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기/서울여행

창신동에 있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 계단

by 썬도그 2013. 3. 6.
반응형

태풍에 배가 다 떨어지자 농민은 낙심 했습니다.

그러나 태풍에도 가지에 매달린 얼마 안되는 배를 보고 농민은 아이디어를 냅니다.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배" 이 배를 먹으면 대입시험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스토리를 입혔고 그 농민은 큰 돈을 법니다. 

이 이야기는 일본에서 있었던 일화라고 하는데요.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야기입니다"같은 길, 같은 가게, 같은 아파트이자 평범한 건널목과 골목이라고 해도 그 공간에 스토리가 입혀 있다면 우리는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그 곳에 갑니다.

그 스토리는 바로 건축학개론입니다. 일전에 종로구 서촌 누하동의 촬영지를 갔었는데 이번에는 정릉도서관이 나온 납득이 계단을 갔다 왔습니다.

납득이 계단은 6호선 창신역에 근처에 있습니다. 창신역 1번 축구로 나와서 

 

약 100미터 정도 걸으면 창신 이수아파트 푯말이 보입니다. 그 푯말을 끼고 올라가면 됩니다

 

위 이미지 왼쪽으로 가면 가파른 언덕길이 나옵니다.

 

산 비탈길인데요. 오르는데는 5분도 안 걸립니다.

 

오르면서 뒤를 돌아보니 레고블럭 같은 주택들이 가득하네요

 

 

 

언덕위에 한 건물이 있는데 비오는 날에 풍경이 좋을 듯 하네요. 

 

건물 앞에는 가파른 절벽이 있는데 마치 인공폭포 같이 보입니다. 인공미가 흐르지만 자연석인 듯 하네요. 그 앞에는 경찰서가 있습니다.

 

언덕을 올라서 왼쪽으로 가는데 개가 짖네요. 짖는 개는 전혀 무섭지 않죠. 무관심으로 대해주니

 

딴청을 피웁니다.

 

언덕에 올라서 보니 어렸을 때 많이 타고 놀았던 트램폴린이 있습니다. 일명 방방이라고 하는데 학교 앞에 참 많았는데 여기서 또 보네요. 

 

 

아! 저기네요. 뭔가 익숙한 풍경입니다. 

 

언덕을 오르자마자 바로 납득이 계단이 나옵니다. 그냥 평범한 계단? 계단이라고 하기도 힘든 그냥 평범한 곳입니다.

 

여기서 서연이와 승민이의 관계를 상담해주는 납득이가 연예상담을 해주었습니다. 

 

서연이와의 인연에 좋아서 서연이 이름을 외치던 승민이가 생각나네요. 생각해보면 뭔 이런데 까지 오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건축학개론'을 너무 재미있게 봐서요. 

얼마 전 한석규가 8월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했는데 제가 최고로 생각하는 한국영화를 8월의 크리스마스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영화속 배경인 군산과 정읍을 한번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초원사진관이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두 주인공이 만나고 헤어지던 그 촬영장소를 꼭 가보고 싶었지만 지금도 가보지를 못했네요

그 8월의 크리스마스를 넘지는 못하지만 최근에 본 한국 영화중 가장 인상깊고 최고로 인정해주고 싶은 영화가 바로 '건축학개론'입니다. 건축학개론은 90년대를 아주 잘 그렸고 건축을 사랑에 빚댄 은유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리고 미세한 떨림 까지도 담은 그 표현력도 좋았고요.

승민이가 대학시절 연적인 선배보다 못사는 자신을 한탄하면서 발로 빵하고 대문을 차고 나갔는데 그때 문이 찌그러집니다. 그리고 수십년이 지난 후 미국으로 떠나기전에 집에 들렸다가 그 찌그러진 문을 잡고 우는 장면에서 저도 눈시울이 붉어 졌습니다. 

이 집이 지겹지도 않느냐는 승민이의 성화에 엄마는 "집이 지겨운게 어딨어 집은 집이지"하는 말도 참 마음에 와닿고요.
엄마에게는 집이 그냥 삶이지만 승민에게는 자신의 한계이자 숨기고 싶은 존재였습니다.

