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예전에 고시원에서 살았습니다.
그때가 2천년도 초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고시원이라고 해서 전 친구가 고시 공부를 하나 했습니다. 그건 아니고 고시원은 이름만 고시원이지 고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기거하는 곳이라기 보다는 싼 가격 때문에 기거 한다고 하네요. 여인숙보다 싼 가격이라서 고시원에서 산다고 하더라고요. 대충 이야기를 들어서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방음 시설이 안 좋은 지를 귀로 들었지만 그 공간을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이건 방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창고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혐오스러운 크기의 방이였습니다. 제가 혐오스럽다고 한 이유는 인간이 영위해야 하는 최소한의 존엄을 유지할 공간의 크기마저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21세기 쪽방, 제 느낌은 그거였습니다. 21세기 쪽방. 현재의 고시원은 도시 빈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물론 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도 있을테고 제 친구 같은 직장인도 있을테고 외국인 노동자도 있을 것입니다. 수 많은 인간 군상이 인간 존엄성 마저도 보장 받지 못한 공간에서 기거를 합니다.
감히, 제가 고시원이라는 공간을 체험하지 못해서 이 공간이 가지는 의미를 해석하지도 설명하기도 힘듭니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들리는 고시원의 삶은 결코 건강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돈 없는 젊은 사람들이 고시원에 사는 것은 개인에게도 국가적으로도 건강한 모습이 아닙니다.
부모와 떨어져 사는 대학생들의 한달 지출하는 비용은 60만원입니다.
이중에서 주거비용이 21만 5천원입니다. 이런 높은 주거 비용 때문에 청년들이 고시원으로 고시원으로 밀려들어가게 되고 직장인이라고 해도 저임금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 같은 경우는 월급이 많지 않기에 방값이 싼 고시원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2014년 4월 30일에서 5월 6일까지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는 박상희 사진작가의 고시원 사진전이 열렸습니다.
수년 전에 고시원이라는 공간을 촬영하는 사진작가가 있었는데 그 작가님이 박상희 작가인지는 모르겠네요. 아무튼, 고시원이라는 소재를 다룬 사진전이라서 바로 들어가서 봤습니다. 요즘은 제가 사진 취향이 극명해져서 달달하고 감성사진 같은 그냥 잠시 기분만 좋게 해주는 사진은 꺼려하게 되네요.
청량 음료 같은 감성 사진도 좋긴 하지만 개운한 맛은 없습니다. 제 성향이 점점 사회관계학적인 사진 즉 다큐 사진에 천착하는 것도 한 몫 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미술도 사회 비판적인 미술이 거의 없다보니 미술 전시회도 이젠 잘 보지 않습니다. 그냥 그런 것들 다 헛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냥 세상을 곱게 포장하려고만 하는 작품들.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정작 저는 그런 감성 사진들을 즐겨 찢고 SNS에 공유하네요.
변명을 하자면 SNS와 사진전은 또 다른 역할과 기능을 하기에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점점 다큐멘터리 사진이 좋아지고 있고 그런 이끌림이 이 고시원 사진전을 보게 하고 있네요.
전시회 서문을 대충 읽고 작품을 봤습니다.
사진은 세트로 구성 되어 있습니다. 증명 사진 같은 그러나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고시원 방 주인은 뒤로 돌아서 있고 왼쪽에는 고시원 방을 있는 그대로 촬영 했습니다.
고시원의 기본 구성은 20리터 냉장고와 침대 그리고 때때로 TV가 있는 곳이 있습니다.
이 고시원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합니다. 밥도 먹고 빨래도 하고 잠도 자야 합니다. 좁기 때문에 정리 정돈을 해도 티가 안날 듯 하네요. 사진은 정리 정돈을 하지 않은 평상시의 모습 그대로를 담고 있습니다.
사진들은 이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말 대신에 유형학적인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얼굴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방의 주인의 취향을 사진은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어떤 것을 입고 쓰고 좋아하는 지를 방에 놓여진 물건에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런 유형학적인 사진형태는 요즘 꽤 유행하고 있는데 박상희 작가가 의도하지 않아도 방이 좁다보니 한 프레임에 방 주인이 가진 모든 물건을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서글픈 모습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분명, 이런 사진을 보고서 우리는 희망을 쉽게 얘기할 것입니다.
또한, 많은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고시원의 삶을 절망으로 명명하고 고시원 탈출이 희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고 이웃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서로의 존재가 내는 소음이 옆방에 방해 되기에 서로에게 본의 아닌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시원은 목적지가 아닌 간이역이고 이곳을 거쳐서 내가 가는 목적지로 갈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희망을 품고 있는 공간이 고시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모든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이 희망을 노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또 모든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이 평생 고시원에서 살길 원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저는 이 고시원이라는 공간이 인큐베이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공간에 사는 사람들을 미숙아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 마저도 보장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한국이라는 국가가 만든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고시원이라는 공간 자체를 부정하기 보다는 고시원이 좀 더 커졌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이 지금 보다는 더 높아야 하고 그렇게 되면 고시원의 크기가 좀 더 커질 것입니다.
선결 과제는 최저임금의 상승을 꾸준하게 이 사회가 요구해야 하고 정부는 그걸 관철 시켜야 합니다. 그게 복지 아닐까요?
지금 보다 2배 3배 더 커진 고시원을 꿈꿔 봅니다. 또한,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지 작가님의 생각이 아닙니다.
박상희 사진작가의 사진은 이 공간이 만들어진 이유나 그런 과정 보다는 그냥 공간을 보여주고 우리 주변에 있는 공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적극적 개입 보다는 한 걸음 떨어져서 존재의 증명 만을 하는 듯 하네요.
전 이런 사진전과 함께 이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과 목소리를 영상물로 담아서 함께 소개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고시원에 대한 공간과 그 안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더 깊게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