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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20번 이상 본 영화 러브레터, 또 다시 영화관에서 내 마음을 움직였다

by 썬도그 2013.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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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에이 설마? 뻥 아니야?"
"아니야 이 영화 해적판 비디오 테이프로 한 20번 아니 30번은 본 것 같아"

군 전역 후에 친구가 알려준 영화 러브레터는 전설과도 같은 영화였습니다. 아무리 영화가 재미있어도 무슨 20번이나 봐~~
그때도 지금 처럼 일본 영화들은 해적판으로 먼저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96년 당시에는 일본 영화나 드라마 음악 까지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왜색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전세계의 문화를 다 접할 수 있었지만 북한과 일본 문화는 접할 수 없는 한국, 참 아이러니합니다. 가장 가까운 두 나라의 문화를 정치적인 이유로 역사적인 이유로 보지 못하다니요. 물론, 이해는 갑니다. 일본은 우리에게 너무 아픈 상처를 준 나라니까요. 하지만, 친일파 청산도 제대로 못한 나라, 친일파들이 떵떵거리고 주요 요직을 지내고 있고 지금도 친일 세력들이 사회 곳곳에서 기득권이 되어서 친일청산을 가로막고 있는 나라에서 이런 바리케이트를 치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과감하게 일본문화 개방을 외칩니다. 그렇게 일본 영화가 국내 영화관에서 상영이 되었고 그 대표작은 바로 '러브레터'입니다. 최대한 일본색이 많지 않은 영화나 해외영화 수상작들이 먼저 소개되었는데요. 그중 하나가 99년 국내 개봉한 러브레터입니다


눈과 같은  순백의 영화 '러브레터'

95년 제작된 러브레터는 99년 국내 개봉을 했고 개봉하자마자 봤습니다. 솔직히, 영화를 보고 나서는 큰 재미는 없었습니다.
그냥 잔잔한 영화 정도라고 할까요? 그런데 이 영화 이상하고도 신기합니다. 그 여운이 얼마나 강한지 또 보게 만듭니다. 그렇게 해서 한 잡지사에서 별책 부록으로 '러브레터' 영화 CD를 준다기에 바로 샀습니다

그렇게 해서 '러브레터'앓이가 시작되었고 2000년대 초반 까지 한 20번 이상을 본 것 같습니다.
아~~ 그때 알았죠. 친구가 했던 말이 이해가 갔습니다. 영화 '러브레터'는 마력이 있는 영화입니다. 보고 또 보게 하는 영화
봐도 봐도 물리지 않는 영화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시네마 천국'도 이 정도로 많이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자꾸 보게 만드는 마력이 있네요.

그리고 거의 10년 만에 또 한번의 영화 본 횟수의 카운팅이 올라갔습니다. 이번에는 집이 아닌 다시 영화관에서 카운팅을 올렸습니다. 

사실, 볼까말까 고민을 했습니다.
마르고 닳도록 본 영화를 또 보는 것은 돈 낭비 아닐까 하고요. 그때의 감성과 지금의 감성도 경험도 다른데 지금 이 나이에도 그 순백의 감성이 먹힐까하고 걱정도 되었지만 그럼에도 좋은 영화는 세월이 지나면 또 다른 느낌으로 오기에 다시 영화관을 찾았고 다행히 또 다른 느낌을 받고 나왔습니다. 당시 느껴지지 않던 부분들이 보풀처럼 일어나네요

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연인의 죽음 그리고 추억

영화가 시작되면 하얀 설원 위에 한 여자가 눈을 맞고 누워있습니다. 숨을 참았다가 뱉어냈는지 긴 장탄식을 모든 것이 하얗게 물든 허공에 내 뱉습니다. 그리고 설원 위에서 내려가는 과정을 롱테이크로 잡으면서 스크린에 러브레터라는 제목이 입혀집니다.

