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깔깔깔 ㅋㅋㅋㅋㅋㅋ"
영화관은 박장대소는 많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웃음소리가 가시지 않았습니다. 과묵하고 웃음끼 없고 풋~ 하는 비웃음이 더 많은 저도 3번을 소리내서 웃었습니다. 웃으면서 놀랬습니다. 어~~ 내가 영화보면서 최근에 웃은적이 있나?
영화 완득이는 웃음이 멈추지 않는 영화입니다.
오늘 지인이 준 시사회 티켓으로 완득이를 봤습니다. 내일 개봉하는줄 알았는데 10월 20일 개봉이네요. 무려 2주전에 보게 되었네요. 영화를 보고 집으로 향하면서 티켓을 준 지인에게 연신 꾸벅꾸벅 절을 했습니다. 좋은 영화 보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멘트를 보냈죠
올해 본 영화중 최고의 영화라고 메세지를 보냈는데 절대 아부성 멘트가 아닙니다. 정말 올해 최고의 영화였습니다.
완득이는 청소년소설입니다. 만화같은 표지가 눈에 쏙 들어왔던 2008년도의 베스트셀러였죠.
한번 읽고 싶었던 소설인데 읽지 못했네요. 책 내용은 자세히는 모르지만 완득이가 혼혈아이고 킥복싱을 한다는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책 소개하는 TV프로그램에서 살짝 귀동냥을 했습니다. 소설은 어떤지 모르지만 영화는 정말 올해 최고의 영화였습니다. 제가 좀 흥분했네요. 하지만 아직도 얌마! 도완득이 귀와 눈에서 떠나지 않네요.
삐뚤어질 가능성이 다분한 문제아 인자가 많은 도완득
이 영화는 캐릭터 영화입니다. 액션이나 다이나믹하고 거대한 서사가 담겨진 영화가 아닙니다.
각 캐릭터가 그리는 인물들이 중심이 되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도완득입니다.
완득이는 지방 카바레에서 춤을 추는 곱사등이 아버지와 어렸을때 이혼도 하지 않고 아버지와 완득이를 떠난
필리핀 엄마의 아들입니다. 다문화가정의 아들이죠. 가난함은 필연이자 운명적으로 달고 있는 완득이입니다.
완득이는 주먹질을 잘하는 고2학생입니다. 아버지는 지방 카바레가 장사가 안돼 문을 닫자 완득이를 데리고 서울로 올라옵니다. 아버지를 유일하게 어른으로 대하는 약간 모자른 그러나 아버지의 춤 수제자인 민구삼촌과 함께 옥탑방에서 삽니다.
가난하고 장애를 가진 아버지와 가난을 등에 업고 사는 삐뚤어질 인자를 모두 갖춘 고2학생이죠.
완득이는 예상대로 공부도 못합니다. 친구도 없고 학교에서 맨뒤에 앉아 있는 문제아이죠.
이런 완득이의 삐뚤어짐을 막아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바로 동주(김윤석 분)라는 담임입니다.
아버지가 서울에 올라와서 민구 삼촌과 행상을 하다가 지역을 다스리는 왈패들에게 행상 물건을 뺐기는 모습을 모자 날아차기로 왈패들을 물리칩니다. 그날 밤 아버지에게 주먹을 썼다면서 맞습니다. 그 모습을 옆집에 혼자 사는 동주라는 담임이 봅니다
"완득아! 내일 학교에서 보자"
완득이는 문제아지만 그렇다고 담배피고 술먹고 뿅카를 타는 타락한 학생은 아닙니다. 주먹을 잘 쓰긴 하지만 아버지의 말을 잘 따라는 착한 학생이기도 하죠. 다만 아버지를 욕하면 불같이 쏟아 올라서 응징을 할 뿐입니다.
완득이는 동네 교회에서 항상 기도를 합니다.
"똥주좀 죽여주세요"
얌마 도완득을 달고 사는 무례하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똥주 담임
똥주라고 불리는 완득의 담임선생님 동주(김윤석 분)은 그런 완득이의 모든 것을 다 압니다. 아버지가 장애가 있고 조금만 잘못하면 완득이가 불량 청소년이 될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면서 터치를 합니다
"얌마 도완득" 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동주라는 담임선생님은 직설적이고 직관적이고 둘러 말하는 법이 없습니다. 될성 싶은 학생만 공부하라고 하죠.
야간 자율학습도 대충 감독합니다. 공부할 놈은 공부하고 안할놈은 하던지 말던지 관심이 없습니다.
가난이 쪽팔린것이 아니고 가난이 쪽팔리다고 굶어죽는게 쪽팔린것이라고 말하는 실용주의적이고 현실적인 말을 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동주라는 담임은 완득의 모든것을 알고 있고 심지어 완득이도 모르는 완득이 어머니 이야기를 완득이에게 말할 정도입니다.
