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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전시회

나를 울컥하게 만든 추억의 군 사진전

by 썬도그 2011.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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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였죠. 가을 찬바람이 살짝 불던 때였습니다.  진주에 있는 공군교육사령부에 가기 위해 전철을 타러 가기위해 대문을 열고 동네 뒷산을 넘어 가면서 어머니에게 잘 갔다 오겠다고 인사를 드리는데 울컥하게 되더군요.

아~~~ 보고 싶고 하고 싶고 사랑하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감옥같은 군대에 가는 모습은 마치 도살장을 끌려가는 소 같았습니다. 긴 한숨속에 그렇게 30개월의 군생활을 보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추억이라고 하지만 다시는 그런경험 하고 싶지 않습니다.
군대에서 배운것은 아픔과 상처뿐이었습니다.  청춘의 30개월은 그 어떤 나이때 보다 소중하고 귀중한 시기인데 그 시기에 군대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정말 참혹스럽기만 합니다.

뭐 남자라면 군대에 꼭 가야한다. 군대갔다와야 사람된다는 그런 사탕발림 소리는 참 많이 들었죠. 그러나 군대 갔다 왔다고 사회에서 군대가산점 대우도 안해주고  경력 인정도 안해주고 그냥 썩다 오는게 현실입니다.

거기에 돈 있는 집안 자식들은 군면제다 방위다 요즘은 공익으로 다 빠져나가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덜하지만 90년대 초만해도  의심스러운 군면제 연예인들 참 많았고  정치인같은 거물급 아들들은 알게 모르게 다 군대를 잘 뺍니다.  

제가 군대가 싫은 이유는 그것입니다. 힘없고 빽없는 정말 성실하게 사는 필부필부의 아들들이 군대에 간다는 것이죠.
위정자들이 일으킨 전쟁에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들이 전쟁터에서 총에 맞고 죽습니다.

자기만 살겠다고 한강다리 끊고 도망간 이승만 대통령과 같은 사람들을 보면 정말 치가 떨립니다.  
현 정부의 대통령, 국무총리, 국정원장등 대부분의 장관들이 군대를 갔다 오지 않는 모습, 전 한나라당 대표는 행방불명이라는 이유로 군대 갔다 오지 않는 모습속에서 화가 안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천안함 어쩌고 연평도 어쩌고 하면서 국방에 대한 이야기를 뻔뻔스럽게 합니다.
어제 본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에서  어린 장남이 혼잣말로 말합니다.  아빠도 거짓말도 하고 우리들에게 하지 말라고 하는 행동을 아빠는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 우리에게는 못하게 한다고' 분노어린 시선으로 아버지를 쳐다 봅니다.  


한국군대의 수장이라는 국군통수권자가 군대에 갔다 오지 않는 모습.  너무 화가 나지요

국방부라는 관료집단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그냥 지나갈려고 했습니다. 국방부에서 주최한  추억의 군사진전
 


하지만 인생선배님들의 추억의 군시절 땀내나는 그 사진들이 보고 싶어서 꾹 참고 들어갔습니다. 
추억의 군 사진전은 11월 7일 까지 인사동 관훈갤러리에서 전시됩니다.




관훈갤러리는 고풍스러운 3층짜리 건물인데 1,2,3층 모두 추억의 군 사진전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사진전은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들이 아닙니다.  군시절에 찍은 지갑속에 있는 사진들과 군대에서 찍은 사진들을 기증받아서 전시를 했습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용사들과 90년대의 군대시절을 담은 사진까지  전쟁을 앞두고 찍은 혹은 휴가때 집에서 찍은 혹은 연병장에서 내무반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사실 군대와 사진은 별로 친한사이는 아닙니다. 공식적으로는 사진 찍으면 안되죠. 그러나 몰래몰래 다 사진을 찍습니다. 군대는 보안이 중요하기에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저도 군 30개월중에 사진 찍어본것이 손에 꼽네요. 장교가 카메라 가져와서 찍은 것이 있고 훈련소에서 부모님에게 보내주기 위해 찍은 사진이 전부입니다. 

이은주 전시기획자의 기획이 아주 좋네요.  프로파간다의 사진들만 가득한 군사진,  용맹함을 과장하고 증폭시키는 정말 건조한 사진들만 보다가 일상을 그대로 담은 비공식적인 수첩속 사진을 모아서 전시를 하다니 너무 멋진데요

어린시절 아버지가 군대에서  견인포 옆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군대이야기 밤마다 들었던 어린시절이 떠오릅니다. 



1층에는 한국전쟁 참전했다가 전사하신 분들의 유품인 물통, 숟가락등 발굴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군대가면 저런 사진만이 공식적인 사진이었죠. 







이 사진은 공군소령분이 기증한 사진인데요.  무스탕기에서 한것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장교들이라서 그런지 포즈가 세련되어 있네요. 사진이라는 문화를 많이 접해 본듯 합니다.  이 사진속 주인공은 51년 한국전쟁때 참전해서 전사를 했습니다

이 추억의 군사진전은 웃다가도  설명문에 전사라는 단어가 찍혀 있어서 순간 미소를 멈추게 됩니다. 아니 저렇게 밝게 웃고 계시는데 전사라니. 사진은 죽음을 담지 못하기에 그럴 수 있지만 그런 괴리감에 마음이 참 심란해졌습니다. 



