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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135km의 밋밋한 직구 같은 영화 투혼

by 썬도그 2011.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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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도 그닥 많지 않지만 그렇다고 의뢰인 같은 법정 드라마 보고 싶지도 않고 해서 고른게 '투혼'입니다.
올해 LG트윈스가 반짝 1위를 잠시 할때 내 안에 있던 야구에 대한 욕망이 봉인해제되었고  이후 지금까지 야구를 매일같이 봤습니다. 그러나 허망하게 칠쥐 혹은 꼴쥐라는 LG트윈스의 막장 드라마에 화가 났습니다.

새로운 감독이 욕을 바가지로 벌컥벌컥 마시자 못한 LG프런트들은 자유게시판을 폐쇄했습니다. 아주 더러운 꼼수들이죠
그러고도 최하 1만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오는 관중에게 어서옵쇼! 라고 할 수 있는건지요.

무슨 프로야구단이 자기들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에라이 퉤~~~~

야구 이야기만 하면 흥분하게 되네요.
 
야구를 좋아해서 그냥 투혼을 봤습니다. 야구장이 나온다는 이유로 봤죠. 대충 내용은 들었습니다. 

 

그렇고 그런 진부한 이야기

 
내용은 그겁니다.

왕년에 잘나가던 야구선수가 바람피고 사고나내고 다녀다 퇴물이 되어서 흥청망청 살다가 부인이 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 돌아온 탕자가 된다는 이야기죠. 이런 스토리는 진부합니다. 마르고 닳도록 들었고 귀에 딱정이가 달라 붙을 정도로 수번을 보고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본 이유는 그런 진부한 스토리라도  깨알같은 조연들의 활약과  곁가지 이야기들이 큰 변주가 되어서 관객 눈동자를 흐려놓게 하는 이야기라면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 영 맘에 와 닿지가 않네요. 스토리가 진부한데 눈물 쏙 빼는 이야기는 눈물이 흐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건 저의 이야기고 뒷줄에 앉은 여성관객은 연신 훌쩍거리더군요.  여자분들에게는 이 신파가 먹힐지 모르겠지만 전 모든게 어설프고 약하고 투박스러워서 그냥 시큰둥하게 봤습니다.

다만 마무리가 뻔하지 않게 끝난것은 좋긴 하지만 너무 느린 135km 직구여서 관객이 속지도 않습니다. 

 

어색한 사투리와 남자 아역배우의 연기가 좀...


이 영화는 김주혁과 김선아가 주연한 배우입니다. 두 배우가 라디오와 TV에 나와서 홍보를 좀 하더군요.
김주혁이야 원래 연기를 잘한다고 칭찬 받던 배우고 호감도도 높은 배우라서 무리없이 연기를 합니다. 체격이나 여러가지를 봐도 투수 같아 보입니다.  다만  초반의 사투리가 착착 감기지 못하는 모습은 좀 그렇더군요.  제가 부산사람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초반의 김주혁의 사투리는 좀 어색합니다.   정말 부산사람이 하는게 아닌 억지로 흉내낸다고 해야 할까요?

반면 김선아는 대단합니다. 부산여자가 따로없습니다. 뭐 서울사람이 부산사투리 평하는게 웃기는 모습이지만 저에게는 그렇게 들렸습니다.  두 남녀주인공의 연기는 나무랄데가 없습니다. 특히 김선아의 연기는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죠

그런데 남자 아역배우는 연기가 참 별로입니다. 보지 않은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김탁구 아역으로 나왔다고 하고 부산출신 아역이라고 하는데 이상하게 부산사투리가 어색합니다. 감정이입할려면 교과서 읽는듯한 연기에 감이 뚝뚝 떨어집니다.  


그나마 전민서양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렇게 귀여운 아역배우가 있다니. 영화 내내 저런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기도 잘하고 귀엽고 깜찍한데요.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뚱하게 보고 있던 제 눈에서 눈물이 고이게 한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참 약점이 많은 영화 '투혼'

 

이 영화는 참 약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먼저  진부한 스토리는 태생적인 약점이죠. 저는 이 약점을 알고도 그래도 조연들이 생물처럼 움직인다면 진부함에 깨소금을 쳐줄것 같았지만  조연들은 모두 활력이 없습니다.  그나마 조잘조잘 떠드는 박철민이 영화를 살려놓았지 나머지 조연들은 존재감도 없습니다.  

