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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롯데시네마는 또 하나의 약속 상영관을 늘려주세요

by 썬도그 2014.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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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의 양적 팽창과 물적 팽창은 작년 1억명 관객 돌파라는 어마 어마한 기록을 만들어 냈습니다. 영화 매니아의 한 사람으로 그 모습에 흐뭇 해겠냐고요?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영화의 질적 하락에 짜증만 나네요. 솔직히, 요즘 한국 영화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낀 영화가 거의 없습니다. 1천만 돌파를 한 한국 영화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이제는 1천만 돌파 했다고 무조건 좋은 영화라고 하기도 힘들어졌습니다. 그냥 대충 웃음 반, 감동 반 버무려서 롯데리아 햄버거처럼 표준화 된 맛이 있는 기획 영화들이 난무합니다.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에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을 배우만 바꿔서 나온다는 느낌도 강합니다. 창의성은 사라지고 예고편만 보고도 대충 어떤 영화이고 어떤 스토리겠구나 하는 기승전결이 다 예상되는 영화들이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자판기 커피 같은, 맥도날드 햄버거 같은 표준화 된 기획 영화들이 계속 쏟아지는 이유는 한국 영화계가 두 개의 거대한 기업이 영화계를 좌지우지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작, 배급, 상영까지 모두 하는 두개의 거탑 CGV, 롯데 시네마


한국 영화의 양적, 물적 팽창의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한국 영화의 질적 하락의 큰 역할을 했다고 하는 비판을 받고 있는 회사가 바로 CGV와 롯데 시네마입니다. 특히 CGV의 파괴력은 막강합니다. 

이 두 회사가 한국 영화계에 뛰어 들면서 안정적인 제작비를 지원하면서 보다 탄탄한 영화들이 많이 나온 것은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고 이 두 회사가 한국 영화계의 양적, 물적 팽창을 가져왔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분명, 예전 한국 영화는 뭔가 어색한 스토리 진행에 짜증이 팍 나는 경우도 많았지만 요즘 한국 영화는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야기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일지라도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의 구성력은 꽤 탄탄해졌습니다. 또한, 제작비도 과감하게 100억을 훌쩍 넘기도 하고요. 그래서 허리우드 영화의 전유물인줄 알았던 카 체이싱 장면이나 건물 붕괴, 자연 재해, 재난 영화들이 심심찮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긍정 효과 보다 더 큰 부정적인 모습이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 부정적인 모습이란 이 두 회사가 영화를 제작 배급 상영까지 모든 것을 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제작을 할 때 제작비를 제공하기 때문에 수시로 현장에 나가서 감독에 이래라 저래라 감 놓고 여긴 대추 놓으라고 감독에게 압박을 합니다. 솔직히 요즘 한국 영화 중에 감독의 힘으로만 제작 되는 영화가 몇 개나 있습니까? 다 제작자의 입김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죠. 

시나리오는 어떻고요. 창의성 보다는 안전빵 시나리오를 선호합니다. 그 이유는 영화 제작을 
창작활동으로 보는 시선이 아닌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이 두 거대 자본력을 가진 회사의 세상을 보는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번 대박을 친 스토리 몇 개를 섞어서 만든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만 쳐도 괜찮기에 창의적이지 못하다고 욕은 먹더라도 대충 몇 개의 이야기를 섞은 듯한 영화들을 계속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런 자신감은 배급, 상영이라는 2개의 꿀단지를 차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누가 봐도 재미없다고 하는 영화 말고 어느 정도 재미가 있다고 판단 되는 영화는 막강한 배급력과 함께 다수의 상영관을 가진 롯데 시네마와 CGV는 그냥 밀어 부칩니다.


볼게 없어서 그거 본다는 요즘 영화 관객들

이런 제작, 배급, 상영까지 한 회사에서 하다 보니 많은 폐해가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 관객들이 가장 많이 하는 푸념은 볼게 이거 밖에 없네! 입니다. 주말에 식구들과 애인과 함께 영화관에 가면 1,2개의 영화가 8개 혹은 10개의 스크린을 꽉 채우고 있습니다. 

그 1,2개의 영화가 정말 재미있는 영화면 그나마 큰 불만이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재미도 없는 영화를 단지 롯데시네마가 제작했다고 혹은 CGV가 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4개관 이상을 첫 주에 점령하는 모습은 마지 점령군 같은 모습입니다. 관객 동원력이 높고 좌석 점유율이 높으면 점점 상영관 수를 늘리는 것이 가장 좋은 상영 방식입니다. 