2층 계단을 올라고 있는데 이 사진에 순간 멈춰섰습니다. 
철모를 쓴 군인과 뒷짐을 지고 한복을 입은분도 보이고 어머니인듯한 분이 쪽진 머리를 하고 있습니다

전 이 가족사진에 걸음을 멈추고 순간 울컥해졌습니다.
이렇게 행복한 가정인데 전쟁이 가족을 파괴하고 누군가를  데리고 갔습니다.  어머니의 안좋은 표정이 눈에 들어오고 누구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여자분이 천진스럽게 카메라를 응시합니다. 




50년대 사진들은 대부분 전사라는 설명에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한국전쟁은 전쟁사중에서도 참혹스러운 전쟁이었다고 하죠. 사망자도 많고  민간인 사망자도 참 많았던 전쟁이고 그 전쟁은 지금 휴전상태입니다. 



한국전쟁 전사가 유해발굴사업은  빨갱이 정권이라던 김대중 정권때 시작했습니다.
이전 군사정권이나 문민정부때는 전국 산야에 묻힌 국군장병들을 쳐다도 안봤습니다.  그들을 찾고 높은곳에 모시는 작업을 아이러니 하게도 보수세력들이 빨갱이라고 하던 김대중 정권이 시작하죠.  



육군은 추억록이라는게 있나 보더군요. 전역할때  같은 내무반 소대원들이 만들어서 준다고 하는데요. 군 3년동안의 추억을 고이 앨범처럼 담아서 주나 봅니다.

공군은 이런 문화가 없어요. 그냥 쿨하게  전역선물 받고 끝납니다.   




제 수첩에도 전역증이 항상 있습니다. 
그게 뭔 자랑은 아니지만  자유의 해방증표 같아서 가지고 다닙니다.  저거 하나 받으면 천국으로 가는 것 같고  군시절 처럼만 열심히 살면 꼭 성공할것 같았는데  그 생각은 1년만에 다 깨져버리죠.  

뭐 이등병 시절처럼 평생살면 모두 성공하겠지만 망각의 동물인 사람들은 그걸 다 까먹습니다. 
정말 군대가서 성공하는 법을 배운다면 병장으로 입대해서 훈련병 시절로 전역하면  모두 성공할 걸요. 문제는 병장때 뱀처럼 흐느적 거리다가 전역해서 문제죠 ㅋㅋ

친구들이 모두 군 전역후에 여름에 놀러갔는데  바로 옆에 있는 물건 좀 서로 갖다 달라고 말하더군요
다들 말년 병장 마냥  좀 일어나서 집으면 될것을  친구에게 던져달라고 하고 ㅋㅋ  


저를 울컥하게 만든 사진이 걸려있었습니다. 




부친임전상서. 이 글에는 국군 성영식이 전투에 임하는 강인한 비장미가 가득합니다
그 비장미와 함께 고향에 계신 부모님 조카 걱정을 하며 농사일을 잘하는 것이 나라와 국가를 돕는 것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전쟁이 한국전쟁을 먼어서 세계의 전쟁임을 잘 알고 있고요

중공군을 육박전으로 무찔렀다는 좋은 소식도 담고 있습니다.

  육군, 고종석, 군번없는 용사
입대년도 미상, 전사년도 미상, 6.25참전, 전사
150 x 84cm, Digital - C print 

전쟁중 휴가를 나온 고종석과 가족들의 마지막 사진
왼쪽부터 어머니, 조카, 누이동생, 형님

마음이 더 안좋아졌습니다.   이런 순국선열들이 있기에 지금의 한국이 있을 수 있었겠죠.  





얼마전 전시에 사망한 국군장병에 대한 보상금이 5천원을 주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여론이 들끊자 국방부와 보훈처는 서로 네탓공방을 하던데요. 하여튼 펜대나 굴리는 사람들은 왜 그리 철이 없나 모르겠어요
5천원이 뭡니까? 나라를 지키다가 자기 목숨을 잃은 분들에게  5천원이라뇨. 


사진속 군인들은 항상  유쾌하죠. 흐트러진 모습속에서 저들이 20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얼마나 혈기 왕성한 나이에요. 




90년대 사진들은  많이 유쾌한 사진들이 있어 무거운 마음을 다래주었습니다.


3층은 '미디어설치미술가 이진준의 작품 The room of Memory가 펼쳐집니다. 3인의 참전용사의 이야기를 여동생과 형수 아들이 증언을 해줍니다. 저 분은 한강철교 다리 폭파를 한 이야기를 하시는데 한참 듣다보니 너무 젋으신듯 했습니다.
한국전쟁 참전했으면 최소 80살이 넘으셨을텐데 너무 젊어보여서 봤더니 아들이시네요.

증언의 내용중 제 가슴을 울리는게 있었습니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을 겪으면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에 살다가 전쟁이 끝난 후 하루하루가 즐거웠고 즐겁게 살았다고 하시네요.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난 자만이 알 수 있는 희열이죠

 인사동에 가시면 한번 들려보세요.  아주 좋은 사진전입니다.  국방부가 프로 사진작가 모셔다가 찍는 그런 프로파간다식의 화보 같은 사진전보다  훨씬 가치있는 사진전입니다. 저런 고귀한 분들이 있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 입니다. 


전시명 : 추억의 군사진전
어디서 : 인사동 관훈갤러리 
http://www.kwanhoongallery.com/ 

언제까지 : 2011년 10월26일 부터 11월 7일까지
관람료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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