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뉴욕 가스등 카페는 포크 음악가들의 무대가 매일 밤마다 열립니다. '르윈 데이비스(오스카 아이삭 분)'는 이 가스등 카페에서 자주 공연을 하는 포크 가수입니다. 르윈은 아주 가난한 뮤지션입니다. 인지도도 높지 않고 얼마 전에는 듀엣에서 솔로로 전향 했습니다. 인지도가 높지 않으니 음반도 팔리지 않고 가진 돈도 거의 없습니다. 잘 곳도 없어서 여자 친구 집에서 기거 하다가 쫒겨나서 지인의 집에서 자는 등 메뚜기 마냥 이 집 저 집 옮겨 다니며 사는 아주 가난한 뮤지션입니다.
인사이드 르윈, 옥탑방 고양이 같은 르윈의 7일간의 여정
자신을 매니지먼트 하는 사장에게 찾아가서 돈 때문에 티격 태격하고 잘 곳이 없어서 여자친구 집에 기거해야 하는 르윈은 친누나 집에 가서 아버지 요양비까지 탐하려고 합니다. 요양원에 있는 아버지는 한 번도 찾아가 뵙지도 않고 돈만 챙기려는 모습에 누나는 크게 꾸짖습니다.
그렇다고 안 되는 가수라는 직업을 포기할 생각도 없습니다. 곧 유명해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으면서 아버지의 직업이었던 그리고 자신이 한때 직업으로 삼았던 배타는 일을 경멸합니다. 인성이 딱히 좋아 보이지 않지만 이게 다 돈 때문입니다. 자신의 현실이 너무 쓰리고 아프기 때문에 친누나에게 까지 상처를 줍니다.
그날도 그렇게 아는 교수님 댁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에 나오는데 교수님 댁 고양이가 집에서 나옵니다. 문은 닫혔고 열쇠가 없는 르윈은 그렇게 그 교수님 고양이를 안고 여자 친구네 집으로 향합니다
여자친구 진(캐리 멀리건 분)은 르윈을 무척 싫어 합니다. 인기 없는 모습이나 자신의 앞가름도 못하고 무책임한 짓거리만 하고 다니는 르윈에게 생명체랑은 가까이 하지 말라는 독설을 가득 뱉어 냅니다. 그리고 자신이 임신을 했는데 그 아이가 르윈의 아이인지 자신의 파트터인 짐(저스틴 팀버레이크 분)의 아이인지 모르겠다며 일단 지우겠다고 합니다.
짐의 아이면 아주 기쁜 일이지만 르윈의 아이일 가능성도 있기에 일단 지우겠다고 하죠. 치욕을 당한 르윈, 그러나 그냥 그럼 치욕이 일상이 되어버린 이 가난한 뮤지션은 그걸 다 견뎌 냅니다. 인사이드 르윈은 르윈의 7일간의 여정을 묵묵히 담고 있습니다.
영화 줄거리는 딱히 설명할 것이 많지 않을 정도로 사건 사고가 많지 않습니다. 솔로로 독립한 후 가난에 찌들어 살면서 시카고에 오디션을 보고 오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따라서 영화 줄거리만 놓고 보면 설명할 것도 없고 복잡하지 않는 이야기에 조금은 졸리움도 있습니다. 정말 건조한 스토리 때문에 후반에 뭔가 큰 반전이 있겠지 혹은 보통의 영화들이 그렇듯 영화를 보러 온 관객에서 보상 차원에서 엔딩에서 선물을 주는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없습니다
그냥 르윈의 가난하고 힘든 삶 중에서 7일을 뚝 뜯어내서 스크린에 옮겨왔을 뿐입니다. 이 내용이 너무나 구구절절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가난한 뮤지션들과 예술가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요. 성공한 뮤지션과 예술가는 1%도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음악하는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 사진 찍는 사람, 조각하는 사람, 연기하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모습을 담은 듯 합니다.
며칠 전 응사의 포블리 삼천포를 연기한 김성균의 가난한 시절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어렵게 살았더라고요. 자기 좋다고 연극을 계속하는 것이 가족에게는 큰 고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영화 '범죄와의 전쟁' 오디션에 응시했고 다행히 역할을 따내서 세상에 자신을 알렸고 응사로 대박을 친 모습을 보면서 저런 가난한 예술가들이 세상에 참 많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인사이드 르윈'은 김성균이 포블리가 되지 전 까지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이 영화가 시작은 미천해도 끝은 장대하리라라는 말을 전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한 뮤지션이 어떻게 허물어져가며 어떻게 자신의 꿈을 접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로 이어집니다.
