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프로그램 '이주연의 영화음악'에서 뽑은 2011 올해의 영화대상에 놀랍게도 영화 '파수꾼'이 선정되었습니다
라디오 청취자들의 투표로만 이루어진 선정이기에 공신력은 없지만 그래도 영화 마니아들이 듣는 새벽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은 득표수를 '파수꾼'이 받았기에 호기심이 갔습니다. 입소문도 괜찮았습니다. 다운받았습니다. 거금 2천 원을 들여서 다음 영화에서 다운로드하여서 봤습니다.
고등학교 삼총사의 우정과 파멸 이야기
이 영화는 5천만원의 제작비라는 초저예산 영화입니다. 영화는 시작되자마자 불량스러운 학생무리 속의 3명의 주인공이 나오고 한 이름 모를 학생을 구타를 합니다.
희준(포스트 왼쪽)과 기태(포스트 가운데), 동윤(포스터 오른쪽)은 고등학교 삼총사입니다.
영화는 시작하자 마자 기태의 죽음을 아버지의 뒷모습으로 보여줍니다. 아들의 죽음을 되짚어 보는 아버지 그리고 아들의 앨범 속에서 아들과 단짝이었던 희준과 동윤을 발견하고 둘을 찾으러 나섭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 친구인 희준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고 또 한 친구는 연락조차 되지 않습니다. 이 삼총사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이 영화는 이렇게 세 친구의 1년 동안의 우정과 파멸에 대한 이야기를 바닥에 깨트려 놓은 후에 깨진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형식을 띠는 영화입니다.
이 세친구는 단짝 친구로서 학교뒤에 있는 철로에서 야구를 하면서 우정을 쌓아가죠.
그러다 기태가 변하기 시작합니다. 어머니가 없다는 사실 그래서 남들 앞에서 집안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 기태
그런 모습을 수근거리는 친구들,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보통과 다른 모습을 잡아내는 데는 선수들입니다.
그 수근거림에 자존심 상해하는 기태. 기태는 학교 최고입니다. 싸움도 무척 잘하죠. 하지만 기태 친구인 희준과 동윤에게는 막연한 친구처럼 잘 지냅니다. 하지만 기태는 그런 수군거림 자신을 놀리는 듯한 표정 혹은 어머니가 없는 아이라는 놀림을 무척 싫어합니다.
영화는 근래의 과거와 오래된 과거를 들락거리면서 그들의 파멸기를 미스터리 스타일로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어떻게 보면 기태(이제훈 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리야리하고 여자다운 외모의 기태가 어느 순간부터희준과 동윤 특히 희준에게 날카로운 이빨을 들어내 보입니다.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을 건드리지 말라고 방어기재가 발동한 것이죠. 그렇게 그렇게 기태는 두 친구와 멀어져 갑니다.
기태는 어머니가 없다는 불안감이 학교생활에도 나타납니다.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인 단짝 친구인 희준에게 손지검을 합니다. 학교 짱이라는 병풍도 있고 힘도 쎈 기태, 그런 기태에 놀란 희준은 기태를 거부합니다. 거기에 동윤마저 기태의 변한 모습에 크게 놀라면서 화를 냅니다.
이렇게 기태는 자신도 모르게 악의 세계에 물들게 되고 그 악의 세계에 물드는 것을 누구하나 잡아주지 않습니다.
자신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그만! 여기까지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냥 떠나고 못본척 하는 어른들처럼
공원에서 담배 피우는 중고등학생을 보고도 못 본 척 진나 가는 어른들처럼 기태에게 제동을 걸어주기보다는 그냥 못 본 척 안 본 척 모른 척 피해 버립니다
호밀밭의 파수꾼과 같은 파수꾼이 필요한 세상
대구 중학생, 대전 여고생 그리고 수많은 학생들이 폭력과 왕따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생이라는 어른들과 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의 고통을 보지 못했습니다. 아니 봤어도 학교 시끄럽다고 덮기 급급했습니다. 어른들이 파수꾼이 되지 못하는 세상
이 영화는 J.D 샐린저가 쓴 고전 명작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이름을 차용한 영화입니다.
아이들이 노는 호밀 들판에 서서 호밀 들판에서 뛰어놀다가 호밀 들판 끝에 있는 절벽에 아이들이 너무 다가가면
붙잡아서 절벽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지켜 주는 게 꿈이었던 소설 속 주인공의 말처럼 파수꾼이 없는 한국 학교의 현실을 반영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런 경험들 다들 있을 것입니다.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단짝 친구였고 삥도 같이 뜯기고 했던 그 친구, 그 친구가 고등학교를 다른 학교로 가더니 이상하게 변했습니다. 삥을 뜯기던 친구가 삥을 뜯었다는 소리를 우연히 동네에서 만나서 무용담으로 말하는데 그 친구가 무서웠고 그 변한 모습에 놀랐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건 나쁜 행동이다라고 따끔하게 지적했어야 하는데 자주 볼 수도 없고 가끔 보기에 그냥 넘겼고 그렇게 고등학교를 지난 후에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습니다.
지금 뭘 하고 사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그 친구를 잡아 주었다면 어땠을까?
