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사진학과 학생들이 저에게 조언을 구한다는 메일이 옵니다. 그럴때마다 난감합니다. 제가 사진을 좋아하는 사진애호가이지만 남들에게 조언을 해주거나 충고를 해주기에는 제 사진 능력이나 실력 특히 이쪽 생태계에 깊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조언을 해주기 힘듭니다. 몇번은 철없이 해 준적이 있긴 하지만 앞으로는 사진 애호가 즉 아마츄어나 동호회 수준의 분들에게는 제 경험을 소개하고 알려드릴 수는 있지만 사진을 전문적으로 하고 업으로 하는 분들의 조언은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이 사진을 단순히 취미로 할때와 이 사진을 업으로 할 때는 시선의 차이도 차이지만 삶의 태도가 확 달라지기 때문에 제 조언이 무용지물이기 때문입니다.
전 사진애호가입니다. 사진으로 사진공모전에서 입상을 한 적은 있어도 사진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제가 사진에 관련된 글을 많이 쓰다 보니 사진가로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다시 밝히지만 전 사진애호가이고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입니다.
제 사진 경험은 깊지 않습니다만 그나마 남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경력이라면 사진동아리 출신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흑백 암실을 경험했습니다. 어두운 암실에서 현상탱크에 필름을 넣고 현상하고 잘 익은 필름을 가지고 인화기에서 노광을 준 후 인화액에 담글 때 새로운 세계가 창조되는 그 찰나를 경험 했습니다.
그 따뜻한 기억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사진을 아주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블로그가 다른 블로그와 다른 차별성이 있다면 카메라에 관련된 블로그는 수두룩해도 사진작가나 사진문화에 대한 글을 주기적으로 쓰는 블로그는 많지 않습니다. 그게 차별성이라면 차별성이죠.
제가 사진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단순합니다. 사진을 잘 찍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계기가 사진 동아리를 꾸준하게 다니게 했지만 정작 사진 동아리에서 배운 것은 카메라 조작술과 술 먹는 법이었습니다. 카메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방법, 암실에 대한 것은 많이 배우긴 했지만 왜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왜 사진이 좋은지 어떤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는 전혀 배우지 못했습니다.
특히, 사진작가론에 대한 단 한번의 강의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매주 사진 세미나가 수요일마다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카메라 조작방법과 필름 교환법, 암실 현상, 인화 법만 배우고 끝이었습니다. 이는 동아리라는 한계 때문이기도 합니다
취미로 사진을 하는 사람들에게 로버트 카파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이야기를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죠. 또한 저와 같이 사진에 무궁한 관심을 가지고 동아리를 가입한 회원도 있지만 술 마시려고 가입한 회원도 있으니까요. 또한, 세미나 참여율은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될 수록 점점 더 떨어졌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그립고 그립습니다. 매주 듣던 촬영 강의, 암실 강의 그때 이야기가 저에게는 큰 자양분이 되었으니까요. 그렇게 군대를 갔고 군대에서 전역한 후 사진에 대한 열망을 단 한 번의 세미나를 통해서 후배들에게 전수해 줬습니다.
제가 촬영 세미나 할 위치는 아니였지만 후배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평상시에 제가 몸 담고 있는 사진동아리에서 하지 않는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매번 사진 세미나에서 카메라 조작술, 암실 이야기만 하지만 정작 사진동아리 회원 중 반 정도는 자동 카메라 사용자였습니다. 자동 카메라 사용자에게 수동 카메라 조작술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암실도 약품 냄새 싫다면서 안 들어가는 여자후배들이나 동기가 대부분입니다. 전 그런것도 좋지만 어떤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와 함께 사진의 구도에 대해서 2시간 동안 강의 했습니다.
여러가지 사진 구도를 알려주면서 왜 어떤 사진은 찍으면 밋밋하고 어떤 사진은 힘이 느껴지며 어떤 사진은 큰 느낌이 오는지를 앵글과 사진 구도의 중요성을 알려주면서 르네상스나 시대나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들이 좋은 구도의 예라면서 미술작품을 많이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전해줬습니다.
그게 20년 전 이야기네요. 요즘 사진동아리에서는 어떤 것을 배우고 있을까요? 몇년 전에 성균관대 사진동아리 전시회를 인사동에서 봤는데 그 동아리는 아직도 흑백 필름 사진을 고수하더군요. 그 모습에 DSLR 시대이고 디지털 시대에 필름을 고집하는 이유가 뭘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만 그렇게 배우는 것이 사진을 좀 더 진중하게 배우는 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잘은 모르지만 요즘은 암실 대신에 디지털 암실인 라이트룸이나 포토샵 기술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해서 대학사진동아리에서 그런 것을 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건 직접 물어봐야겠습니다.
대학 사진동아리 연합회 SNAP
사진동아리 활동을 할 때 재미있었던 점은 사진동아리가 4대 연합이었습니다. 주변 학교 사진동아리를 묶어서 서로 주기적으로 교류를 했습니다. 전시를 할 때 서로 학교에 찾아가서 전시회도 보고 친구처럼 지내곤 했습니다.
여름에는 4대 연합 전시회 계획도 하고 술자리도 하면서 참 즐겁게 지냈던 날이 생각나네요
제가 장황하게 이런 이야기를 한 이유는 대학 사진연합동아리 SNAP때문입니다. 요즘은 대학생들이 동아리 활동 잘 안 합니다. 대부분 스펙 쌓기를 하기 때문에 동아리 활동 보다는 그 시간에 도서관에서 영어책 파고 있습니다. 동아리를 들어도 자신의 진로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동아리를 들죠.
그래서 이제는 동아리 가입하는 학생이 적습니다. 그럼에도 사진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나마 사진은 다른 동아리보다 멸종하지 않고 오래가는 곳들이 많더군요. 요즘 사진 전성시대잖아요.
SNAP은 대학 사진동아리연합회입니다.
요즘 대학동아리 중에는 연합동아리가 많더군요. 몇 주전 한 전시회도 대학 시각디자인학과 학생들이 모여서 전시회를 하던데요. SNS가 발달하고 인터넷이 발달하니 예전보다 보다 쉽고 편하게 연합동아리를 만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대학간의 교류와 함께 사진 지식 공유를 함께 하나 보네요. 위 단체사진을 보니 출사가서 함꼐 찍은 사진인가 본데 굉장히 많네요.
배경을 보니 올림픽공원 초승달 모양의 조형물 앞이네요.
이 SNAP에서 첫 연합전시를 합니다. 8월 25일부터 8월 31일까지 청계천 광교갤러리에서 하네요. 광교갤러리는 인사동 갤러리 같이 건물 안에 있는 것이 아닌 청계천 물 따라 걸어가다 보면 다리 밑에 있는 노천 갤러리입니다. 제 사진동아리 시절의 풋풋함을 느껴보러 가봐야겠습니다.
사진학과 학생이 아닌 아마츄어 학생의 시선과 재미를 느끼는 시간이 될 듯 합니다. 스냅이라는 동아리 명도 흥미롭네요. SNAP은 속사라는 사진 용어입니다. 어떤 연출을 하지 않고 빠르게 동작이나 표정을 잡아내는 기법이죠. 그런데 이 SNAP은 소셜 네트워크 아마츄어 포토그래퍼의 약자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아마도 사진 대부분이 스냅사진일 듯 한데 동아리 명에서 중의적인 재미도 느껴지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