영화는 연인의 죽음으로 시작합니다. 와타나베 히로코(나카야마 미호 분)는 연인 후지이 이츠키를 떠나보낸지 3년이 지났습니다. 산에서 조난사고가 나서 연인을 잃은 슬픔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기일에 모여든 선배와 조문객들과 함께 옛 연인을 추억합니다. 이츠키의 집에 들려서 이츠키의 중학교 졸업 앨범을 보다가 이츠키가 중학교 시절에 살았던 오타루 집 주소를 팔뚝에 적어서는 현재는 국도로 변했다는 이츠키의 옛 주소를 적어서 천국에 편지를 심정으로 편지를 보냅니다.  "오겡끼데스까(잘 지내시나요?)" 라는 짧은 천국으로 보낸 러브레터는 놀랍게도 답장이 옵니다.

영문을 모르겠지만 너무 기분이 좋아서 현재의 연인이자 이츠키 선배인 시게루에게 보여줍니다


동명이인과 닮은 얼굴의 1인 2역의 절묘한 스토리텔링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영화는 아름다운 영화지만 영화에 큰 스토리텔링이 있지는 않습니다. 모든 것을 여백으로 처리하듯 수줍게만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브레터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추리소설 처럼 관객에게 계속 호기심을 유발합니다.

천국으로 보낸 보낸 편지에 누군가가 답장을 해온다? 관객에게 흥미로운움을 유발하죠. 
이후 그렇게 몇번의 편지가 왔다갔다 한 후 '와타나베 히로코'는 궁금해 합니다. 누굴까? 누구기에 이렇게 답장을 하는 걸까?
편지는 장난이 아닌 실제 사람이 보낸 것이였습니다. 

그렇게 답장을 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동명이인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와타나베 히로코가 팔뚝에 적은 주소는 연인 이츠키의 주소가 아닌 동명의 같은 반 여학생의 주소였고 그 여자 '후지이 이츠키'가 오타루의 집에서 계속 살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 했습니다. 이렇게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 받게 되고 오해 아닌 오해와 궁금증이 풀립니다.

그리고 와타나베 히로코는 여자 후지이 이츠키에게 중학교 시절 자신의 연인이었던 후지이 이츠키의 추억을 들려달라고 합니다. 그렇게 영화는 중학교 시절로 플래쉬 백 됩니다. 이 영화는 사소한 오해로 시작되어서 동명의 후지이 이츠키와 연결이 되고 그 동명의 후지이 이츠키가 들려주는 연인 후지이 이츠키의 중학교 시절의 추억과 연결됩니다.

이 영화에서는 나카야마 미호라는 배우가 1인 2역을 합니다. 와타나베 히로코와 후지이 이츠키 역을 하죠.
똑같은 배우가 연기를 하는 이유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게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그 이유를 알고서 울먹거리면서도 회환에 젖은 표정을 얼굴에 담고 있는 후지이 이츠키를 보면서 관객들은 모든 궁금증이 풀리면서 옛추억 한토막이 속에서 발현됩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추억을 매개체로 한 한 남자의 러브스토리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죽은 연인의 중학교 시절의 추억을 공유하는 과거로의 여행기

앞 부분은 좀 지루했습니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다 아는 내용이라서 그런지 앞 부분은 좀 밍숭밍숭 하더군요. 
이미 내용을 다 알고 보기에 편지가 왜 답장이 왔는지도 다 알고 있고요. 그리고 좀 촌스럽기도 하더군요 99년 당시에는 영상미가 뛰어난 영화라고 느껴졌고 지금 봐도 영상미는 괜찮기는 하지만 90년 당시의 패션등에서는 평생 늙지 않을 것 같은 연인이 팍 늙어버린 모습으로 보여져서 좀 아쉽기는 하더군요

그러나 추억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고 하죠. 이 영화의 큰 재미는 동명이인으로 학교에서 많은 에피소드와 트러블이 발생한 중학교 시절 추억담에서는 다시 봐도 그 생기가 여전하네요.

영화 러브레터는 첫사랑이라면 첫사랑 영화입니다. 건축학개론과 비슷한 감성의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더 수줍다고 할까요? 중학교 시절의 두 후지이 이츠키의 에피소드를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수시로 플래시 백이 되는데요. 재미있게도 동명의 여자 후지이 이츠키는  히로코의 연인인 남자 후지이 이츠키에 대한 기억을 거의 봉인 했습니다.

