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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거기 좀 나와 주세요."
'누가 또 있나?'
그저 나는 쪼그리고 앉아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을 뿐이고.
"아저씨! 거기 좀 나오라니까요!"
그제야 고개를 돌려보니 한 중년 남자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거칠게 비키라는 손짓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그 소리는 나에게 한말이었다.
....
나도 질수 없었다.
"지금 사진 찍고 있는 거 안 보여요?"
내 말에 출사 무리들이 키득거리기 시작한다. 고작 똑딱이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는다는 게 우스워 보였을까?"
"아직 다 못 찍었으니까 기다리세요."
그리고 그때 난 평생 잊을 수 없을 말을 듣고야 말았다.
"똑딱이로 무슨 사진을 찍는다고."
-나는 똑딱이 포토그래퍼다 중에서 일부 발췌-
왜 그럴까요?
왜 한국사람들은 타고 다니는 자동차 배기량, 사는 동네, 입고 있는 옷, 들고 있는 카메라, 타고 다니는 자전거, 등산길에 만난 명품 브랜드 아웃도어, 들고 있는 핸드백으로 그 사람을 판단할려고 합니다. 아니 판단 해도 됩니다. 판단하는 것 까지 뭐라고 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그 판단을 기반으로 사람을 무시한다는 것 입니다.
아이들이 왜 등골브레이크라는 노스페이스에 열광할까요? 아이들 탓 하기 전에 우리 어른들을 돌아봐야 합니다. 학생들의 노스페이스가 어른들의 명품추종과 스펙 자랑질로 연결됩니다. 아이들은 노스페이스나 몇몇 특정 브랜드에 국한되어 있지 어른들 보세요. 필요 이상의 비싼 자전거타고 뒷동산 올라가는데 수백만원짜리 아웃도어 입고 갑니다.
이게 다 겉모습만 중시하는 천박한 사회풍조가 만연해 있고 그중 일부분이 하이들의 노스페이스입니다.
매일 언론은 노스페이스 비판하지만 솔직히 비판할꺼리는 어른들이 더 많습니다.
전 사진동호회에 활동 안합니다. 할 생각도 없습니다
가봐야 뻔합니다. 카메라 서로 비교하고 얼마네 샀다느니 비싼게 좋다느니 경멸스러운 말들만 할게 뻔합니다.
그리고 출사라치고 몰려다니는 스타일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카메라 기종 보고 찍지도 않은 사진을 판단하는 무리들. 이런 무리들이 많아서 사진동호회나 카메라 동호회에 안갑니다.
사진은 좋은 사람에게서 좋은 사진이 나옵니다. 또한 좋은 카메라에서 좋은 사진이 나옵니다
비싼카메라에서 좋은 사진 나온다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한게 한국 생활사진가의 주류의 생각입니다.
좋은 카메라란? 자신이 가장 잘 다루는 카메라가 좋은 카메라입니다.
정민러브 님은 잘 안다고도 모른다고도 할 수 없는 블로거입니다. 가끔 지나가면서 보긴 했고 워낙 유명한 분이라서 정민러브님의 인기를 잘 알고 있습니다. 네이버 파워블로거이자 2008년인가 사진부분 수상을 했던 분입니다.
이 책은 2010년에 출간된 책으로 좀 오래된 책입니다.
이 책은 두가지가 참 낯선 책입니다.
먼저 이 책은 DSLR 책이 홍수인 세상에서 과감하게 똑딱이라는 컴팩트 카메라라는 사진으로 찍는 자신을 당당하게 내세운 책입니다. 또 하나 낯선 것은 이 책의 화자가 진행하는 화법입니다.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러주듯 구어체로 책 전체를 이끌고 있습니다.
구어체가 편하긴 하지만 이게 낯설고 적응 안되는 분들도 있습니다. 블로그야 모르겠지만 책이라는 매체는 아직 보수적이라서 구어체로 쓰는 것은 마치 남의 일기장을 들여다 보는 느낌이나 낯 간지러운 것도 있습니다. 이 거북스러움만 적응한다면 책은 술술술 읽힙니다.
놀랬습니다.
똑딱이로 찍은 사진들이 이렇게 아름답다뇨. 저도 똑딱이 하나 가지고 있지만 비교가 안될 아니 제 DSLR보다 뛰어난 사진들입니다. 저자인 정민러브님은 기다림이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정민러브님은 저와 비슷한 시기에 카메라를 손에 잡았습니다. 사업실패로 낙심하고 있을때 정민러브님에게 사진은 하나의 탈출구였고 미친듯이 매달렸습니다. 그리고 그 미친 광끼는 사진에 그대로 담기게 됩니다. 사진 한장 한장 넘기면서 정민러브님의 내공의 출중함 그래서 네이버 오늘의 사진으로 수차례 선정되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제 사진을 돌아 봤습니다. 막샷이라고 할 정도로 빠르게 담는 스타일을 돌아보면서 부끄러운 생각은 살짝 들었지만 내 사진 찍는 스타일과 다르기에 크게 반성되거나 부끄럽다는 생각은 안들더군요. 솔직히 저는 사진을 찍기 보다는 어떤 이야기의 삽화 정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의 글을 위한 이미지이지 사진 그 자체에 스토리를 녹여내고 있지 않습니다. 이건 제 변명이지요
가끔은 한장의 사진에 모든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올해는 좀 더 사진에 다시 시간을 투자해보고자 합니다만
워낙 쟁쟁한 생활사진가가 많아서 그 노력을 할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어차피 내 사진의 용도는 제가 잘 아니까요.