아이들은 백지와 같습니다. 특히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 시기에는 유치원생의 착한 심성과 들개의 이빨을 모두 갖춘 불안정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는 조금만 잘못 나가면 인생 망칠 수도 혹은 망칠뻔한 인생을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누군가가 뒷덜미를 잡아서 절벽에서 끌어올려 주면 또 그렇게 사회에 잘 적응하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기태는 그 파수꾼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친구가 외면하고 세상이 그를 외면했습니다
리틀 박해일, 이제훈의 발견
이제훈이 연기한 기태는 이제훈이 없었다면 아니 이 영화는 이제훈이 없었다면 좀 밋밋한 영화였을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 속 보석은 이제훈입니다. 이제훈을 광고에서 처음 봤습니다. 강아지를 안고 한효주에게 내가 이제훈이다~라고 말하던 귀티 나는 귀공자 타임의 배우, 그리고 이 배우를 처음 영화에서 본 게 고지전입니다. 고지전에서 이제훈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나는데 걸출한 신인 하나 나타났구나 할 정도로 무척 뛰어난 연기와 함께 아주 잘 생겼다고 할 수 없지만 느낌이 좋은 배우임을 인지하게 되었죠
올해 청룡영화상에서 신인남우상을 받은 것으로 아는데 당연히 이제훈이 받을 만했습니다.
이제훈은 소년성을 잘 연기했습니다. 여리고 여린 소년의 이미지와 조폭과 같은 날 선 모습, 이 천사와 악마의 모습을 다 보여주는데 이빨을 드러낼 때는 영락없는 학교 최고이고 날 다시 쳐다봐 달라고 눈물을 흘릴 때는 어리디 어린 소년의 맑은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두 배우의 연기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세명의 남자배우 모두 연기가 괜찮았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 장소도 다양하지 않고 10개도 안 되는 장소에서 모든 신을 찍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자체가 지루한 영화입니다. 그래서 감독은 이 영화를 순차적인 시간의 흐름으로 담지 않고 시간의 역순 혹은 파편화된 시간들을 껴 맞추는 퍼즐 형식으로 다루어서 과거와 현재와 과거가 계속 혼재되어서 보여줍니다.
관객에게 왜?라는 물음 왜 죽었는데? 왜 사이가 틀어진 건데라는 물음을 하게 하는데 다 보고 나면 줄거리는 특별한 게 없습니다. 이런 퍼즐식 구성과 3명의 남자배우의 연기가 없었다면 이 영화 상당히 지루한 영화였을 수도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몽둥이보다는 관심을 가지는 게 가장 큰 치유방법
요즘 학생들은 선생님들을 친구 밑으로 생각합니다. 고리타분하고 말이 안 통하는 어른들의 아이콘이라고 생각하죠
아이들은 말이 통하는 친구의 말은 귀담아 들어도 선생들의 말은 거의 듣지 않죠.
학생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선생들은 몽둥이로 팹니다. 하지만 그 몽둥이 보다 관심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켜보는 노력, 그 노력부터 선행되지 않으면 그 매질도 사랑이 아닌 자기 스트레스를 풀려는 폭력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기태는 다 필요 없었습니다.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 준다면 그거면 됐습니다. 학교 짱도 그래서 된 것입니다.
야구선수가 되면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말하던 기태, 어쩌면 이들의 파멸에는 애정과 관심의 부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요? 관심이 없으니 오해가 생기고 오해를 풀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이 영화는 청룡영화제 신인감독상도 받았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연출력은 뭐 그다지 뛰어나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신인감독상은 모르겠으나 기태의 변화가 단지 어머니가 없는 아이라는 놀림 같은 시선 때문에 시작된 건기 그게 설득력이 있는지는 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물론 이 시나리오도 누군가의 경험에서 나온 시나리오겠지만 그 공감대가 클지는 모르겠네요. 저도 비슷한 친구가 한 명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죄도 없는 친한 친구를 팹니까?
지적할 정도는 아니지만 좀 더 설명을 해주었으며 하지만 이 영화는 말줄임표가 너무 많은 게 좀 아쉽습니다. 어느 정도를 넘어선듯한 느낌입니다.
영화 파수꾼, 학교 선생님들과 우리 어른들이 꼭 봤으면 하는 영화네요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폭주하는 청소년을 그냥 외면하지 말고 너 지금 지뢰밭에 있어! 혹은 앞으로의 인생을 미리 보여주거나 혹은 표지판이 되어서 그리로 가면 낭떠러지인데라고 안내해 주는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낭떠러지로 가는 아이들을 발로 차서 절벽 밑으로 떨어지라고 밀어버리고 징계와 처벌이라는 무관심병에 걸린 어른들이 봤으면 하네요
파수꾼은 보는 게 일입니다. 보다는 두 가지의 영어단어가 있죠. See와 Look
See는 그냥 스쳐 지나가듯 보는 것입니다. 공원에서 담배 피우고 술 먹고 있는 청소년을 보고서 그냥 지나치는 시선이 바로 See입니다. Look은 그 모습을 보고 타이르거나 눈을 크게 뜨고 계속 지켜보는 게 Look입니다. 학교에서 집에서 아이들을 지켜보셨으면 합니다. 말을 안 해도 좋습니다. 그냥 보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하는 행동을 유발합니다.
불량 학생들을 악마로 규정한 시선은 폭력적입니다. 분명 그들은 악마 같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꺼풀만 벗기면 그들도 어린 소년 소녀들이죠. 따라서 잘 교화시키면 착한 학생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교화의 과정을 과연 제대로 하고 있을까요?
무조건적인 용서가 아닌 교화로 새로운 사람으로 만드는 게 진정한 복수가 아닐까요?
이렇게 말하면 폭력학생들 옹호한다고 돌팔매질 나아오겠네요. 아무튼 영화 파수꾼은 파수꾼이 없는 세상. 절벽으로 질주하는 청소년들의 영혼을 그대로 잘 담은 영화입니다. 이제훈! 이 배우를 지켜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