수 많은 예술하고 음악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과 꿈을 키우지도 못하고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날개가 꺾이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 내내 담기는데 이 이야기가 흔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가장 진솔하고 담백하고 가감없이 담은 영화가 '인사이드 르윈'입니다. 내용을 전혀 모르고 본 영화라서 처음에 옥탑방에서 시작한 뮤지션이 점점 성공하는 줄 알았는데 영화가 진행 될수록 반지하로 내려가더니 지하 1층 2층 쭉쭉쭉 하강만 합니다. 여기가 끝이겠구나 했는데 끝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절망 밑에 또 다른 절망이 있다고 알려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는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이 영화가 침울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르윈이라는 철부지가 현실과 부딪히면서 철이 들어가는(현실을 인정하는) 과정과 함께 영화 마지막에는 이 르윈(실제 모델은 데이브 반 롱크)과 같은 무대에 오른 포크의 전설 '밥 딜런'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온기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포크송이 울적한 마음을 달래준다
뮤지션이 주인공이고 노래가 많이 나오는 영화입니다. 영화 내내 포크송이 가득 나옵니다. 포크송은 지금은 한국에서 거의 불리우지 않지만 한국의 70,80년대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70년대는 포크송은 젊음의 상징이기도 했죠.
이 포크송은 미국 백인들의 음악장르인데요. 흑인들이 째즈와 리듬 앤 블루스, 그루브, 힙합 장르 등으로 계속 여러 장르를 만들었다면 백인들은 컨츄리 음악과 포크송으로 자신들의 영역을 늘렸습니다.
포크송은 락과 연결 되는데 이 연결 고리가 된 것이 '밥 딜런'입니다. 밥 딜런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는 '데이브 반 롱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인사이드 르윈'은 영화 제목이 르윈의 앨범명이기도 합니다. 인사이드 르윈이라는 자신의 솔로 앨범을 들고 시카고에 가서 오디션을 보고 오는 내용입니다. 영화 내용은 흐린 뒤 갬이 아닌 흐리고 눈오고 비오고 눈오고 하는 우울한 내용이지만 이 영화를 보고나면 그나마 기분이 좋았던 것은 이 영화에서 나오는 노래들 때문입니다.
특히 짐 앤 진이라는 듀엣이 부르는 500miles는 정말 한 번 듣고 반해 버릴 노래입니다. 딱 한번만 들어보세요. 그냥 반합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캐리 멀리건이 부르는데 이 듀엣 아예 가수로 전향하면 어떨까 하네요. 노래 너무 좋고 목소리 너무 좋습니다. 특히 캐리 멀리건은 이 영화에서 여신급으로 나옵니다. 원래 예쁜 배우지만 이 영화에서는 더 아름답게 나오네요. 다만 입이 좀 걸긴 했지만 최고의 미모를 보여줍니다
플리즈! 미스터 캐네디라는 곡도 꽤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정말 발을 박자에 맞춰서 튀겨줄 정도로 몸이 들석거리게 합니다.
그리고 영화 시작과 마지막에 나오는 Fare Thee Well의 노래는 르윈의 아픔을 잘 담은 노래입니다.
나에게 노아의 비둘기처럼 날개가 있다면, 강을 건너 사랑하는 이에게 갈텐데
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르윈의 상태와 심정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고양이, 르윈
제가 놓친 것이 많겠지만 '인사이드 르윈'은 많은 은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동진 평론가가 10점 만점에 10점을 줘서 대단한 지적 유희가 있을 줄 알았고 곳곳에 숨겨진 은유찾기를 했는데 제가 못 찾은 건지 이 영화는 은유가 많지 않습니다. 그냥 삶이라는 물을 강가에서 그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관조적인 영화입니다. 그런데 딱 하나 명징한 은유가 있습니다.
르윈의 상태를 대변해주는 고양이입니다. 영화 초반에 친한 교수님의 고양이를 잃어 버리게 되었는데 그 고양이가 르윈의 상태를 그대로 반영해서 보여줍니다. 이 고양이라는 존재는 르윈에게는 동반자 혹은 희망 꿈이지만 그걸 놓는 모습 혹은 버리고 가야 할 것들을 상징합니다. 영화는 수미상관식으로 구성 되어서 영화 첫장면이 끝장면에도 나옵니다. 같은 장면이지만 그 의미는 180도 다릅니다. 7일간의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탕아!라고 할까요. 첫 장면에서 르윈이 부른 Fare Thee Well는 끝 장면에서는 가사 하나 하나가 비수처럼 관객의 마음에 꽂히게 됩니다.
적극 추천을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잔잔한 영화, 이런 다큐 같은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그나마 여러 생각이 나게 하겠지만 예술 영화 매니아가 아닌 분들은 이 영화 상당히 지루해 보일 수 있습니다. 음악은 모두를 공감 시키지만 이 영화가 내포한 스토리는 평범함을 거부한 내용이기에 추천하기는 힘드네요.
그냥 뮤지션들의 현실적인 삶과 고민을 담은 영화입니다. 설 연휴 잔잔한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만 추천합니다.
별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