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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의 도구였습니다. 권력자들이 사진을 찍고 그걸 복제가 무한정 가능한 사진의 특성을 이용해서 신문이나 잡지에 싣고 일반 시민들은 그 사진을 사서 봤습니다. 이렇게 사진의 소비자는 일반 시민들까지 다 볼 수 있었지만 사진을 생산하는 것은 소수 권력자들의 소유물이었습니다. 물론 소시민들도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만 무슨 큰 행사때나 찍었지 놀이로 취미로 찍을 수 없었습니다.
아주 소수만이 마음껏 사진을 찍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소시민들은 카메라가 있어도 꽃이 예쁘다고 꽃을 찍지 않고 하늘이 예쁘다고 하늘을 막 찍지 못했습니다. 사람을 찍고 인물을 꼭 찍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 권력이 디지털 카메라라는 필름 값 안드는 매체가 등장하면서 민주화가 되기 시작합니다. 사진권력이 분권화 되었죠.
그리고 이제 사진은 일상을 찍기 시작합니다. 예전 같으면 산이나 꽃 나무 자동차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 이걸 왜 찍었냐?라고 물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걸 뭐라고 하지 않고 어디서 찍었냐고 오히려 물어 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힘빼고 사진찍자!라고 소근 거리는 사진일기
왜요? 왜긴요 그래야해요 그래야 멋진 사진이 나와요!헐~~~~ 아니 설명이 그리 어려운가? 셋팅값에 정석이 어딨어? 처음에 실패하면서 배우는 게 제대로 배우는거지 한국 학교 처럼 그냥 외우라는 소리잖아~~ 무조건이 아닌 여러가지 셋팅으로 찍어보고 집에가서 각각의 셋팅값을 커피 한잔 떠다놓고 보면서 자기가 스스로 채득해야지 그게 실력이 되는거지 이렇게 놓고 찍어야 한다 어쩐다 하는 것은 고루할 뿐입니다.'사진일기'는 일상을 카메라에 담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상사진 길라잡이 책입니다.
저자는 부천대학교에서 사진을 가르치는 분이신데요. 생활사진가의 모임인 에이트 스튜디오(
www.at-studio.kr)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중에 나가면 사진책들이 꽤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진책들이 DSLR로 사진 잘 찍는 법이라는 테크니컬을 가르치는 책들이 대부분이지만 최근에는 감성사진책들이 꽤 나오고 있습니다. 테크니션을 넘어서 철학적인 물음과 다른 시선을 갖게 하는 인문학 사진서적이 꽤 나오고 있는데 이 책도 그런 인문학 사진서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이 책은 거들먹거리면서 사진찍는 즉 거대한 카메라를 들고 잔뜩 차려입고 저 멀리 산 꼭대기와 바닷가 혹은 유명한 명소나 장소등에 찾아가서 카메라 가격이나 집에서 떨어진 거리 만큼 잔뜩 어깨에 힘을 주고 으시대듯 찍는 사진가들을 위한 책이 아닌 일상에서 만나는 소소한 행복들을 촬영하고 기록하고 말을 걸고 이야기를 나누는 미시적인 생활사진 찍기를 알려주는 책입니다.생활사진가들의 진솔한 고민을 잔뜩 담은 '사진일기'
많은 생활사진가들을 만나고 이야기 하다 보면 초보 사진가들의 공통된 고민이 있습니다. 비싼 카메라를 사야 사진이 잘 찍히느냐고 물으면서 고민을 하고 사진기술이 너무 어렵다고 머리를 흔들고 난 감각이 없나봐요라며 허탈한 표정을 짓습니다. 저자는 이런 소소한 그러나 누구나 한번씩 앓고 지나가는 초보 생활사진가들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고 아주 쉬운 언어와 행동으로 치유해 줍니다. 1장은 사진은 마음으로 찍는 것에서는 이런 초보 생활사진가들의 고민이 담겨 있고
2장에서는 마음의 눈으로 만나는 세상에서는 사진 찾는 방법을 담고 있습니다.먼저 소재,주제,대상의 구별법과 접근법을 소개하면서 마음을 끄는 대상을 찍으라고 권유합니다.
