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활'이 '최종병기 활' 이 된 이유
영화 제목이 좀 이상합니다. 최종병기 활?
활이 최종병기입니까? 최종이라는 단어가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맞다면 최종은 맨 마지막 생각되는데 활이라는 무기는 최종이 아니라 선사시대 때부터 창하고 같이 많이 쓰던 최초병기가 아닐까요? 그런데 왜 최종병기라고 했을까요?
아마도 일본의 인기 애니였던 '최종병기 그녀' 때문이 아닐까요? 차라리 거추장스럽게 최종병기라는 꾸밈단어를 빼고 간결하게 '활'이라고 하면 좋을 텐데요. 영화 타이틀을 보면 최종병기라는 단어는 없이 그냥 '활'로만 나옵니다
아마도 배급사로 넘기며서 영화제목에 대한 상의가 있었는지 영화 시작하자마자 영화제목을 '최종병기 활'이라고 바로 보여주더군요 그리고 5분 후 다시 영화 제목이 나오는데 그때는 '활'입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활이라는 영화가 이미 있었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2005년도에 김기덕 감독이 활로 활로 하는 점이나 해금연주를 하는 무기로써의 활이 아닌 팽팽함을 은유한 활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영화 때문에 배급전에 급하게 영화 제목을 바꾼 듯한데요. 그냥 '활'로 나가는 게 어땠을까 합니다
말도 안되는 '최종병기 활' , 작명센스가 정말 저질입니다. 그렇다고 영화 속의 주인공인 남이(박해일)가 조선을 구원하는 것도 아니고요
명색이 영화 제목이 '활'인데 '활'이야기가 없다니
요즘 트랜드인가요? 조선시대를 다룬 영화 중에 유난히 무기 이름을 제목으로 차용하고 있습니다.
2008년 조선시대의 다연장 로켓인 '신기전'을 영화 제목으로 쓰는 영화가 재미를 보니 이와 비슷한 제목의 영화가 나왔고 그 영화가 바로 '최종병기 활'입니다. 그러나 두 영화의 제목을 넘어 그 속을 들여다보면 영화 내용은 많이 다릅니다.
신기전은 신무기 개발과정을 다룬 것이라면 영화 '최종병기 활'은 제목에 활이 들어가지만 활에 대한 이야기가 없습니다.
영화속에서 아기살이라는 암살용으로 많이 사용했고 드라마 추노에서도 나와 관심이 많아졌던 애깃살이 나오지만 거기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저야 애깃살의 용도와 장점과 단점을 다 알고 있지만 영화는 왜 애깃살을 남이(박해일)가 쓰는지 왜 급하게 대나무를 깎아서 그걸 쓰는지 설명을 안 합니다.
또한 남이가 어떻게 해서 신궁이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도 없습니다. 보통의 영화라면 처음엔 미천한 놈이였지만 혹독한 훈련과 자신만의 특훈과 조련과정을 통해서 날아가는 새로 떨어트리는 신궁이 되는 과정을 담고 끝판왕과의 무시무시한 혈투를 담아야 하는 게 보통의 스토리인데 이런 훈련과정이 전혀 없습니다. 그냥 남이는 첨부터 신궁입니다.
거기에 활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거의 없습니다.
그 활의 내력에 대한 내용은 없고 조선의 활이 작고 볼품없어 보이지만 기동성과 속도가 빠른 장점이 있다고 만주어로 말하는 청나라 장수가 있을 뿐이죠.
제목이 활인데 활이야기가 없음에 좀 황당하더군요. 가장 오래된 무기중 하나인 활이지만 활에 대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합니다. 얼마 전 인사동에서 무형문화재 분들이 만든 화살촉을 유심히 봤는데 화살촉이 우리가 알고 있는 화살표 방향의 뽀죡한것만 있는 게 아니더군요. 청나라 장수 쥬신타(류승룡)가 쓰는 화살촉도 있고 별별 화살촉이 다 있더라고요
이 부분은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명색이 활 잘 쏘는 민족이라고 동이라고 불리운 한민족인데 활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것에 대한 설명을 살짝 하고 넘어가네요.