그러나 요즘 상영방식은 이 방식을 따르지 않습니다. 일단 첫 주에 물량으로 밀어부칩니다. 사람들의 입소문이 나기 전에 본전 챙기고 튀는 영화들이 많죠. 왜냐하면 자기들도 재미 없다는 것 잘 알고 있고 입소문이 좋지 않으면 첫 주에 무조건 상영관 숫자를 확 늘려서 그 영화를 안 볼래야 안 볼 수 없게 만들어버립니다. 

딱히 정한 영화도 없고 주말에 데이트 하러 와서 현장에서 영화를 고르는 관객들은 그냥 시간 편한 영화 보는 경향이 많은데 이런 관객들이 아무런 정보도 입소문(초반 입소문은 알바들이 평점 매기는 것이 많아서 사기가 많습니다)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영화를 골랐다가 낭패감을 넘어 당혹감을 느낍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욕 나올 정도로 재미없는 영화는 요즘 없습니다. MSG라는 안전빵 스토리와 장치가 있기 때문에 아주 재미없는 영화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재미있는 영화도 없습니다. 그래서 재미없는 영화를 보고도 큰 불만이 없이 그냥 한끼 때운다는 식으로 그냥 지나쳐버리죠.

롯데시네마와 CGV는 이런 효과를 노리고 계속 섞어찌게 같은 영화를 계속 제작 공급하고 있습니다
좀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마트에  가서 초코파이를 구매하러 갔는데 마트에서 그룹 계열사가 만드는 몽셀통통만을  팔고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초코파이 대신에 비슷한 몽셀통통을 사겠죠. 그냥 돌아가자니 기회비용도 아깝고 해서 크게 다른지 않다고 판단해서 그냥 쉽게 몽셀통통을 구매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두 거대한 영화사가 관객을 선택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관객 스스로는 내가 영화를 선택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관조적으로 보면 영화사가 관객을 선택하는 모습이 요즘 영화관 풍속도입니다.




또 하나의 약속을 배척한 롯데 시네마

2월 6일 개봉하는 '또 하나의 약속'이라는 영화는 제작비를 마련하지 못해서 제작 두레를 통해서 일반인들의 투자를 받아서 제작을 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소재가 대한민국 대통령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는 거탑인 삼성전자를 비판하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택시업을 하는 아버지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 재판을 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1년에 순이익만 수십 조를 내는 회사가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생긴 병을 직업병으로 인정하기 싫어서 재판을 하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쪼잔한 기업입니까? 

정말 인정머리는 한 톨도 없는 회사가 삼성이라는 기업이고 이런 삼성을 용감하게도 비판한 영화가 바로 '또 하나의 약속'입니다. 한 소시민이 세계적인 거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모습이 이 영화의 소재인데요. 이런 소재 때문에 롯데시네마나 삼성과 끈끈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CGV는 제작비 지원은 바라지도 않지만 상영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감히! 삼성님을 비판하는 영화를 무턱대고 걸어서 삼성님 노하게 할 수 없다는 심정이겠죠


또 하나의 약속을 예매하기 위해서 포털에서 상영관을 찾아 봤습니다. 
놀랐습니다. 아무리 작은 영화라고 해도 전국 28개 그중에서 서울 6개 관 밖에 없습니다. 디지털 버전이 아닌 필름 버전을 합친다고 해도 1천 만이 사는 서울에 8개 관 정도만 상영을 합니다.



CGV는 이상하게도 포털 예매는 안되고 cgv 홈페이지에서만 예매하는 경우가 많아서 직접 찾아가 보니 그나마 CGV는 많은 곳에서 이 영화를 상영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롯데시네마는 서울에서 단 한 곳 피카디리점에서만 상영을 합니다
오마이 뉴스를 읽어보니 롯데시네마가 해명하길 극장 프로그래머가 영화를 보고 판단을 했는데 이 '또 하나의 약속'을 예술영화로 판단했다고 하네요. 

그 프로그래머가 누군지 참 궁금하네요. 롯데는 단 몇 사람이 이 영화는 예술 영화니까 몇개 되지도 않는 예술영화 전용관에서 상영하자 이 영화는 흥행이 될 것 같으니까 100개관 이상 상영하자 이렇게 판단합니까? 단 몇사람이 회사의 수익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오히려 웃기는 논리죠. 롯데시네마는 프로그래머 탓을 하고 있지만 그 사람도 월급쟁이인데 위에서의 압력이 있지 않았을까요? 

아니 예매율 3위면 지금이라도 인기가 높구나 판단 되면 개봉 관 숫자를 늘려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작비 15억 짜리 영화이고 유명 스타가 등장하는 영화가 아니라서 예술관에서 개봉하게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이 영화 지금 예매율 3위입니다.



