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치맥 페스티벌을 했다고 하네요. 예상 인원 20만 명을 훌쩍 넘은 무려 30만 명이 입장 했습니다.
대단한 치맥이죠. 하지만 저는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닭 30만 마리 이상이 한 자리에서 뼈를 쌓았겠구나 하고요.
물론, 이런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냥 먹는 것이지 누가 닭 따위 목숨을 신경 쓰겠어요. 누가 불타는 금요일 밤에 노릇 노릇하게 구워지는 삼겹살을 보면서 돼지의 눈물을 알겠어요. 누가 혀 끝에서 녹는 소고기를 먹으면서 소의 고통을 알겠어요. 누가 감히 회를 초장에 찍어서 맛나게 먹는데 물고기의 아픔을 알겠습니까?
우린 그렇게 육식을 하는 동물이며 이게 숙명과도 같은데요.
그러나, 우리가 더 큰 육식 동물에 뜯어 먹힌다면 어떨까요?
진격의 거인이 주는 공포가 그 먹이 사슬에 대한 공포입니다. 지난 수만 년 동안 인간은 먹이 사슬 상단에 있었지만 한 단계 밑으로 떨어진다면 인간은 큰 공포를 이고 살았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에 산에서 호랑이에 물려 갔다는 그 공포요.
소가 느끼는 고통을 느껴보는 실험을 한 피험자들이 소고기를 덜 먹게 될까?
먹이사슬 최고층에 있는 인간이 먹이사슬 중간으로 내려갈 수 없지만 인위적으로 내려갈 수는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소가 되어 보는 것입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Virtual Human Interaction Lab(VHIL)에서는 가상 현실을 만들어서 피험자에게 암소의 세계를 가상 체험하게 했습니다. 암소는 평범한 암소로 풀을 좀 뜯다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피험자는 인간이 찌르는 막대기에 움찔 움찔 놀라면서 도살장 앞으로 서서히 가게 됩니다.
이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 말에 따르면 자신이 정말 소가 된 기분이었다면서 도살장에 들어갈 때는 너무 슬프고 고통스럽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제 죽는구나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소의 입장에 잠시 되어 보는 것인데요. 그럼 동물 애호가의 입장이냐 그건 아닙니다. 이 실험의 목적은 소고기 소비를 줄이기 위함이었습니다.
소의 입장이 되어보고나면 피험자들은 소고기를 안 먹거나 덜 먹게 되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곡물 10kg이 들어갑니다. 이는 아주 비합리적인 식량 생산의 모습으로 선진국 사람들이 소고기를 많이 먹을수록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구호 물품이 줄어듭니다. 왜냐하면 소고기를 많이 먹으면 소고기 생산량을 늘리게 되고 그러려면 곡물을 더 많이 재배해야 하는데 사람 먹을 곡물마져 소에게 먹이다보면 곡물가격이 올라가게 되고 그렇게 되면 구호물품이나 싼 곡물을 먹는 사람들은 이전 보다 덜 먹게 됩니다. 왜냐하면 버는 돈은 똑 같은데 식료품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런 연결 고리를 불금에 소고기 먹는 사람들이 알리가 없고 알아도 뭐 그냥 먹지요. 뭐 그런 고기를 먹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정도 그 사실을 인지는 하고 먹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최근에 육류 소비가 엄청나게 늘어난 이유 중 하나가 소, 돼지, 닭고기의 가공식품이 너무 많아져서 고기라는 느낌이 많이 사라지고 (또는 형태가 완전히 바뀌거나) 다양한 가공식품에 들어가니 먹으면서도 고기가 들어갔는지도 모르고 먹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아무튼, 이 실험의 목적도 씁쓸하게 소를 위함 보다는 육류 소비를 줄이기 위함이네요. 뭐 크게 보면 육류 소비를 줄이면 죽어가는 소의 숫자도 줄어들긴 하겠네요. 이렇게 소고기 소비를 줄이고 대신 야채를 많이 먹게 해서 육식이 주는 해악들을 줄이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가상 체험을 해서 우리의 인식을 바꾸려는 실험은 이 뿐 아니라 다양하게 시도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벌목공이 되어서 나무를 쓰러트리는 체험을 하고나면 종이를 아껴 쓴다든지 하는 체험이죠.
하지만 이번 해병대 캠프에서도 알 수 있듯 인간이란 망각의 동물입니다. 체험하고 길어야 한 두달 지나면 예전과 똑같아집니다. 때문에 이런 가상 체혐 효과가 한 사람의 세계관까지 바꾸려면 아주 강한 충격을 주거나 지속적으로 주거나 아니면 제도적으로 못하게 하면 더 쉽게 바뀔 것입니다.
그런데 전 이 실험이 효과가 그렇게 있어보이지는 않네요. 저런 체험을 해서 사람의 생각이 바뀐다고 하지만 저런 것 보다는 그냥 패스트푸드 네이션 같은 다큐 영화 한편 보는 것이 더 나을걸요. 그리고 이걸 반대로 해석하자면 아이들이 pc방에서 헤드샷을 외치는 서든어택이라는 총질 게임이 아이들 인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할 수 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라도 육식의 해악을 알리고 개선하려는 모습은 좋게 보이지만 좀 모자란 생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듭니다. 그러나 이건 있습니다. 이런 가상현실 체험이 한 10년 후에는 정교함이 현실과 구분이 안가는 시기가 오면 집에서 온갖 쾌감과 경험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퇴근 후에 스카이다이빙 체험팩 가정용 게임기에 넣고 헤드업 디스플레이 뒤집어 쓰고 팔에는 촉감이 전해지는 장갑과 스카이 다이빙을 한 체험자의 생각까지도 공유해서 같이 느끼면 굳이 놀이동산을 안 가도 되고 축구를 혼자 해도 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습니다. 가상과 현실이 경계가 무너지는 날이 오겠죠. 10년은 좀 빠르고 더 걸릴 것 같기도 하네요
출처 http://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cfm?id=if-you-know-how-cow-feels-will-you-eat-less-m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