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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미술작품

안동교회 소허당에서 본 안석준 화가의 펜담채화전

by 썬도그 2014.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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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사진을 예술 사진과 상업 사진의 구분을 하는 방법 중 하나가 그 사진으로 개인전이나 전시회를 걸었느냐 아니냐의 차이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전시회에 걸렸던 작품은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죠. 뭐 백퍼 동의하긴 힘들지만 어떤 사진을 어떻게 다루고 소비 하느냐가 그 사진을 예술 사진이냐 상업 사진이냐로 명명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능력만 된다면 똑 같은 사진을 복사해서 하나는 예술 사진 흐름에 넣고 하나는 상업 사진 흐름에 넣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게 상업 사진인지 아니면 예술 사진인 이 사진계가 제대로 판단하는 지를 알고 싶기도 합니다. 

딴 소리를 했네요. 이 이야기는 따로 소개하도록 하고 제가 위 이야기를 한 이유는 갤러리 때문입니다. 갤러리라는 공간에 사진이나 미술 작품이 들어가면 어느 정도 예술성을 인정 받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갤러리에 전시 되는 작품이 무조건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갤러리에 한 번 이상 걸렸다는 것은 예술적인 가치가 어느 정도는 있다고 생각도 되어집니다.

그런 예술에 대한 시선이 담긴 공간이 갤러리와 미술관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새로운 갤러리를 구경하고 돌아보곤 하는데 유난스럽게 들어가고 싶지만 들어가보지 못한 갤러리가 있습니다. 


북촌 한옥마을 아랫동네에는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가 있고 그 밑에 윤보선 전 대통령의 고택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오래된 역사를 가진 안동교회가 있습니다. 이 골목은 아주 아름다운 골목으로 한옥과 낮은 건물들과 서울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전통과 현대의 멋스러움이 가득한 골목으로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소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이 안동교회 옆에는 한옥으로 된 갤러리가 있습니다. 소허당이라는 곳인데 이곳에서는 많은 전시회를 합니다. 몇 번 지나가면서 들어갈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이번에는 들어가 봤습니다. 그 이유는 너무 예쁜 전시회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4년 5월 7일부터 ~ 17일 토요일까지 안석준 화가의 프라하 '팬담채화전'를 하고 있습니다
프라하도 눈길도 끌었지만 팬담채화전이 참 궁금 했습니다.


그림은 너무나도 아름다웠습니다. 마치 아름다운 일러스트레이터 같기도 하면서도 수채화의 맑은 느낌과 선들이 살아 있는 느낌이 참 좋네요. 자세히 보니 레이아웃을 가는 펜으로 한땀 한땀 다 그린 듯 합니다

처음에는 펜담채화가 팬담 + 채화인줄 알았습니다. 그건 아니고 팬+담채화입니다. 
담채화는 얇은 느낌의 물감과 먹으로 그리는 그림으로 여백의 미 혹은 비움의 미학이 있습니다. 유화 같이 두터운 파운데이션처럼 색을 덫 입히고 칠하는 것이 아닌 덜 칠한 듯 그러나 맑은 느낌의 그림을 담채화라고 합니다. 

먹으로 그린 담채화를 수묵담채화라고 하는데 제가 미술에는 소질이 크게 없지만 수묵담채화 그리는 미술 시간에 대박 칭찬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미술 선생님이 제 그림을 보여주면서 농담을 자 이용한다면서 이렇게 그리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난 그냥 먹에 물을 덜 타고 더 타고 했을 뿐인데요.

위 이미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펜담채화도 담채화의 일종입니다. 수묵 담채화와 달리 수채화 물감을 이용하는 것이고요. 
마침 작가님이 계서서 궁금한 것을 물어 봤습니다. 


작업 방법을 물으니 먼저 연필로 스케치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꼼꼼하게 윤곽선을 그려야 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대충 스케치를 한 후 작업실에서 사진을 참고해서 나머지 윤곽선을 그립니다. 그 연필로 한 스케치 위에 일반 펜이 아닌 미술용 가는 펜으로 윤곽의 전체적인 스케치를 덫입힙니다. 그 위에 수채화 물감으로 채색을 합니다.

그래서 이 펜담채화는 수채화의 일종이라고도 하네요. 수채화와 다른 점은 윤곽선을 세밀하게 그려 넣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진으로 찍고 그걸 이미지 프로그램으로 윤곽선을 따고 그 위에 채색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으니 사진은 렌즈 왜곡이 있다고 합니다.

아! 렌즈 왜곡이 있긴 하죠. 광각과 줌으로 땡겨서 직는 것과 우리 눈으로 본 것의 차이가 분명 있습니다. 
그리고 크기에 대해서 물어 봤습니다. 작품 크기가 더 클 수 없냐고 했더니 더 커지면 이 오밀조밀한 윤곽선 맛이 떨어지고 그냥 수채화 느낌이 많이 나서 더 크게는 못한다고 하네요. 




아주 새로운 느낌의 기법이라서 혹시 이거 일반인이 배우기 쉽냐고 물으니 어렵다고 하네요
안석준 화가님은 서양화 동양화를 모두 전공한 분이신데 2006년부터 펜담채화를 배웠다고 합니다. 유럽에 가서 수묵담채화로 유럽의 풍경을 담으려고 했더니 수묵담채화의 정서와 유럽 풍경이 어울리지 않았다고 하네요.

사실, 유럽의 풍경에 우리가 빠지는 것은 촘촘한 벽돌로 지은 고풍스러운 건물 때문입니다. 도로도 수 많은 벽돌로 만들어졌고 건물들도 선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그 선 하나하나를 다 표현하려면 펜담채화가 더 어울릴 것 입니다. 이런 펜담채화로 그려낸 프라하는 사진보다 더 예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한때 수채화 배워볼까 고민도 해보고 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다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요즘 같이 날 좋은 날은 초등학생용 스케치북과 4B연필만 가지고 풍경을 그려보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카메라라는 뛰어난 재현 도구가 있기에 왜 똑같이 그리려면 그림을 그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사진이 가지지 못한 미술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저는 결과물도 결과물이지만 그림을 그리는 그 긴 시간 동안 한 사물 혹은 풍경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관찰하는 그 시간과 내 손으로 세상을 재현한다는 그 즐거움은 사진이 주지 못하는 매력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사진 잘 찍고 싶으면 미술도 해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소허당은 한옥 건물이고 크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공간이었습니다. 잠시 남의 집에 들려서 차 한잔 먹고 나온 느낌이라고 할까요?



앞으로는 소허당 자주 들려봐야겠습니다. 그리고 펜담채화에 대해서 검색하고 정보를 찾아보고 가능하면 시도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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