병자호란에 대한 울분을 복수하는 쾌감이 큰 재미
나라가 힘이 없고 임금이 멍청하고 능력이 없고 간신배가 들끊으면 예나 지금이나 백성들이 힘듭니다.
임진왜란도 그렇지만 병자호란도 우리에게는 너무나 치욕적인 역사죠.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에 끌려간 조선인이 50만 명입니다. 50만 명 말이 50만 명이지 조선시대 때 50만 명이면 엄청난 숫자죠.
임금이 남한산성에서 머리를 땅에 조아리며 치욕적인 절을 한 후 백성들의 삶은 소나 돼지보다 못한 삶을 살았고 실제로 많은 조선인들이 청나라로 끌려가 노예생활을 하거나 명을 공격하는 부대원으로 끌려갔습니다.
남자들이 이럴질대 끌려간 여자들은 더했죠. 청나라에 성노리개로 취급당하다가 혹은 청나라의 첩이 되었다가 힘들게 청나라를 탈출해서 고향으로 오면 부모들은 환향녀라면서 그들을 배척했습니다. 지금은 화냥년이라는 말이 욕이 되었지만 이 역사적 아픔을 안다면 그런 단어를 쓰면 안 될 것입니다. 그들이 뭔 잘못이 있습니까? 나라가 힘이 없어서 포로로 끌려간 게 무슨 죄라고 조선인들이 품어줘야 하건만 손가락질하고 배척을 했죠. 이게 다 조선시대가 지조를 중요시했던 유교사회라서 그렇죠.
영화는 우리가 임진왜란 만큼 수치스러워하는 만주족의 침입을 받아서 50만 명의 조선인들이 청나라로 끌려간 치욕적인 역사인 병자호란을 다루거나 시대배경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역사적 배경만 진짜고 나머지는 다 구라입니다.
역적의 아들과 딸로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한 어린 남이와 자인은 아버지의 친구분 집에서 자랍니다 남이(박해일)와 자인(문채원)은 남매지간입니다. 그 집에 서 군이라는 도련님이 있었는데 자인과 결혼하고 싶어 합니다. 남이는 적극 반대하지만 그래도 동생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먼 길을 떠나려고 합니다. 그때 청나라 군대가 들이닥치면서 살육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개 끌고 가듯 자인과 서 군까지 끌고 갑니다
청나라 군대는 로마군같이 기골이 장대한데 맞짱 떴다가는 뼈도 못 추릴 것 같은 호랑이 같은 기운을 발산합니다
이 영화속 류승룡이 연기한 쥬신 타는 바로 끝판왕의 포스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렇게 동생과 매제가 끌려가는 것을 남이가 게릴라 전술로 복수한다는 내용입니다.
영화에서는 통쾌한 복수를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작위적이고 역사에 있던 사실이 아닌 픽션이기에 아주 큰 감흥은 없습니다. 역사적 사실 중에 영화화할 내용이 참 많은데 왜 픽션을 택했는지 그게 좀 아쉽더군요. 병자호란 때 조선군의 큰 활약이 돋보였던 청주성전투도 있는데요. 뭐 아무튼 이 영화의 재미의 5할 이상은 병자호란 때 우리가 당한 울분을 풀어주는 데 있습니다. 쥬신타라는 끝판왕과의 대결과 청나라 고위층에게 피해를 입히는 등의 복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남이가 자신의 동생 자인을 되찾는 과정이 주된 줄거리지만 감독은 당시 조선인들의 개보다도 못한 삶에 대한 구원을 해주고 싶었나 봅니다. 그렇다고 과거의 역사가 바뀌지는 않겠지만요. 이런 모습은 2009년 개봉한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과 비슷합니다.
영화 '바스터즈 : 거친녀석들'에서는 히틀러에게 기관총으로 난사하는 장면이 있는데 유대인들은 그 장면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입니다. 이 '최종병기 활'은 거친 녀석들 보다는 간접적으로 청나라에 대한 복수를 보여주지만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 민족의 응어리진 청나라에 대한 치욕에 대한 복수극을 보여줌으로써 한민족의 울분을 털어주고 싶었나 봅니다.
