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권력이다라는 타이틀을 하고 있지만 요즘은 사진 관련 글을 많이 쓰지 못했습니다. 사진 관련 공부나 관련 서적이나 정보를 많이 보지 못한 것도 있지만 솔직히 좀 지치더군요. 항상 한 분야에 촉을 유지하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작년 연말 페이스북에 살짝 밝혔는데 2014년은 영화 쪽에 전념하고 싶다고 밝혔고 실제로 1월 중순까지 많은 영화를 봤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영화 리뷰들이 많이 올라왔고 내일 아니 오늘 토요일 오전에도 또 하나의 영화를 볼 생각입니다.
이렇게 하나에 집중하다 보니 분명, 한 개의 카테고리가 소홀해 질 것이라고 예상 했습니다. 그게 사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그 이유는 제가 최근에 사진에서 한 발 아니 두 세 발 좀 떨어져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가끔 드네요. 사진이라는 결과물만 보는 것이 아닌 사진작가를 알고 그 사진이 걸리게 되는 과정까지의 잡음들을 우연찮게 알게 되고 느끼면서 이곳도 사람 사는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좀 질려 버려한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사진은 버릴 수 없는 카테고리이고 이 블로그의 가장 강력한 정체성입니다. 잠시 나태한 생각을 했었고 다시 사진 관련 행사나 사진작가 소개를 자주 많이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은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를 담았습니다.
제가 넋 놓고 있는 사이에 사진 관련 행사 하나가 진행중이었습니다.
2013년 12월 6일부터 2014년 4월 16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과 대학로에 있는 아르코 미술관이 함께 진행하는 '미술관속사진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습니다. 국내 다큐 사진작가들의 사진 전시회는 각 시립, 구립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고 아르코 미술관은 국내 유명 사진작가의와의 만남이 진행 됩니다.
아르코 미술관에서는 1월 ~ 3월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3~5시까지 노순택, 정연두, 전민조, 이선민, 서영걸 등의 국내 사진작가와 패널 등을 모시고 워크샵을 합니다. 자세한 일정은
http://festivalofphotographyinmuseums.com/?page_id=59 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무료 선착순이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석해 보세요.
아르코 미술관은 아주 큰 미술관입니다. 항상 갤러리 하면 인사동만 다녔는데 아르코 미술관을 깜박 했네요. 이 아르코 미술관에서 좋은 전시회 참 많이 하는데 요 근래 찾아보질 못했습니다.
다른 곳에 있다가 이 위크숍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들어갔습니다. 앞 부분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1월 17일 워크숍은 노순택 사진작가와 신보슬 토탈미술관 큐레이터가 함께 진행 했습니다. 노순택 사진작가는 1년 전에 한 번 봤습니다. 앞에 나서길 별로 좋아 하지 않는 전형적인 사진작가분입니다. 많은 사진작가를 본 것은 아니지만 강홍구 사진작가가 말을 가장 재미있고 잘하고 노순택 사진작가도 자신의 생각을 아주 잘 전달 합니다.
노순택 사진작가를 아주 많이는 아니지만 좋아하는 사진작가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툭 던지는 좋아하는 이유는 홈페이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운영을 아주 잘합니다. 국내 사진작가 대부분이 자신의 홈페이지가 없습니다. 또한, 자신의 사진을 공개하지도 않습니다. 누누히 말하지만 전 이런 폐쇄적인 모습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그런데 노순택 사진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아주 쉽고 편하게 볼 수 있게 깔끔한 텍스트와 사진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노순택 사진작가 홈페이지 http://suntag.net/ 국내 사진작가들이 본을 받았으면 합니다. 홈페이지 운영 비용이 없으면 티스토리라는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해서 2차 도메인을 사서 자신의 홈페이지로 만들면 됩니다. 이게 돈이 듭니까?
그리고 좋아하는 2번째 이유는 사진이 쉽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쉽다는 것은 단순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많은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사용하고 떄로는 과감하고 웃기기도 합니다. 노순택 사진작가 홈페이지 가보시면 압니다. 홈페이지 제목이 "싫어 또는 실어"입니다. 닉네임은 싫어증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얼마나 바람직한 언어유희입니까? 싫어도 너무 싫어서 실어증에 걸리는 세상을 말하고 있네요.
노순택 사진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05년 무렵으로 지금은 기억에서 잊혀진 대추리 마을 사진 때문입니다.
기억하세요? 2005년 평택 대추리는 국가라는 권력체에 집단 구타를 당했습니다. 미군 용산기지의 대체지로 평택 대추리를 정부는 선택했고 군과 경찰 병력은 이 대추리에서 시위하는 마을 주민을 강제로 이주 시킵니다.