아무튼 정민러브님의 사진에는 기다림이라는 고통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그림을 한장 그리는 시간 만큼의 기다림과 열정이 있기에 사진들이 감성적입니다. 어떤 사진은 사진작가의 감성보다 뛰어난데 요즘 사진 트랜드는 기록성이나 재현성 보다는 정민러브님이 추구하는 감성적인 사진이 더 비교우위이자 인기가 많은 사진들이고 그런 이유로 정민러브님은 인기가 많은 블로거입니다.
하지만 책을 넘기면서 의문이 들더군요
이런 장노출 사진을 어떻게 똑딱이로 찍지? 똑딱이의 정의를 어디까지를 똑딱이라고 할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 입니다.
생활언어에서의 똑딱이는 컴팩트 카메라를 말합니다. 수동기능은 없고 무조건 찍~~ 하고 누르기만 하는 똑딱이들
이런 똑딱이도 똑딱이지만 하이엔드급 카메라도 반사경이 없기 때문에 철커덕이라는 찰진 셔터음이 아닌 찍~~ 하는 디지털 셔터음이 나기에 하이엔드 카메라도 똑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하이엔드급 카메라들은 뛰어난 색 재현력과 DSLR못지 않은 화질과 줌에 강해서 화각이나 수동기능을 통해서 DLSR못지 않은 표현력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와 같이 장노출 촬영을 할려면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똑딱이가 아닌 하이엔드 카메라나 똑딱이 카메라중 M모드가 지원되는 메뉴얼 기능이 지원되는 카메라야 찍을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똑딱이라고 말할 뿐 그 기종을 밝히지 않는데요. 홈페이지에 가보니
Ricoh GRD4, Ricoh GX100, 후지필름 F300EXR등이 보입니다. 똑딱이이긴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그 똑딱이는 아니네요. 한마디로 똑딱이이긴 하지만 성능은 DSLR의 표현력과 비슷한 제품들이라고 할 수 있죠. 약간의 배신감? 뭐 그 배신감을 느끼더라도 그 카메라에서 뽑을 수 있는 최고의 사진들을 뽑아내는 실력은 참 대단합니다
독학으로 배운 사진이 이 정도라니 정민러브님의 열정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똑딱이 예찬서입니다. 이 책은 사진은 좋아하지만 DSLR아니면 사진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못난 생각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큰 용기를 줍니다. 물론 똑딱이의 단점도 많고 한계도 많습니다만 그 한계 안에서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현재 정민러브님은 삼성전자 미러리스 NX200을 사용중인듯 한데요. 이 책을 내고 난 후 미러리스 쪽으로 기종 변경을 한듯합니다.
이 책의 주의점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시중에 나가서 10만원대 저가의 메뉴얼 기능도 전혀 없는 정말 전자동만 되는 싸구려 컴팩트 카메라 사서 정민러브님 처럼 찍겠다고 하면 안됩니다. 정민러브님은 똑딱이이긴 하지만 최소한 메뉴얼기능이 있는 카메라를 사용했다는 것, 따라서 이리저리 셔터스피드를 조정해서 찍는 장노출 사진은 찍을 수 없다는 것과 리코 카메라 처럼 필름 감성이 물씬 나는 저가라기 하기 힘든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기에 이 점은 인지해야 할 것 입니다.
하지만 대 전제는 공감합니다. 세상엔 나쁜 카메라가 없다.
사람들이 가끔 저에게 물어 봅니다. 사진 배우고 싶은데 DSLR 어떤것을 사야 하냐고요
저는 말합니다. 폰카로 구도 연습 부터 하고 그래도 사진 하고 싶으면 그때 다시 물어보라고요. 대부분은 미풍의 열정으로 잠시 사진에 관심 있다가 사그라듭니다. 지금 DSLR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겁다고 장롱에 보관하고 있을까요. 차라리 그 돈으로 컴팩트 카메라중에 수동기능이 있는 제품 사서 일상을 기록하는게 더 현명하죠
카메라가 사진을 찍는게 아닌 사람이 사진을 찍습니다. 부디 카메라 자랑질을 넘어 카메라와 사람을 동일시 하는 천박한 풍경들 사라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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