류승룡이 없었다면 이 영화의 재미도 반까이 되었을 것이다
청나라 장수이자 끝판왕으로 나오는 류승룡이 쥬신타 연기를 안했다면 이 영화 재미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류승룡이 그리는 쥬신 타는 정말 무시무시한 포스를 지닌 적장입니다. 거기에 약간의 덕장의 연모도 있고요
반면 박해일도 캐스팅은 잘했습니다. 왜소한 체구의 박해일은 조선시대의 활과도 닮아 있습니다. 작은 체구로 숲속을 달리면서 속사와 암살용 화살인 아기살과도 닮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쥬신타입니다. 호랑이 같은 기골과 눈빛을 쏘는 쥬신타가 없었다면 이 영화 재미도 없었을 것입니다. 남이(박해일)를 추적하는 모습은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흑기사들이 반지를 쫒는 그 포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액션은 속도감이 있으나 색다른 액션은 없다
전 이 영화가 화살처럼 속도감이 있다고 칭찬들이 많아서 봤습니다
속도감이 있긴 있는데 핸드헬드 기법이 난무하다고 그게 속도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분명 달리샷이나 추격씬등이 많이 등장하지만 액션 자체는 속도감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명색이 액션을 표방한 영화라면 이전에 보지 못한 앵글을 담아주면 참 좋으련만 그런게 전혀 없습니다.
지금은 퇴역배우가 된 '케빈 코스트너'의 91년 개봉작 '의적 로빈후드'를 보면 화살이 활을 떠나서 나무에 꽂히는 장면을 CG를 사용하지 않고 찍은 장면이 나옵니다. 그 장면 정말 쎈세이션 했죠. 이 영화에서도 그런 비슷한 장면이 나오지만 별 느낌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드라마 주몽에서 처럼 활대에 화살 3개를 꽂아서 3명을 모두 맞힌다는 정말 허무맹랑한 공허한 액션도 별로 좋게 보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 속 활 액션은 너무나 사실적입니다. 그러나 사실적이기만 하지 긴박감은 크게 있지 않습니다.
스나이퍼들의 저격전쟁을 다룬 '애너미 앳 더 게이트'라는 영화처럼 두 명사수간의 두뇌싸움과 심리묘사가 치밀하다면 그나마 긴장감이 더 할텐데 그런 게 많이 담기지 않네요.
액션은 그냥 볼만합니다. 영화 중반까지는 그런대로 힘있는 액션들이 자주 나와서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오랜만에 품질 좋은 액션활극을 예상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지루하고 예측 가능한 액션들이 나옵니다.
아쉬움이 참 많은 영화지만 볼만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이 영화 구멍이 참 많습니다. 시나리도도 크게 짜임새가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쥬신타가 절벽에서 자신을 쏠 수 있었는데 왜 쏘지 않았냐고 묻습니다. 또한 자신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활을 쏘는 게 아니다는 말도 남이가 하죠. 여기에 대한 대답을 해줘야 하는데 영화 끝까지 아무런 대답도 없습니다
관객들이 남이의 마음을 관심법으로 알아서 느끼라는 것인가요? 또한 여기저기 억지설정도 보입니다.
하지만 그게 영화를 크게 훼손할 정도는 아닙니다. 또한 액션도 좀 더 치밀하고 남이가 다수의 적을 상대할때 여러 가지 꼼수를 이용하거나 한국 지형의 특수성을 활용해서 적을 쓰러트리는 등의 날쌘돌이의 모습을 보였으면 하지만 그냥 활로만 조집니다. ㅠ.ㅠ 아기자기한 맛은 없죠.
혹평만 썼나요? 그래도 이 영화 볼만은 합니다. 박해일과 쥬신타의 추격구도만으로도 긴장감은 있습니다.
조선시대 추노 혹은 추격자라고 할까요? 그냥 킬링타임용으로 좋긴 하지만 적극 권해드리긴 힘드네요. 블라인드가 생각보다 호평들이 많이 쏟아지는데 그 영화도 보러 가야겠습니다.
킬링타임용 영화로는 추천합니다.
덧붙임 : 영화 활과 아포칼립토가 상당히 유사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건 오마쥬라고 해야 하나요?
표절이라고 해야 하나요? 아님 리메이크라고 해야하나요?