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노신사의 사진 찍어 드릴까요? 한마디에 감동 받다

by 썬도그 2012. 3. 22.
반응형


저 많은 도시를 언제 여행 해보나 하고 긴 한 숨을 쉬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보물 하나를 찾았으니까요. 수원 화성은 집 근처에 있지만 서울 중심으로 갈 줄만 알았지 밑으로 내려갈 줄 몰랐던 저에게 혼구녕을 내는지 아름다운 자태를 뽑냈고 최근 여행중에 가장 행복감을 바리바리 싸와서 저에게 풀어 주었습니다. 

날씨도 좋고 풍광도 좋고 올레길을 걸으러 제주도 까지 갈 필요 없이 수원 화성 코스가 바로 올레길이었습니다.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수원화성, 이 보물을 왜 이제서야 왔는지 스스로 자학을 하고 있었습니다.  




바닥에 포토존을 봤습니다. 
무심결에 이 포토존을 찍고 있었습니다.

"사진 찍어 드릴까요?"
네?  좀 이해가 안 갔습니다.  사진 좀 찍어주세요! 가 아닌 사진 찍어 드릴까요?라니 그 문장의 의미를 해석하는데 좀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진 찍어 드릴까요? 약 2초 후에 그 의미를 알았습니다. 

혼자 혹은 많아야 3명 이상은 출사를 하지 않습니다. 몰려 다니면 그 여행지를 자세히 관찰할 수 없고 올곧이 느낄 수 없기에 
마음 맞는 친구와 조용히 출사를 다닙니다. 

혼자 온 저를 보고 한 노신사 분이  사진 찍어 드릴까요? 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아마 제가 혼자 포토존에서 서성이니까 인증샷이라고 남겨줄까 하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 말을 이해하고 바로 함박미소를 지었습니다. 
많은 여행을 하지 않았지만 이런 제안도 있네요. 보통  '사진 좀 찍어 주세요'라는 말을 하지 사진 찍어 드릴까요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찍어 주겠다는 이 따스한 말은  맑고 푸르고 정갈한 수원 화성 성곽보다 더 포근 했습니다

수원 화성 성곽이라는 보물을 발견 해서 기분이 너무 좋아서 오버페이스가 되었는데 거기에 엑셀을 밟아 주시네요
수원 화성에 대한 흥겨운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습니다.


삼청동이 지금 같이 변질되고 부패되지 않았던 2007년
처음 삼청동 한옥마을을 갔었습니다. 일요일 오전의 삼청동 한옥마을 골목은 아름다움이 점령했었습니다. 

즐거운 여행겸 출사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데 삼청동 복덕방 할아버지가 나오시더니  
"사진 많이 찍었어요?"
"네 많이 찍었습니다"
"예쁘게 담아주세요" 
"네"

이 작은 대화가 삼청동에 대한 즐거움을 증폭시켰습니다.


2008년 여수 대경도에 갔다가 나오는 배에서 
한 할아버지가  관광왔냐고 물으시더군요.  할아버지는 좋은 시간 되었으면 한다는 덕담을 건내 주었습니다.
현지에 사는 분들이면 보통 두리번 거리지 않고 고개도 크게 돌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관광객 답게 고개를 이리저리 획획 닭 처럼 돌리면서 주변 풍광의 먹이감을 찾고 있는 모습을 유심히 보셨나 봅니다

이런 생각을 모아보면 나이 드신 분들이 관광객에 대한 태도가 상당히 부드럽고 너그럽고 푸근합니다.
그 분들이 사는 동네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겠죠.  이게 다 애향심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 곳에서 20년 혹은 30년 이상 사셨을 텐데  이제는 너무 오래 살아서 쉽게 그 동네를 떠날 수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런 분들은 외지인을 반가워 합니다. 
적대감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더 찾아오라고 귓속말 하듯 말씀 하십니다.
그러나 젊은 분들은 이런 말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젊은 사람이 
"관광 오셨어요?"  멋지게 담아주세요 라고 하는게 오지랖 같아 보이기도 하죠. 
어르신들의 이런 따스한 한마디에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외로워서 하시는 말씀이기도 할테고 애향심에서 나온 말이기도 할테고요.   또한 신기해서 말씀 하시는 것도 있습니다

왜 예전엔 카메라가 비싸서 비싸고 큰 카메라 들고 다니면 사진기자나 사진작가로 알잖아요.
그래서 큰 카메라를 보면 외경심이 들기도 할거예요. 이런 모습을 느낄때가 있는데 큰 카메라들 들고 있으면 어르신들이 양반 취급을 하실때가 있거든요

사진가양반. 뭐 찍으러 왔소?
아! 여기가 하도 아름답다고 소문나서요. 동네 구경을 하러 왔어요



이 덕담같은 푸근한 말이 없었다면 수원 화성 성곽 여행은 화룡점정이 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멋진 하드웨어만 체험하고 왔을텐데 다행히 한 노신사의 따스한 한마디에  아름다움이 완성 되었네요

올 봄 수원 화성 성곽길 여행 꼭 한번 해보세요. 저는 3월 말에 정조대왕 행렬 찍으러 또 가 볼까 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