은 필이지 정확한 연주가 아님을 존 카니 감독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거리의 소리마저 음악으로 만들어 버리는 장면 등은 이 영화가 원스 이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참 좋았습니다. 



음악이 음반이 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사랑스럽게 담은 영화 '비긴 어게인'

음악 영화 답게 음악이 참 많이 나옵니다. 이 음악이 만들어지기 까지의 과정을 영화 '비긴 어게인'은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만들어 냅니다. 음악은 보는 것이 아닌 듣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레타와 댄의 설전도 흥미롭고 남자친구인 데이브가 만든 음악만 듣고서 딴 여자와 눈이 맞은 것을 아는 그레타의 모습 속에서 음악은 대중을 목표로 하지만 시작은 한 사람이라는 것도 잘 보여줍니다.

특히, 이별의 아픔을 노래로 만들어서 데이브에게 들려주는 이별 노래를 스마트폰 음성 녹음파일로 전해 주는 모습은 노래가 자신의 이야기를 형상화 하는 과정임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꼭 가수가 노래를 작사 작곡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이별과 사랑의 감정을 느껴봐야 하지만 요즘 노래들은 이별도 사랑도 해본 경험이 없는 가수들이 사랑 노래와 이별 노래를 하는 모습은 진정성이 결여된 모습입니다. 

영화는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져야 좋은 음악이 되는 지를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현재의 대중 음악들을 계몽하거나 가르치려고 하는 태도를 보여주기 보다는 이렇게 만드는 음악이 영혼을 흔드는 음악이라고 귓속말로 말해 줍니다. 영화는 이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함께 그 음악이 좋은 음반 프로듀서를 만나 원석에서 보석으로 가는 과정을 댄과 그레타를 통해서 보여줍니다. 영화 말미에는 현재의 메이저 음반 제작 시스템까지 살짝 비판을 하는데 전체적으로 우리가 놓치고 있고 문제 제기를 할 만한 것들을 부드러운 음악을 통해서 보여줍니다. 


마크 러팔로와 키이라 나이틀리의 케미가 폭발하는 '비긴 어게인'

원석이 아닌 이미 가공되고 고착화 된 이미지가 있는 할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합니다. 그래서 우려도 많았습니다. 원스 만큼의 매력을 줄 수 있을까? 그러나 이건 기우였습니다. 마크 러팔로의 술 취한 연기와 함께 점점 활력을 얻어가는 모습, 음악에 미쳐 있는 음반 프로듀서가 다시 시작해 가는 과정과  생각보다 뛰어난 가창력을 보여주는 '키이라 나이틀리'의 사랑스러운 음색과 가창력이 참 좋았습니다.

원스 같이 폭발적인 노래는 아닙니지만 물 흐르듯 부르는 '키이라 나이틀리'의 음악은 귀에 착착 감깁니다. 
여기에 마론 파이브의 애덤 리바인이 연기한 데이브를 통해 들려주는 진짜 가수의 노래도 잘 녹여 내어서 음악을 듣는 재미의 진폭을 늘려 놓았습니다. 특히 애덤 리바인의 Lost Stars는 뛰어난 보컬과 함께 시적인 가사 내용 전체가 하나의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하나님, 젊은 왜 젊은 시절에 낭비돼야 하는 건가요?"라는 가사 내용은 노래가 멜로디와 리듬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멜로디와 가사라는 양 날개로 난 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노래 전체의 가사들이 직설적이지 않았고 직설적이지 않아서 널리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올 해 본 영화 중 가장 아름다운 영화 '비긴 어게인'

비게인 오후 같은 맑은 하늘을 본 느낌입니다. 영화의 평이 좋기에 기대를 어느 정도 했지만 그 이상을 봤습니다. 영화를 본 후 이어폰을 꽂고 '비긴 어게인'의 O.S.T를 틀고 한 참을 걸었습니다. 오랜 만에 일상이 영화가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감히 이 영화를 내가 본 올해의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이 생각은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가 뛰어난 자연의 풍광을 아름답게 잘 담았다면 '비긴 어게인'은 음악의 매력을 멋진 스토리와 아름다운 노래로 잘 담고 있습니다. 매력적인 장면들이 꽤 많습니다. 즉흥 연주부터 큰 공연까지 다양한 음악 공연 장면과 이어폰 분배기를 통해서 두 남녀 주인공이 뉴욕 거리를 들으면서 같은 노래에 심취해서 듣는 모습과 뉴욕의 불빛을 뒤로하고 자전거를 타는 그레타의 얼굴을 클로즈업 한 장면 등 영화는 음악 전성시대인 80년대의 공기로 우리를 인도 합니다. 


미국외 해외에서 가장 많은 관객 동원을 한 나라가 한국이라고 합니다. 왜 이 영화가 유독 한국에서 인기가 많을까요? 그건 아마도 '나는 가수다'의 열풍과 연결 되지 않을까요? 언제부터 우리는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닌 보는 시대에 살고 있고 오늘도 노래 보다는 현란한 율동과 위태로운 옷을 입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노래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비쥬얼 가수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한국에서 음악은 보는 것이 아닌 듣는 것이라는 기본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비쥬얼 음악에 지친 우리들의 영혼을 감싸주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만들어져서 정형화 된 이야기 진행 방식은 아쉽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그 정형성을 리드미컬한 연출로 시종일관 지루하지 않게 함을 넘어서 음악을 매개체로 두 남녀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이 사랑스럽고 아릅답게 담긴 영화입니다. 댄과 그레타가 마지막 서로를 쳐다 보는 눈빛 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깊은 신뢰가 느껴지네요. 

영화 속 대사처럼 남을 의식하지 않고 별점을 준다면 제 별점은 5개 만점에 ★★ 입니다. 

비긴 어게인  40자평 : 음악이 음반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비 개인 오후처럼 맑고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담고 있는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 (2014)

Begin Again 
8.7
감독
존 카니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애덤 리바인, 헤일리 스타인펠드, 제임스 코덴
정보
로맨스/멜로 | 미국 | 104 분 | 2014-08-13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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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루 2014.09.25 03: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국을 포함해서 전세계에서 단일 국가 최다 관객이 압도적으로 한국입니다... 좋은 영화긴 한데 이상한 과열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죠ㅎ 최근 한국 정서가 그런가봅니다.

  2. BlogIcon 조르바 2014.09.30 07: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영화가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입이. 명량 1700만이 벌어들인 수입과 비슷하다 합니다. 아마 넘어섰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뭏든. 저는...명량에서 실망한 마음을. 비긴 어게인을 보면서 추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