대학 새내기의 풋풋한 사랑을 납득이에게 말하는 승민이의 모습과 납득이의 유머러스한 모습이 머리속을 스칩니다.
서연이가 연적인 남자 선배와 함께 하숙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본 후 납득이 품에서 펑펑 울던 승민이도 생각나네요

헐~~ 방금 알았는데 다음 로드뷰를 블로그에 이식할 수 있네요. ㅠ.ㅠ 뭐 사진 찍으러 간 것은 아니기에 큰 불만은 아니지만 이거 집에서 그 촬영지 안가도 볼 수 있긴 하네요

 

건축학개론은 유머도 있었습니다. 그 유머의 대부분을 조정석이 연기한 납득이가 다 담당했죠. 납득이가 재수하면서 다니던 정독 도서관은

 

종로종합 사회 복지관이었습니다

 

이곳은 납득이와 승민이가 걸어 올라가던 곳인데요

영화에서 처럼 비디오가게가 있네요. 실제로 비디오를 대여해주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비디오가게가 다 사라졌는데 여긴 비디오가게 간판은 있네요

 

무스를 주면서 머리좀 넘기고 다니라고 구박하던 납득이

영화속 장면과 실제는 좀 다르긴 하네요

언덕길을 내려 갔습니다

이 창신동은 종로구에 있는 동네인데 종로구는 다른 구와 달리 1동 2동 하는 것이 아닌 각각의 이름이 다 있습니다. 조선시대 궁궐 옆 동네라서 동이름이 꽤 많은데요 그중 하나가 창신동입니다. 창신동은 골목도 많고 노후된 주택도 많습니다. 

 

천으로 둘러 친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났습니다. 이 창신동과 벽화마을로 유명한 낙산 밑 이화동은 봉제공장이 많이 있습니다. 지금도 봉제공장이 꽤 많은데요. 1평짜리 공원에 그 흔적을 남겨 놓았네요

 

건축학개론과 영화 전태일이 소개 되어 있는데 이 작은 공간이 공원입니다. 종로에는 이런 1평 공원이 꽤 있다고 하네요. 
그중 하나가 이 공원입니다. 짜투리 땅을 일궈서 공원을 만들었습니다

서울시내 전경이 확 펼쳐집니다. 고지대가 가지는 장점이 이런 좋은 조망입니다. 

저 멀리 서울 성벽이 보입니다. 이 날은 잠시 들렸다가 지나가는 길이라서 오래 있을 수 없어서 그냥 스치듯 지나갔지만 다음에는 동네 조사도 좀 하고 자료도 좀 찾아서 창신동과 이화동을 끼면서 저 성벽길을 돌아볼 생각입니다.

창신동은 꽤 역사가 오래된 동네이고 한국의 근대화 시절을 목도한 동네라서 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서울도서관에 가면 서울에 대한 책이 가득한데 창신동과 이화동 부분은 다 읽어 봐야겠습니다

이 집은 대문을 열면 마치 서울 전체가 내 집같아 보이는 집이네요

 

1940~50년대에 지어진 집들도 많고 건축을 잘 모르지만 저런 형태는 60~70년대에 지어진 건물 같네요

 

이화동도 골목에 예쁜데 여기도 골목이 에쁜 곳이 많습니다. 원경에 도심의 고층빌딩이 보이고 근경에는 골목이 있는데 이런 곳은 밤이 더 예쁩니다. 밤에도 한번 찾아가봐야겠습니다

 

가파는 언덕길을 떠밀리듯 내려 왔습니다. 쪽방촌도 참 많다고 들었는데요. 쪽방촌 밀집지역이 어디인지는 모르겠네요

 

아무리 서울의 이미지가 비슷비슷하지만 창신동만의 이미지가 따로 있네요. 이런 이미지는 쉽게 볼 수 없습니다.
촘촘히 박아놓은 건물들이 저에게는 오히려 생기가 느껴집니다

 

봉제공장이 많은 동네에는 오토바이가 운송수단인가 봅니다. 오토바이 동네가 아닐까 할 정도로 오토바이가 자동차 보다 더 많이 지나갑니다.

 

8천원 짜리 통닭도 있고 .. 흠 갑자기 치맥이 땡기네요. 

 

헉~~~ 으뜸과 버금이 있습니다. 아니 이렇게 반가울수가 내가 영화 매니아가 되는데 큰 도움을 준 것이 영화마을과 으뜸과 버금이었습니다. 으뜸과 버금은 예술영화들을 많이 구비하고 있어서 군에서 외출 외박 나올 때 마다 꼭 1,2편은 보고 들어갔고 그때의 영화 자양분이 화수분이 되어서 지금도 영화라면 거절을 안 합니다. 

납득이 계단 보러 갔다가 창신동 동네에 매력을 느끼고 내려 왔습니다. 꼭 다시 책 읽고 많은 지식을 쌓고 제대로 카메라로 담아 봐야겠습니다. 창신동과 이화동과 봉제공장. 그리고 옛 이야기들을 발굴 해 봐야겠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