수십 년 전 돌을 쌓아서 주민들이 간척지로 만든 곳을 정부가 보상금만 주고 일방적으로 내쫒았습니다. 당시 노무현 정권은 이 문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욕을 먹었습니다. 만약 지금 이 사태가 있었다면 오히려 빨갱이들이 반대한다면서 우익의 목소리에 묻혔을 것입니다. 아! 제주도 강정마을이 좋은 예네요. 저는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들어서는 것을 환경이나 자연적인 차원 그리고 제주도 입장에서도 좋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제주도 사람들이 더 찬성하는 모습에 역시! 인류 보편적인 가치 판단의 최고봉은 먹고사니즘임을 알았습니다.
아무튼, 이 대추리 마을을 사진으로 담은 작가가 노순택 사진작가입니다.
그의 '얄읏한 공'시리즈가 그 대추리 마을을 담은 사진들입니다.
<2005년 대추리, 사진작가 노순택>
얄읏한 공 시리즈는 대추리 마을을 촬영하는데 항상 걸리는 하얀 공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혹자는 이 사진보고 골프공 사진이냐고 물었다고 하는데요. 저도 이 시리즈를 처음 봤을 때 저 공의 정체가 뭘까? 했습니다.
노순택 작가는 이 골프공 같은 존재를 마을에 물어 봤고 마을 주민들은 가스탱크다, 물탱크다라고 갑논을박을 했습니다.
작가는 인터넷에 올린 후 의견을 물었더니 네티즌들은 레이더 돔이라고 말 했습니다. 레이더 돔이 멀리서 보니 무슨 큰 공같이 생겼고 작가는 이 얄미운 공, 야릇한 공을 '얄읏한 공'이라고 명명 했습니다. 노순택 작가는 얄읏한 공이라는 음절마다 O이 들어가서 얄읏한 공이라고 지었다고 하네요. 제가 이래서 노순택 작가를 좋아합니다. 작품 시리즈 이름이나 제목이 아주 유쾌하고 통렬하면서도 날카롭습니다.
비꼬는 힘이 대단히 좋습니다.
<조류도감, 2010년 서울 - 사진작가 노순택>
조류도감 시리즈는 언어 유희의 절정입니다.
처음에 이 조류도감 시리즈를 봤을 때, 새가 어딨어? 뭐지? 했는데 설명을 듣고 깔깔깔 웃었네요.
우리는 보통 사진을 찍는 사람을 찍사라고 합니다. 혹은 찍새라고도 하죠. 그 찍새를 조류로 본 것입니다. 이 시리즈는 수 많은 찍새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시리즈가 재미있다고 웃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이 사진 찍는 행위를 담는 사진에도 의미가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밥 숟가락질보다 셔터를 누르는 횟수가 더 많은 요즘입니다. 사진이 특정 계층만 향유하던 시대에서 전국민이 향유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노순택 사진작가는 이 사진 찍는 행위를 통해서 사진에 대한 관조적인 생각을 합니다.
사진은 모든 것을 담지 못합니다. 사진이 정보력이 무척 뛰어난 매체라고 하지만 그런 맹신이 오히려 사진만큼 쉽게 사실을 왜곡하는 것도 없다고 노순택 작가는 지적합니다. 아부다비 교도소에서 아랍인 죄수들을 욕 보인 미군 여 하사관의 반 인륜적 행위에 여 하사관은 사과를 했습니다.
노순택 작가는 묻습니다. 과연 그 여 하사관이 그 나쁜 행동에 대해서 후회를 했을까요? 아니면 사진 찍는 행위에 후회를 했을까요? 에이! 사진만 안 찍었다면 안 걸릴 수 있었는데! 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런 문제제기는 무척 좋습니다. 저 또한, 요즘 사진 찍는 행위를 위해서 몹쓸 행동을 하는 청소년들을 보고 있으면 한숨만 나옵니다.
사진으로 남겨서 남들이 놀라워 하는 것을 보고 즐기기 위해서 나쁜 행동을 합니다.
또한, 남의 실수나 잘못된 행동을 신고나 나무라지 않고 구경꾼이 되어서 사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립니다. 요즘은 뜸하지만 작년에 우린 얼마나 많은 지하철 안의 몰상식한 행동에 공분을 했습니까? 그런 몰상식한 행동은 어제 오늘의 일도 내일의 일도 아닙니다. 항상 세상엔 미친 사람들이 있고 몰상식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런 사람들 보고 공분하지 않습니다. 그런가보다 저런 사람도 있구나하고 넘어가죠. 그런데 요즘은 그런 몰상식을 찍어서 세상에 올리고 뉴스에도 나옵니다.