그냥 이름이 같아서 좀 귀찮았던 존재, 과묵하고 말도 없던 이츠키, 가끔은 생뚱맞은 괴팍함과 잘생긴 외모로 인기가 많았던 그냥 그런 같은 이름의 남학생 정도로만 생각하고 지내왔습니다. 그러나 히로코와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하나씩 중학교 시절의 추억들이 봉인 해제 되어 풀려나옵니다

영화 마지막에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책 제목이 딱 어울릴 정도로 잃어버린 추억을 찾아주는 과정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과 이야기가 참 아름답습니다. 건축학개론 카피 처럼 '나도 누군가에겐 첫사랑이었다'라는 말도 생각나네요


러브레터는 죽은 후지이 이츠키의 러브스토리라고 볼 수도 있고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후지이 이츠키의 추억여행이자 와타나베 히로코의 상처 극복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죽은지 3년이 지났지만 그 상처가 아물지 못하고 터트리지 못하는 여주인공의  상처 치료극복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3명의 주인공(한 명은 추억에서만 존재합니다)의 묘한 인연이 크로스되면서 큰 재미를 줍니다. 
상당히 중첩이 많아서 영화가 후반으로 갈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이름이 중첩이 되고 많은 이미지들이 중첩이 됩니다. 잊혀졌던 추억을 두 여자가 한꺼번에 열어보면서 느끼는 회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한 여자가 듣지 못한 가슴 찡한 수줍은 러브스토리도 있습니다. 



순백 그 자체의 영화 '러브레터'

영화 속에서 후지이 이츠키가 중학교 시절 살았던 오타루라는 눈이 가득한 도시입니다. 이 러브레터를 색으로 표현한다면 하얀색입니다. 영화 내내 눈이 가득한 모습이기도 하지만 이야기 자체도 순백 그 자체의 순수함입니다. 

저는 짝사랑을 가장 깨끗한 사랑이라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짝사랑은 항상 아쉬움으로 끝나고 좋은 이미지로 간직하기 때문이죠. 쌍방의 사랑이 되었다면 좀 더 자극적일수도 있지만 안 좋게 끝날 수도 있고 아쉬움도 남지 않지만 짝사랑은 항상 좋은 이미지로 남고 세월이 흘러도 때가 묻지 않습니다. 물론, 예전 짝사랑을 찾아서 현재의 변한 모습으로 업데이트를 하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짝사랑은 좋은 추억으로 남겨두기 위해서 그냥 추억잠금을 해버립니다. 그래야 부패가 되지 않기 때문이죠. 

러브레터는 짝사랑에 대한 이야기이자 첫사랑의 이야기이자 이별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순백의 영화라고 한 또 다른 이유는 중학교 시절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이야 아이들 발육이 좋아서 그런지 영악해서 그런지 사춘기가 초등학교 때 온다고 하지만 90년 당시에는 대부분의 사춘기는 중학교 시절에 왔습니다. 이성에 눈을 뜨고 현실인식력도 좋아지고 감수성은 무한대로 폭발하던 시절이 중학교 시절입니다. 

초등학교 까지는 연습문제만 풀다가 처음으로 하얀 백지위에 자신의 이야기를 채워가는 시절이 중학교 시절이라서 거기에 뭘 그리든 바로 자신의 모습이 되는 시절입니다. 그래서 일탈행위도 중학생들이 참 많이합니다. 이성 보다는 감성과 외부 자극에 휘둘리는 줏대없는 시절이기도 하고요. 중2병이라고 하는 과시욕이 충만해서 튈려는 행동도 참 많이 합니다. 

나이들면 철없던 시절이라고 말하던 시절이 바로 중학교 시절인데요. 이 중학교 시절이 그래서 가장 순백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감수성이 풍부한 시절이자 이성을 친구가 아닌 이성으로 보기 시작하는 시절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이 러브레터가 중학교가 아닌 고등학교 시절이었다면 좀 느낌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꽃망울이 몽글어져 있던 시절이 중학교이고 고등학교는 만개한 시절 같으니까요.