영화에서 완득이 아버지가 무채칼을 장돌뱅이처럼 지방시장에서 파는 것까지 같은 반 학생들이 있는데 말할 정도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아니! 저 선생님 너무 무례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동주담임은 따끔한 한마디를 합니다.
"사지 멀쩡해서 집에서 빈둥거리는 것 보다 몸은 불편하지만 열심히 사는것이 뭐가 쪽팔리냐고 말합니다"
전 이 영화를 보면서 완벽한 캐스팅에 놀랐습니다.
동주라는 담임을 김윤석이 아니면 누가 저렇게 능청스럽고 자연스럽게 연기 할 수 있었을까?
송강호 정도가 생각이 났지만 송강호 보다는 딱 김윤석이 적격이라고 생각되네요. 특히 야간 자율학습이 아닌 야간 자율강제학습이라고 따지듯 동료선생님에게 말하면서 치약 뚜껑을 떨어트리는데 그게 애드립인지 연출에 있던건지 헤깔릴 정도로 자연스럽게 연기합니다.
똥주같은 담임을 학창시절 본적이 있습니다. 그 선생님은 학생을 포기하는 법이 없습니다. 폭력을 싫어하지만 다른 선생님은 문제학생을 포기해서 자던 말던 떠들지만 말라고 하는데 그 선생님은 매로 패면서 결국은 사람을 만들더군요.
뭐 매도 사랑의 한 방편이라고 하는 논리에 찬성하지 않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한 깡패같던 학생이 매로 새사람이 되는 과정을 봤던지라 매도 무조건 부정할수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보통의 개과천선을 다룬 영화들은 매질보다는 헬렌켈러처럼 끊임없는 사랑으로 교화시키지만 이 영화는 그런 동화책속 방식보다는 매로 다스리면서도 애정을 놓지 않는 따뜻한 모습을 그립니다. 사랑의 매와 폭력의 구분점은 그게 아닐까요?
폭력은 그 순간만 넘길려는 단발적인 것이라면 사랑의 매는 지속적이고 애정을 바탕으로 한 매질이라고요. 궤변이긴 하지만
똥주담임의 모습을 보면서 저 선생님에게 맞는다면 100대라도 맞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의 키팅선생님 같은데 매를 든 키팅선생님이라고 할까요
완득이라는 영화의 매력은 똥주 담임에게서 많이 나옵니다. 키팅선생님의 폭력버젼이라고 할까요? 저런 선생님 또 없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겉치례나 위선을 다 집어 치우고 현실적인 이야기와 인본주의적인 말을 많이 합니다.
이 영화의 웃음 5할은 똥주 담임이 담당하고 3할은 완득이 그리고 나머지 2할은 옆집 아저씨(김상호 분)이 담당합니다.
쪽방촌은 아니지만 다닥다닥 붙은 연립주택이다 보니 사람 말소리가 이웃집에 바로가서 꽂힙니다. 보통은 이런 소음이 잠시 스치듯 지나가기에 그냥 참죠. 하지만 이웃집 아저씨는 이걸 못찹습니다. 이웃집 옥탑방에 사는 완득이네와 동주 담임의 옥탑에서의 대화조차도 못참아 합니다.
완득아! 나 담임이다. 문좀 열어줘~~ 이 말에 옆집 아저시(김상호)는 완득아~ 제발 열어저 잠좀자자 좀~~
김상호의 연기는 참 대단합니다. 미친존재감은 스크린을 장악하고 남을 정도인 씬스틸러입니다. 김상호가 나오면 관객들은 벌써부터 킬킬거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웅다웅 사는 서울의 서민들이 사는동네가 영화의 주무대가 됩니다.
곱사등이 아버지, 약간 모자른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민구삼촌, 외국인 어머니, 혼자사는 담임선생님, 너무나 예민한 이웃집 아저씨, 불법체류자인 외국인 노동자.
이 영화는 비주류들이 펼치는 합창곡 같습니다. 등장인물 어느 하나 주류가 없습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이 나오고 직설적으로 다룹니다. 완득이 자체가 혼혈이고 완득이 주변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고 그들의 현실적인 문제인 불법체류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하지만 그걸 다큐식으로 다룬게 아닌 유머러스하게 녹여냅니다.
이 비주류들이 신세 한탄을 하면서 세상에 삿대질 하는게 아닌 삶이 팍팍하고 현실이 어렵지만 서로 어깨에 기대어서 공동체를 만들면서 삽니다. 그게 세상의 주류에게는 불법이지만 그런 불법을 과감하게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는 똥주담임 아래서 똘똘 뭉칩니다.