영화에서 윤도훈(김주혁 분)이라는 퇴물 투수와 갈등관계를 가지는  롯데의 스타급 선수이자 후배와의 갈등구조도 맥없이 이어집니다.  충분히 긴 호흡으로 세세하게 담았으면 좋으련만 그런것도 없습니다. 이렇게 조연들이 모두 살아움직이지 못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신파 스토리에 집중하게 됩니다. 

뭐 신파 스토리가 너무 강해서 조연들이 죽은것도 있겠죠.
또한 이 영화는 야구영화가 아닙니다. 야구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지만  야구를 세심하게 담지도 않습니다. 그냥 야구는 신파스토리의 하나의 소재일 뿐입니다. 다만 긍정적인 면은 야구를 담은 표현력이 무척 좋다는 것입니다.  블루스크린을 대고 크로마키 촬영으로 인공적으로 야구장을 꽉 채웠겠지만 티가 크게 나지 않습니다.  또한 역동적으로 야구선수들의 플레이를 담은 것도 고무적입니다.  하지만 야구영화가 아닙니다. 야구의 그 디테일함이 없습니다.

야구가 좋은 이유는 심리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축구는 멈춤없이 계속 흐르기에 심리나 예상 예측을 할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야구는 다음공을 커브냐 직구냐 혹은 안쪽이냐 바깥쪽이냐 하는 기다림과 예측의 싸움입니다. 기본적으로 타자와 투수의 수싸움이고 크게는 감독과 감독의 수싸움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 '투혼'은 그런 수싸움이 거의 없습니다. 있는게 빈볼시비정도이죠.
그러다보니 윤도훈이 아내를 위해서 공을 던져도 큰 감흥이 없습니다.  

 

김상진 감독의 전성기가 지난 135km의 직구같은 영화 

90년대 초중반  LG트윈스에 김기범이라는 좌완투수가 있었습니다. 이 선수는 공의 스피드가 최고 135km 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곧잘 승리를 하곤 했습니다. 노련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135km로 공을 던지면 다 얻어 맞습니다.
최소 140km 이상은 내야 1군 선발투수로 나올 수 있습니다.  그 만큼 타자들의 수준이 높아진것이죠.

누가 감독인지도 모르고 봤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 이름이 나올때  김상진이라고 뜨더군요.  인터넷으로 확인해보니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라는 영화를 만든 그 왕년에 잘나가던 감독 김상진이네요.

'주유소 습격사건'의 그 김상진 감독이라니.  한때는 김상진이 만들었다하면 닥치고 볼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영화속 주인공처럼 퇴물이 되어가는것 같습니다. 최근에 만든 '주유소 습격사건2'도 망해버려서 더 그런것인지 모르겠지만  코메디 전문 감독이 왜 신파극을 들고 나왔을까? 그래서 영화가 좀 이상했나? 라는 생각마져 듭니다.

자신의 장기인 코믹영화 대신에 신파극이라니.  자신의 전공과목이 아니라서 그런지 영화는 많이 웃기지도 않고 울리는 장면만 계속 나옵니다. 특히 후반에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이 계속 줄기차게 나오는데 여성관객들은 펑펑 울만한 장면이 쏟아져 나옵니다.  저는 그런 뻔하고 신파적인 스토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어디까지 가나 지켜보니 넉살 좋게 다 풀어 놓네요. 그렇다고  상투적인 수법으로 신파를 담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분명 커브를 예상했는데 직구가 들어오는 기만적인 공이 들어오지만  그 공의 속도가 135km라서  누구나 쉽게 쳐낼수 있습니다.


 
좀더 세련되고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더 많았으면  좀 더 감정이입 할 수 있게 캐릭터들에게 생명력을 넣어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은 영화입니다.   좀 시니컬하게 영화감상기를 적었지만  이 영화 적당히 웃기고 적당히 울리는 영화입니다.  도가니라는 가슴 아픈이야기에 힘이 드셨다면  이 영화로 따뜻한 마무리 해도 좋을듯 합니다.

꼭 보라고 할수도 없고 꼭 보지 말라고 하기도 힘든  가을야구인 플레이오프 탈락팀끼리 야구경기하는 영화 같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더 하자면  영화에서 야구를 다루면 왜 죄다 롯데입니까?  해운대는 지역특성상 그렇다고 쳐도 또 롯데팀이 나오네요. 부산팬들이 열성적이기에 흥행의 노림수인지 아님 제작사인지 배급사인지 모르겠지만 롯데시네마 마크를 달아서 인가요?  어색한 부산사투리말고 그냥 서울팀으로 설정하고 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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