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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첩보물로 녹여낸 우정에 대한 고찰 '꾸뻬 씨의 우정 여행'

by 썬도그 2013.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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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점가를 돌아보면 큰 이슈나 흥미나 눈에 띄는 책은 많지 않았지만 프랑수아 를로르 작가의 꾸뻬 씨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10년 전 에 읽었던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은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꾸뻬 씨 시리즈는 정신과의사 꾸뻬 씨가 여행이나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자신의 수첩에 하나의 주제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수첩에 적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꾸뻬 씨가 하나의 사건을 통해서 얻게 되는 삶의 깨달음을 수첩에 기록하는데 이 기록한 문장이 하나 같이 공감을 크게 불러 일으킵니다. 이 꾸뻬 씨 시리즈는 이후 큰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2012년에 한 예능에서 소개하면서 다시 인기를 끌게 됩니다. 
꾸뻬 씨의 행복 여행에 이어서 꾸뻬 씨의 인생 여행, 꾸뻬씨의 시간 여행 그리고 최근에 꾸뻬 씨의 우정 여행을 읽어 봤습니다.

이 시리즈는 기복이 상당히 심합니다. 행복 여행, 인생 여행은 그런대로 꽤 읽을 만한 책이지만 '꾸뻬 씨의 시간 여행'은 읽다가 포기 했습니다. 정말 재미도 재미지만 공감이 전혀 안 되는 말들과 지루하기만 한 에피소드와 뜬구름 잡기 식의 말에 읽다가 포기 한 책입니다. 제가 웬만하면 책 읽다가 중간에 덮지 않는데 시간 여행은 정말 시간 낭비라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에 덮었습니다. 어쩌면 이것도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시간 여행'을 읽다가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첩보물로 녹여 낸 꾸뻬 씨의 우정 여행

꾸뻬 씨의 우정 여행은 꾸뻬 씨의 시간 여행 다음으로 이어지는 책입니다. 최신 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한국에서 인기가 있어서 그런지 책 중간에 한국인도 나오더군요.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제 2의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되는 건지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꾸뻬 씨 시리즈는 10년 전에는 참 읽기 좋았는데 갈수록 제가 생각이나 경험이나 시각이 바뀌었는지 너무 가볍고 별 내용도 없어 보입니다. 그나마 '꾸뻬 씨의 인생 여행'은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본 세상의 풍경은 동화 같아서 좋긴 했습니다. 

그러나 이 우정 여행은 인생 여행 보다는 못하네요. 
책 내용은 시간 여행 보다는 긴박감은 있습니다. 어느 날 정신과 의사 꾸뻬에게 한 동양 여성이 찾아옵니다. 그 여성은 자신이 인터폴 형사라고 소개하면서 친구인 에두와르가 거액의 돈을 훔쳐서 사라졌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돈을 훔쳐서 사라졌는데 이상하게도 신문이나 뉴스에 보도가 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은밀한 돈이나 부정한 돈을 훔친 듯 합니다. 꾸뻬 씨는 이후에 서울과 태국 등을 여행 겸 자신의 고객인 스타 여배우의 정신 상담을 위해서 여행을 하게 됩니다.  

이 여행은 절친인 에두와르의 행방을 찾기 위함도 있습니다. 에두와르가 태국 국경지대의 원시 생활을 하는 호전적인 부족과 함께 있다는 소리에 서울을 거쳐서 태국으로 향합니다. 이 과정에서 꾸뻬 씨의 오래된 대학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 과정이 마치 007 첩보물과 같아 보입니다. 자신을 추적하는 시선을 피하면서 태국까지 가는 모습이나 에두와르가 왜 큰 돈을 훔쳐서 사라졌을까에 대한 의문이 전편에 깔리면서 지루함을 날려 버립니다. 이 스토리 자체로만 봐도 어느 정도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곳곳에서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꾸뻬 씨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정론과 토마스 아퀴나스의 우정론을 씨줄과 날줄로 엮으면서 생각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정에는 3가지가 있는데 필요에 의한 우정, 여흥을 위한 우정, 선한 우정이 있다고 합니다. 이중에서 진짜 우정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동반자 같은 우정인 선한 우정이 진짜 우정이라고 하죠. 

그러나 이 우정론이 모든 우정을 보듬지는 못합니다. 이에 '토마스 아퀴나스'의 자비의 우정을 녹여냅니다. 
우정이란 친구의 흠도 보듬을 줄 아는 우정이 진짜 우정이라는 결론을 냅니다.  책에는 무려 22가지의 우정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꾸뻬 시리즈의 변하지 않는 습속인 꾸뻬 씨가 깨달은 내용을 수첩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러나 전 이 22가지 성찰이 다 와 닿지는 않더군요. 그냥 뻔한 이야기를 너무 잘게 쪼개서 설명하려는 모습입니다. 

제 우정론이요? 우정 뭐 별거 있습니까? 
이기적인 내가  나와 다른 외모를 하고 있는 나를 대하 듯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이기심의 확장이 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친구를 나 같이 생각하면 그게 우정 아닐까 하네요. 하지만, 아직도 우정이라는 틀을 형성하지 못한 10,20대 아니 나이 들어도 우정을 필요에 의해서 같이 놀기 위해서 만나는 우정이 꽤 많습니다.  


"넌 꼭 놀자고 할 때만 나 찾더라"
"넌 꼭 자기 필요 할 때만 나 찾더라"

내가 필요로 할 때만 찾은 우정은 우정이 아닙니다. 그건 우정이 아니 사무적인 관계 아니 서비스입니다. 일방적인 것은 우정이 아닙니다. 뭐 저도 이런 우정에 대한 문제 때문에 젊은 날 많은 고민도 오해도 시기도 했었습니다. 다 지나고 보니 철없던 시절의 치기어린 감정의 소비였던 것 같습니다. 아니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든든한 우정이 확립 된 듯 하네요. 우정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이 '꾸뻬 씨의 우정 여행'은 스토리가 주는 흥미가 좋습니다. 그리고 그 스토리에 간단한 우정의 이야기를 녹여 내고 있습니다. 읽어 볼만한 책입니다만 좀 더 진지한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분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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