이 영화는 이런 이유로 극단적 보수주의자들이나 민족주의자들에게는 역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다문화가정을 벌레보듯하는 극단적 보수주의자들이나 민족우월주의자들에게는 절대로 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있는 힘없고 나약하고 항상 을로 살아야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수 있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분들에게는 짠한 눈물을 흘리게 하는 영화입니다.
어떻게 보면 2002년 임창정 주연의 '해적. 디스코왕 되다'와 비슷한 비주류들의 세상 정복기 같지만 그 영화와 닮은듯 다른 영화입니다.
완득이라는 캐릭터는 복잡다단한 캐릭터입니다. 문제아의 폭주를 인화로 다스려 개과천선한다는 캐릭터가 아닙니다. 다분히 삐뚤어질 인자를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 다스릴줄 아는 폭력적이지만 착한 구석도 많은 완득이의 연기. 반항적이면서도 때론 고분고분하면서도 똥주 담임과 티격태격하면서 관객을 웃기는 참 복잡한 캐릭터죠
이 캐릭터를 유아인이 다 소화해 냅니다. 유아인은 2003년 마지막 청소년 드라마였던 반올림에서 봤던 배우였죠.
당시 귀여운 얼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데 이 유아인이라는 아역출신 배우가 귀여운 모습 싹지우고 새로운 배우로 태어납니다. 성균관 스캔들에서도 나와서 인기가 많았는데 이 유아인이란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유심히 본적 있는데 인디 영화인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서도 나오더군요
보통 이런 인기있는 아이돌스타가 인디영화에 나올려고 하지 않는데 과감하게 출연한 모습에 매우 고무적으로 지켜보고 있었는데 역시나 이 배우 미래에 큰 거목이 될듯 합니다.
완득이를 유아인이 아닌 다른 배우가 연기할수 있을까 할 정도로 유아인은 완벽하게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반항끼도 있어보이면서 착한 미소를 가진 배우. 유아인 팬이 이 영화를 통해서 많이 생길듯 하네요
한방을 끝내 날리지 않아서 더 좋았던 영화 완득이
이 영화의 재미는 완득이와 똥주 담임과의 설전입니다. 똥주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기도를 들일정도로 무례하고 안하무인인 똥주를 증오하던 완득이가 똥주에 물들어가면서도 내뱉는 시니컬한 말들과 직설적이지만 뼈가 있고 애정이 담뿍담긴 똥주담임과의 대화들이 영화의 대부분의 재미를 차지합니다.
또한 완득이가 시련속에서도 바르고 착하게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영화이기도 하고요.
이런 영화들의 특징은 계속 웃기다가 찐하게 한방 울리면서 다시 웃게 하면서 끝내는게 정해진 룰입니다.
그 한방을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큰 한방은 없습니다. 강력한 훅을 기대하고 있는데 쨈을 날리면서 씩 웃고 끝이 나는 모습입니다. 아~~ 뭥니했다가 감독에게 한방 먹었네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극장에서 나왔습니다.
구태스러운 이야기를 담느니 깔끔하게 마무리 하는 모습이더군요.
원작이 어떤지 참 궁금해지네요.
감히 말하겠습니다. 올해 개봉한 영화 다 보지 못했지만 내가 본 영화중 가장 최고의 영화였습니다.
그 이유는 절 한없이 웃게 해주었고 한없이 즐겁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인위적인 감동과 억지스러운 최루성 영화도 아닙니다. 눈물 흘릴 장면이 있지만 웃음 흘릴 장면이 더 많습니다. 깔깔깔 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대사 하나하나와 배우들의 연기 한올한올이 촘촘한 영화입니다. 이게 다 원작이 좋기 때문이겠지만 연출도 참 깔끔하게 잘했네요
누군가 봤습니다. 이한감독?
아! 이 감독 손예진, 이은주, 차태현 주연의 2002년작 연애소설의 그 감독이구나 하는 감탄사가 나오네요.
영화 보는 내내 웃었지만 사실은 울고 있었습니다. 상황이 정말 슬픈 상황들인데 어느 누구 하나 울지 않습니다.
슬픈 배경위에 인물들이 웃고 있는 그림 같다고 할까요? 세상에서 을로만 사는 평생 을인 사람들이 갑이 된 영화라고 생각도 되어지네요.
이 가을 따뜻한 웃음과 잔잔한 눈물을 느끼고 싶은 감성 감객에게 절대적을 권해드립니다. 써니가 엄마와 딸이 같이 볼만한 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보면 좋을 영화입니다.
아직도 "얌마! 도완득"이 또 오릅니다.
나에게 얌마! 라고 다정스럽게 불러줬던 선생님이 있었나? 항상 조용하고 말없고 튀지 않아서 존재감 없던 학창시절이 오버랩되네요 꼭 보세요! 후회 절대 없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