이게 무슨 차이가 있나요? 그게 그렇게 공분 할 내용입니까? 오히려 전 집단 관음증에 걸려서 관음을 통해서 쾌감을 느끼는 현재를 사는 우리의 아주 나쁜 습관이라고 지적하고 싶습니다. 물론, 그런 행동을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걸 돌려볼 정도로 중요한 일입니까?
노순택 작가는 2007년 사진가 이시우가 국가보안법 위반 건으로 구속된 이야기를 하면서
문화관광부가 한국을 대표하는 좋은 책 100권에 이시우 작가의 책도 포함 했는데 그 책의 사진 1장이 공안 당국에 눈에 띄였고 그 사진 한장 때문에 한국을 대표하는 책이 이적표현물로 둔갑합니다.
같은 정부인데 다르게 판단하는 모습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검찰과 문화관광부는 둘 다 정부 기관인데 참 재미있는 시선의 차이입니다.
<김정일 앞에서 우는 남자> 출처 http://suntag.net/1373
이 사진도 재미있습니다. 제목은 김정일 앞에서 우는 남자입니다. 노순택 작가의 이 사진을 보고 한 분이
"이 남자분 왜 울고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제목만 보면 김정일 초상 그림 앞에서 울고 있는 한 남자가 보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남자분 종로 경찰서 보안과 형사입니다. 경찰 신분의 사람이 김정일 초상 그림 앞에서 눈물을 보인다? 당장 신고 할 일입니다.
그런데 아주 재미있게도 이 형사 분 울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노순택 사진작가가 2009년에 탈북자 화가와 함께 전시회를 했습니다. 탈북자 화가가 그린 그림은 북한을 그린 그림이 있었고 그중에 김정일 초상 그림도 있었습니다. 이에 이 전시회에 대한 신고와 압력이 들어왔고 기획한 분이나 갤러리 관계자는 조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전시회를 채증하기 위해서 형사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손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설명 없이 제목만 저렇게 지어서 올리면 우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노순택 작각 좋은 3번째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사진을 우러러 보고 신성시 하지 않습니다. 사진작가들이 가끔 사진을 너무 무겁게만 이용합니다. 사진 내용도 무겁고 사진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기 싫은지 내용도 주제도 모든 것이 추상적입니다. 왜 사진이 추상적으로 변해야 하나요? 사진은 싸고 가볍고 복제 편해서 인기 있는 거 아닌가요?
왜 사진이 미술이 되려고 합니까? 미술처럼 못 알아 먹겠고 크게 확대 인화 해서 크기로만 관람객을 앞도하려는 못된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그게 사진을 우러러 보게 할까요? 사진은 가벼울수록 더 빛을 발합니다. 그래서 인기 있는 것이 사진 아닐까 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건 제 주관입니다. 따라서 작가님들의 방식을 크게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 생각과 바람은 사진은 지금보다 좀 더 가벼웠으면 합니다. 대신 날카로운 현실 풍자나 해학은 담겨야죠.
노순택 작가는 이걸 참 잘합니다. 해학과 통찰, 가벼우면서도 날아갈 정도는 아님 무게감이 있습니다.
미래의 문맹은 이미지를 읽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미지를 읽는 연습을 해야 하고 교육하는 시대가 올 지도 모르겠네요.
위크숍은 끝나고 짧은 질문이 나왔습니다. 질문은 쪽지를 통해서 전달 되었습니다
사진 찍을 때 망설임이 없냐는 물음에 분명 있다. 그러나 찍고서 후회하는 일이 있어도 대부분은 찍는다라고 하시네요.
망설임은 순간 마다 있지만 대상이 있기에 찍는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찍히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찍지 않는다. 찍을 사람은 항상 많기 때문에 거부하면 다른 사람을 찍는다라고 합니다.
간혹, 찍지 말라고 해도 찍는 사진작가도 있고 몰래 찍는 사진작가도 있습니다. 사진계의 대부인 분도 죽기 전까지 줌렌즈로 몰래 시장 상인을 찍었었죠. 초상권에 대한 권리가 희박한 시절에는 이해하지만 알면서도 그렇게 사진 찍고 문제가 되면 사진을 내리거나 하는 식으로 했다는데 분명 그런 식의 방식은 요즘은 문제가 많을 것입니다.
위크숍 강의장 뒤에는 후지필름 카메라가 전시되어 있는데 이리저리 만져 봤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나중에 후지필름 한국 본사에 가서 만져볼 생각입니다.
후지필름 후원으로 위크숍 기간에 총 3대의 카메라를 경품으로 줍니다. 2주에 한 번 씩 추첨을 하네요. 관심 있는 분들 매주 금요일에 하니 참석해 보세요. 선착순입니다.
아르코 미술관도 참 깔끔하고 커서 좋네요.
오랜만에 좋은 강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