"찍긴 찍었는데 뭘 찍어야 할 지,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인지 도대체 모르겠어요."참 공감이 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뭘 찍어야 할 지 몰라서 시쳇말로 있어보이는 것 멋진 것만 찍습니다. 그러다 보니 출사를 가면 대부분의 생활사진가들이 비슷한 사진만 찍고 다닙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듯 같은 장소라도 사진이 다 똑같을 수가 없지만 우리는 몰개성의 시대에 사는지 다 비슷비슷합니다. 있어 보이는 것, 멋져 보이는 것들은 사람마다 비슷합니다. 김태희를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잠자리나 허물어져가는 벽의 낙서 또는 전선줄에 걸린 구름등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은 각자 다릅니다. 취향의 차이가 사진의 주제의 차이 혹은 소재의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사진 찍다보면 피사체가 손짓을 합니다. 이리와서 저 좀 찍어주세요~라고요.3장 카메라의 눈으로 보는 세상에서는 테트닉을 가르치는 책들이 만들어 놓은 고정관념을 깨라는 글들이 수북합니다.
찍어놓은 사진들을 보니 정말 그랬다. 열심히 하긴 했는데 잡지사진을 서투르게 흉내 낸 듯한 사진들 뿐이다. 그가 헤메고 있다는 사실이 역력히 보였다. 그래서 다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멋진 사진 말고 마음을 끄는 대상을 찍으시면 되는데, 정 찍을 것이 없으면 그냥 돌아다니면서 놀아요"
카메라를 건네주고, 오늘은 나랑 놀아요. 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얀길'은 땅바닥을 향해서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뭘 찍으셨어요?
물 먹은 아스팔트가 눈에 띄어서 그냥 눌러봤어요. 사진도 아니예요.
사진도 아닌 게 아니라, 이게 바로 '하얀길'님 사진이예요. 이렇게 하면 되는 거예요. 눈에 띄는 사물이 있을 때, 무언가 마음을 끌 때, 그것들이 바로 찍어야 할 소재니까요. 자, 이제 그만 놀고 이런 느낌으로 찍으세요.
그리고 중요한 거, 이 바닥에서 적어도 10장 이상 사진을 찍을 것, 아시죠?
그날 이후 '하얀길'의 빌딩 사진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음악을 아주 좋아하는 그답게, 빌딩숲 속에서 음악적인 느낌이 나는 이미지를 찾아내 촬영을 마무리했고, 거뜬히 전시에 참여했다<사진일기 중 47~48페이지 일부 발췌>
그리고 4장에서는 찍은 사진 들여다보고 분류하는 방법과 5장에서는 사진과 텍스트의 만남인 사진일기 쓰는 법을 소개합니다.잠깐 책 서두에 쓰인 부분을 소개합니다.사진일기 쓰기전에 당부하는 말인데요
첫째, 사진의 결과에 대해서는 판단을 일단 보류할것
둘째, 충분히 찍을 것
셋째, 찍은 사진을 자주 다시 들여다 볼것입니다.
이점만 유의해서 매일 매일 일상을 담고 그걸 일기처럼 정리하고 수시로 들여다 보다 보면 일상에서 사진재료를 찾는 힘이 길러질 것입니다. 이 책 '사진일기'는 저자가 직접 운영중인 사진 커뮤니티 소속 분들의 진솔한 현장음과 이야기가 있어서 어떤 책보다 부드럽고 포근합니다. 타박하지 않고 그렇게 찍으면 안돼요!가 아닌 왜 그럴까요?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라며 어깨를 두들겨 주면서 용기를 주는 책입니다. 다만 이 책은 너무 뜬구름 잡기 식으로 적은 부분이 있고 어떤 가름침을 깊게 깊게 가기 보다는 설렁거리는 느낌이 있다는 점은 좀 아쉽네요. 분명 제 기준에서는 그런데 초보 생활사진가들에게 있어 이 책은 잠시 쉼표 같은 느낌의 책일 것입니다.따라서 서점에서 이 책 한번 후루룩 들쳐보시면서 몇장 넘겨보시면 이 책의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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