출처 http://kobis.or.kr/kobis/business/stat/boxs/findRealTicketList.do?loadEnd=0&repNationCd=&areaCd=&repNationSelected=&totIssuAmtRatioOrder=&totIssuAmtOrder=&addTotIssuAmtOrder=&totIssuCntOrder=&totIssuCntRatioOrder=&addTotIssuCntOrder=&dmlMode=search&allMovieYn=Y

2위와의 예매율 차이가 많긴 하지만 이 정도면 서울에서 30개관 정도는 상영관을 잡아줘야 하지 않나요?
예매율 6위인 프랑켄슈타인 : 불멸의 영웅은 서울에서만 무려 16개관 그것도 롯데시네마의 전폭적인 후원으로 각 지역마다 상영을 합니다.  


해외 영화 평론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에서 검색을 해보니 이 영화 썩은 토마토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평론가 점수에서는 10점 만점에 평균 3.2점이고 관객지수는 51%로 결코 높지 않습니다. 이런 영화를 수입하는 용기는 있어도 '또 하나의 가족'을 상영할 용기는 없나 봅니다. 





                돈의 논리로도 설명이 안되는 '또 하나의 약속' 배척

영화관을 운영하는 롯데시네마와 CGV가 자선 사업가가 아니기에 돈이 안되는 영화를 많이 상영할 수 없다는 돈의 논리를 손가락질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시선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롯데시네마 CGV 이전에도 있던 시선입니다. 

그래서 인기가 없으면 롯데시네마와 CGV의 이런 상영 논리가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예매율 3위입니다. 무려 3위라고요. 예매율 6위인 허리우드 영화는 서울에서 16개관 개봉하는 롯데시네마는 예매율 3위인 또 하나의 약속을 서울에서 단 1개의 상영관에서만 상영을 합니다. 


롯데시네마의 말도 안 되는 프로그래머 선택 해명은 집어 치우고 지금이라도 '또 하나의 약속' 상영관을 늘려 주십시요. 이번 주가 힘들면 다음주부터라도 늘려 주십시요. 무조건 늘려달라기 보다는 프랑켄슈타인이 쫄딱 망하면 늘려 주십시요. 그게 돈의 논리로라도 이해와 해석이 가능합니다. 

만약 롯데시네마가 지금 같이 서울에서 1개관만 개봉하고 그걸 고수한다면 정말 뒤에 누군가가 지시를 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제가 글을 써서 항의하는 것 보다 가장 좋은 항의는 '또 하나의 약속'을 보는 것입니다. 돈은 정직하고 이념이 없습니다. 인기가 높은 영화는 자연스럽게 개봉관을 늘릴 것이고 지금까지 그래 왔습니다. 롯데시네마도 CGV도 돈벌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만 가지고 이 영화 사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재미로 보기보단 작은 목소리를 들어 주기 위해서 '또 하나의 약속'을 예매하다

변호인은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였습니다. 그냥 덤덤하게 봤습니다. 그리고 영화관을 나서면서 눈물이 터졌습니다. 각박한 현실이라는 무게의 현실감을 느끼자 영화관에서 흘르지 않았던 눈물이 나왔습니다. 

영화 자체는 큰 점수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그 영화를 둘러싼 모든 것이 영화 보는 행위이기에 영화 자체는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지만 변호인이 만든 문화는 큰 점수를 줬습니다. 

또 하나의 약속이라는 영화 큰 기대 안 합니다. 뛰어난 스토리텔링, 미장센, 연출력, 배우들의 연기 등 큰 기대 안 합니다. 
그걸 목격하기 위해 보러갈 생각도 없습니다. 그냥 하소연 할 곳이 없어서 광화문 광장으로 삼성전자 앞에서 여기저기서 1인 시위를 하는 그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러 갈 생각입니다. 나라도 들어줘야죠. 정부도 삼성전자도 세상 대부분의 언론도 들어주지 않는데 나라도 들어줘야죠.

그 이야기를 들어주기 위해서 내일 보러 갑니다.
답답함을 넘어서 숨이 막히는 하루 하루입니다. 이 공간을 지배하는 눅눅한 공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뭘 해도 시원하지도 상쾌하지도 않습니다. 탈레반이 지배하는 한국이라는 꼰대 사회에 넌더리가 납니다. 그런 꼰대 밑에서 신음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갈 생각입니다. 부디, 많은 사람이 봤으면 합니다. 강요는 할 수 없지만 이런 영화가 제작될 수 있었던 그 자체에서 숨구멍을 찾고 싶습니다. 

숨 좀 쉬고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전 이 '또 하나의 약속'을 예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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