러브레터는 중학교 시절 에피소드가 참 재미있습니다. 코믹한 조연도 등장하고 두 후지이 이츠키의 이야기도 흥미롭고요.
아마 이 중학교 시절 에피소드가 없었다면 이 영화를 이렇게까지 많이 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듭니다. 

감수성 영화의 지존인 이와이 슌지는 이 영화 한 편으로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됩니다. 일본에서 보다 더 인기를 얻었다고 하니 한국 관객들을 끌리게 한 이유가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미세한 떨림 까지 영화 속에 녹여낸 연출력 때문이지 않았을까 하네요. 내가 본 영화 중 최고의 감수성 만땅인 영화가 바로 '러브레터'입니다. 보통 감수성 많은 영화라면 지루하다고 생각들을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감수성도 잘 담았지만 영화 스토리가 상당히 흥미롭고 그 흥미를 영화 마지막 장면까지 이어가기에 절대 지루한 영화는 아닙니다. 

영상미도 좋고 스토리도 좋고 무엇보다 음악이 좋습니다
솔직히 영상은 좀 촌스러워 보이더군요. 10년 사이에 많은 영화들을 봐서 그런지 영화의 영상 자체는 색바랜 추억의 사진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영상미는 좀 녹이 슬었지만 음악만은 녹이 슬지 않았습니다. Remedios의 배경음악은 러브레터의 감수성과 영상미와 스토리를 받쳐주는 거대한 반석과 같았습니다.

러브레터 O.S.T는 정말 최고의 영화 O.S.T입니다. 언제 들어도 다시 들어도 질리지가 않네요. 영상, 음악, 스토리 그리고 나카야마 미호의 연기가 합쳐져서 거대한 시너지를 만들어냅니다.


오겡끼데스까!

오겡끼데스까(잘 지내시나요?)

99년 개봉 당시 시트콤에서 패러디하고 유행어가 될 정도로 '러브레터'는 개봉한 일본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습니다. 당시 140만 관객을 동원 했는데요. 실로 어마어마한 기록이었죠. 지금은 일본영화가 거의 수입도 되지 않고 수입이 되어도 단관 개봉이나 애니메이션 영화 정도가 수입되는 실정입니다. 그래도 일본 영화 볼 사람은 다 어떻게든 보고있겠죠

저는 이 영화를 안 본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왜 또 개봉하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 소규모로 개봉하다 말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동네 극장에서도 하루 3회 상영을 하더군요. 생각보다 개봉 규모가 좀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지금의 10,20대 분들은 이 영화가 개봉한지 13년이 지났으니 러브레터 열기를 느끼지도 이런 영화가 있는지도 모를 것입니다. 그 분들을 위해서 개봉한 것 같으면서도 저 같은 추억의 되새김질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네요

영화는 배려로 마무리 됩니다.
후지이 이츠키의 사랑방정식의 답을 아는 후지이 이츠키의 배려 그리고 추억을 봉인해제 해준 와타나베 히로코의 배려가 영화의 온기를 끝까지 이어줍니다.

오겡끼데스까!
이 절규하는 장면에서 많은 관객이 눈물을 흘립니다. 다시 봐도 이 장면은 최고의 명장면이네요.
꼭 보세요. 안 보시면 정말 후회할 영화고 호오가 없는 영화입니다. 물론 감수성에 가뭄이 든 분이라면 그냥 시큰둥하게 볼 수 있지만 감수성의 샘에 물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재미와 감동 그리고 눈물과 추억의 명작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 러브레터 재미 없다는 사람 못 봤을 정도이니 보면 후회 없을 영화입니다. 한 보신분들은 꼭 보시고 PC로만 본 분들도 큰 화면으로 보세요. 다만, 90년대 영화라서 화질이 최근 영화처럼 선명하지는 않습니다. 추억의 더께가 붙었다고 생각해야겠죠

추억의 소중함을 아는 두 여자는 추억을 다시 봉인하면서 영화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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